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53
무는 개는 짖지 않는다·
발푸르기스의 이례적인 사과영상은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꿍꿍이를 감추고 있음이 틀림 없었다·
그들이 올린 사과영상에서는 알자르카위라는 고위 간부와 검은 두건을 쓴 20명의 대원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당연하게도 좋아요 대 싫어요 비율이 1대 20에 달할 정도로 악플들이 쏟아졌다·
몇몇 언론과 국뽕 브이튜버들은 테러리스트들이 한국의 국방력에 겁을 먹었다는 자화자찬식 보도를 내었지만 이는 한참은 잘못된 이야기였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한 국가를 이룬 미국에게도 앞뒤 가리지 않고 머리부터 들이박는 광신도들이 한국의 무얼 보고 그리 생각하겠는가·
전생에서 성국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앞에서는 얌전히 인간과 마족 간의 평화조약을 맺나 싶었더니 뒤에서는 제국과 합심해 나를 잡아내기 위한 천라지망을 펼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펼치고 있었다·
[우리는 자애로운 하나님의 자식들을 모두 평등하게 사랑합니다· 하지만 불신자들의 도를 넘은 모함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으며 이런 평화를 위협하는 무리들을 우리들은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발푸르기스는 쿠란 교리를 교묘하게 섞어가며 마치 자신들은 세계평화를 진심으로 바라는 것처럼 떠들어댔다·
당연히 반응이 좋을 리가 있나·
하지만 사과문을 잘 뜯어보면 대응이 과한 것도 사실이다·
이슬람교는 어린이와 여자 노인이라고 더 각별히 대우하지 않는다·
가장 극단적인 이슬람 추종세력들이 평등사상까지 내세우는 건 정말 한 수도 아니고 가히 몇 수 접어줬다고 판단해야할 수준·
나와의 갈등을 최대한 피하고 싶어하는 게 느껴졌다·
이유까지는 모른다·
애초에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앞으로 이해할 생각도 없었다·
결국 안 하느니만 못한 2분짜리 사과문은 내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고 내가 직접 영상을 찍을 수밖에 없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위험한 녀석들이면 넋 놓고 있었다가 배신당하는 것보다는 계속 일정 수준 이상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훨씬 안전했다·
“안녕하세요 노나메입니다·”
종교를 욕보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가·
바로 그들이 추종하는 신과 지도자를 엿먹이면 되는 거다·
전생에서는 바로 교황의 침소에 쳐들어가 몇 없는 머리털 가닥들을 전부 뽑아버리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지만 문명화된 21세기에는 21세기 다운 방법을 써야겠지·
“많은 국민 여러분들이 걱정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자 이 영상을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병원에서 뛰어나신 의료진분들의 도움으로 건강 회복에 전념하고 있으니 그동안의 근심·걱정은 조금 내려두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이 제 곁에 있으니 저는 정말 복을 타고났나 봅니다·”
실제로 이번 생에서는 신기할 정도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었다·
순수하고 귀엽기만 한 남자 여자 어린이 친구들 언제나 나를 가장 먼저 생각해주는 천 교수님 그리고 방송으로 맺어진 수많은 인연까지·
이렇게 복에 겨운 인생을 살아본 게 얼마만일까·
이 소중한 일상을 정신 오염된 녀석들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밤낮으로 수고해주신 경찰분들의 노력으로 범인이 잡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그 인간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평생 잊고 지낼 거예요· 그런 선물을 제게 보내왔다는 사실조차 제 인생 일부에 집어넣기에는 너무 하찮으니까요· 그러니까 제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합당한 죗값을 치르고 오시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제가 누릴 행복한 나날들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데 그런 우울한 생각에 잡혀있기는 싫네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눈을 게슴츠레 떴다·
카메라를 얼굴 가까이 끌어와 화면에 꽉 차도록 했다·
“그리고 발푸르기스 너희들이 날 처단하려고 마법폭탄 만들어준 거 이미 조사 과정에서 범인이 다 불었는데 왜 이제 와서 내빼는지 정말 이유를 모르겠네요· 알라가 그렇게 가르쳤나?”
