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8
***
구국영웅회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칼슈타인은 [차원 통합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방금은 아바타 소개팅을 하고 온 참이다·
“저런····”
그 어떠한 커플도 박살내버리겠다는 흉흉한 마음가짐으로 ‘아바타 소개팅’방에 입장했던 칼슈타인은 부처의 미소를 지으며 나올 수 있었다·
ㄴ무엇?!
ㄴ아니····
ㄴ이웃나라까지 소문난 어여쁜 공주 어디?
ㄴ과장 광고의 폐해·avi
ㄴㅋㅋㅋㅋㅋㅋㅋ
ㄴ저놈 표정 봐라 ㅋㅋㅋㅋ
ㄴ근데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듯ㅋㅋㅋㅋㅋ
오히려 둘을 어떻게든 잇게 만들려는 후원이 이어지며 웃픈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 자리에 나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하세요· 율레타 경·
-예? 맞··· 습니다· 소문의 공주님을 직접 뵈니 영광이군요·
-영광이어야지요· 고작 백작 가문의 차남이 저를 넘보다니· 아바마마도 참·
[‘사랑의큐피트’님이 1000P를 후원하셨습니다·]
-사랑 고백 ㄱㄱ
-그···· 그· 초면에 실례지만··· 사랑합니다·
-흥! 예쁜 건 알아가지고·
ㄴ아아····
ㄴ더는···!
ㄴㅋㅋㅋㅋㅋㅋ
ㄴ지랄 났다·
ㄴ잘 보고 갑니다·
칼슈타인은 흐뭇하게 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커뮤니티의 망령이 되어 이곳저곳 기웃거리던 차·
“응?”
무언가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잘못 봤나? 아닌데? 분명 봤는데?
뜻을 알기 어려운 문장형 제목의 커뮤니티 글이었다· 의미 없는 단어를 마구 뒤섞은 문장이랄까? 뭔가 맞는 말인 것 같은데 무슨 뜻인지는 이해할 수 없는·
다시 찾아봤지만 금세 지워진 탓인지 찾을 수 없었다·
뭐 실수로 올린 글을 바로 내릴 수도 있겠지· 그런데 이런 상황이 한 번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전엔 무심코 넘어갔다지만·
뭔가 냄새가 났다· 마치 북한 간첩과 관련된 괴담처럼 수상한 냄새가 난달까?
차라리 평범한 제목의 글이었다면 그도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
원래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라고 했다· 감추려 들면 들추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
순식간에 지워져버린 흔적·
일반 유저라면 똑같은 현상이 발견되기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테지만·
내가 누구?
주딱·
내가 못 하는 것은?
없다·
그는 친히 관리자 모드를 실행했다· 관리자의 권한을 남용하는 데 있어서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는 칼슈타인이었다·
“보자····”
주르륵 떠오르는 로그를 확인했다·
“이건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워낙 정보량이 많아 헤맬 만도 하지만 아리아가 UI를 정비해둔 터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작성자: 어둠의다크니스
-제목: 뚜방뚜방 소리 메인 딜러 혼신으로 매우 냉혈의 카사노바····
뀁쨀툭홋쨈뉩윷뷁뒖뾸뜛긟븳····
ㄴ확인
ㄴㅎㅇ
ㄴㅇㅇ·
뭐지? 어둠의다크니스? 뚜방뚜방?
글 이력을 살펴봤지만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으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예전에 쓴 글까지 찾아내 구석구석 살펴봤다·
“아하!”
그러자 무언가 이상한 정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야···! 이렇게까지?”
엄청 옛날에 올렸던 글의 댓글을 수정해가며 대화를 나누는 그들·
아무리 부지런한 파딱이라도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오래전 글이었다·
아하·
대충 어떤 상황인지 파악했다·
‘어둠의다크니스’가 올린 이상한 글이 신호인 듯했다· 정해진 시간에 글을 올리면 약속된 사람들이 오래전 글로 모여 댓글과 대댓글을 수정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그들이었다·
비밀 집회?
ㄴ제 6회 정기 집회를 시작하겠습니다·
ㄴ짝짝·
ㄴ오오·
ㄴ다들 잘 지내셨나요?
이렇게나 수상쩍은 비밀 모임이라니?
군침이 싹 도는 칼슈타인이었다·
그는 조용히 그들의 집회를 구경했다·
본디 이럴 땐 ‘닥눈삼’이라고 하였다· 닥치고 눈팅 삼일·
눈치 없이 끼어들지 않고 돌아가는 분위기를 먼저 살피라는 뜻이다·
ㄴ과연 주딱이 노리는 것이 무엇일까요?
