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42
마력발전의 날 기념일은 기자들에게 있어서 일종의 쉬어가는 날이었다·
행사가 매년 똑같은 탬플릿으로 진행되다보니 기사 작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AI에게 맡겨놓아도 무방했다·
대통령이 입장했다 다같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대통령이 축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꺼냈다 유명 연예인 누구누구가 참석했다 등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이런 기사의 연간 조회수는 보통 1천회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나메가 이천억 고액납세의 탑을 받으면서 기념식은 순식간에 특종을 취재하는 곳으로 변모했다·
[총 이천백억칠천오백···]
개인이 이천억을 태워?
한 달도 안 돼서 무슨 수로?
수상한 냄새가 풀풀 난다·
기념식이 끝나자마자 기자들은 나메에게 쏜살같이 달려가 취재를 따왔다·
그리고 현실은 언제나 픽션을 능가했다·
“군산 마력발전소를 통째로 빌렸어요· 기지국과 연결되기 전 유휴설비를 이용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관계자분들이 친절하게 도움을 주셔서 잘 쓸 수 있었습니다·”
그게 가능해?
놀이공원을 대관하는 경우는 있어도 발전소를 통째로 빌리겠다는 발상은 30년 경력의 베테랑 기자들도 난생 처음 들어보는 경우였다·
“제가 전부터 써보고 싶었던 마법이 여러 가지로 많았었는데 이 기회에 마음껏 시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겨우 이틀 사이에 2천억원을 태운 것이다·
도대체 무슨 마법이길래?
“무슨 마법인지는 말씀드리기는 어렵고요· 혹시나 염려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미리 말씀드리지만 마나를 축적하지 않았고 사용했던 마력석들도 모두 발전소 측에 전달하여 매뉴얼대로 폐기처분을 하였습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개인이 사적으로 마나를 모으는 행위는 불법이다·
나메는 그저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전 재산을 태웠다는 정신나간 소리로 해명을 대신했다·
“그럼 5서클 마법을 사용하셨단 건가요? 그러니까 본인이 직접···?”
머리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었지만 이를 제쳐놓고서라도 물리적으로 일단 그게 가능하려면 5서클 마법이 아니고서는 안 되었다·
나메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안 돼··· 여··· 여덟 살이잖아··· 여덟 살···”
최연소 5서클 마법 시전자의 기록을 3년이나 앞당긴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 * *
[노나메 킹갓제너럴엠페러충무공마제스티 재능이면 개추][1035]
(출처: 넷플릭스)
함초롱이 2008년 13살 때 최연소로 5서클 마법을 시전한 기네스북 기록을
재작년이었나 미국에서 아득바득 한번 깨보겠다고 NASA 직원 15명이 합세해서
어디 개듣보따리 5서클 마법(에베레스트?의 현미경 뭐시기)을 들고와
떠먹여주는 것도 모자라 꼭꼭 씹어서 소화액까지 알차게 뿌려가는 수준으로 개량해
11살 천재한테 넘겨줘서 30트 끝에 간신히 성공한 거를
노나메 얘는 그냥 밥 먹듯이 사용함ㅋㅋㅋㅋㅋㅋ
(노나메 마따끄짤·jpg)
아 그저 ^천재호소인참교육컷^
[댓글]
-나메 짤 합성 아니냐?ㅋㅋㅋㅋㅋ
└ 놀랍게도 진짜다·
└ 이왜진?
-에베레스트가 아니라 에렌페스트의 현미경 임마·
└ 작성자는 에베레스트를 현미경으로 보니?
-여기서 더 추한 사실 알려줄까? 저기 프로젝트 나온 여자애 11살이라고 하지만 정확히는 12살 되기 3일 전이었음·
└ 와ㅋㅋㅋㅋㅋ
└ 이건 진짜 너무 추하네ㅋㅋㅋ
└ 만 나이의 폐해·
-다시 보니까 함초롱이 엄청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 심지어 저땐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었잖슴·
-진짜 노나메는 전설이다··· 한국에 이런 인재는 두 번 다시 안 나올 듯·
└ 한국? 인류 역사상 없었다·
└ 님은 척삭동물문 최고 아웃풋이 ㅈ으로 보임?