카메라를 살짝 아래 각도에서 찍으니까 내 볼살이 너무 부각되는 것처럼 보여 마음에는 안 들었지만 그래도 이 편이 제일 괜찮았다·
아주 조금 많이 얄미워보이네·
좋아 이대로만 가자·
“그리고 뭘 자꾸 하나님의 자식이래· 너희 보스가 알라신이랑 밤에 잠자리 가져서 나를 낳기라도 했어? 미안하지만 난 우리 엄마한테서 태어났거든? 당연히 여자고·”
화내라·
그리고 짖어라·
계속 짖어서 온 세상이 너희 광견들에게 목줄과 입마개를 채워버리도록·
그걸 위해서라면 내 수치심은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까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뭐 어때 나는 여덟 살인데·
현재 세계 각국에서 내가 어떻게 비추어져있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분명 영향력을 끼칠 힘이 있는데 이를 아끼는 것도 역시 내 성미에는 맞지 않는 듯싶었다·
‘나는여덟살이다·나는여덟살이다·나는여덟살이다·나는여덟살이다·나는여덟살이다·’
마지막으로 경건한 기도주문까지 외우고 활짝 미소를 띄웠다·
“하핫! 폭탄 하나도 제대로 못 만드는 허접~! 꼴받으면 찾아와보든가 얼마든지 상대해줄 테니까! 쫄?”
내가 생각해도 너무 역겨워서 촬영 종료버튼을 황급히 누르고 카메라를 침대 저 멀리 던져버렸다·
“후우···”
만약 발푸르기스가 정말 내게 용무가 있는 거라면 내 지인을 건드리는 것보다 나를 직접 찾아오도록 유도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결국 전생에서도 이렇게 대응했어야 했는데 참으로 씁쓸한 아쉬움이 입가에 맴돌아 몇 번이나 혀로 입술 부근을 핥았다·
절대로 방금 일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다·
* * *
[NoName Official] [구독자: 284만]
[폭탄테러 근황보고 / 발푸르기스에게 보내는 편지][조회수:1285만회 · 3일 전]
<실시간 베스트>
[실시간 노나메 근황·realfact]
마법폭탄 테러로부터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한국 스타 노나메 (어케 살았누 ㄷㄷ)·
최근 영상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해 댓글이 50만 개가 넘게 달려 투기장이 열릴 정도로 난리가 났다·
(베스트 댓글1 캡처·jpg)
(베스트 댓글2 캡처·jpg)
(베스트 댓글3 캡처·jpg)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이토록 격한 반응을 보이는걸까?
(하이퍼링크: 폭탄테러 근황보고 / 발푸르기스에게 보내는 편지 – NoName Official)
아아 그렇다·
노나메는 발푸르기스 수장한테 알라신과 x장x스 했냐고 말해버린 것이다···(참고로 이슬람 국가에서는 동성애 사형임)
마지막으로 직접 영상에 답글까지 달아주며 완벽한 티배깅까지 완성한 모습·
(NoName: 세계 종교인들을 비하할 목적으로 제작한 영상이 아닙니다· 참고로 저도 불교신자입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랬더니 진짜 테러도 당하고 설상가상으로 또 테러 위협까지 받는 노나메··· (이 새끼 8살 맞냐 ㅅㅂ?)
이제는 갈수록 점점 애 신변이 위험해지는 느낌이다·
[댓글]
-아니 노나메 입으로 xx야스 말한 적은 없어 제발 왜곡 좀 하지 마셈ㅋㅋㅋㅋㅋㅋ
└ 작성자가 제일 나빴다 ㄹㅇㅋㅋㅋㅋㅋㅋㅋ
└ 하필 그럴듯하게 써놔서 또 믿는 사람들 생기잖아 어쩔 거냐고!
