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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GB Chapter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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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 감옥 (2)

아주 오랜만에 감옥에 갇혔다·

아니, 감옥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런가?

엄청난 괴물이 갇혀 있다든가, 미궁에서 죽은 줄 알았던 초대형 범죄자들이 고문을 당하고 있다든가·

그런 온갖 루머가 가득한 왕실 지하 감옥·

‘···온수가 우리 집보다 더 빨리 나오네?’

감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설비가 호화롭다·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 온 것 같달까·

방만 해도 무려 세 개고, 침대는 내가 옆으로 두 바퀴를 굴러도 남을 정도로 크다·

또한 화장실에는 대형 욕조까지 있었는데····

“···나쁘지 않네·”

물론 지하 감옥의 전부가 이런 식인 것은 아니다·

그야 내가 위치한 곳은 지하 1층에서도 한쪽 구석에 따로 마련된 특수 수감실이니까·

죄인이기는 하여도 왕실의 존중을 받는 이들이 투옥 생활을 하는 장소·

뭐, 사실 투옥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단 보여주기 식으로 가두는 거겠지만·

아무튼·

“얀델 남작,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겠는가?”

투옥 생활이 시작되고서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면회객이 방문했다· 바로 몇 시간 전에 만났던 바로 그 왕기사 할아버지였는데····

내 애국심을 보고서 놀랐다든가·

투옥 생활이 불편하지는 않냐고 묻는다든가·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라든가·

현재 노아르크인들은 지하 5층에 투옥되어 정보부 요원들에게 심문을 받고 있고, 그러던 중 부단장이 살아남을 수 있던 게 ‘정수’ 덕분임이 밝혀졌다든가·

나를 호의적으로 대하며 스몰 토크나 조금 나누다가 마지막에 조금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떠났다·

“···이만 가보겠네· 아까도 말했지만 이틀간은 딴생각 말고 쉬게· 후작이 자네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다른 의도일지도 모르니·”

“···응? 그게 무슨 소리냐?”

“오히려 자네가 탈옥하기를 바란 것일 수도 있단 뜻이네· 기간이 고작 이틀에 불과할지라도, 탈옥의 죄가 덜어지는 것은 아니니·”

왕기사 할아버지는 일이 있다며 그 말을 끝으로 돌아갔고, 나도 좀 생각이 많아졌다·

‘확실히 일리가 있긴 하단 말이지·’

그도 그럴 게, 후작은 감옥에 갇힌 나를 과할 정도로 잘 대접해줬다· 내 성격을 안다면 탈옥할 수 없게끔 훨씬 더 많은 제약을 걸 수 있었을 터임에도·

특수 수감실에 가뒀고 구속구도 채우지 않았다·

솔직히 맘만 먹으면 지금 당장 문짝을 뜯고서 밖에 나가는 게 가능할 정도였는데····

“···계세요?”

어찌된 영문인지 왕기사 할아버지가 떠나간 후로 얼마 되지 않아 두 번째 면회객이 방문했다·

여긴 뭐, 아무나 오고 싶으면 올 수 있는 곳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 좀 웃기긴 했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아무나가 아니긴 하지·’

단지 내 주변에 왕실 지하 감옥에 출입할 수 있을 만큼의 위치를 가진 이가 많았을 뿐이다·

지금 도착한 두 번째 면회객처럼·

“라그나····”

“오랜만입니다···· 어디 불편한 곳은 없으신가요? 제가 생각하는 감옥과는 다르다 들었지만, 여기서는 안에가 잘 보이지 않아서····”

“아마 네가 들었던 대로일 거다· 딱히 불편한 건 없다· 이 정도면 식사도 잘 나오는 거 같고·”

“아···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냐 여긴?”

이내 찾아온 목적을 묻자, 라그나가 머뭇거리다가 식사를 넣어주는 틈새로 포장된 상자 하나를 집어 넣는다·

‘뭐지?’

비밀 서류라든가, 은밀히 전해야 하는 편지라든가·

그런 걸 생각하며 말없이 포장을 풀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한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쿠키?”

자그마한 상자에는 빼곡하게 쿠키가 채워져 있을 뿐, 별다른 건 보이지 않았다·

아, 쿠키 안에 쪽지 같은 걸 집어 넣은 건가?

문득 든 그 생각에 얼른 하나를 집어 입에 씹던 차·

“들어보니까 식사 때 디저트 같은 건 나오지 않을 거라 들어서···· 직접 구워 봤는데 어찌··· 입에는 맞으십니까?”

“어··· 어? 어, 맛있다!”

