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8
시험은 간단했다·
뭐 복잡한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1학년 동안 배웠던 것을 모두 시험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렇기에 범위가 어마무시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상관없었다·
어차피 다 기억하고 있는 내용이었으니까·
펜을 이용해 종이에 글을 작성한다·
시험 문제는 총 백문제·
아마 평범한 학생이면 모두 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애초에 모두 풀라고 만들어놓은 시험지가 아닌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이건 이거고·’
나에게는 딱히 어려움이 없었다·
중간중간 사소한 것을 물어보기는 했는데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고 해야하나·
정말 머리가 똑똑하면 만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게 1학년 시험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만약 학년 위로 더 올라간다면?
시험의 난이도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겠지·
‘아 귀찮네·’
다 때려치우고 싶기는 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뭔가 아까웠다·
여태껏 노력을 한 것이 아깝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여기서 책을 읽는 것이 은근 재밌기도 했다·
근본적으로 ‘아공간 마법’을 얻어야 하기도 했고·
‘아공간 마법이 별거 아니기만 해봐·’
그 자리에서 술식을 파헤쳐 줄 생각이었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문제의 답을 모두 적었다·
“저 끝났습니다·”
“··벌써 큼큼· 그러면 제출하고 가시면 됩니다·”
“네·”
나는 두눈을 가린 선생에게 시험지를 제출하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공기가 나를 맞이한다·
아까까지 있던 어두침침한 공기와는 대비되는 분위기·
‘그나저나 너무 으스스하기는 하던데·’
잘못하면 유령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한국이었다면 장난으로 이런 말을 했겠지만 이세계에서는 정말로 유령이 존재했다·
사람이 잘 드나들지 않고 마나가 많고 으스스한 곳에는 필시 유령이 생기기 마련·
그렇기에 이세계의 주민들은 마나가 많은 곳에는 빛이 들지 않는 방을 최대한 적게 만드는 편이었다·
유령이 생기면 퇴마하기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저렇게 유지를 하고 있다니·
‘뭐··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
나는 일단 타인이다·
내 잣대로 판단을 할 수는 없는 일·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기숙사로 향했다·
그렇게 기숙사 침대에 누워 뒹굴거렸다·
시험 결과가 나오는 날은··· 나도 잘 모른다·
시험을 본 생도의 기숙사로 시험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리 내가 그동안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는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공부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싫어하는 편에 속했지·
그렇기에 이렇게 뒹굴거리면서 쉬고 있는 것이었다·
“아 공부하기 싫다아···”
지금은 잃을 것이 많기에 공부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천성부터가 나는 공부를 할 체질이 아니었다·
공부를 하면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으니까·
도서관에 소파가 없었다면 아마 나는 오래 공부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갤러리를 켰다·
원래 할 것이 없을 때는 갤러리를 켜는게 제일 도움이 된다·
심심하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의 갤러리 떡밥을 확인했다·
“아직도 쿠론툼 떡밥이네·”
쿠론툼에는 도대체 왜 갑자기 군단장이 소환이 된 것일까·
군단장이 원한다고 해서 바로바로 소환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텐데·
누군가 어떤 조건을 만족시켜서 소환이 된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면 원래부터 군단장이 거기 잠들어있었는데 그걸 억제하고 있던 도구를 잃어버렸거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글을 작성했다·
[작성자:진짜씹거지임]
[제목:제발 쿠론툼 떡밥 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
[내용:저희 건실한 토론을 좀 해봐요]
그렇게 글을 작성하고 댓글이 달리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다·
L:응 싫어
L:그래서 건실한 토론 뭐할건데 주제를 던져주셈
ㄴ진짜씹거지임:나도 몰루겠는데
ㄴ:?
