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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apter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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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08

하룻밤이 지나 또다시 새벽·

밤이 흘러 해가 떠오른 찰나에 나는 처소 밖으로 나왔다·

산뜻한 공기 속 주변을 둘러봤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게 보였다·

알게 모르게 들려오는 새소리나 아침부터 은근히 들려오는 외침 소리·

-합!

-합!

누가 봐도 새벽 수련을 시작한 것 같은 모습에 기감을 높여 살피듯 쳐다봤다·

어제 봤던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마냥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이들이 함께 모여 검을 수련하고 있었다·

-더 높게! 하체에 힘을 빼지 마라!

앞에선 교관으로 보이는 이가 고함을 치며 제자들을 살피고 있었고·

그런 땀내 나는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매화잎은 끊임없이 흘러 내린다·

정말 인위적인 모습이 몇 없다면 중원의 화산파라 말해도 의심하지 않을 모습들이었다·

-핫! 핫!

-합!

-거기! 팔에 힘 똑바로 줘!

-죄송합니다!

-집중 안 해? 그렇게 쓸 거면 필요 없을 테니 떼주마·

 

-죄 죄송합니다!

“···”

뭘 뗀다고?

상당히 거친 말이 들려왔다· 잘못 들었겠지···?

“뭘 그리 보고 있느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신 노야가 피곤한 얼굴로 처소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냥 보이길래 보고 있었습니다·”

“애들 고생하는 걸 지켜보는 게 재밌더냐·”

“예· 역시 남의 고생이 최고죠·”

“···표정 보니 농이 아니로구나·”

“노야도 좋아하시는 거 아닙니까?”

“맞지·”

신 노야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나 남이 고생하는 모습만큼 좋은 건 없긴 했다·

피식 웃으며 다시 수련장을 살폈다·

“대체 체계는 어떻게 잡아둔 겁니까?”

수련이라고 함은 어떤 방식으로 맞춰둔 걸까· 그게 궁금해서 말을 물으니·

“체계라고 할 것까진 없고· 그냥 대충 해놓았다·”

“···그 대충이 뭔데요?”

“그냥 단순한 거 있잖느냐· 한두 명 가르쳐 놓고 아랫 놈들 똑같이 가르치라고 하는 거 있잖느냐·”

“아아·”

말 그대로 진짜 단순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더불어·

‘위험한 방법이네·’

문파를 관리하기엔 가장 쉬우면서 위험한 방법이기도 했다·

옳은 가르침을 전한다고 해도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이가 몇 명인가의 문제였다·

‘보니까 막 나쁜 건 같지는 않은데·’

훈련의 강도나 그걸 받아들이는 제자들의 형태를 보니 다행히 문제가 될 법하진 않았다·

“···흠·”

가르치는 이들의 경지는 어느 정도일까·

그걸 보다가 노야에게 다시 물으려 하지만·

“노····”

말을 묻다 말고 멈춰야 했다· 신 노야의 표정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뾰로통하다고 해야 하나 심보가 고약하게 일그러졌다 해야 하나·

뭐가 됐든 괴상한 얼굴이다·

“···”

그걸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저 양반이 저렇게 된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 아직도 삐져 계신 겁니까?”

“삐지긴 누가 삐졌다는 게냐!”

내가 콕 짚어 말하자 노야가 발끈하며 소리친다· 안 삐지긴 방금 모습만으로도 알겠구만·

“직접 진 것도 아닌데 뭘 그리 꽁해 계십니까·”

“누가 꽁해있다고···!”

“그럼 꽁해 계신 거지 뭐예요· 혹시 자존심이 상하셨다거나 그런 겁니-·”

고개를 틀었다·

휘익-!

콰아아—!!

“씨발···?”

주먹을 급히 피했는데 허공을 가른 주먹에서 풍압이 몰아친다·

어쩐지 평소보다 느리다 싶었는데 안에 기운이 한껏 담겨있던 모양이다·

그걸 보며 신 노야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는데·

“피해?”

이 인간은 되레 날 보며 당당하게 말하더라·

“안 피했으면 죽었습니다· 제정신이십니까···?”

“스스로를 너무 얕잡아 보는구나· 저 정도로는 쉬이 안 죽는다·”

“웃기고 있네·”

“이 새끼가···?”

노야가 다시금 주먹을 치켜들자 다급하게 외쳤다·

“아 거 따질 거면 진 본인한테 따지시라구요! 왜 나한테 지랄인데!”

“안 졌다니까!”

“졌잖아!”

쾅-!

“컥!”

