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58
[‘고양이교미가제일좋아’님이 10000원 후원!]
-이번 판 승리 시 킬당 10만원 ㄱㄱ?
[킬당 10만원이요? 아니 잠시만요 고교좋님 제가 20킬 넘게 해도 감당 가능하세요? 숨겨왔던 비장의 무기를 꺼낼 수밖에 없겠구먼·]
-큰 손 등장 ㄷㄷㄷㄷ
-수상할 정도로 수상한 퍼리충 ㄷㄷ
-황금고양이의 간택을 받았다!
-고교생도 아니고 고교좋이넼ㅋㅋ
-이 사람 ㄹㅇ 재벌이냐? 매번 돈을 뿌리고 다니는데·
└ 노나메 매니저잖아·
└ UFC 편에 잠깐 등장했는데 찐 재벌 느낌 풍기긴 함·
여자 세 명이 모여서 기껏 한다는 게 엽떡과 치킨을 먹으며 인터넷 방송을 본다는 것이었다·
“재벌들도 치킨을 시켜먹는구나·”
“나 살면서 그 소리만 천만번째 듣는 것 같아·”
일단은 우리 셋의 관심사가 겹치는 영역이 인방 말고는 없었다·
아델라는 화장품에 관심이 없었고 이보름은 여행을 싫어했으며 나는 음악이나 영화·드라마에 대해 무지했다·
“이야 진짜 부자네 부자야· 그렇게 돈을 많이 쓰면 부모님이 뭐라 안 하냐?”
아델라가 닭다리를 뜯으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나 용돈은 따로 받는데?”
이보름은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은 아델라의 꼬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모종의 거래를 통해 아델라의 꼬리를 독차지하는데 성공한 모양이다·
“용돈을 따로 받는다고? 그럼 이건 뭔데?”
“아아 이건 주식배당금· 카드는 어디에다가 썼는지 아빠가 깐깐하게 검사하거든· 배당금은 뭐 내 개인 통장에 다이렉트로 꽂혀서 괜찮아· 흐으읍 그나저나 소나무 냄새 너무 좋다 델라야· 내 방 향수로 만들어버리고 싶네?”
“캬아아아악!”
이보름이 꼬리를 자신의 인중에 갖다 대자 아델라가 털을 빳빳하게 세웠다·
나도 문득 궁금해져서 물어보았다·
“별 맛은 안 나지?”
“응· 아무 맛도 안 나·”
“오러의 맛을 느끼는 건 쉽지 않지· 미뢰 하나하나에 전부 오러를 둘러야 하니까· 그리고 난다해도 대부분은 쓴맛밖에 안 느껴질 거야·”
“응 맞아 너무 아쉬워요· 그래도 솔향에 만족하면서 살래·”
“내 꼬리가 공공재도 아니고 다들 너무하다 정말! 야야 이보름! 캡사이신 묻은 입으로 꼬리 물지 마!”
다시 꼬리를 회수한 아델라·
매번 소리치기에 귀찮았는지 급기야 외적발현을 해제해버렸다·
자기 몸도 아닌데 왜 이렇게 과민반응하는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고양이의 세심한 마음은 아무튼 이해하기 어렵다·
“나메야 떡볶이 안 매워? 먹을만은 해?”
“응· 너무 맵다 싶으면 오러로 중화시키면서 먹고 있어·”
“굳이 그렇게까지 힘들게 먹어야 할까···?”
“매운 걸 못 먹는 거지 싫어하는 게 아니야·”
“오구오구 그랬어? 우리 방장님 대견하네!”
내가 날개에 붙은 살점을 깨작깨작 뜯어먹을 동안 먹성 좋은 두 소녀들이 순식간에 떡볶이를 해치워버렸다·
그동안 미션을 받은 스트리머는 정말로 20킬을 달성했지만 팀의 패배로 인해 모든 돈을 날려버리게 되었다·
이보름이 깔깔 웃으며 가차없는 채팅을 쳤다·
“근데 너무 취미가 고약한 거 아니냥?”
“오피스텔 잡고 마약파티 하는 애들에 비하면 엄청 건전한 취미인데?”
“으엣· 그런 식으로 비교를 하는 건 반칙이지! 누가 그러는데? 네 친구들?”
“아 몰라 이제는 다 손절 친 애들이야· 아빠도 내가 사고만 안 치면 뭘 하든 신경 안 써서· 오히려 인방 보는 걸 더 장려하지 않을까?”
“재벌들의 세계는 어떤데? 조금만 알려주면 안 되냥? 엄청 궁금해!”