└ 이쯤되면 아델라가 아니라 노나메가 AI 아니냐
└ 아 인간이라면 저런 거 못한다고ㅋㅋㅋ
-ㅅㅂ 이 세상에 노나메도 존재하는데 잔다르크가 가짜겠냐·
└ 듣고보니 그러네ㅋㅋㅋㅋ 바로 납득됨·
└ 소··· 솔직히 충무공을 나메한테 비비는 건 선 넘었다고 생각해요···
[나메의 5서클 마법 시전보다 더욱 소름돋는 사실 3가지][154]
노나메는 5서클 연산을 최소한 3000번 이상 시행했다·
노나메는 이틀만에 전재산 2100억원을 태웠다·
노나메의 아버지는 이를 허락했다·
[댓글]
-마지막이 제일 소름돋네ㅋㅋㅋㅋ
-이래서 마법중독이 도박중독보다 무섭다더라니
-근데 이틀만에 저 정도 돈 쓰면 아드레날린 오지게 나왔을 듯
-다시보니 하나도 귀엽지 않은 새끼··· 그냥 돈 먹는 하마였던 새끼···
-지가 과장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100억 정도는 남겨뒀겠지·
└ 매니저 피셜 빌려준 돈 아직도 안 갚고 있다고 함·
└ 지인 돈까지 빌렸냐고ㅋㅋㅋ 개악질이네 노나메ㅋㅋ
-이런 게 진짜 광기 아닐까·
감탄보다는 한탄을 경외보다는 경악을·
대중들이 보내는 시선은 혼돈으로 가득했다·
그녀의 오랜 시청자들은 나메가 월오아에서 5서클 마법진의 구조를 완벽하게 숙지하는 것을 보고 언젠간 일을 크게 한번 내겠구나 예상하기도 했다·
다만 그 시기가 훨씬 빨리 도래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조차 몰랐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 강제로 국뽕 한 사발을 주입당했다·
하지만 그녀가 사용한 금액에 우려를 표하는 여론도 나타났다·
[2천억이면 강남에 대형빌딩 사서 1년에 수십억은 임대료로 우습게 벌릴 텐데 나메가 너무 성급했다고 생각함·]
[아버지가 강하게 말렸어야했다· 평생 동안 좋아하는 공부 하면서 편하게 살 기회를 그깟 마법이 뭐라고 날려버린 거잖아· 아무리 남이지만 내가 다 짜증나네···]
[솔직히 사업인수 건은 운도 많이 따랐다고 봄· 인생에 두 번 다시는 없을 기회였을 수도 있는데·]
“확실히 너무 많은 돈이긴 하지···”
한편 아델라는 사람들의 반응을 훑어보면서 무거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나메가 직접 꾸며준 자신의 침실에서 한참동안 제자리를 빙빙 돌았다·
만약 그 금액을 기부를 했으면 수십만 명이 혜택을 누렸을 것이고 혼자 쓰기로 결심했으면 으리으리한 궁전에서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메는 아델라에게 모든 시간과 재화를 투자했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니 속이 메스꺼워졌다·
인어공주가 다리를 얻고 목소리를 잃은 것처럼 아델라에게는 육체를 얻은 대가로 지울 수 없는 죄책감이 덧씌워진 것이다·
‘내가 평생동안 일해서 2천억을 벌 수나 있을까? 내가? 나 주제에?’
아델라는 갑자기 바닥에 엎드려 플랭크 자세를 취했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운동으로 잊는 수밖에·
육체를 얻은 부담감이 막중하여 방송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캡슐도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나메 언니를 만난 건 정말 천운이지· 응 이거야말로 정말 다시는 없을 천운이야·’
똑똑-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바닥에 뚝뚝 떨어질 즈음 귀여운 노크소리와 함께 나메가 들어왔다·
“어 왔어?”
아델라가 고개를 들어 정면을 확인했다·
교복차림으로 들어온 나메는 방금 막 집에 들어온 듯했다·
나메는 말없이 플랭크를 하는 아델라 등 위에 올라타 한쪽 다리를 꼬았다·
“으으윽 내려와 나 무거워!”
“열심히 하네· 보기 좋아·”
얇은 팔에서 튀어나온 잔근육들이 마구 후들거렸다·
“20킬로가 생각보다 엄청 무겁··· 끄엑!”
털썩-
결국 아델라는 기진맥진하여 바닥에 엎어졌다·
나메는 다시 유유히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그녀를 일으켜주었다·
“언니는 돈이 아깝지 않아?”
“돈? 무슨 돈?”
“나한테 쓴 돈 말이야· 언니가 힘들게 연구해서 만든 약이라면서·”
“돈이야 또 벌면 되지·”
어려서 순수한 걸까 인생에 지나치게 초연한 걸까·
아델라로서 나메의 사고방식을 따라가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나는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자꾸 받기만 하니까 조금 죄책감이 들어서·”
“그래? 정 미안하면 앞으로 내 방 청소 대신 해주라·”
“아니···! 하 그래 알겠어! 나 그래도 조금 진지하게 말했던 건데·”
“내가 스스로 내린 결정인데 네가 죄책감을 가질게 뭐가 있어· 뭐 예전엔 궁금한 게 조금 있었는데 이미 페르소나 파이시로 확인해봐서 별 의미는 없어졌지·”
“나한테 궁금한 거?”
“응· 막 갑자기 마왕이 되어서 지구를 지배하고 싶다던가 그런 기분은 안 들지?”