“후후, 그렇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잘 들립니다·”

“····”

후작이 뭔가 시켜서 온 건 아닌가 했는데, 정말로 그냥 먹을 거나 챙겨주고 얼굴이나 보려고 했던 모양·

따라서 그냥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 사소한 잡담이나 나누던 중, 문득 만난 김에 그거나 물어볼까 싶었다·

비밀 서재에서 보았던·

라그나의 친모로 추정되는 여성의 그림·

과연 얘는 그 여성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한번 물어봐볼까도 싶었지만, 그냥 하지 않기로 했다· 후작이라면 도청 장치를 여기저기에 숨겨뒀을 거 같—·

“아니, 잠깐만·”

불현듯 뇌리에 벼락이 친다·

“···왜 그러세요?”

그러고 보면 후작이 나한테 말은 했던가?

조금 미안하게 됐지만, 라그나의 물음은 무시하고서 후작과의 대화를 복기했다·

‘안 했어·’

차차 돌이켜보니 확실해졌다·

그때의 후작은 하지 않았다·

[그래··· 우리 가문을 수색하다가 정말로 그들을 발견해냈다고?]

분명 가문 내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모든 소식을 들었을 터임에도·

[이틀, 딱 이틀만 징계를 받게·]

후작은 떠보기는커녕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내가 멋대로 들어간 그 ‘비밀 서재’에 대해서·

정말 단 한 마디도·

그냥 스쳐 지나가는 말로도 한 번쯤 얘기가 나올 법도 한데·

‘···그렇게까지 중요한 비밀이 아니었던 건가?’

누가 알아채든 크게 숨길 일은 아니라서·

그래서 후작은 그렇게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걸까?

아예 말이 안 되는 가정은 아니지만, 내가 밟아온 지난 삶들이 말해주었다·

‘아니, 그럴 리가·’

오히려 그 반대다·

후작이 이것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그 ‘비밀’이 너무나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가정이 맞는다고 한다면·

‘···제일 위험한 건 나일지도·’

어쩌면 지금 당장은 7구역에 있는 동료들을 걱정할 때가 아닐지도 모른다·

“···대체 뭐 때문에 그러시는 건지요?”

아, 물론 후작의 딸이기도 한 라그나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는 망상이었다·

따라서····

“···배가 아프다!”

“···예?”

“어서 화장실에 가야겠다! 아, 그리고 이 쿠키는 잘 먹겠다! 고맙다!”

“예? 아···· 예·······”

바바리안식 회피 기동술을 사용하여 이쯤에서 라그나와의 대화를 종료·

라그나가 떠난 후에는 실제로도 배가 조금은 아파 화장실에 가 변기에 앉았다·

그리고 또 얼마나 흘렀을까?

데구르르·

밖에서만 열 수 있는 배식구를 통해 무언가 수류탄 비슷하게 생긴 게 굴러들어오더니·

번뜩-!

그대로 폭발하며 세찬 빛을 내뿜는다·

‘섬광탄···?’

처음엔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눈이 멀 정도로 세찬 빛은 아니었으며 빛이 맞닿은 피부에도 딱히 대미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누구지···?’

공격은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망치를 꺼내 들고 출입문으로 다가가던 때, 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있는가?”

제1 왕실 기사단장, 제롬 세인트레드·

아니, 정확히는 그의 몸을 차지한 고대의 노괴·

“자네에게 급히 전할 말이 있어 찾아왔네·”

촌장이었다·

***

왕실 감옥이 무슨 애들 놀이터도 아니고·

하루에 대체 몇 명이나 방문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세 번째 면회객은 촌장이었다·

“너는 또 무슨 일이냐? 아까 그건 뭐고?”

“왕실 정보부에서 사용하는 마도구일세· 일순간 강력한 마력 파장을 퍼뜨려 통신 계통의 마도구를 무력화 시켜주지·”

음, 쉽게 말하자면 EMP 수류탄인 건가?

“듣는 귀가 있을지 몰라 행한 조치이니 자네가 이해해주게·”

그거야 뭐, 나도 도청 장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긴 했으니까 상관없는데·

“됐고, 급히 전해야 한다는 사안이 뭐냐?”

이내 본론으로 들어서자, 정말로 급하다는 말이 사실인지 촌장도 즉시 핵심만을 얘기했다·

“곧 시작될 걸세·”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 핵심만 얘기한 거 아닌가?

“시작되다니? 뭐가 말이냐?”

“모든 게 불타오를 날이·”

“아니, 그러니까 그게 무슨 뜻—·”

불안하게 뛰는 심장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최대한 차분하게 되묻던 그 찰나·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지상에서부터 전해진 진동이 수십 초가량 동안 이어지더니·

드드드드드드-!!

이윽고 감옥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천장에 금이 가고, 천장을 지탱하던 벽면이 파이며 파편을 떨어뜨린다·

이에 당황해 철문을 잡고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거냐고 촌장에게 물으려던 순간·

촌장이 한발 먼저 입을 열었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게· 더 이상 이곳은 안전하지 않으니·”

“아니, 그러니까 설명을 좀—!”