ㄴ스트리밍 방송이라니· 도대체 주딱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ㄴ그러게 말입니다·
ㄴ카르마를 쪽쪽 빨아가서는 하는 짓이 이런 천박한 서비스라니·
ㄴ다들 포인트 안 쓰고 잘 모아두고 있겠죠?
ㄴ당연한 말씀을· 후후·
응? 뭐라고?!
이야 이제 보니 내 뒷담화였어?
어찌 흥미롭지 않을 수 있을까!
ㄴ(어둠의다크니스): 차원 침략을 위한 서두일지도 모릅니다· ‘녀석들’처럼요·
ㄴ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미 소식이 끊긴 동지도 있지 않습니까?
ㄴ그건 ‘불꽃용용이’ 녀석의 영상을 보고 괜히 자극받아서···
ㄴ어허! 조용히 하세요! 신입!
ㄴ예····
ㄴ아무튼 쉽게 볼 일은 아닙니다·
ㄴ암요·
ㄴ주딱은 악마가 틀림없습니다! 가챠라는 말도 안 되는 사탄 같은 시스템을 창조해내다니요!
ㄴ크흠· 지구 출신 유저들은 익숙한 모양이더군요·
ㄴ····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억지로 올린 여타의 뻘글보다 훨씬 흥미로운 현장임이 틀림없었다·
ㄴ(돈으로패는자): 안녕안녕~! 재밌는 얘기들을 하고 있네?
“····”
허나 너무 일렀을까?
반가운 인사에도 아무런 답이 없다·
정적·
활발하던 그들의 대화가 갑자기 뚝 끊겼다·
어째 좀 미안하기도···?
-(돈으로패는놈): 얘들아?
좀 민망한데 대답 좀 해줄래?
펑!
마치 그런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순식간에 삭제된 게시글!
남아있는 흔적은 이미 없다·
마치 코끼리를 만난 햄스터 떼처럼 호다닥 도망쳐버린 놈들!
“허어····”
아니 인사 한마디 했을 뿐인데? 너무한 거 아냐?
물론 DNP는 모조리 따놨다· 그 정도의 센스는 있는 그다·
“흐흥·”
칼슈타인은 콧노래를 부르며 ‘어둠의다크니스’의 로그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ㄴ(어둠의다크니스): 과거의 글까지 뒤지는 변태가 있을 줄은 몰랐군요·
ㄴ그러게 말입니다·
ㄴ귀찮게 옮겨야 했어요·
ㄴ다른 분들은 다 오셨나요?
ㄴ아 아직 성녀님이 오시지 않았습니다·
ㄴ신입 이제 막 도착했습니다!
단합력 보소·
순식간에 재집합한 비밀 집회의 그들!
하찮게도 수상한 그들이었다·
ㄴ그런데 아까 우연히 들어온 그 녀석 익숙한 닉네임입니다·
ㄴ흠· 최근에 후원 랭킹으로 화제가 됐던 녀석인 것 같군·
ㄴ아··· 기억났습니다· 포인트가 흘러넘치던 놈 아닙니까?
ㄴ새로운 신입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요? 포인트도 많은 것 같고····
ㄴ(어둠의다크니스): 아시다시피 우리는 추천제로만 운영합니다·
ㄴ그렇죠· 당연하죠· 혹여나 누군가 배신했다간 대륙과 함께 우주의 먼지가 될지도 몰라요·
아니 얘들아· 나 그렇게 쪼잔한 인간 아니야····
칼슈타인은 억울한 마음이 아주 약간 들었다·
‘그간 특별한(?) 선물을 받은 놈들은 굳이 차원 통로를 건드린 녀석들이었는데·’
단순히 욕 좀 한다고 대륙째로 증발시킨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물론 열일하는 파딱들의 칼날 같은 밴은 피할 수 없을지라도?
아무튼·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기에 눈팅을 계속했다·
ㄴ(어둠의다크니스) 그보다 이번에 새로운 신입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ㄴ호오···· 기대가 되는군요·
ㄴ혹시 저희가 아는 사람입니까?
ㄴ와· 어둠님이 추천하는 인재인가요?
ㄴ(어둠의다크니스): 그렇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아마 알고 있을 겁니다· 물론 사람은 아니지만····
ㄴ오! 누구길래 그렇게 뜸을 들이시나요?
ㄴ(어둠의다크니스) 그건 바로···!
오! 그건 바로?
ㄴ(리치는리치해): 반갑다· 하등한 인간들· 나는 리치왕 레이몬드라 한다·
ㄴ오오!
ㄴ환영합니다·
ㄴ짝짝짝·
ㄴ이봐 신입! 신입 주제에 너무 건방진 거 아냐?
눈에 익은 녀석이 나타났다·
리치왕 레이몬드?
