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barian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Chapter 510

EP.510

“강 공자님· 부탁하신 장부와 전표를 가져왔습니다·”

약속한 보름보다 며칠이나 앞서 하오문의 사람이 찾아올 줄이야·

“연락만 주시면 제가 직접 갔을 텐데· 찾아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야기하시지· 감사 인사라도 드리러 갔을 텐데· 

찾아온 사람은 삼십 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기녀로 몇 번 본적이 있는 기문 향주님의 사람이었다· 

“화월루주께서 명하신 전언이 하나 있습니다·”

“화월루주님의 전언이요?”

하오문의 기녀는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기문향주님과 비슷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당분간은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찾아오지 말거라·”

“네?”

“요새 기루에 별 해괴한 소문이 퍼지고 있지요·”

“아하····”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이상한 오해 말이구나·

“화월루주께서 그런 소문을 신경 쓰시는 분은 저어얼대 아니시지만 강 포쾌님은 곧 제갈 세가의 여식과 성혼하실 분이 아니십니까· 괜히 강 공자님께 피해가 가면 곤란하니 불필요한 만남은 자제하라고 하셨습니다·”

기문향주님의 배려였구나· 합당한 충고였다·

“못난 녀석 때문에 죄송하다고 전해주십시오·”

“어찌 강 공자님이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봄날에 휘날리는 꽃잎처럼 잠깐의 소문일 뿐이니 조금만 견디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째 말투에서 힘들어도 조금만 참으라는 뜻이 담겨있는 거 같다면 내 착각일까· 혹시 무슨 불륜녀를 숨기는 남자 같은 상황이라고 이상한 착각을 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혹시 암살자에 대한 정보는 따로 들어온 것이 있습니까?”

굳이 한 번 더 물어보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아 바로 화제를 전환했다·

“원래는 장부와 함께 드리려고 했는데 정보를 취합하는 와중에 작은 문제가 생겨 며칠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작은 문제요?”

“가끔 반대되는 정보가 동시에 들어와 정보의 사실 여부를 따로 확인해 봐야 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습니까·”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군요·”

무한 밖에서도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했으니 확실히 시간이 좀 걸리겠네· 

“음모인 것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언제 숨어있다 갑자기 발톱을 드러낼지 모른단다· 끝까지 몸조심하거라· 기문 향주님의 전언입니다· 저는 이만 일이 있어서 바로 가보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방심은 금물이라는 건가· 당분간은 어디 나갈 때마다 호위를 계속 대동해야겠네· 

하오문의 사람을 배웅하고는 다시 집무실로 돌아와 전표와 큰 자루를 펼쳐보았다· 

“보름도 안 돼서 정말 가능할 줄이야·”

전표에 적힌 액수의 2배로 불려 와라· 보름 만에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시험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성공할 줄이야· 

그것도 2배보다 많은 돈을 가져왔다· 

“와앟! 바로 만금전장으로 가실 건가요?”

제갈소저도 금액을 확인하더니 눈을 빛내며 내게 물었다· 

“내일 움직일 겁니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에? 괜찮으시겠어요?”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제갈 소저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아 네!”

“바로 움직이지요·”

모든 난관은 다 넘었다· 

이제 마무리를 위한 준비만 하면 그만이었다· 

“저어····”

남은 할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니 제갈 소저의 시선이 느껴졌다·

“무슨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내 물음에 제갈 소저가 고개를 숙이고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왜 부끄러워하지·

일이 성공적으로 끝난 김에 무언가 제안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계속 참는 것처럼 보였던 당가풍운 4권 이야기?

뭐든 상관없다·

이미 난관은 다 넘었으니까· 

“아 그 그게요오· 어제 침대를 두 개 놓으니까 진법이 제대로 발동이 안 되어서요· 치 침대를 하나만 써야 할 것 같아서요·”

“아····”

난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기나긴 경주의 결승점이 보이고 있다·

참가자들이 목전에 보이는 결승점을 향해 최선을 다해 달려가고 있는 만큼 결승점에서 우승자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강윤호· 그 아이의 호위는 확실히 하고 있는 것인가?”

세 번의 경주를 주최한 주관자· 만금전주는 정원의 난초에 물을 주며 총관에게 물었다· 

“다시는 같은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아주 철저하게 하고 있습니다·”

경비를 강화하라고 했더니 오히려 경비가 뚫릴 줄이야· 총관은 아찔했던 며칠 전의 소식을 떠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다시는 저번과 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네· 그래· 범인은 어떻게 되었지?”