└ 이게 다 노나메 때문임· 노나메였으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다들 박혀있음·
-정말 살아서 다행이다ㅠㅠㅠㅠㅠ 만약 잘못됐으면 미국이 발푸르기스 전부 초토화시켰을 듯·
└ 진짜 미국이라면 그랬을 것 같아서 더 무섭네···
└ 무슨 소리? 중동에 마력시설이 얼마나 많은데 절대로 못함· 그럼 인류문명 300년은 후퇴할 듯·
└ ㄴㄴ 미국 형님들 할 때는 하는 상남자들임·
-자신이 허~접~♡허~접~♡ 반복재생만 1시간 째 듣고 있는 발푸르기스 대원이라면 개추
└ 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발푸르기스도 노나메스가키는 못 참지ㅋㅋㅋㅋ
└ 잇몸까지 만개하고 웃으면서 시청할 듯·
– 진짜 하나도 안 꼴받고 기욥기만 한데 머ㅋㅋㅋ
└ 아니 나만 ㅈㄴ 꼴받냐?
-롤대녀 인성 수준ㅋㅋㅋㅋㅋㅋ
└ 롤대녀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넌 꼭 내가 pdf 따서 노네임 매니저들한테 보내버린다·
└ ㅋㅋ아 어릴 때 인성교육을 롤로 받았으면 킹쩔 수 없다구요~
한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발푸르기스에서 내 영상을 보고 아무런 코멘트도 남기지 않은 게 오히려 더 부담스럽게 작용한 모양이다·
휴가 일정을 짠 군인분들께는 조금 안타까운 상황이었지만 일주일동안 전군 휴가통제가 걸렸었다·
국방부 측에서 과잉대응을 했다고 볼 수만은 없던 게 발푸르기스측 군대가 갑자기 대거 이동하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한다·
이제야 좀 짖기 시작하네·
물지 않으려는 좋은 징조이다·
대신 아직 복무 중인 내 방 시청자들에게는 내 사비로 구독권 1천개를 선물해주며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보냈다·
오히려 난리인 쪽은 유럽이었다·
‘표현의 자유’를 그 무엇보다 중요시 하는 국가들이니만큼 수위 높은 만평들이 쏟아져나왔다·
이쪽으로 가장 유명한 프랑스의 주간지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는 ‘알라신’과 ‘셰이크’라고 불리는 아직 정체불명의 발푸르기스 수장의 나체 성관계 그림을 실으며 스타트를 끊었다·
이런 어그로 덕분에 오히려 무슬림들은 한국보다 서유럽에 대한 적개심만 키워나가는 꼴이 되었다·
이번 영상은 편집자 서마루조차 거치지 않고 갑작스레 올린 영상이었기에 지인들로부터 많은 걱정을 받았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나는 지금 한국에 없으니까·
“나메 학생·”
“···”
“나메야?”
“네?”
“아카데미는 지낼만 해요?”
“천교수님한테 연락이라도 왔어요?”
“아니이? 그냥 내가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네 지낼 만해요 교장선생님·”
한국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한국보다 안전한 장소·
바로 미국의 치외법권이 적용되는 세피론 아카데미 부지였다·
“교장선생님 그런데 천교수님께 진짜 연락 안 왔어요?”
“걱정되면 나메가 먼저 연락해보지 그러니?”
“아녜요· 일 때문에 바쁘실 텐데 뭐·”
내가 겁도 없이 함부로 영상을 올린 건 때문에 천교수님과 대판 싸운 뒤로 나는 줄곧 가출모드였다·
“이상하다 지금쯤 안절부절하고 계실 텐데·”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매정할 수가 있지?
교장실 한쪽 바닥에 얌전히 앉은 나는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나루토 만화책을 휙휙 넘기며 애써 태연한 척을 해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푸른수염고래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오늘 나메는 특식입니다!! 다채로운 맛의 나메나메를 즐겨보세요!!
결국 나메에게 자유방임식 교육을 허락하지 않은 천규진 교수님··!! 이번 건은 나메가 제대로 선을 넘은 것 같네요!! 어쩌면 천재발굴단에서도 느끼는 바가 많았을지도 몰라요!!
TMI지만 나메는 불교를 믿습니다··!! 환생을 직접 관측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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