아 그 녀석·
칼슈타인은 왠지 리치 녀석이 이런 집회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ㄴ(리치는리치해): 그래서 이곳은 정확히 뭘 하는 곳이지?
ㄴ(어둠의다크니스): 후후· 반갑군요· 너무 성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은 많으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리치 씨?
ㄴ(리치는리치해): 최근 연구에 진척이 있어서 시간이 없다· 본론을 얘기했으면 하는군·
연구에 진척이 있다고?
‘뭐 사실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차원 상점 물품에서 필요 이상의 고등 기술이 들어간 경우 밀봉 포장 옵션이 자동으로 들어간다· 분해할 시에는 망가지거나 폭발해 뜯어볼 수 없게끔·
허나 은하 제국에 있어 너무 원시적인 기술들은 굳이 그러지 않기도 했다· 봉인하는 데 오히려 포인트가 더 소모될 때가 많았으니까· 물론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최신 기술이라며 기뻐했을지도 모르겠다·
ㄴ(어둠의다크니스): 당신도 주딱에 대해 불만이 많지 않습니까? 그에 대해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주시면 됩니다·
ㄴ(리치는리치해): 불만? 그래···· 불만이야 많지·
ㄴ(어둠의다크니스): 하하· 그렇습니다· 역시 제 눈이 잘못될 리 없죠!
ㄴ주딱은 지금 포인트에 미쳐 있어요!
ㄴ이렇게 가다간 우리가 기억하는 커뮤니티의 모습은 사라질 게 분명합니다·
ㄴ예전의 목가적인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지요·
ㄴ딱히··· 목가적이었던 적은···?
ㄴ조용히 하세요 신입!
ㄴ물건 하나하나가 우리가 사는 세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릅니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풀어서는····
ㄴ성능이 괴랄한 어떤 품목들은 우리 개인의 수련 의지를 꺾고 무의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ㄴ그렇죠· 이제는 수련에 진심인 녀석들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저 뽑기 한 번만 걸리라는 식으로 카르마를 탕진하는 녀석들도 많아요·
ㄴ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하기 위해 심심찮게 세계의 질서를 무너뜨리기도 했고요·
ㄴ이런 급격한 변화는 너무 위험합니다·
ㄴ흠흠· 아무튼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해요· 리치 씨·
칼슈타인은 이미 예상했던 불만들이어서 딱히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리고·
굳이 불만을 해소해줄 필요가···?
없다·
그는 유저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카르마를 더 빨아먹기 위해서 조금 부드러운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은 생각해봄 직하겠다만·
그때 리치왕 레이몬드의 댓글이 달렸다·
ㄴ(리치는리치해): 이런 허접한 녀석들을 봤나· 이건 그저 열등감과 시기심만 가득한 모지리들이지 않은가?
ㄴ(어둠의다크니스): ···말씀이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레이몬드·
ㄴ열등감이라니요?!
ㄴ으윽! 리치가 뼈를 때렸어요!
ㄴ조용하거라 신입·
오잉? 얘가 뭘 잘못 먹었나· 갑자기 왜 내 편을 드는 거지?
ㄴ(리치는리치해): 주딱이 위대한 것에는 틀림이 없다· 그가 가진 기술과 결과물들이 말해주고 있지· 이를 굳이 부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ㄴ(어둠의다크니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어느 쪽을 택하겠다는 겁니까?
ㄴ(리치는리치해): 이제 보니 시간 낭비나 다름없었군· 휴· 잘 들어라· 뒤처졌다면 뒤처진 대로 인정하고 앞서 나간 자들을 본받고 뒤쫓아가면 될 일이다· 제자리에서 불만만 내뱉는 것이 아니라· 그의 기술이 부럽나? 그의 힘이 질투 나는가? 그렇다면 스스로를 채찍질할 일이지 입으로만 떠들 때가 아니라는 거다·
ㄴ(어둠의다크니스): 제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군요· 리치 씨·
ㄴ(리치는리치해): ···말이 통하지 않는군· 나는 이만 나가보겠다· 이런 쓸데없는 대화는 너희끼리 나누도록· 그리고 참고로··· 나는 사람이 아니다· 쯧·
ㄴ(어둠의다크니스): ····
아니 얘는 갑자기 왜 이래? 어색하게·
리치는 이미 나간 것인지 더는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
남은 인원들은 싸한 분위기에 조용해진 모양이었고·
이런 이런·
이런 걸 바란 건 아닌데?
리치 녀석! 재미있는 꿀통에 찬물을 부은 격이다!
어쨌든 지금이다·
칼슈타인이 눈을 번뜩였다·
타이밍이야!
ㄴ(나는야해적왕): 주딱 개객기!!
드가자!
순식간에 닉네임을 갈아치운 칼슈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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