아델라가 턱을 괴고 눈빛을 반짝였다·
누가 돈 좋아하는 아이 아니랄까봐·
이보름은 태연하게 답했다·
“그냥 딱히 뭐··· 특별한 건 없는데· 내가 아는 사람들만 얘기하면 공부할 애들은 공부 열심히 하다가 미국으로 유학 가고 노는 거 좋아하는 애들은 보통 오마카세 투어나 패션쇼 많이 구경하러 간다더라· 이제 거기서 만난 인맥으로 가끔 연예인이랑 밥도 먹고 심심하면 같이 마약도 좀 빨고·”
“아니 기승전 마약 뭔데!”
“진짜로 건실하게 사는 친구들은 다 아카데미로 가버렸으니까 나야 소식을 모르지·”
“정말 극과 극이다·”
“돈이 많으면 원래 좀 극단적으로 나뉘는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 다들 살고 싶은대로 사니까· 아니 근데 사실 나메야말로 진짜 재벌 아니야? 2천억이잖아 2천억!”
“난 쟤한테 다 써버렸어·”
“아··· 맞다 그랬지 참···”
“그래 내가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이 세상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지!”
아델라가 가슴을 팡팡 두드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응이 저렇게 좋으니 놀리는 맛도 있을 수밖에·
사사로운 얘기는 끝내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갔다·
“보름 언니 그때 빌려준 돈은-”
“아하핫 괜찮아 괜찮아! 안 갚아도 돼! 고귀하신 아델라느님을 현실에서 영접할 수 있게 됐는데 그깟 돈이 무슨 대수라고!”
“말로만 느님이라고 붙이지 말고 대접도 잘 해줬으면 좋겠네요!”
“흐응 우리 델라는 고등학교 어디 다녀? 나도 그리로 전학갈까?”
“오면 죽는다 너!”
“둘 다 조용히 좀 해봐!”
박수를 세게 쳐서 정신 없는 그녀들을 진정시켰다·
무슨 한마디 한마디를 꺼내기가 힘들다·
“사실 오늘 또 모인 목적이 있어· 아마 보름 언니도 솔깃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온 거야·”
“오 방장님이 또 무슨 일을 벌이려고 하는구나! 난 찬성!”
“들어보고나 얘기해줄래?”
나는 폰을 바닥에 놓고 홀로그램 모드를 켰다·
“아델라 커튼 좀 쳐줘·”
“네이!”
깜깜해진 거실 속에서 은은한 푸른 불빛이 역피라미드 구조로 새어나온다·
나는 손가락으로 창백한 푸른 점을 계속 확대한다·
중심에 나타난 구 모양의 지구를 두 손으로 펼쳐 2차원상의 세계지도를 보여주었다·
“지도? 세계여행이라도 가려고?”
아델라가 던진 말에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혹시 미국에 대형재단이 몇 개 있는지 알아? 고위 마도사 100명 이상을 보유한 기준으로·”
“모르겠는데·”
“50개가 넘어· 정확히는 53개·”
빨간색 송곳핀이 나타나 각 재단 본부의 위치를 찍어 알려주었다·
“중국이 20개 일본은 9개 그에 비해 한국은 겨우 4개뿐이지·”
대표적으로 라온 클랜이 대한민국의 4대 클랜 중 하나에 속했다·
의외로 창천남궁은 30명 정도로 중간규모의 클랜이라서 4대 클랜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내가 전부터 곰곰이 생각해봤어· 왜 자꾸 주위에서 나를 못 살게 구는 걸까? 내가 결국 대한민국을 떠나야만 이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는 걸까?”
최근에 세무조사 건도 보면 나를 향한 명백한 악의가 느껴졌다·
지금 감사원이 열심히 국세청을 털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봤자 주의 처분을 내리는 게 전부일 것이다·
만약 바이오아카식의 회계장부에서 조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이 나왔다면 여론은 반대로 돌아섰겠지·
요즘들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을 도저히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세상 어디를 가도 똑같을 거라는 거야· 처음에만 잘해주는 척 하다가 결국 또 나를 이용해먹겠지· 아델라 너도 예외는 아니야· 네가 지금 당장 정체를 들키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그··· 그러게?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정말 운 좋으면 국정원이고 운 나쁘면 바로 해외로 납치당하는 거지 뭐· 이게 보통 마법은 아니니까·”
“확실히··· 세상 모두가 탐낼만한 마법이긴 해· 난 이런 거 들어본 적도 없어·”
이보름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이에 적잖이 동의했다·
단순히 개인으로서 강해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잠시 전생을 떠올려보자면 1만 명의 범인들이 작정하고 밤낮으로 덤볐을 때 나조차도 살아남기에 급급했다·
개인 간의 격차가 훨씬 두드러지는 하이파워 판타지 세상도 이러한데 지금 여기는 어떠한가·
마나가 희박하다 즉슨 마력발전소로부터 공급이 끊기면 극히 제한된 오러만을 가지고 싸워야 한다는 뜻이 된다·
“축구선수들이 왜 패스를 하는지 알아? 사람은 공보다 빨리 달릴 수 없어서 그래· 마찬가지로 한 명보다는 두 명이 두 명보다는 세 명일 때가 훨씬 강하지·”
그 1만 명의 병사를 부린 귀족은 정말 별 볼 일 없는 돼지새끼였다·
하지만 수많은 체스 기물의 보호를 받는 왕처럼 그의 안전장치는 너무나도 견고해서 뚫는 것조차 정말 한세월이었다·
결국 권력이 있어야 한다·
이는 휘두르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함이다·
용사파티처럼 황실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배신당하는 그림은 이제 딱 질색이다·
두 번이나 죽었으면 이렇게 배우는 것도 있어야지·
“나는 클랜을 만들 거야·”
“클랜을?”
