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52
같은 사건이 일어나도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를 수 있다·
공화당은 본 사건을 한국에 대한 도전이자 해외발 테러로 규정하며 국경 봉쇄를 강하게 주장했고 민주당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마법 범죄가 극단적으로 치닫은 사건으로 보아 살상마법의 규제강화를 외쳤다·
애초에 서로 주장하는 논지부터가 다르니 정상적인 대화가 될 리 만무했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되지도 않는 코미디를 신랄하게 꼬집으며 동시에 경찰 브리핑 자료를 참고해 대중들에게 사건 타임라인을 소개했다·
“이번 테러 사건의 피해자 노나메 양은 작년 8월부터 인터넷 방송을 시작해 현재는 한국 기준 일일 시청자 수 1위에도 오를 정도로 인기 방송인이 되었습니다·
폭탄테러 사건 발생 직전 선물로 받은 이조원 대통령의 선거운동 모자를 쓰자 시청자들이 다함께 말리는 모습입니다·
그러자 나메양은 민주당 스카프를 동시에 착용해버리는 순수한 모습을 보이며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끌어갑니다·
그리고 여기 문제가 된 오르골 폭탄인데요·
레버를 한바퀴 채 돌리기도 전에 나메양이 동료 스트리머에게 방에서 나가라고 소리칩니다·
현재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노나메양은 기지를 발휘해 자신의 몸을 오러로 감싸고 폭탄을 해체하려는 대담한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폭탄이 터지고 세찬 마력풍이 불며 방송이 종료됩니다·
다행히 마법이 불완전 시전되면서 노나메 양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는데요·
당시 출동한 경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끝까지 마법진이 폭발하지 않도록 붙잡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노나메 양에 대한 발푸르기스의 보복성 테러가 아니냐고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대책마련에 대해 묵묵부답인 실정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범인을 검거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마범일 형사였다·
경찰 특공대 쪽에서 대신 마법사용기록 조회를 부탁했을 때 강력범죄수사대는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발푸르기스 사건 이후 생긴 조례를 처음 적용하는 일이니만큼 절차를 잘 아는 담당자가 하나도 없었던 게 문제였다·
반면 마범일 형사는 일선 업무에서 손을 떼라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직접 마력공사에 가서 범인의 신원을 알아냈다·
파주 경찰서 직원들과의 긴밀한 합동작전으로 범인을 일사천리로 검거해내며 가장 먼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천재발굴단에서 그와 일면식이 있었던 국민들은 저런 인재를 정치적인 이유로 내쫓으려 했던 경찰청장과 행안부 장관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다·
“잘 됐네요 마 형사님· 복직하시는 걸 넘어서 금의환향 확정이네요·”
“잘 되긴 뭘 잘 돼! 너희 아버지가 얼마나 널 걱정하셨는지 모르냐?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날 바에야 차라리 내가 인천으로 떠나고 말지!”
“걱정해주신 점은 고마워요· 하지만 전 진짜 괜찮은 걸요·”
마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애가 왜 이렇게 겁대가리를 상실했어···”
그리고 작은 포크로 미리 깎아 놓은 사과 조각을 찍어 내게 건네주었다·
난 사과를 아삭 베어물고 입을 우물거렸다·
아직 몸이 어려서 그런지 당시에는 심장이 많이 떨리긴 했지만 이성과 경험은 머리를 차갑게 만들어주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그 짧은 순간에 결계 마법진을 고안해낸 건 나 스스로도 놀랄만한 일이었다·
한편 뉴스에서는 전직 래퍼 출신이자 강남구 소속 엄준용 의원이 발푸르기스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탈색한 금발머리의 모습은 어디가고 다시 검은색 머리로 단정히 염색한 모양이었다·
“공범은요?”
마형사를 병실로 부른 것도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수사 과정을 한시라도 빨리 듣기 위함이었다·
사건이 사건이니만큼 심문하는 일도 그의 손을 떠나갔지만 여전히 인맥은 건재한 마형사였다·
“대화기록은 복구했는데 사용자는 결국 못 찾았대·”
“피- 어차피 별 기대도 안 했어요·”
기대를 하면 실망이 동반된다·
그래도 그 대화기록이라는 거에 조금 관심이 간다·
내가 마형사를 물끄러미 쏘아보자 그는 묵묵히 침묵을 지키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척 보기에도 말해주기 복잡한 심경인 것 같았다·
“그렇게 다들 제가 죽었으면 좋겠대요?”
