Chapter 207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오른 새만금 방조제를 따라 전북 군산에 도착했다·
우리는 참으로 요상하게도 생긴 건물 앞에 차를 댔다· 생김새가 마치 침몰하는 타이타닉호 뱃머리를 연상케 한다·
천교수가 새만금 개발청에 잠시 다녀오는 동안 나는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차 안에서 갯벌과 바닷물을 경계짓는 수평선을 감상했다·
60년 전 친환경 농지조성 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현대에 들어서 1차 산업의 중요성이 떨어짐에 따라 난항을 겪은 새만금 간척사업·
그렇게 간척된 땅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되나 했더니 우연찮게도 마전(mana field)이 발견되면서 정말 소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은 격이 되었다·
마전이라는 말보다는 마류(mana stream)라는 말이 더 적절하겠지만 이미 고착화된 단어니까 어쩔 수 없겠지·
마나는 석유와 달리 정지해있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마나가 빼곡하게 차 있는 전생에서의 세계와는 다르다·
여기서는 지구의 태평양을 관통하는 거대한 마나 원줄기(trunk)가 있었고 그로부터 뻗어있는 원가지(scaffold) 그리고 덧원가지(secondary scaffold branch)에서만 마력발전소를 증축할 수 있었다·
정식 용어까지는 아니지만 편의상 1차 가지 2차 가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외의 모세혈관처럼 뻗어있는 가지에서는 못 쓸 정도로 마압이 매우 낮았는데 이는 우리가 발전소와 통신하는 ‘저장’ 과정 없이는 마법 사용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했다·
“두리도로 바로 가는 배는 없고 비안도까지 가서 그쪽 주민들에게 개인적으로 부탁을 하라네·”
천교수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누구 만나고 오셨어요?”
“아 여기 개발청장이 내 아는 사람이라서 뱃길이 있나 물어보고 왔지·”
수상할 정도로 인맥이 넓은 천교수는 싸구려 믹스커피를 홀짝이며 항구로 다시 출발했다·
달달한 향··· 맛있겠다·
* * *
“뭐어어? 우리도 뭐 어쨌다고?”
“두! 리! 도! 두리도까지 이 분들 데려가 달라고!”
“뭐 두리도? 거기는 왜 가?”
“어휴 미안해요 우리 할압씨가 워낙 귀가 어두워서·”
“아닙니다· 이렇게 도움을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요·”
비안도에서 김 양식장을 운영하시는 노부부에게 도움을 청해 다시 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
바다의 짭조름한 냄새와 조각배 엔진의 기름냄새가 마구 뒤섞여있다·
날씨가 워낙 화창해서인지 항구와 갯벌이 그리 멀어지지도 않은 것 같은데 건너편의 항구가 잘 보였다·
“옛날에는 두리도에도 사람이 살았었나보죠?”
“어엉?”
“저기에도 사람이 살았었냐구요!”
바닷바람을 뚫을만큼 소리를 크게 질러보지만 여전히 귀가 잘 안 들리시는 것 같았다·
“누가 사냐고? 아무도 안 살아!”
“아 네···”
“아 봉곤 할배 다시 왔나 모르겠네·”
별 수확없이 다시 갑판 위로 올라가 천교수 옆에 서서 난간을 잡았다·
그가 손가락으로 방금 떠나온 육지 한군데를 가리켰다·
“저기가 군산 마력발전소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1차가지 위에 지어진 곳이지·”
아직은 시추 장비밖에 지어지지 않은 휑한 장소였다·
그 외에도 중앙저장국이라던지 기지국이라던지 세울 건물들이 많이 남았다·
“참 우리나라는 운이 지지리도 없네요· 바로 옆 나라 일본만 해도 스캐폴드만 5군데나 있는데·”
석유도 안 나 광물 자원도 적어·
게다가 그 흔하다는 마전도 2차 가지밖에 발견이 안 돼서 군산 발전소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울며 겨자먹기로 울산 강릉 이런 곳에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 북한산에도 하나 있고·
“만약 군산 마력발전소가 완공되면 한국도 마나세가 줄어들까요?”
“으음· 그건 잘 모르겠구나·”
“하긴 얘네들이 가격을 내릴 리가 없죠·”
한번 올린 가격은 절대 내리지 않으니까·
결국 누군가의 성과급으로 들어가 지갑을 두둑이 만들 뿐이겠지·
천교수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사이 눈 깜짝할 사이에 두리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확실히 사람의 흔적은 남아있었지만 비안도와는 다른 불길한 고요함 때문에 정말 무인도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여기 배가 하나 더 있네요?”