끝내 한 대 쥐어 박혔다· 평소보다 훨씬 강도가 강해 그대로 주저앉아야 했다·

“끄으으으····”

고통에 정수리를 움켜잡고 신 노야를 노려봤다·

“두고 봐라···· 내가 강해지기만 하면 그 뒤에 어떻게 되는지 보십쇼·”

“흥 네깟 놈이 강해져 봤자 내 발끝에나 올 수 있을 것 같더냐·”

“응 내가 근데 이겼죠? 아 죄송해요·”

분위기가 험악해질 것 같길래 다급히 사과했다· 

망할 노인네 농담이 하여튼 안 통해요·

‘억울해 죽겠네·’

이걸 왜 맞아야 하는 걸까·

참으로 억울하기 짝이 없다· 더불어 이렇게 노야가 씩씩거리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내가 노야와의 비무에서 이긴 것 때문이지·’

바로 영풍의 몸에 잠들어 있던 또 다른 신 노야·

신룡무투제에서 그와 싸워 이겼던 것 때문이었다·

어젯밤 천천히 얘기를 하던 도중 이에 관한 이야기도 했었는데·

말을 들은 노야가 헛숨을 터뜨리더라·

웃긴 건·

-···내가 졌다고?

또 다른 자신과 귀정이 있다는 건 관심도 없고 오로지 내게 졌다는 사실만이 중요한 것 같았다·

-예· 아주 된통 당해서 질질 짜셨습니다·

비무의 결과는 내 승리였다·

허를 찔러 어떻게든 얻어낸 것이다·

‘실상 봐준 것에 가깝기는 하다만은····’

알고 있었다·

그때의 비무는 노야가 날 거의 놀아준 것에 가깝다는걸·

아무리 방심하게 만들고 귀정을 이용해 승리를 얻어냈다고 하나 그래봐야 그때 노야가 봐줬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신 노야가 바란다면 목이야 일검에 베였겠지·’

그때도 알았고 지금은 더 확실하다·

노야는 원한다면 내 목을 언제든 벨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의 노야와 그때 만난 노야에게 차이가 있음은 확연하나·

그렇다고 해도 이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다만 그건 그거고·

“왜 자꾸 저한테 화내시는 거냐구요·”

그 말을 듣고 노야는 쉬지 않고 나한테 꼽을 주기 시작했다·

“이딴 핏덩이에게 졌다는 게 짜증나서 그런다·”

“그러니까 그냥 화풀이라는 소리네요?”

“그래·”

“왜 당당한데 이 노인네야·”

“너도 어제 화풀이로 사람 하나 골로 보냈잖느냐· 나는 말로 하는 것이지 좀 더 낫지·”

“···지나간 일을 꺼내는 건 반칙이죠·”

사람 할말 없게·

“그래도 저한테는 명분이라도 있지 이건 명분도 뭣도 없잖습니까·”

“왜 없느냐·”

“예?”

그럼 명분이 있어? 과연 무슨 말을 들먹일까 말을 기다리는데·

“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 그게 내 명분이다·”

“···”

진짜 좆 같은 대답이었다·

아 머리 아파····

“···진짜 돌겠네·”

나오려는 한숨을 참으며 말했다·

“왜 중요한 얘기는 하나도 안 꺼내고 그것만 집중하냐구요·”

어제 했던 말이 한 두 개가 아닌데· 이 양반은 그런 건 하나도 안 중요한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한테 졌다는 것만 중요하고 제가 노야 환생이라는 건 안 신기합니까?”

뇌천일검에게 들었던 말·

바로 내가 본디 노야가 환생이라는 것·

정확히는 환생했어야 할 몸이라고 했던가?

그 부분이 가히 충격적일 텐데· 정작 노야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 사사로운 게 뭐가 중요하더냐·”

“사사···· 사사롭다고?”

그게 어떻게 사사롭지? 얼척이 없다·

그때·

“아니다·”

노야는 뱉은 대답이 뭔가 이상하긴 했는지 문득 고민한다·

그래 자기가 생각해도 말이 좀 개떡 같긴 했-·

“그렇게 되면 닮았다는 말에 신빙성이 생길 수 있으니 기분이 좀 더럽긴 하구나·”

“진짜 그냥 뒤지십쇼·”

이 인간에게 기대한 내가 등신이지·

한 손으로 얼굴을 연신 쓸어 내렸다·

“낄낄낄·”

말을 뱉은 노인네는 정작 자기는 재밌다는 듯 웃기 바빴다·

그러다가 노야가 웃음을 지우고 내게 말을 물어온다·

“애송아·”

