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32
때로는 설정놀음이 방송에서 하나의 컨텐츠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었다·
-오늘도 숭배합니다 나멘·
-제발 방송 켜라고 해줘! 수천만 악질 넴독들 다 잡아가라고!
-여신님 요즘도 쭉쭉체조 열심히 하고 있대요?
-농메는 키 안 커··· 나농은 쁘띠쁘띠해···
└ 이렇게 말하면 다 알아듣잖아ㅋㅋㅋ
└ 아오 농자이크 똑바로 안 하냐!
다른 개인방송과 똑같이 아델라의 방 또한 타 스트리머 언급을 지양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현생문제로 자주 방송을 하지 않는 나메 때문에 아델라는 언제나 중간에서 소식통을 겸해야만했다·
어느새 매니저들에 의해 채팅 금지어가 되어버린 ‘나메’와 ‘노네임’·
하지만 늘 그랬듯이 시청자들은 답을 찾아냈다·
나메의 방송이 여타의 방송보다 우월함을 주장하고 나메를 광적으로 신봉하는 악질 시청자들 ‘넴독’·
사람들은 그들에게 영감을 받아 나메를 ‘여신’이라 지칭하기 시작했다·
직관적이면서도 거부감이 적은 단어였기에 이러한 문화는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카리리와 아델라 유덱스가 나메의 12사도라는 등 사파리 월드 동물들은 나메를 유일신으로 섬긴다는 등 세세한 설정이 덧붙여졌다·
급기야 한 커뮤니티에서 「나메시아교에 대해 알아보자」라는 창작의 정성글이 업로드되며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인터넷 문화에 빠삭한 카리리는 누구보다도 빨리 이러한 기류를 파악했다·
“우리 지금 만들고 있는 뮤비에 있잖아· 조금 수정해서 나메도 넣어보는 거 어때?”
“에엣? 여기서 더 수정하자고? 그것보다 나메가 허락해줄까?”
“영상 끝부분에만 검은색 실루엣으로 등장시키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헛···! 님 천재세요? 그럼 가사도 추가해보자! 창세기나 십계명 같은 거 넣어서·”
단니엘이 의욕을 불태우며 곡에 3절을 추가했다·
애니메이터로 전직한 서마루를 갈아넣은 결과 나메시아교는 성공적으로 카리리 월드 세계관에 편입되었다·
[아델라 유덱스 (Adella Judex) | ‘수인화 프로젝트(Furrynization Project)’ Music Video]
[Safari Dream · 조회수 647만 · 1주 전]
퓨전 클래식과 EDM 사운드를 결합한 곡 정신을 안드로메다까지 날려보내는 어지러운 가사 그리고 준수한 일러스트와 카메라 워크까지·
하나씩만 떼어놓고 보았을 때는 걸작이었지만 모두 합치니까 끔찍한 혼종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수인화 프로젝트는 ‘독특함’과 ‘과몰입’이 트렌드인 10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나메시아교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건 이 때부터였다·
#NoName #Namessiahnism
[나는 무교지만 진심으로 나메시아교를 믿을 의향이 있다·]
이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하여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나메시아교를 믿으면 퇴근쯤에 매일 귀여운 노나메 사진 한 장을 다운받을 수 있다·
믿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나메시아교가 뭔데 씹덕아
>> 트위시 스트리머 노나메를 따르는 종교입니다·
>> 이뭔씹;;
-이슬람 코란에 비하면 정말 귀여운 교리가 특징·
>> 어떻게 정식 교리가 ‘작다고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ㅋㅋㅋㅋㅋ
>> 친구를 못 살게 굴면 지옥에서 파인애플 피자만 먹는데! 이탈리아인들은 정말 큰일이야!
-아델라는 그럼 사이버엔젤인가?
-동물 귀 천국··· 이거 믿어야겠지?
