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1
‘구름 조명 각도 후광 음향 효과에 허공답보···· 좋아· 일단 문제는 없는 것 같군·’
뭐··· 조금 과하다 할 순 있겠지만 필요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하는 남궁진이었다· 온갖 휘황찬란한 연출 장치가 그를 휘감고 있었다·
남궁진은 근엄한 자세를 유지하며 역장을 밟고서 천천히 하늘을 거닐었다·
나이가 어려 가문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무게감 있는 연출이 필요했다· 그가 온갖 장치를 동원한 까닭은 ‘전설’로 남을 필요가 있어서다·
사람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남궁세가에는 천외천의 무인이 버티고 있다고·
솔직히 무림맹 무사들이 입을 떡 벌리며 경악하는 반응에 뽕이 차오르기도 했고····
‘이 정도면 두고두고 회자되겠지·’
검선 여동빈 혹은 무당의 장삼봉 선배님들 정도의 신화가 아니면 남궁세가의 재건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차후 자신은 은둔고수 정도의 위치를 잡고 행정은 대리인이나 맹에 맡기고서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면 되는 것 아닐까?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무인들은 놀라자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으며 이는 무림맹의 장로와 맹주도 마찬가지였다·
천둥만 휘몰아쳐도 천신이니 용신이니 호들갑을 떠는 시대다·
‘음· 나도 [차원 통합 커뮤니티]가 없었다면····’
세상은 넓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적을 아무런 힘도 들지 않고 보여줄 수 있다니·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신문물을 잘 이용해야겠다고 다짐하는 남궁진이었다·
‘주딱 만세 뽑기 만세·’
시답잖은 상념을 마친 그는 아래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놀랐지?’
하하·
그런데 그런 생각도 잠시·
그가 기대하는 반응이 전혀 아닌 것 같았다·
‘뭐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는 붉은 갑옷· 검붉은 갑옷에 이가 나간 철검 하나를 든 상대였다·
뭘까? 이 찝찝함은·
남궁진은 한 발 한 발 신경 써서 구름을 거닐 듯 내려오며 상대를 자세히 관찰했다· 죽립으로 가려진 그의 눈동자가 바쁘게 상대를 살폈다·
도대체 뭐지?
의아했다·
뭔가 익숙한 것도 같은데···· 으음· 떠오를 듯 말 듯···· 뭔가 떠올리지 않으면 큰일이 날 듯한····
“!!”
헙!
그의 연출이 와장창 깨질 뻔했다· 머릿속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가정이 떠올랐던 탓이다·
설마···· 설마· 에이· 아니겠지· 하하· 말도 안 돼·
남궁진은 떨리는 눈동자로 다시금 상대를 바라봤다·
말도··· 안···!
섬뜩!
“누님!! 불초 제자 남궁 모! 위대한 누님께 인사 박습니다!!”
당황한 궁진은 아니 남궁진은 허겁지겁 연출 장치를 끄며 상대에게 날 듯이 뛰어갔다· 너무 당황한 터라 안개와 음향 장치 및 후광 효과를 오히려 증폭시켰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다·
안개가 폭사하고 빛이 번쩍거리며 삐이이 이명이 장내를 뒤덮었다·
쿠르릉- 쿠릉-
천둥이 치고 구름이 치솟아 하늘이 갈라졌다가 다시 붙으며 세기말의 풍경을 보여주는 듯했다·
허나 이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만 그랬다는 것이고 남궁진의 눈엔 오직 붉은 갑옷만 보였다·
“아아! 누님!”
“?”
“예! 맞습니다!! 저예요 저! ‘궁진아니고진’이요!”
남궁진은 그녀에게 다가가는 순간 오싹함을 느꼈으나 그와 별개로 기쁨이 더욱 커 반갑게 다가갔다·
“아아 제가 누님을 몰라뵙고!”
“····”
남궁진은 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이런 멍청이!’