“그러게 말이다· 사람이 확실히 살긴 하나보다·”
행정전상망에는 확실히 무인도로 지정된 섬인데도 사람의 흔적이 있다·
일단 우리가 찾아야 할 사람은 최소한 3명이었다·
백아린 같이 입양된 여섯 살 터울의 오빠 백민우 그리고 아린이가 언급한 ‘무서운 할아버지’이다·
“그냥 이렇게 버리고 가도 될랑가 모르것네···”
“예 괜찮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거 아무튼 이상한 사람들이여· 왜 굳이 이런 험한 곳까지 와서 무인도를 찾는다냐·”
궁시렁대면서도 해줄 건 다 해주는 할아버지의 도움 덕택에 하루만에 섬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조각배가 떠난 경로 상에 생긴 하얀 거품들이 저녁 노을을 받으면서 반짝반짝 빛났다·
“해 떨어지기 전에 빨리 찾아보자꾸나·”
“네· 일단 길 따라서 쭉 가보죠·”
섬은 언뜻 보기에도 꽤 작았다·
실제로도 한국대학교의 절반 크기였으니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면 섬을 다 돌고도 남았다·
우리는 선착장에서부터 쭉 이어진 길가를 따라 걸었다·
완만한 오르막길은 어느 순간 뚝 끊겼는데 그 뒤로부터는 계속 풀밭이었다·
무성히 자란 잡초를 유심히 살펴보니 군데군데 꺾인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누가 밟고 지나간 흔적이다·
그것도 아주 최근에·
고개를 돌려 천교수에게 눈짓을 보냈다·
[갈까요?]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마음대로 하려무나·]
뭔가 도둑이 된 심정으로 성큼성큼 다리를 움직였다·
푹신푹신한 땅이 푹푹 꺼지는 게 자칫 넘어질까봐 무섭다·
“···!”
“괜찮니? 조심해야지·”
“뭔가 발에 걸렸는데·”
말이 씨가 되었는지 단단한 줄기 같은 거에 걸려서 하마터면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천교수의 부축에 다시 일어서서 줄기 끝으로 시선을 옮겼다·
“수박이네요?”
“수박이네·”
동시에 말이 나왔다·
척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수박이 열려있었다·
“우와· 실제로 재배하는 건 처음 보네요·”
간만에 보는 과일이라 반가운 마음이 컸다·
전생에서는 이런 과일이 없어가지고 수박화채가 그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
그렇게 쪼그려 앉아서 수박을 통통 두드려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굴려보기도 했다·
신기한 마음에 다른 수박들도 찾아보려고 풀밭을 뒤적였다·
“···?”
또 하나의 수박인줄 알았던 그림자는 불행하게도 먹을 것이 아니었다·
과일이 아닌 사람의 머리·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던 소년 소녀·
괴물의 몰골을 한 그들은 피칠갑된 입을 쫘악 벌려 별안간 나를 향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악!”
“히에에에에에엑!”
“아 깜짝이야!”
* * *
“뭘 놀랐다고 소리를 질러!”
소녀의 머리를 콩 쥐어박았다·
놀라기는 이쪽이 더 놀랐는데!
당연한 사실이지만 괴물이나 흡혈귀 따위가 아니라 멀쩡한 인간이었고 입가에 묻은 빨간 것도 피가 아니라 수박 과즙이었다·
수박의 칼로리는 혈액의 3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어쨌거나 아린은 수박을 허겁지겁 파먹기 시작했다·
“흐읍··· 할아부지인줄 알고 음냐냠··· 히끅··· 민우 오빠 봐봐 내 말 맞지? 거짓말 아니라고 나메가 진짜 올 거라고 했잖앙··· 하음···”
“울던지 먹던지 말하던지 하나만 해· 체하겠다 야·”
눈물 젖은 수박을 시식 중인 백아린씨·
천교수에게 부탁해서 수박 하나를 먹기 좋게 잘라 쫄쫄 굶은 남매들에게 한조각씩 건네주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같이 많았지만 일단 배를 채우는 게 우선이었다·
“머리를 많이 길렀네· 한번도 안 잘랐어?”
아린이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더불어 옆에서 조용히 수박조각을 입에 욱여넣는 백민우도 머리가 어깨에 닿을 정도로 꽤 길었다·
“왜 이렇게 빼빼 말랐어? 계속 못 먹고 산 거야? 언제부터 이 섬에 있던 건데?”
