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61
아이가 잘못된 길로 가면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주는 것이 교사의 의무이다·
세피론 재단에서 영재지도교육 커리큘럼을 수석으로 수료한 재클린 캐롤·
중등부 학년부장으로부터 호출을 받은 그녀의 얼굴은 근심걱정으로 가득했다·
초등부 학생 두 명이 자신들의 완드로 담배 피우는 흉내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런데 하필 둘 중 한명이 노나메란다·
재키가 생각하기에 노나메는 다른 천재들과 비교해도 조금 독특한 아이였다·
수업에는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는데도 아카데미 생활 자체에는 또 만족해한다는 게 특이점이라면 특이점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자발적으로 월반도 거부하였고 가파른 속도로 쌓이는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게다가 실습시간만 되면 선생 자신을 도와 개구쟁이 아이들을 통제하기까지 한다·
선생의 속을 썩이기는커녕 오히려 호의적인 학생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자신이 맡기에는 너무 버거운 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재키는 이제 겨우 교직생활 2년 차에 접어든 신임 교사였다·
그녀가 가르칠 수 있는 범위를 이미 훌쩍 넘어선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만 하는지 고민이 깊어졌다·
[항상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지만 속에는 큰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아이입니다· 가끔 위험한 일에도 무작정 들이받는 경향이 있어서 선생님께서 옆에서 유심있게 잘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만약에라도 나메가 상식과 동떨어진 행동을 할 때는 아이에게 휘둘리지 말고 따끔하게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천교수가 간곡히 부탁한 말이 맴돌았다·
나메가 그저 평범한 인생을 꾸려나갔으면 하는 천교수의 바람을 전달받은 재클린 캐롤·
1학기 초에 4서클 마법을 무단으로 사용한 사건 이후로 또 한번 나메가 거하게 사고를 쳤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니 아무리 담배가 아니라도 그렇지! 교내에서는 마법 사용 금지인 거 몰라? 그리고 친구라는 너도 말이야! 친구가 나쁜 짓을 하면 말릴 생각을 해야지 그걸 또 옆에서 좋아라고 지켜만보고 있었어? 아 선생님 오셨습니까· 여기 이 학생들 담임이신가요?”
“네네· 제가 2학년 A반 담임 재클린 캐롤입니다·”
“담임 선생님도 문제예요· 애들이 아카데미 구석에서 이런 장난을 치고 있다는 걸 여태까지 모르고 계셨습니까?”
“장난이라 하면···?”
“콜록···!”
둘 사이에서 나메가 뻘쭘하게 기침을 한차례 토해냈다·
아직 증기 상태로 남아있는 뿌연 마나가 나메의 입에서 조금씩 새어나왔다·
학년부장은 아이들 앞에서 언성을 높여봤자 도움이 되는 게 없다는 걸 깨닫고 재키에게 사건을 위임했다·
“아카데미에 외부 인사들도 가끔 방문하시는데 이런 추태를 보이면 어쩔뻔했습니까· 선생님께서 알아서 잘 하시리라 믿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너희들도 임마! 이런 으슥한데에서 놀지 말고 너희들 놀이터에서 놀아 알았어?”
할 말을 모두 마친 학년부장은 회초리와 함께 담을 넘으며 유유히 사라졌다·
재클린이 나메와 요한을 째려보자 다들 제각기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요한이는 겁에 질려 벌벌 떠는 동안 나메의 고개는 먼 산을 향하고 있었다·
‘혼낼 테면 혼내보라는 생각인가?’
마법을 가르치는 아카데미인만큼 재클린 캐롤을 포함하여 교사진들은 대체로 아이들에게 엄격한 편이다·
“너희들이 뭘 잘못했는지 선생님한테 직접 말해줄래?”
하지만 그런 엄격함도 노나메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메는 요한의 등을 떠밀었다·
“요한아 너는 반에 먼저 들어가있어·”
“···?”