프리미엄 상점에 있는 간판 영상에서 ‘악마왕비르델’의 갑옷이 살짝 나왔던 부분이 있었다· 물론 확신하진 못했다· 그때의 그는 뽑기에 눈이 돌아가 영상을 자세히 살필 틈이 없었다· 언뜻 스쳐 지나가며 본 게 다였다·
허나·
만약에 진짜라면? 조금이라도 그런 가능성이 있다면 당장 머리부터 박는 것이 순리였다·
‘게다가 부관리자님들은 하나같이 총애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이래저래 생각해도 납작 엎드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최근 뽑기 상점을 통해 그가 무림에서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닌다지만 차원 통합 커뮤니티를 생각하면 하룻강아지나 다름없었다·
‘특히 관리자와 부관리자만큼은···!’
남궁진은 기억하고 있다·
얼마 전에 하마터면 주딱을 도발했다가 삼도천을 건널 뻔한 누군가의 말로를·
-작성자: 불꽃용용이
-제목: 드루와! 일루 드루와! 주딱!
차원 마법? 주딱? 딱 대·
ㄴㅋㅋㅋ잘 가
ㄴ멀리는 안 나간다ㅂㅂ
ㄴ얘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듯ㅋㅋㅋ 글 내려라 아가야· 그러다가 골로 간다·
ㄴ(우주황제): Nuclear launch detected·
ㄴ??
ㄴ?
ㄴ(우주황제): 선물 하나 보냈다고ㅎ
친환경으로 작은 거 하나 보냈단다·
이후 ‘불꽃용용이’가 올린 후기는 수많은 이들을 경악에 빠뜨렸다·
불닭이 될 뻔했다며 올린 인증샷에는 그을리고 진물이 덕지덕지 흐르는 거대한 생명체가 그랜절을 박고 있었다· 폐허가 된 주위로는 열풍이 휘몰아치고 붉은 뇌우가 펼쳐지고 있었다·
심지어 그 생명체는 불을 관장하는 레드 드래곤이라 하였다·
커뮤니티에서는 오히려 칭찬의 댓글이 달렸다·
ㄴ이야 살아남았네· 장하다 우리 용용이·
ㄴ클라스가 다르네· 저걸 맨몸으로 버틴 거야?
ㄴ(불꽃용용이): 죽을 뻔ㅎ
ㄴ익스트림 스포츠가 따로 없네
ㄴ작은 거라니까 저 정도 아니야?
ㄴ이제는 주딱도 즐기는 듯· 적당히 살려주고 싹싹 빌면 용서해줌ㅋㅋㅋ
ㄴ근데 선을 잘 타야 함· 선 씨게 넘으면 답도 없더라·
ㄴ이거 진짜임ㅋㅋ 내가 해봐서 앎ㅎ
ㄴ그걸 어찌 아오?
ㄴㅎㅎ····
아무튼 남궁진은 그녀와의 친분(?)을 떠나서 절대 대들고 싶지 않았다·
초진동 블레이드? SSR? 그게 무슨 소용이던가·
저런 고인물들이나 굇수들과는 애초에 노는 물이 달랐다·
“····”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로 무언가 고민하고 있었다· 남궁진은 그녀에게서 대답이 없자 똥줄이 탔다·
“그··· 선생님?”
남궁진은 눈을 데구르르 굴리며 갈등의 빛을 보이더니 이내 결심을 마친 듯 눈동자가 명료해졌다·
“누님!”
“?”
“굳이 누님의 손을 더럽힐 필요가 있겠습니까?”
남궁진의 눈빛이 단단하게 굳어졌다·
“맡겨만 주십쇼· 제가 저 건방진 것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겠습니다!”
남궁진은 품속에서 시커멓고 묵직한 무언가를 꺼내었다·
[위성 폭격기 TBR-32(SSR)]
무려 SSR급의 원거리 폭격기 신호 장치였다·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모조리 조사버리겠습니다!!”
남궁진으로서는 눈앞의 그녀와 관리자만 아니라면 황군의 100만 대군도 두렵지 않았다·
“····”
그제야 그녀의 입이 열렸다·
“대충 반쯤 정리해두고 떠나려 했는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군·”
“예?”