[노나메의 행보는 여느 아브라함 계통 종교의 예언자보다 더욱 놀랍다·]
예수는 기껏해야 40일을 금식했지만 그녀는 7년 넘게 물도 음식도 없이 생존하였습니다·
그녀의 정신은 평균 성인보다도 훨씬 성숙하며 인격적으로 완성되어있습니다·
그녀는 마치 미래를 내다보는 것처럼 세상의 난제들을 손쉽게 해결하였습니다·
그녀의 기이한 전투력 또한 과학적으로 설명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엽습니다·
종교인들이 그토록 찾고 싶었던 예언자는 사실 이 동양의 어린 소녀가 아닐까요?
-만약 정보매체가 없었으면 노나메는 수백년 뒤에 신화 속 인물처럼 다루어졌을 듯·
-마지막 줄이 핵심이었네·
-그런데 정작 나메는 불교입니다·
>> ㅋㅋㅋㅋㅋㅋㅋ
>> 아이고 예언자가 하필 다른 종교를 믿네요ㅋㅋㅋ 반항아인가?
-(Best) 우리 어머니가 불치병을 앓고 계셨는데 나메가 개발한 신약으로 거의 완치되었습니다· 신실한 기독교 신자이신 부모님께 그녀는 거의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 신약? 처음 들어보는 소식인데·
>> 바이오아카식 말하는 듯·
[투표: 기독교 vs 이슬람교 vs 나메시아교]
가장 우수한 종교는 무엇인가?
[1· 기독교: 5·1k (36%)]
[2· 이슬람교: 0·7k (5%)]
[3· 나메시아교: 8·3k (59%)]
-이러한 투표는 아주 불쾌합니다· 당장 내려주시길·
>> 나 기독교인데 하나도 안 불쾌한데?
>> 무슬림 검거ㅋㅋㅋㅋㅋ
-팬미팅을 가면 여신을 만날 수 있는 종교가 있다?
>> 캐넌 킹 정말 부럽다!
가상의 종교는 해외의 각종 대형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몇몇 실행력 높은 사람들은 이를 실제 조직으로 꾸리기까지 하였다·
나메를 중심으로 세계평화를 이루리라는 거창한 목표 아래에서 그들이 하는 일은 ‘고독한 나메방’에서 받아온 여러 짤들을 공유하는 등의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하지만 일련의 밈들이 한국에 역수출되면서 사람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메교 얘네들 나메 이름 팔아서 돈 걷는데 뭐냐?]
(의료구호활동지원 5만 달러 성금 기부·jpg)
그런데 나메 이름으로 기부해버린···
정말 골 때리네ㅋㅋㅋㅋㅋ
[댓글]
-아니 나메시아교 진짜로 있는 거였냐고ㅋㅋㅋㅋ
-종교라기보단 팬덤 느낌인 듯ㅋㅋ
-분명 자기네들이 꿀꺽하는 줄 알고 씨익씨익 대면서 들어왔는데·
└ 착한 놈들 같아서 신고할 수도 없고 참ㅋㅋ
└ 근데 나쁜 마음 품으면 언제든지 삥땅칠 수는 있을 듯·
-서명하시오! 노나메는 유일신이다!
-나메 팬미팅 이후로 한 달 넘게 안 오고 있어ㅠㅠㅠ
└ 돈 많이 벌었잖아· 떨어지면 오겠지·
└ ㅅㅂ 2천억을 벌었는데 어케 떨어짐!!!
└ 나도 알아 그냥 희망사항이야ㅠㅠ
-나메야··· 거기선 꼭 행복해라!
└ 잘 살고있는 애를 죽여뿌네···
└ 아카데미 가면 볼 수 있음 ㄱㄱ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을 못마땅하게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 * *
“자 한명씩 말해보자· 누가 시작했어·”
나는 인간 둘 그리고 인간 진급 예정인 고양이 하나를 모아두고 추궁했다·
“뭘 말하는 걸까나 하하···”
“쓰읍·”
“죄송합니다! 제가 그랬어요!”
설윤슬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도게자를 했다·
나는 여전히 정색한 표정을 풀지 않고 그들을 노려보았다·
“내가 오늘 아카데미에 다녀왔더니 친구들이 단체로 이상한 노래를 듣고 있었어·”
사람마다 음악적 취향은 다르니까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뮤비에서 마지막 5초간 미세하게 나온 음성은 도저히 모른 채 지나칠 수 없었다·
[하핫! 핫! 핫! 핫! 허접! 허접!]