청포검객· 탁고적· 감히 만금전장의 미래를 노린 자의 정체였다· 

“그것이····”

“못 찾았나·”

총관은 황급히 만금전주 앞에 머리를 숙였다· 

“갑자기 하늘로 솟구친 건가 의심될 정도로 종적이 묘연합니다· 마지막 습격 때 크게 다치고 그대로 죽은 게 아니라면 절대 이럴 수가 없는데····”

살아만 있다면 금방 잡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한에서 만금전장의 금력을 동원한다면 금방 찾아낼 테니까· 그러나 이 청포검객이라는 자는 기대와 달랐다· 

도무지 행방을 찾을 수 없다· 

총관은 예상치 못한 실패에 낭패감을 감추지 못했다· 

“누군가 나를 상처입게 만들었다면 무슨 칼로 찔렀는지가 아니라 누가 찔렀는지가 중요한 법이지·”

만금전주는 총관의 연이은 실책에 분노할 법도 하건만 차분한 어조로 충고를 건넸다·

“청포검객을 찾기 위한 인력을 줄이고 누가 암살을 의뢰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금전주는 자기 뜻을 바로 이해한 총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자신의 분노를 받아야 할 사람은 수십 년 동안 만금전장에 헌신한 총관이 아니다· 장 노야는 허리를 굽혀 정원 관리용 가위를 들어 올렸다·

땅의 영양분을 받아 줄기를 타고 마음껏 팔을 뻗은 가지들· 장 노야는 정원수(庭園樹)의 가지들을 향해 가위를 가져다 대었다·

“이번 일에 연관된 자는 내 딸이든 외손자든 할 거 없이 엄벌에 처할걸세· 조사에 가문의 사정이나 개인적인 감정을 집어넣지 말라고 다들 단단히 일러두게·”

전부 다 잘라낼 필요는 없다· 그들 모두 만금전장이라는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가지들이니까· 그러나 이번 문제는 달랐다·

자신이 어디서 뻗어 나왔는지를 모르는 가지가 하나 있다·

가지 주제에 나무 전체의 생장을 방해하고 고사시키려 한다면 같은 뿌리에서 자라난 가지라고 할지라도 가감 없이 쳐내야 한다·

자기 핏줄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시험은 어떻게 되고 있지?”

“도련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아무래도 기간 내에는 무리일 것 같습니다·”

“그런가·”

만금전주의 목소리에 실망은 담겨있지 않았다· 

실망은 큰 기대에서 돌아오는 감정이니까· 단지 세 번의 시험 모두 성공하지 못한 외손주들에 대한 안타까움만이 담겨있을 뿐이었다·

“애초부터 빌려줄 사람을 찾지 못하거나 추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거나 사기를 당해 돈을 잃어 앓아누운 도련님도 있습니다·”

“사고는 안 쳐서 다행이군·”

“그 그것이····”

난처한 얼굴이 된 총관은 말을 아꼈다·

“저질렀나?”

“추심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하여 도련님 중 한 분이 관아로 끌려가셨습니다·”

“····”

“원만하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말의 기대마저도 없어지게 하는 소식이었다· 

“그 아이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총관은 만금전주가 기대 어린 눈으로 물어보는 그 아이가 누구인지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열흘이 넘게 칩거하고만 계십니다· 연이은 습격에 충격이 크셨던 모양인지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럴 만도 하지· 좋은 약재라도 보내주게· 기운은 차려야 하지 않겠는가·”

죽을 고비를 하루에 두 번을 넘겨야 했다· 거기에 한번은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에서 목숨이 노려지지 않았는가· 

간담이 아무리 큰 사람이라도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건일 것이다· 만금전주는 안타까움에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총관은 웃음기를 가리지 않으며 말했다· 

“자네가 그런 표정을 지을 때는 희소식이 있을 때인데·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있는 것인가?”

“얼마 전부터 제갈 아가씨와 같은 방을 사용하고 계신답니다·”

“뭐라고?! 그게 사실인가?”

예상치 못한 소식에 만금전주의 얼굴이 놀람으로 물들었다· 

“제갈 아가씨가 먼저 권유하셨다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밤에 손을 잡고 같은 방으로 들어가신다고 합니다·”

“흘흘흘· 우리 외손녀가 큰일을 해주었구나! 큰일을 해주었어!”

강윤호를 유혹하거라· 

말해놓고도 워낙 소극적인 아이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건만· 이런 예상치 못한 희소식을 들려주다니·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는 것은 강윤호만의 특기가 아니었나 보다· 

“며칠 전부터는 잠도 설치지 않으시고 다시 건강을 되찾고 있다고 합니다·”

“흘흘흘· 암살 사건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구나· 그래· 마음의 위로를 얻는 데는 여인의 품만 한 것이 없지·”

가슴 속에 친우의 외손녀를 품고 살았던 아이다· 

아무리 자신이 외손녀와 짝지어 주려고 하더라도 마음의 문이라는 게 쉽게 열리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은근히 외손녀와 벽을 치는 게 아닌 걱정했는데·

같은 방을 쓰고 있다니·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 오히려 기댈 곳을 찾게 만들었구나· 이젠 그 아이의 마음속에 자기 외손녀와 친우의 외손녀가 같이 있겠구나· 

만금전주는 기쁜 마음에 유쾌하게 웃었다·

————

“오늘따라 차향이 좋군·”