“넌 아무 잘못 없잖아· 괜찮아 선생님께는 내가 알아서 잘 말씀드려볼게·”
“그럴 수는···”
“어서·”
나메가 요한이를 불편한 자리에서 떠나보냈다·
‘나메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 친구부터 감싸주는구나·’
그러더니 별안간 나메가 요한이가 들어간 건물 입구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사실 요한이가 먼저 잘못했어요·”
완전히 예상 밖의 답변이 튀어나왔다·
* * *
내게 고백한 애가 요한이가 아니었다는 말을 반 아이들에게 믿도록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선생님의 역할이 제일 중요했다·
결국 입을 맞출 대상을 섭외하기 위해 재클린 선생님에게는 방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사실대로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뭐 친구들한테만 비밀로 한다고 했으니까 딱히 약속을 어기는 것도 아니다·
“아아 나메가 갑자기 고백을 받아서 조금 당황했겠구나···! 그래서 요한이를 위로해주려고 그런 거였어?”
“그런 셈이에요·”
요즘 애들은 참 빠르네··· 라며 재클린이 중얼거려본다·
“그래도 말이야 나메야· 선생님은 유사한 행위를 가르쳐주는 것만으로도 흡연에 대한 동경심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 나메는 똑똑하니까 선생님이 무슨 말 하는지 잘 이해했지?”
“네 이해했어요·”
“그럼 나메가 잘못한 것도 다 인정하는 거네?”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 같아 답변을 잠시 보류했다·
“나메는 정말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니? 선생님은 아니라고 보는데···”
“선생님 몇 달 전만 해도 제가 몸이 많이 안 좋아서 매일 액체 포션 마셨던 거 기억하세요? 사실 그때도 억지로 쓴 포션을 삼키기 위해 증기형태로 바꿔서 마셨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제가 잘못한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저는 다 인정할게요···”
재클린 선생님의 의견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무슨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게다가 2서클 이하의 마법은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구 교장에게 특별히 허가까지 받아놓은 상태이다·
요한이가 이 사건을 계기로 몇 년 뒤에 담배를 피게 된다 한들 그때 가서 혼내면 되는 거지 굳이 생사람을 잡을 필요까지 있겠나·
“네?”
내 억울한 심정을 알아달라며 애처로운 눈빛을 마구마구 쏟아보냈다·
재클린 선생은 고개까지 돌리면서 내 눈빛을 외면하였다· 생각보다 강적이다 이 사람·
그렇게 한참을 고뇌하나 싶더니 갑자기 자신의 두 볼을 찰싹 때리며 최후통첩을 내렸다·
먹혔나?
“노나메·”
“네·”
“일단 손에 그것부터 선생님한테 이리 내놓을래?”
“아···”
작전은 실패했다·
굳이 주제를 담배쪽으로 끌고 가서 그녀의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속셈이었는데 결국 그녀는 끝끝내 속지 않았다·
“교실 내에서는 완드 반입 금지인 것도 알고 있지?”
“네···”
“완드는 이따가 선생님이 하교할 때 돌려줄게· 다음에는 아카데미에 가져오지 말자· 그리고 오늘 하루 수업 끝나고 체육쌤 찾아가서 같이 강당 청소하면 선생님도 나메를 전부 용서해줄게· 선생님이랑 약속!”
“네엡···”
내 새끼손가락마저 억지로 빼앗아가버린 재클린 선생님은 뭔가 한 건 해냈다는 듯이 콧김을 내뿜었다·
“좋아! 우리 수업 하러 가자 나메야! 나메가 제일 좋아하는 대련실습 시간이다 그치?”
나는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대답했다·
“좋아하죠··· 매일매일 대련실습이 한 시간씩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매일매일 아이들을 입맛대로 요리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선생님이 한번 건의해볼까? 일주일에 다섯시간으로 늘려달라고?”
그녀가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내 의견을 물었다·
아무래도 혼을 냈으니 그 이후에 내 기분을 풀어주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덥썩 물었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인 것 같네요· 그런데 다섯 시간도 너무 적은 것 같은데 일곱 시간 정도는···”
“알겠어! 다음 선생님들 회의 때 꼭 건의해볼게!”
“네!”