“이거 내 목소리잖아 맞지?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왜 내 목소리가 악기처럼 다루어지고 있는 거지?”
세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바닥으로 푹 꺼진다·
얼굴을 붉히는 게 자신의 잘못을 알긴 하나보다·
“이것도 윤슬 언니가 한 거야?”
“아니 그건 내가···”
니엘이 수줍게 손을 들었다·
나는 황당하다는 듯 그녀를 쳐다봤다·
“아니 언니가? 왜···?”
평소에 얌전한 니엘이라서 배신감까지 느껴진다·
“원래 전에 부탁하려고 했는데··· 나메 네가 너무 바빠보여서···! 할 수 없이 가지고 있는 음성 소스들을 조합해가지고·”
“음성 소스를 왜 언니가 가지고 있어?”
“···”
“마루 오빠가 줬구나·”
범인이 한 명 더 있었구만·
내가 최근에 방송 일을 쉬면서 서마루는 버튜버 쪽 일도 도와주곤 했다·
“내가 부탁해서 주신 거야! 잘못은 내가 했으니까 용서해주라 나메야···!”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앞으로 이런 거 내보낼 때 꼭 나한테 미리 말해줬으면 좋겠어· 내가 잘 거절하는 성격도 아니잖아? 아무리 바빴다고 해도 그렇지···”
“미안해· 우리들이 너무 의욕만 앞섰던 것 같아·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약속할게·”
측은하게 내려간 소녀들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이 얘기는 여기서 마무리했다·
“진짜 본론은 따로 있어· 나메시아인지 뭔지 거기 사람들한테 가서 전해줘· 내 이름으로 기부하는 건 이제 그만해달라고·”
“···!”
“찾아보니까 대표후원자 IP가 한국에 있더라· 커뮤니티 같은 거 잘 활용하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좀 부탁해·”
그러자 윤슬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사람들이 나메 이름으로 기부하면 좋은 거 아니야? 나름대로 좋은 영향을 널리 퍼뜨리는 건데··· 별로야?”
“응 별로야· 내가 기부한 것도 아닌데 괜히 부담스럽기만 하고 싫어·”
단칼에 내린 입장에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졌다·
“그냥 개인적인 선호니까 오해하지 말아줘· 기부는 익명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주의거든·”
개인방송을 켜서 차곡차곡 모인 후원금을 방송국 명의로 기부한다면 모를까 내 개인의 이름을 돋보이려고 기부하는 건 썩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윤슬에게 간단한 요청을 건넨 뒤 바로 아래층인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백화점에서 구입한 최고급 몰다바이트 마력석 4개가 서랍에 잘 있는지 확인했다·
사실 3개만으로도 어찌저찌 충분할 것 같지만 여분으로 이보름이 개인재산으로 한 개를 더 사다주었다·
마력석이 생각 외로 너무 비싸 2141억 원으로도 적자가 날 줄은 몰랐네·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니 광고라도 더 찍어서 5억원은 빨리 갚아야겠다·
벽지에 다닥다닥 붙여진 노란색 포스트잇은 접착 수명을 다해 방문을 닫을 때마다 너풀거리며 떨어졌다·
전생에서밖에 써보지 못한 마법이라 며칠에 거쳐 치밀한 검증을 끝냈다·
나는 가상현실 저편에서 듣고 있을 아델라에게 넌지시 스케줄을 알려주었다·
“아델라· 군산 마력발전소 첫 가동일이 이번 주 목요일인데 토요일로 늦추기로 합의를 봤어· 우린 목요일 아침에 일찍 출발해서 마력석부터 충전할 거야·”
일단 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천교수 한 명 뿐이다·
사실 알려주면서도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그가 어떻게 이런 마법을 알고 있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냥’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그냥은 없다는 걸 나도 그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내가 발푸르기스에게 억지로 지식을 주입당했다고 생각할까? 그럴지도 모르지·
점점 어두워지는 낯빛을 보고 있을 용기가 나지 않아 또 한번 대충 얼버무리게 되었다·
흔쾌히 자금을 빌려준 이보름 매니저에게는 훨씬 간단하게 설명을 했다·
아델라에게 현실의 몸을 줄 거라고· 끝·
마지막은 백봉곤 훈장이었는데 마력석의 제어를 도와줄 인원으로 차출을 하였다·
천교수의 말로는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고 했다·
하기야 무인도에서 몇십 년간 틀어박혀 사신 분이니까 그럴만도 하다·
“마법진은 역순으로 작성할 거야· 드라고니아 나셴티아 페르소나 파이시 그리고 아카식 레코드· 충전 시작 후 각각 18시간 16시간 그리고 1시간 정도 걸릴 것 같네· 마법이 시전되는 순서는 전에 말했던 것처럼 아카식 레코드부터니까 참고하고·”
이제는 주의사항을 말해야 할 시점이다·
나는 조금 뜸을 들였다·
지금 말해서 공포감을 조장할 필요가 있나?