“그게··· 잘 기억이···”
“8개월 하고 13일·”
민우가 수박 검은씨를 와그작 깨물며 말했다·
앞만 바라보는 공허한 눈빛에는 알 수 없는 짐작하기조차 힘든 여러 감정들이 담겨있었다·
다 먹은 수박 껍질을 멀리 던지며 신경질을 부렸다·
“하아··· 그냥 안 한다고 했어야 했는데···”
“왜 오빠가 그런 소리를 해! 나보고 포기하지 말라고 한 건 오빠잖아!”
“그럼 당연히 포기하면 안 되지! 우리가 지금까지 뭘 위해서 이 생고생을 해왔는데! 아얏!”
눈을 찌푸린 민우가 자신의 종아리를 쓰다듬었다·
확연히 보이는 빨간 실선들 가운데에는 시퍼런 멍까지·
“잠깐 아린아 너도 다리 좀 보여줘봐·”
“아앗!”
설마 했는데 그녀에게도 똑같은 회초리 자국이 나 있었다·
“누가 이랬어? 네가 말한 그 할아버지가 때린 거야?”
“···”
“빨리 말해·”
“응··· 근데 우리가 다 잘못해서 맞은 거야···!”
“하아··· 아린아 아무리 잘못을 했다고 해도 그게 맞을 이유가 되지는 않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럼 그 입양한 작자도 지금 이 섬에 있는 건가?
“호찬이 삼촌? 응 지금 아마 집에서 저녁 준비하고 있을 거야·”
“그 사람 이름이 호찬이야?”
“응· 백호찬 삼촌·”
“알겠어···”
이가 갈리는 심정을 잠시 담아두고 아린의 종아리를 보살펴주었다·
슬슬 어두워지는 시간대라서 완드를 꺼내 불빛을 밝혔다·
[2서클 시전: 조직 재생]
“으읏···! 차가워!”
“차갑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아 이제 괜찮아졌어·”
“뭐야 장난치지 마·”
“장난 아닌데···”
아린이의 핼쑥해진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이제 보니까 원래부터 ‘백씨’ 성을 가진 아이들로만 입양을 했던 모양이다·
대체 이런 외딴 섬에서 무슨 꿍꿍이를 벌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을 만나보아야할 듯싶었다·
“아린이가 이렇게 고생할 줄 알았으면 그때 말렸어야 한 건데··· 미안해·”
“아니야 아니야! 나메가 봐주러 온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 헤헤에! 난 오랜만에 나메 봐서 진짜 좋아···”
그러고선 입술을 꽉 다문 아린이가 고개를 푹 떨구었다·
새빨갛게 상기된 볼에는 어느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오고 있었다·
“··· 안 되겠어 일단 늦었으니까 빨리-”
그때였다·
길 아래에서 쩌렁쩌렁한 천둥같은 호통이 들려왔다·
“이 썩을 도둑놈의 자식들아! 당장 제자리로 돌아가서 벌 안 서!”
하늘이 울릴 만큼 큰 목소리 톤치고는 왜소한 몸집을 가진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잠만 뭐··· 뭐시여! 도둑이야! 저 수박 도둑 잡아라!”
지팡이를 들고 무서운 기세로 풀밭을 뚫고 달려오는 노인·
그는 지금 이태원 아니면 찾아보기도 힘든 갓을 쓰고 있었다·
가슴팍까지 기른 턱수염 주름으로도 숨길 수 없는 사나운 인상·
“이 천벌 받을 놈들이! 징벌동에 다시 한번 들어가고 싶은게냐!”
지팡이를 하늘 높이 치켜올려 우리들을 잡아 족치려는 기세였다·
“거기 딱 가만히 있- 끄아아아악!”
안타깝게도 그는 그대로 바닥에 풀썩 고꾸라져버렸다·
아까 내가 걸려서 넘어질뻔한 넝쿨이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숨을 헥헥대며 달려오는 청년·
그의 모습이 낯익었다·
초록색의 츄리닝 심지어 위아래도 깔맞춤이다·
지금의 행색은 비루하기 그지없었지만 옛날에 보육원에 자주 들린 부잣집 남자가 맞았다·
“할아버지! 거기서 뭐하세- 끄아아악!”
풀썩-
슬랩스틱 코미디 마냥 노인이 쓰러진 곳 바로 옆에 얼굴을 진흙에 쳐박은 남성·
아직 가을이 오지도 않았는데 지랄도 풍년이었다·
* * *
푸짐···하지는 않지만 나름 갖출 건 다 갖춘 밥상에 둘러앉아 다들 젓가락을 깨작깨작 들었다·
천교수는 그동안 섬을 쭉 탐방하고 오겠다며 한두입 떠먹고는 집을 나섰다·
고등어를 제외하면 단백질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나물 옆에 나물 그 옆에 나물 그 옆에도 나물이었다·
이 무슨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아니고 생김새만 조금 다르지 다 거기서 거기인 나물들이 줄을 이었다·
반면 아이들은 허기가 진 모양이었는지 밥부터 입에 넣기 바빴다·
원래라면 그 할아버지라는 작자가 상석에 앉아 밥상머리 교육을 시킨다고 말했다·
불편한 존재가 사라졌으니 한시름이 놓이나보다·
그동안 나는 생선에 젓가락을 가져가는 백호찬을 막아냈다·
“···?”