그는 커뮤니티의 용어 속된 말로 ‘타노스’ 당할 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궁진은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듯했다· 그녀의 기계적인 음성이 염라대왕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이쪽은 너에게 맡기지·”
“앗! 누님!”
“?”
다행히 딱히 적의는 없어 보였다· 허나 남궁진은 눈알을 데구르르 굴리더니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호 혹시 누님께선 천마신교로 소속을···?”
“으음····”
“아 소속이 그 뜻이 아니라 어디에 머무실 건지 여쭤보려고요!”
남궁진은 그녀가 뭔가 불쾌한 기색이 있는 것 같아 얼른 말을 바꾸었다·
“이번 기회에 은하신교로 개명 후 손을 좀 보려고 했다·”
“예?!”
은하신교? 갑자기? 아···· 하긴 커뮤니티에서는 주딱을 신격화하는 문화가 있기도 했다·
남궁진은 군침이 싹 돌았다·
이건 분명 대박이야· 남궁세가가 훨훨 날아오를 다시 없을 기회!
“누님!! 저 저도 아니! 저희 남궁세가도 은하신교로 받아주신다면 불철주야 각골난망 분골쇄신 하겠습니닷!”
남궁진은 당장이라도 절을 할 듯 그리 외쳤다· 그에 그녀가 조금 머뭇거렸다·
“···그쪽 정리가 먼저·”
남궁진은 그녀의 말을 머리에 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누님! 알겠습니다· 먼저 저를 증명하는 것이 먼저겠지요!”
조금 과하게 받아들인 남궁진이었지만 그녀는 자세한 설명을 포기했다· 그녀는 얼른 돌아가 ‘성화’에 대해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또 보지·”
비르델은 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선 떠났다·
남궁진은 그녀가 떠날 때까지 지켜보다가 뒤를 돌았다· 그의 눈이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정치?
원래 가진 놈이 갑이다· 힘과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는 것이 진리· 압도적인 힘과 돈이 있다면 정치 따윈 필요 없을지도 몰랐다·
만약 정치가 필요하다면 그건 힘과 돈이 부족한 게 아닐까?
하하· 누님이 원한다면 기꺼이 패왕이 되어주리라·
‘그래도 보자···· 수명을 10년 늘려주는 약이랑····’
더욱이 불치병 약부터 시작해 각종 희귀 물품을 뽑기로 쌓아둔 남궁진이었다·
세기말의 안개 속을 꿰뚫고 돌아온 남궁진은 무림맹의 무사들을 바라보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제부터 무림맹은 정파는 내가 집도한다!
남궁진의 의지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후 정파 연합에선 당연히 반발이 작지 않았으나 그것도 잠시·
그녀가 마교로 돌아가며 사파 연합인 사도련을 궤멸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쥐 죽은 듯 잠잠해졌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 눈치를 살폈다·
단신으로 사도련을 궤멸한 마교주를 홀로 상대한 무형신검?
아 말해 무엇할까·
모두가 숨을 죽이며 눈치만 살폈다·
***
한편 ‘은하신교’의 소식을 듣게 된 칼슈타인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종교?”
-구시대적이지만 확실한 통치 수단이죠·
“흐음····”
칼슈타인도 카르마를 얻기 위해 시도해 봤던 방법 중 하나다· 허나 생각 외로 효율이 좋지 않아 포기했던 방법·
그로서는 굳이 종교라는 수단을 쓰지 않고도 택할 수 있는 길이 무궁무진했으니·
다른 차원은 다를지도 모르고·
“적당한 지원 정도는 해주지 뭐·”
칼슈타인의 ‘적당한’이 강호 무림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끼칠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쨌든 그보다는 이걸 봐주시죠·
그들은 현재 다른 사안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었다·
아리아가 띄워준 화면엔 복잡한 수치가 기재된 자료가 정리되어 있었다·
“···정신체?”
-예· 유기체 혹은 물질적 특성보다는 정신체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입니다·
칼슈타인의 눈이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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