지금이 아니면 언제 말해야 하지? 당일? 시작 전? 아니면 끝까지 모른 채로?
내적 갈등을 하는 동안 캡슐에서 파란 불빛이 깜빡깜빡 거렸다·
아델라가 스크린을 켜달라는 신호다·
나는 빔프로젝터를 작동시켰다·
“아델라?”
아델라의 연녹빛 동공이 정처없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녀는 우수에 찬 눈빛으로 두 입술을 꾹 깨물었다·
눈을 깜빡이니 투명한 눈물이 콧등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처음엔 그녀가 감격에 겨워서 흘린 눈물인 줄 알았다·
“미··· 흡··· 미안해···”
입술을 달싹이며 내뱉은 한마디는 서글프기 짝이 없었다·
“응?”
“미안··· 하다구··· 내가 내가 멋대로 언니 이름으로 기부를··· 나는 그냥 언니한테 너무 고마워서 그런 건데··· 흐끅···”
그녀의 말을 이해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너였어 아델라? 나메시아를 조직해서 기부한 게?”
“난 언니한테 매번 빚진 거밖에 없잖아· 이렇게라도 이렇게라도 보답을 해주고 싶었는데 언니가· 언니가 이렇게 싫어할 줄은 몰랐···”
딸꾹질까지 겸하는 아델라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작게 흐느꼈다·
“거기 있어봐· 금방 접속해서 들어갈게·”
진짜 겉만 성인이고 속은 완전 애라니까·
* * *
프라이빗 룸의 벽을 없애고 바닥을 없애고 마침내 지붕을 없앴다·
눈부신 태양은 저리 치워버리고 뚱뚱한 달은 다이어트를 시켜 저쪽 하늘로 날려보냈다·
나와 아델라는 돗자리도 없이 풀밭 위에 누워서 머리 위에 수놓아진 은하수를 감상했다·
마음 여린 아델라의 손을 살포시 잡아주고는 입을 열었다·
“아델라 나는 말이야· 기부에는 거창한 의미를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해· 이름을 걸고 하는 기부는 언제나 대중들에게 도덕성을 평가받거든·”
“후으··· 그게 무슨 말인데·”
“쉽게 말해 이런 거지· 왜 여기에는 기부했는데 저기에는 기부 안 했냐· 돈이 얼마나 있는데 왜 그만큼밖에 기부를 안 했냐· 이런 소리를 듣기 쉽거든·”
“그런 것 따위는 다 무시해버려·”
“무시하고 말고의 상관없이 내 마음가짐이 달라지잖아· 기부하는 행위에서조차 자기검열을 받는 거지· 아 내가 이만큼만 기부해도 되나? 이 사람들이 지금 꼭 내 도움이 필요할까? 이런 식으로 말이야·”
어떻게 보면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 중의 하나였다·
한두명을 도와줄 때는 모른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을 도와줄수록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원성을 사게 된다·
전생에서 그렇게 몰락한 사람을 한두 명 본 게 아니었다·
“나는 성인군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냥 남들처럼 적당히 이기적인 사람으로 살고 싶어· 그냥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만 잘 챙겨주고 싶고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근데 나메 언니는 그럴 사람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적당히 타협하는 거지 나도· 그때그때 내 마음이 가는대로· 아무튼 마음만은 너무 고마워 아델라· 이번 기부로 인해서 분명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생길 거야· 거기에는 네 공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
“하아··· 나도 왜 이런 걸로 우는 지 모르겠다 참· 몸을 얻게 된다니까 뭔가 감정적이게 되네·”
아델라는 옆으로 등을 돌리고 누웠다·
멀리서 볼 때는 정말 작게 느껴저도 지금의 나보다는 한참 큰 몸집이다·
“종교는 왜 조직하기로 한 거야? 그냥 재미로?”