* * *
가을이었다·
세피론 아카데미에 소악마가 강림했다·
“2학년 A반! 잠깐 교감 선생님이 부르셔서 선생님이 가봐야할 것 같은데 아직 수업시간 20분 정도 남았으니까 체육관 밖으로 나가지 말고 있어야 돼요 알겠죠?”
“걱정 마세요 선생님· 제가 잘 돌보고 있을게요·”
“그래 나메가 우리 반 체육부장이니까 애들 잘 챙겨주면 좋겠어· 여기 키 놓고 갈 테니까 종 치면 체육관 문도 잊지 말고 잠궈주고·”
“넵· 조심히 다녀오세요·”
악마를 물리칠 유일한 용사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까치발을 들고 담임 선생님이 멀리 떠나간 것까지 확인한 나메는 바닥에 놓여있던 키를 집어들었다·
철컹-
나메가 체육관 출입구를 완벽하게 봉인하자 드넓은 공간에는 싸늘한 적막만이 흘렀다·
용기 있는 서유나가 그녀에게 쪼르르 달려가 이유를 물었다·
“나메야 문은 왜 잠그는 거야···? 응? 우리 수업 때 열심히 했으니까 이제 쉬어도 되는 거지?”
“서유나 이제 한 손으로 물구나무 할 수 있어?”
“아··· 아니· 네가 오늘 알려줬는데 그걸 어떻게 바로 해!”
“그럼 너도 나 따라와·”
나메는 고개를 내저으며 유나를 밀치고 강당 중앙으로 저벅저벅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저기서 작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오러를 다루는 일은 근육을 쓰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온몸에 오러를 두르는 연습을 한 아이들은 전부 차가운 바닥에 엎어져 제각기 다양한 통증을 호소했다·
누구는 팔다리가 저리다 누구는 허리가 쑤시다 누구는 엉덩이가 아프다·
쾅-!
“···!”
나메가 오른발을 바닥에 세차게 내리밟으며 잡음들을 모조리 제거했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눈을 부라리며 그녀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처음에는 선생님과 나메로부터 오러를 배우는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마치 달에 간 것처럼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은 아이들에게도 색다른 체험이었을 터·
‘도대체 또 뭘 하려고!’
‘제발 그만하자 그만!’
하지만 오히려 지나친 사용은 몸에 무리한 반동을 준다·
그마저도 나메는 아이들마다 한계점을 기막히게 파악하여 팔이 저리기 시작할 때쯤 다리 운동을 시키는 방식으로 온몸을 차근차근 괴롭혀왔다·
“이제 준비운동은 다들 끝냈지? 슬슬 시작해볼까?”
나메가 팔을 붕붕 휘두르며 오러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게 전부 준비운동이었단다·
“서유나 위치로·”
“위··· 위치로!”
“물구나무·”
“흐읍!”
유나는 방학 때의 특훈 덕분에 두 팔로 서는 것까지는 완벽하게 해낼 수 있었다·
“원래 한 팔로만 버티는 건 어려워· 당연한 거니까 벌써부터 포기할 필요는 없어· 우리 천천히 강도를 늘려가보자· 빨리 너희들도 따라해 내가 자세 봐줄 테니까·”
“···”
“한 명이라도 물구나무 못 서면 오늘 점심 못 먹을 줄 알아·”
하필 지금이 또 4교시 점심시간 직전이었다·
물구나무를 섰다가 엎어지기를 반복하는 아이들을 보고선 나메는 비릿한 미소를 흘렸다·
“나메야 나 한 손으로 성공···! 어 으아아앗!”
“너무 아깝다· 다시 해보자 유나야·”
천릿길도 한걸음부터·
나메의 특훈은 이제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호두기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정주행하시면서 나메의 귀여움을 만끽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나메나메 사랑스럽게 봐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초등학생한테 담배를 강요한 업보라도 치르는 걸까요· 어제 저희 집에 화재가 날 뻔했습니다··!! 에어프라이어에 불이 붙어가지고 연기가 사방에 깔려서 진짜 깜짝 놀랐네요· 공기청정기가 12시간 동안 일한 결과 다행히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었습니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