만금전주는 방 안 가득히 퍼지는 차향을 느끼며 말했다· 

“어쩐지 최근 몇 년간 마셔본 차 중에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흘흘흘·”

평소와 같은 차인 것을· 무엇 때문에 더 좋게 느끼는지 서로 언급할 필요는 없다· 만금전주는 총관의 말에 말없이 미소 지을 뿐이었다·

“칩거 기간이 너무 길어 아마도 세 번째 시험은 강 공자도 무리일 것 같습니다·”

총관은 다소 풀어진 분위기 속에 작은 비보 하나를 전하였다· 

강윤호도 암살 사건으로 인하여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세 번째 시험은 통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세 번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결과는 같을 테니까· 오히려 동침이라는 희소식까지 들리지 않았는가· 

오히려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총관은 그리 생각했다·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만금전주는 아니었지만·

“네? ”

“정말 그 아이가 지레 겁먹고 포기했다고 생각하는가?”

만금전주는 여유로운 미소로 찻잔을 들어 올렸다· 

“시간이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 물어본다고 한들 같은 답이 돌아올 것이다· 

불가능하다· 

실패할 것이다· 

“그 아이가 나에게 약조했네·”

오직 한 사람 만금전주를 제외하고 말이다·

만금전주는 무언가를 기다리듯 조용히 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믿음이 가득했다· 눈에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一 당신의 후계자감임을 증명해 보이겠다·

기나긴 경주의 결승점이 보이고 있다· 

노인은 결승점의 끝에서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가혹한 시험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노인이 만들어 낸 족적(足跡)· 평생을 걸고 이룩한 거인의 한 걸음이었으니까· 

노인은 물었다· 

一 너희들은 이 한 걸음을 따라올 수 있겠느냐· 

이 한 걸음을 따라올 수만 있다면 너희들에게 내가 이룩한 모든 것을 주겠다· 

외손자들은 말했다· 

불가능하다· 너무 힘들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할아버지께서 우리를 끌어주면 되는 것이 아니냐·

노인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아이가 서 있었다· 

一 너도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냐·

청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一 나는 당신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 하지만 당신만큼 걸을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

좋다· 원한다면 증명해보거라· 나는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노인은 애써 기대감을 숨기며 자리에 앉았다·

기나긴 경주의 결승점이 보이고 있다·

기나긴 경주의 결말은 지리멸렬할지 모른다· 모두가 쓰러져 가장 많이 간 사람을 들어올려야 할지 모른다· 

분명 그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하지만 늙은 거인은 결승점에서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노인은 자신이 만든 발자국의 끝에서 결승점의 끝에서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강 공자라고 하더라도 고작 며칠만으론····”

“저 전주님! 강 공자께서 오셨습니다·”

“무슨?!”

결승점이 보인다· 

결승점에서 기다리고 있는 노인에게선 결승점으로 들어오는 청년이·

결승점으로 다가가는 청년에게선 결승점에서 자신을 기다려 주고 있는 노인이· 

“늦었습니까?”

언제 저런 웃음을 보았던가· 청년의 웃음은 젊은 시절의 자신과 같기도 자신의 등을 맡겼던 친우 같기도 하였다· 

결승점에서 기다려 온 노인은 자신의 발자국을 따라온 과거를 향해 새로운 미래를 향해 말했다·

“아니 충분히 빨랐다·”

노인은 결승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미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추천과 댓글은 언제나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안드로몬’님 후원 감사합니다· 노피아 새로운 광고가 떴나보군요! 일단 말을 꺼내면 누구라도 한번쯤 믿고 시작해야할 것 같은 강윤호의 무서운 개연성···!

‘피곤하다아’님 후원 감사합니다·

무협 미연시 세계의 초한지와 삼국지가 어떤식으로 전개 되었냐는 질문을 하시는 분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ㅎㅎ·

저도 조금 생각해둔게 있어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초한지 시대까지는 하늘이 열려있어 별의 운명과 운명이 부딪히는 시대였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늘이 열려있던 시기 항우는 천살성을 비롯한 수많은 별의 운명을 몸에 지닌 자였고 반대쪽에 선 유방을 비롯한 건한삼걸(建漢三傑)들도 항우급은 아니어도 별의 운명을 지닌 자들이었지요·

반면 삼국지 시대는 하늘의 닫혀가는 시기·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 게 되는 시대· 별의 운명이 인간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긴 힘들어졌지만 아직 하늘이 열려있어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초인들이 태어나 인간의 시대를 만들어 가는 시대·

동시에 아직 하늘을 엿보고 날씨를 조종하고 자연을 조종할 수 있는 자들이 있던 시대·

닫혀가는 하늘에 절망한 인간은 하늘에 닿기 위해 태평도와 오두미도를 창시하여 이후 무공이 만들어지는 기반이 되는 시대···· 정도로 거창하게 생각을 해봤지만ㅎㅎ·

본편에 들어간 설정도 아니고 작가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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