나메의 뜬금없는 소리에 아델라가 푸하핫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해서 돈이라도 많이 벌 수 있었으면 꼭 되고 싶네요!”
“이거 완전 사회부적응 고위험군이네· 아무튼 네 신분이 대충 정해졌어· 이거 알려주려고 온 거야·”
“와 진짜? 드디어!”
“나처럼 무국적자로 하기에는 절차가 복잡하니까 이미 한국에 입국한 사람들 중 기록이 말소된 사람 중 한 명으로 위장해서 신분증을 만들기로 했어·”
“응응· 근데 그럼 나중에 문제 안 돼?”
아델라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보았다·
나메는 양쪽 검지로 X자를 만들었다·
“매년 10만 명씩 난민인정심사를 넣는데 모두 정확하게 관리하기란 불가능하지· 인천 부평구와 부산 해운대구 그리고 몇몇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난민들만 해도 백만 명이 넘으니까·”
“오··· 생각보다 엄청 많았네·”
“참고로 지난 30년간 입국한 무국적자의 수만 해도 20만 명이 넘어· 어쨌든 우리 아빠랑 같이 고민을 해봤거든? 네 인종이 어디에 제일 가까울까 하고·”
아델라가 가상현실에서 현실로 넘어오면서 외모도 조금 더 사실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델라 자체가 게임 속에서만 존재하던 캐릭터였고 나메의 전생 또한 이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인종이었으니 아델라의 외모는 정말 오묘하기 짝이 없었다·
“일단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쪽 사람들과 제일 닮은 것 같고 신기하게도 일본인 얼굴도 약간씩 보인단 말이지?”
“그렇게 말해도 난 잘 모르는 걸·”
아델라는 서양인과 동양인의 혼혈 굳이 따지자면 서양인에 조금 더 가까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인종이 훨씬 다양해진만큼 동양인이라고 우겨도 무리없이 받아들여질 수준이다·
“굳이 의심을 한다면 수상할 정도로 한국어 발음이 좋다는 거 하나뿐?”
“그건 뭐 연습 많이 했다고 하면 되니까·”
“그렇지· 검은색 머리에 검은색 서클렌즈까지 끼면 웬만해선 못 알아볼 거야·”
“그 정도야? 내가 보기엔 가상현실 때와 똑같이 생겼는데·”
아델라가 우려를 표했다·
나메는 잠깐 틱톡을 켜서 ‘#아델라’ 태그를 검색해 보여주었다·
그러더니 분장과 화장과 필터의 힘으로 아델라보다 더 아델라같이 생긴 중국인들이 수십 명씩 튀어나왔다·
“아 이러면 진짜 모르긴 하겠다·”
아델라가 미간을 좁히며 불쾌함을 호소했다·
“출신지는 대충 폴란드나 우크라이나라고 둘러대면 될 거야· 사실 딱히 중요하지도 않은 게 어렸을 때부터 쭉 한국에서 자랐다고 하면 되니까· 개명신청부터 할 거니까 한국식 이름도 내일까지 고민해보고·”
“아 이름이 또 중요하지! 이름··· 이름··· 오늘 밤에 고민해보고 알려줄게! 그래도 되지?”
아까의 침울했던 분위기는 싹 사라져있었다·
비록 가짜이긴 하지만 이름과 국적이 생기고 나메와도 정식으로 가족이 되는 거니까·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아델라는 의욕을 불태우며 활짝 웃었다·
“마지막으로 아델라·”
나메가 손뼉을 치며 지그시 아델라를 쳐다보았다·
“응?”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4월 9일이 무슨 날인데? 세계 ASMR의 날을 말하는 건 아닐테구·”
“정말 몰라?”
나메가 피식 웃더니 3초간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더니 이윽고 커다란 상자를 가져와 아델라 앞에 불쑥 내밀었다·
“선물? 나 주는 거야?”
“응·”
“왜? 갑자기 왜 이렇게 잘해주지? 불안하게·”
“핳·”
아델라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메를 쳐다봤다·
나메는 두 팔을 활짝 펼쳐 아델라를 꼭 껴안아주었다·
“생일 축하해 아델라·”
그 한마디에 아델라의 눈동자가 나메의 머리가 있는 옆으로 스르륵 돌아갔다·
“새··· 생일? 내가?”
“응· 4월 9일· 네가 게임에서 탈출한 날·”
“아아··· 아 그러네···! 아흫···”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아델라의 심장을 강하게 옥죄어왔다·
“벌써 1년이나 지났었구나·”
아델라가 두 눈을 살포시 감았다·
“나··· 진짜 깜짝 놀랐잖아···”
아직은 한참 작은 나메를 똑같이 소중하게 껴안아주었다·
“축하해줘서 고마워 언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최고의 생일선물을 받은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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