지금 세계 어디를 가도 개인이 대용량의 마나를 축적하는 건 법으로써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마나를 아무한테나 넙죽 줘버리면 언제나 국가 전복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딱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바로 클랜이다·
클랜이라고 국가를 무너뜨릴 힘이 없는 것 같은가? 아니다·
그냥 클랜의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 거다·
“나메야· 근데 클랜의 설립이 쉬운 건 아니야· 일단 돈도 많이 들고·”
“알아· 한국 클랜들은 대부분 대기업들의 후원을 끼고 있는 거·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대부호들이 많은 게 아니니까· 그래서 보름 언니에게 부탁하는 거야· 삼연 그룹은 아직 후원하는 클랜도 없잖아·”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혹은 새로운 혁신 기술을 발굴하기 위해 하나 또는 여러 개의 클랜에 후원을 하고 있다·
다만 삼연같은 경우는 다소 특수한 위치에 있는 기업이라서 예외였다·
이들은 대한민국에서 마력 기지국 등의 인프라를 설치하는 B2B 기업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나서서 지켜주기 때문에 애당초 클랜의 도움이 필요가 없었고 이미 독점적인 위치를 선점해놓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그냥 통째로 사버리면 됐다·
그렇다고 마케팅에 이용하기 위해 영세 클랜들을 후원하자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터·
“꼭 삼연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어· 후원을 받는 건 오로지 내 능력에 달린 일이니까· 그냥 언니가 삼연가 재벌이라길래 미리 한번 얘기해본 거야·”
이보름의 고민이 깊어졌다·
가족 내에서 그녀의 위치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이보름의 아버지는 그녀를 반쯤 버려진 자식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이제와서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긴 하지·
선택은 오로지 그녀의 몫이었다·
“그리고 다른 조건들도 있잖아· 일단 창립을 하려면 고위마도사가 돼야 하는데·”
이보름의 지식 수준은 예상 외로 뛰어났다·
역시 재벌은 재벌이라 이건가·
“응 맞아· 그리고 그 고위마도사의 조건이 뭐가 있었지?”
“일단 A급 고유마도를 창시해야하고·”
이보름이 손가락을 하나씩 펴면서 말했다·
“또?”
“한국마력공사 납세액이 10억원을 초과해야 하고·”
“응응 또?”
“마지막으로 국가가 인정하는 5인 이상의 고위 종군마도사의 추천을 받아야하는 거였나···? 6인?”
“5인 맞아·”
사실 첫 번째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고 나머지는 애국심을 테스트하는 조항에 불과하다·
“아!”
이보름이 박수를 짝 치며 무언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메야 너 이미!”
“응· 이미 아데라라는 A급 고유마도를 만들어냈는데?”
에미카의 일본 귀국 이후로 다시 수그러들었던 매출이 확 뛰었다·
수많은 바리에이션들이 나와도 결국 사람들은 원본을 선호하는 법이다·
“그리고 10억원이 뭐야· 난 2000억을 냈어·”
그 생각만 하면 아직도 억울하긴 하지만 법을 따라야지 어쩌겠나·
“그럼 추천인은·”
“우리 아빠랑 세피론 아카데미의 구온유 교장선생님· 나머지 3명만 더 구하면 돼·”
클랜을 설립함으로써 한국 내에서의 입지를 넓힌다·
아주 먼 훗날의 얘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 클랜이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하게 되면
발푸르기스는 이 세계지도 상에서 완벽하게 지워져 있을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zakuti님 오늘도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연소 고위마도사와 최연소 클랜장의 타이틀을 탐내는 나메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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