“애들 줘요· 안 그래도 먹을 게 없는데 불쌍하지도 않아요?”
“알겠어· 근데 너 그 애 맞지? 뉴스에 나오는···”
“네·”
“그렇구나 그렇구나··· 아아아아아악! 아휴 됐다· 난 그만 먹을게 많이들 먹어라·”
백호찬이 갑자기 머리를 쥐어뜯더니 밥상에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부엉이인지 올빼미인지 모를 새소리가 창호지를 뚫고 들어왔다·
입이 짧은 나도 마찬가지로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에게 물었다·
“왜 애들을 이 섬에 데려오신 거예요? 삼촌 부자잖아요·”
“누가 그래··· 나 거지야·”
“어느 거지가 캡슐을 두 개씩이나 기부해요?”
“그때 나는 거지가 아니었으니까! 거지 되기 직전이었지···”
속사정이 있는 듯 싶었지만 물어보고 싶은 생각은 추호에도 없었다·
“우리 할아버지가 조금 치매기가 있으셔· 보다시피 정신도 조금 오락가락 하시고··· 두세달 전에도 갑자기 쓰러지셔서 오늘내일 하시지·”
자신의 친할아버지라 말하는 백봉곤 훈장은 나이가 거의 아흔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먼 거리를 뛸 정도로 정정하시니 진짜 아픈 사람이 맞나 의문이 갔다·
“한평생을 두리도에서 훈장을 하신 분이었어· 물론 대부분의 수업은 저기 비안도에 있는 학교에서 했지만·”
그는 두리도에서 태어나 두리도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거주민이었다·
결국 이주 압박에 못 이겨 비안도로 이사를 가긴 했지만 몇 년 전부터 치매기가 도져 두리도에 사는 걸 고집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그게 우리 아린이랑 민우오빠랑 무슨 상관인데요? 역할극이라도 하고 싶었던 거예요?”
“바로 그거야!”
“예?”
백호찬이 두 손으로 짝 박수를 쳤다·
“지금 할아버지는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만 재산을 물려준다고 하셨거든·”
쾅-!
“겨우 그런 것 때문에!”
책상을 세게 내리치고 일어섰다·
지금 아린이의 종아리가 어떻게 된 지 모르는 건가?
“···!”
“아 미안· 계속 먹어·”
“으응···”
백호찬이 머리를 긁적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아냐 끝까지 들어봐 네가 오해하는 게 있어·”
“뭐 집안 경제가 안 좋아져가지고 할아버지한테라도 빌붙어서 지금이라도 유언을 잘 받아놔야겠다 이 말 아닌가요? 그런 거라면 차라리 나중에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하시지 왜 애들을 끌어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이토록이나 없었나·
지금이라도 이 섬을 떠나서-
“그런 단순한 이유가 아니야! 그러면 내가 어린 애들 데리고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을 8개월 동안이나 해왔겠어!”
“그럼 말해봐요·”
“애들도 오기 전에 모두 동의한 거야!”
“그러니까 말해보라니까요?”
“와 진짜··· 너 여덟 살 맞아? 진짜 기 빨린다···”
보리차로 잠시 목을 축인 백호찬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의 도움이 없으면 제대로 상속을 받을 수가 없어·”
“민법도 잘 모르세요? 상속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개시되어 자동으로-”
“돈이나 땅 건물 같은 게 아니야·”
지금 그의 눈에는 차마 숨기지 못하는 온갖 애환이 담겨있었다·
“비트코인·”
“네?”
“할아버지가 비트코인이 들어있는 디지털지갑 비밀번호를 안 알려주고 계셔·”
“가상화폐 말이에요? 아니 뭐 얼마나 되길래·”
“1만 825개· 오늘 점심 시세로는 대충 2498억원···”
그러니까 지금 저기 누워있는 훈장이 비트코인 졸부라고?
세상이 말세다 말세·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500억원 증발 예정··!! 시대를 앞서간 훈장님이셨네요!!
드디어 종강이네요!! 이제 열심히 마나인방 연재해보겠습니다!! 밀린 연참도 메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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