내 말을 듣고는 마형사의 눈에 쓸쓸한 빛이 아른거렸다·
내가 테러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희생자이니만큼 발푸르기스에서는 나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를 눈엣가시처럼 여길 것이 분명했다·
결국 전쟁의 승패는 여론전에 달려있다·
마치 잔다르크가 프랑스 군대를 하나로 모은 것처럼 내가 신분을 이용해서 한국 정부를 통해 발푸르기스를 압박하라는 국제적 여론을 펼치는 게 못 미더웠겠지·
“아니 그 반대야·”
“네?”
“그놈은 네가 살아남았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했어· 그 폭탄테러로부터 말이야·”
“반어법 아니죠···?”
지들이 보내놓고 진짜 미친 놈들인가?
발푸르기스는 내가 생각했던 광신도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 것 같았다·
가슴이 답답하다·
이 형용할 수 없는 분노를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 하지?
* * *
لا إله إلا الله محمد رسول الله (하나님 외에 신은 없으며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도이다·)
이슬람의 신앙고백 문구인 ‘샤하다’가 적힌 국기들이 길거리 여기저기서 펄럭였다·
시리아와 이라크를 주축으로 아랍권 국가와 북아프리카 전반에 걸쳐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집단 ‘발푸르기스’·
본래 명칭은 이보다 훨씬 길고 복잡했지만 스웨덴의 전통축제 ‘발푸르기스의 밤’에서 사상자 5천 명을 발생시킨 테러 사건을 시작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게 계기가 되었다·
그러더니 자신들도 어느 순간부터 발푸르기스라 자칭하게 되었다·
현지인들을 기준으로 이슬람교는 타 종교에 비하여 맹신의 정도가 크다·
이는 쿠란(이슬람의 경전)의 내용을 직접 증명할 수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사람들이 근원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겹침차원에서 마나를 주기적으로 공급해주는 마나 원줄기가 있기 때문이다·
마나 원줄기의 외곽선을 따라 모양을 가늠해보면 마치 고슴도치 가시 모양처럼 생긴 것이 지구를 일직선으로 관통하고 있는 걸 각국의 교과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쪽은 태평양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으며 다른 한쪽 끝은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이라크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일부에 걸쳐 솟아나있다·
즉 발푸르기스가 전방위적인 외교 압박에도 불구하고 악명을 떨칠 수 있는 이유는 지구상에서 가장 마나 농도가 높은 장소를 ‘신에게 선택받은 장소’로 지칭해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푸르기스의 수장이 이따금씩 ‘성지’에 들리며 신과 같은 행세를 하니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좋든 싫든 그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종교로 신도를 확보하고 마나와 마약을 팔아 재원을 확보하며 과격한 테러로 외교적 우세를 가져가는 게 발푸르기스의 대대적인 전략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더 이상 발푸르기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위대하신 알라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척박한 땅·
국민들은 전부 무신론자이기까지 하니 구원받을 자격조차 없는 미개한 국가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전 세계에서 마약이 가장 비싸게 팔리는 국가였기에 재정지원의 목적으로 몇몇 지부를 설치했을 뿐 특별히 교리전파나 테러 활동은 일절 진행하지 않았다·
그럼 8년 전의 방화대교 폭파를 비롯한 연쇄 테러는 뭐였냐고?
감히 UN군이라는 이교도들과 손을 잡은 죄로써 한국이 마땅한 천벌을 받은 것이라는 일관된 주장을 발푸르기스는 계속해서 고수해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비밀리에 시행한 실험이 있었다는 건 일부 고위 지도층들밖에 알지 못했다·
이집트 외과의사 출신의 테러리스트 알자르카위도 그 중 하나였다·
“오오 메시아! 오오오!”