“그것도 사실 다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 다 필요 없어졌어·”
“그래?”
“응· 내가 몸을 얻으면 뭔가 거창한 걸 해서 세상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는데··· 조금은 더 고민해보려고·”
“흡·”
“왜 웃냥? 기분 나쁘게?”
아델라가 몸을 반바퀴 돌려 나를 마주보았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눈썹을 씰룩였다·
아델라의 앞머리를 차분하게 정돈시켜주며 말했다·
“꿈이 참 크기도 하네· 생각하는 게 정말 어린 애 같아서 웃겼어·”
“누가 할 소리야? 지는 세계최강이 꿈이라면서? 쪽팔리지도 않나·”
“그거랑은 다르지· 나는 확정된 미래 너는 그냥 모호한 꿈·”
“괜히 사람 오기 부리게 한다? 그러다간 나도 마법 배워서 언니의 꿈을 방해하는 수가 있어?”
아델라는 인정 욕구가 많은 아이이다·
보나마나 종교를 통해서 자신의 영향력을 펼치려고 했을 테지·
나메시아는 딱 지금처럼 팬덤일 때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도 유희의 일환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이고·
“아까 말한 주의사항이라는 게 뭔데 그래서?”
“으음· 말해줄까? 듣고 싶어?”
“아니 못 말해줄 건 또 뭐가 있어? 말해줘·”
“아델라 너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통증을 느껴본 적이 없잖아· 그치?”
가상현실에서 허용되는 통각의 상한은 레고 밟은 고통이다·
그마저도 제한 시스템을 관리자 권한으로 풀어야 하니 실제로 통증을 느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나마 아팠던 경험이라고 하면 월오아에서 스스로의 심장을 찔렀을 때인데 그때는 자아가 명확히 수립된 시점이 아니라서 잘 모를 것이다·
“아니거든? 그 뒤에도 언니랑 함께 싸웠잖아! 나도 고통 정도는 느낄 줄 알아! 뭐 마법 쓰면 몸이 아픈가보지? 내가 못 참을 줄 알고?”
“그래 뭐· 네가 그렇다면야·”
“왜 얼마나 아픈데··· 응?”
아델라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여 불안한 눈빛을 보냈다·
“오래 걸리지는 않아· 길어봤자 30초? 1분? 응 딱 그 정도·”
“에이 뭐야· 30초면 껌이지! 근데 아플 게 있나?”
“신경과 뼈 근육 장기 전체가 뒤틀리는 고통이니까· 한 번쯤은 시도해볼 만하기도 해·”
물론 난 두 번 다시는 안 할 거다·
진짜 너무 아팠거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vaZWlFw8zU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원래 쓰는 건 한순간이라고 하니까요!! 아마도 나메는 기네스북에 오르지 않을까 싶네요!!
알빠노혹등고래님 1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나메 교수님은 오픈북 시험을 주관하십니다!! 이유는 아시죠?!
정말 현실 세계에도 5차 중동 전쟁이 일어날 것 같아서 무섭네요···
참고로 나메의 세계에서 야밈-노라임 전쟁은 2021~2024년에 발발하였습니다!! 천규진과 함초롱이 파릇파릇한 26살~29살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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