“당장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네· 살아남게· 그러고 나면 나도 자네에게 해줄 말이 있으니·”

“해줄 말이고 뭐고 상황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말을 해줘야 내가—!”

“슬슬 시간이 됐군· 이후 상황은 뒷사람에게 듣게·”

이내 그 말을 끝으로 촌장이 떠나는 기척이 철문 너머에서 느껴졌다·

그리고····

타다다닷-!

굉장히 다급한 걸음 소리가 빠르게 내가 있는 곳으로 가까워지는 게 느껴진다·

촌장이나 왕기사 할아버지는 아니었다·

그야 딱 봐도 무술과는 연관이 없는 일반인의 걸음 소리였거든·

‘라그나인가···?’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그녀였으나, 놀랍게도 이번 방문객은 어느새 네 번째나 된 새로운 면회객이었다·

쾅쾅쾅!

“얀델 씨!! 얀델 씨!!”

“레이븐···?”

“아, 계셨구나! 다행이에요! 지금 열어드릴 테니—·”

“필요 없다·”

나는 애초에 아무런 의미도 없던 문짝을 잡아뜯으며 밖으로 나갔다·

“어···?”

“서둘러 본론만· 지금 위에서 무슨 일들이 펼쳐지고 있는 거지?”

“아, 아···!”

이내 내 음성을 듣고서 정신을 차린 듯한 레이븐이 서둘러 브리핑을 시작했다·

“우레! 우레가 영광의 궁에 떨어졌어요!”

‘우레’·

왕실에서 보유 중인 세 개의 ‘마도병기’ 중 하나의 공식 명칭·

“얀델 씨한테 오는 길에 통신으로 들었는데, 영광의 궁이 무너졌고, 총사령관인 재상도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이래요! 지금 다들 공황 상태에 빠져서 피난을 가고 있다는데···!”

나는 레이븐의 어깨를 짓누르듯 잡았다·

도대체 위에서 뭘 본 것인진 몰라도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이,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얼른 피해야 해요! 만약 그게 하, 한 번 더 떨어지면 여기도 멀쩡하지 못—!”

“진정해라, 레이븐·”

“하지만···!”

“진정하래도·”

“····”

강하게 말하자 레이븐도 입을 꾹 다물었다·

뭐, 그런다고 몸의 떨림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패닉에 빠진 조금 전보다는 훨씬 나았다·

“7구역은··· 7구역 쪽은 어떻게 됐는지 소식이 있나?”

“모, 모르겠어요· 우, 우레가 떨어지기 전에 비프론 소탕 작전을 시작한단 말이 있기는 했는데····”

음,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이후 나는 마지막으로 하나만 확인했다·

“재상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 정보가 더 있나?”

“네? 아뇨!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통신으로 들은 소식에 따르면 우레가 떨어질 때 분명히 영광의 궁에 있었다고 해요!”

“그렇군·”

그리 대답하면서도 직감··· 아니, 확신했다·

후작은 살아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레’를 터트린 게 후작일지도 모르지· 노아르크놈들과 뭔가 공모를 꾸몄을 수도 있는 정황이 있는 놈이니까·

“잠깐만, 시간을 줘라·”

“네? 시간이라니요?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어서 밖으로 나가야—!”

“잠깐, 아주 잠깐이면 된다·”

이내 그 말을 끝으로 레이븐이 뭐라 하건 입을 꾹 다물고서 생각을 이어나갔다·

일분일초가 다급한 전시·

고민을 끝마치고 결론을 내리기까지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도망치는 것은 최악의 수다·

지금 당장 도망치는 것도, 밖으로 나가 7구역의 동료들과 합류하는 것도 혼란에 빠진 현 상황에선 전부 가능할 테지만·

상식적으로 그게 훨씬 더 안전한 선택일 테지만·

툭·

모든 일에는 ‘골든 타임’이라는 게 있잖아?

초기 대응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뒤따르는 결과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그래, 그러니까····

“먼저 가라, 레이븐·”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미쳤어요? 얀델 씨가 지금 위에 상황을 몰라서··· 아니, 어디를 가는 거예요!”

이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날 보며 레이븐이 기겁했다·

그야 그럴 것이다·

지금 내가 가는 복도를 따라가면 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온다·

그리고····

“지하 5층이랬지····”

“지하 5층요···? 거기는 왜 가려는 건데요!”

왕기사 할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거기에 갇혀 있다·

항복한 ‘마안’과 함께 붙잡혀 온 노아르크 특수 부대가·

구속구를 차고 모든 능력이 봉인 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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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orn Yandel the Barbarian

Bjorn Yandel the Barbarian

Score 9.5
Status: On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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