살라트(예배)를 드리는 경건한 공간에서 남성은 입가를 크게 찢으며 탄식했다·
그토록 바라지 마지않던 메시아의 후보를 찾은 순간이었다·
심장을 옥죄어오는 환희에 남성의 입이 양쪽으로 쫙 찢어졌다·
그는 그동안 한국에서 발푸르기스의 생존자를 자처하며 여러 국가들을 마구잡이로 뒤흔드는 꼬맹이가 눈엣가시였다·
나비효과 때문에 미국이 직접 행차해 ‘수단 전쟁’을 끝내버림으로써 전쟁을 지원해주던 발푸르기스만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었다·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아무리 인재가 중요한 세상이긴 해도 자연이 베푸는 은혜는 절대로 넘어설 수 없다·
그런데 눈치를 살살 보던 서유럽 국가들이 이제는 아랍권 국가와의 국교를 단절하겠다고 하나둘씩 선언을 해버리니 이토록 입장이 난처해질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본보기를 다시 보여줘야 할 때이다·
시작은 한국이었다·
발푸르기스에서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사람 하나쯤은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폭탄테러를 자국민에게 종용하였다·
연락수단으로는 익명 ‘캡타곤 마약방’을 삼았다·
어차피 하나가 실패해도 마약을 위해서라면 대신 죽어줄 이들은 넘쳐났으니 말이다·
세상에 참으로 불만이 많던 젊은이는 기꺼이 자신의 육체를 희생하였고 소녀에게 오르골 폭탄을 보냈다·
[꼭 성공했으면 좋겠네요· 저 지금 엄청 떨립니다·]
[글쎄··· 난 오히려 실패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무슨 말입니까?]
[무신론자는 알 필요 없어·]
알자르카위는 30년 동안 수백억 달러의 손해로 허무하게 폐기되어버렸던 실험이 문득 생각나 입맛을 다셨다·
만약 저 아이가 정녕 메시아였다면 마법 폭탄으로는 피부에 생채기 하나 입히지 못했을 텐데·
그리고 그의 바람은 곧 현실이 되었다·
폭탄이 확실하게 터졌는데 아이는 털끝하나 다치지 않고 살아남았다·
“치품천사 세라프(שָׂרָף)! 역시 넌 죽은 게 아니었어! 이 배교자가 알라마저 속일 생각이었더냐!”
메시아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난 줄로만 알았다·
알자르카위는 핏발이 선 눈으로 나메의 방송을 몇 번이나 되돌려보았다·
왜 진작에 몰라봤을까·
이미 전 세계가 기겁할만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이다·
무엇보다도 나메의 짙은 색 오러가 뱀처럼 찢어진 알자르카위의 눈길을 끌었다·
‘틀림없다· 저 아이가 바로 신인류야·’
알자르카위는 이번 테러 건에 관하여 미리 세워놓았던 계획을 전부 백지화시키기로 결심했다·
더불어 상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한국의 폭탄 테러는 일선의 부하가 저지른 독단적인 행동일뿐 발푸르기스의 공식입장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은 인터뷰까지 촬영했다·
노나메가 한국에 있을 때는 강화된 한국의 경비 때문에 데려올 수가 없었다·
만약 국가에서 위기감을 느껴 나메를 작정하고 감싸고 들기라도 하면 더욱 난처해진다·
그녀가 외국으로 다시 떠난 시점이 기회이리라·
“위대하신 셰이크시여· 메시아를 찾은 것 같습니다···!”
알자르카위는 발푸르기스의 모든 대외적 활동을 중지하고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어보자는 계획을 수장에게 전달하며 자신의 인터뷰 영상을 브이튜브에 올렸다·
무엇을 해야할지 모를 때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상책이다·
알자르카위가 영악한 머리를 굴리며 하이에나처럼 기회를 계속 엿보았다·
하지만 이는 악수로 작용했다·
12시간 뒤 나메는 자신의 브이튜브 채널에 생존 근황을 올렸고
“쫄?”
굉장히 꼴받게 하는 표정과 함께 발푸르기스를 한껏 도발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곧바로 발푸르기스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과 영상을 올린 지도부층의 의도를 전혀 알지 못하는 말단 조직원들 사이에서 거센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충 알라신 턱수염 뽑아버리고 싶다는 내용)
푸른수염고래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나메의 볼은 세상에서 제일 말랑쫀득보드랍습니다!! 이게 바로 신인류라는 증거 아닐까요··!!
문곰문고문곰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매번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보내주시니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무더운 여름을 사이다 과즙미 넘치는 나메가 전부 날려버리는 이야기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leCielBleu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어느덧 1만명의 손님이 복작이는 마나인방··!! 이럴 때일수록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연재해봐야겠습니다··!! 언제나 응원의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연참으로 인해 다음 에피소드는 조금 늦게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독자님들의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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