ㄴ:자기가 건실한 토론하자고 했으면서 이게 뭔 개소리인지
ㄴ:미친련인가 ㅋㅋ
ㄴ:뭐하는 사람일까 이건
ㄴ:갤 들어오자마자 이게 뭔 병신같은 글이여
ㄴ진짜씹거지임:아니 장난친건데 왜 갑자기 다들 공격함 너무하네;;
ㄴ:지금 갤럼들 단체로 생리중이니까 건들지마셈
L:갤떡 나도 마음에 안들기는 한데 딱히 돌릴게 없음 ㅋㅋ
ㄴ:ㄹㅇㅋㅋ
ㄴ:쿠론툼 솔직히 좆도 관심없는데 그냥 떡밥 돌리는 중
ㄴ진짜씹거지임:아니 ㅋㅋ
그나저나 이쯤됐으면 쿠론툼에 있던 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때도 된 것 같았다·
원래 다른 곳의 일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편은 아니지만 쿠론툼은 한번 가본 곳이기에 그렇게 남의 일 같지가 않았으니까·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물어볼 사람이 있었다·
그렇기에 갤러리에 그 사람의 닉네임을 검색한다·
“페루스가·· 최근에 글을 썼나·”
페루스가 최근에 작성한 글에 가서 댓글을 달면 될 일이었다·
페루스는 정말이지·· ‘갤창’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었으니까·
갤러리에 정말 24시간 상주하며 모든 사람의 질문을 받아준다·
아 간혹 드물게 다른 사람의 질문을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전투를 하는 도중이다·
그럴 때가 아니라면 어지간해서는 모든 질문을 받아준다·
그런 생각을 하며 페루스의 가장 최신 글에 댓글을 남겼다·
L진짜씹거지임:님님 혹시 쿠론툼에서 요즘 무슨 일 일어나는지 아시나요?? 제가 요즘 갤러리를 많이 못해서
그렇게 댓글을 남기자-
곧바로 달리는 댓글·
ㄴ페루스:요즘 쿠론툼은 아비규환이다· 군단장이 소환하는 마물을 처치하느라 굉장히 힘에 부치는 중이지· 그래서 말하는건데 어지간하며 여기로 오지마라· 굉장히 힘든 곳이다·
내가 페루스를 생각하고 있는 만큼 페루스도 나를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만큼 예전에 갤질을 하면서 자주 닉네임을 기억했으니까·
갤질을 많이 하는 사람만 느끼는 사실인데 갤질을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같은 사람이 갤러리에 상주하는 것을 알게된다·
올리는 사람만 계속해서 글을 올리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하나·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서로 정이 든다·
돈독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댓글을 남겼다·
ㄴ진짜씹거지임:아 알겠습니다· 조언 감사해요·
페루스가 이런 사족을 다는 사람이 아닌데 이렇게 단 것을 보니 나의 닉네임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모양·
아니면 요즘 마음이 널널해져서 다른 사람들에게 사족을 달아주고 있거나·
개인적으로는 전자였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을 하며 갤러리를 조금 더 찾아봤다·
‘··사진이 있을텐데·’
갤러리의 특성 상 사진을 올린 사람은 무조건 있다·
사진을 올리면 조회수가 많이 나오니까·
궁금해서 들어오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갤러리에 올라온 글을 모조리 확인하기 시작했다·
과연 어떤 글이 있을까·
촤르륵-
글을 모조리 뒤져보자 그래도 쓸만한 글들이 몇개 나왔다·
그나저나 조금 짜증이 나는 점이 있었다·
“아니 쓸만한 글들 좀 작성하지·”
왜 이렇게 쓸데없는 글들을 많이 작성한다는 말인가·
어이가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쓸모있는 글들을 확인했다·
[작성자:페루스]
[제목:현재 쿠론툼 상황이다·]
[내용:(사진)(사진)(사진)저 멀리 보이는게 군단장인데 아직 어느 군단장인지 확인도 되지 않는다· 쿠론툼에 올 생각이 있으면 조심하도록·]
L:아 쿠론툼 지랄났네 ㅋㅋㅋㅋㅋㅋㅋ
L:일단 부산물 값 개지랄날 것 같으면 개추 ㅋㅋ
ㄴ:ㄹㅇㅋㅋ
ㄴ:야랄나는거 확정이지 ㄹㅇ
ㄴ:ㄹㅇ
ㄴ:개망할 것 같기는 해
ㄴ:아니 근데 왜 하필 쿠론툼이냐 진짜 짜증나네 ㅋㅋ 쿠론툼말고 쓸모없는 바루크에 떨구면 되는거 아니냐고
ㄴ:뭐 이 새끼야?
ㄴ:긁힌 바루크 거주민 검거 ㅋㅋ
ㄴ:룩펠턴에 사는 사람이 보기에는 다 거기에서 거기인데 뭘 따짐 ㅇㅇ··
“··여기서도 갈드컵을 한다고?”
어이가 없었다·
이세계에 와서도 갈라치기를 한다니·
역시 갈라치기는 인간종특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사진을 확인했다·
사진에는 굉장히 거대한 몸집을 가진 군단장으로 보이는 놈이 있었다·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듯 사진이 찍힌 곳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군단장·
조금 무섭게 생기기는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괴하게 생겼다고 해야겠지·
‘아 완드 구해야하는데·’
빠르게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완드도 구해야하는데·
쿠론툼이 저 모양이면 완드를 만들기 위한 부산물을 수급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저 군단장을 처리해야 하고·
“하아···”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고-
다음 날·
나는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는 문서를 받을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바로 실기시험을 합격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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