“예·”

“내게 뭐라 할 게 아니라· 정작 네놈도 그다지 놀란 것 같지는 않은데· 내 말이 틀리더냐·”

“···”

시선을 살짝 피했다· 동시에 멋쩍은 표정을 지어야 했다·

“표정을 보니 확실하군·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했거나· 혹은·”

노야가 풀고 있던 손을 움직여 뒷짐을 진다·

“알고 있던 게 아니더냐·”

“···”

노야의 말을 듣고 연신 입 속에서 혀를 깨물었다· 눈을 마주치기 쉽지 않았다·

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특유의 눈이 참 거슬린다·

영혼일 때도 조금 그랬는데 직접 마주하니 더 그렇다·

“알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솔직히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내 반응이 이런 이유는····

‘그래도 상관없었으니까·’

그래 그렇게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예상이든 확신이든 그런 게 아니라·

정말 그저 그래도 상관없을 것 같아서·

오히려 저런 존재의 환생이라면· 내 가치가 조금은 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지키고픈 이들과 조금이라도 가까워 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과 감정이 가장 컸다고 봐야겠지·

단지·

“흠 그래?”

그런 생각을 노야에겐 죽어도 말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결국 이 또한 정해져 있던 뭐 그런 건가·’

노야가 담겨있던 매화석을 내가 지니게 됐던 것도·

귀정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된 것도·

내가 이 일에 엮이게 된 것도·

전부 정해져 있던 걸까·

그런 생각이 요즘 문득문득 스친다· 그리고·

‘그것도 아니라면·’

정해진 게 아니라 누군가 의도한 것들이 아닐까·

다소 무서운 망상을 근래에 하고 있었다·

그래서 불안한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들이 다 무의미할까 봐 그마저 누군가의 의도일까 봐·

그게 계속 걸렸다·

‘지워·’

인상을 쓰고 생각을 지워냈다· 쓸데없이 신경만 쓰이고 쓸모는 없는 생각이었다·

“후우·”

한숨을 푹 내쉬며 멀찍이 시선을 옮겼다·

다른 생각을 하고자 주변을 쳐다본 것인데 눈에는 저번에 갔던 거대한 나무가 엿보였다·

아마 신목이라 했었지·

“근데 노야·”

“왜 그러느냐·”

손으로 신목을 가리키며 노야에게 물었다·

“저건 직접 심으셨다고 하던데···· 여기도 매화나무가 있습니까?”

중원에선 본 적도 없는 나무들이 즐비해 있거늘 저렇게 큰 매화나무가 참 신기했다·

심지어 직접 심었다고 하니 더 의문이다·

그런 내 의문에 신 노야가 웃으며 말해준다·

“아아· 저거? 당연히 없다·”

“예? 그럼 저건····”

“저건 씨앗을 심은 이의 심상이 덧붙여진 것이다· 내가 심었으니 매화로서 피었을 뿐· 다른 이가 심었다면 또 다른 게 나왔을 터다·”

“그런 게 가능한 겁니까?”

심는 사람에 따라 피어나는 게 다르다니·

뭐 그런 게 있나 싶다만·

“그렇기에 신목이라 부르는 게다· 애당초 저런 크기의 나무라는 게 이상한 일 아니더냐·”

“···그렇긴 합니다·”

“보기보다 대단한 물건이다·”

노야는 신목을 보며 뿌듯하다는 듯 말했다·

“상당히 애지중지하고 있던 놈이라 훔치기 참 힘들었지·”

“그것 참 고생하셨-· 예? 뭐요?”

말을 듣다 고개를 재빨리 돌렸다·

훔쳐?

뭘?

“아·”

내 말에 노야가 아차 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말 안 했었나?”

뒤늦게 깨달았다는 듯 손으로 신목을 가리키며 말하길·

“저게 원래는 만계의 주인인 네 어미가 지니고 있던 물건이다·”

“···네?”

“근데 그걸 내가 훔쳐 땅에 심어버렸지· 하하하· 덕분에 여기서 한 오십 년은 싸우고 도망치길 반복하느라 곤욕이었느니라·”

“···”

노야는 미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고·

‘이야· 시발·’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튈까?’

아무래도 처음에 선택을 잘못한 것 같다·

******************

쿠후흐흐흐흐흐·

쿠흐흐흐흐·

거대한 동굴 속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둡고 습한 동굴 한복판에 무언가가 주저앉아 호흡을 고르고 있다·

이 알 수 없는 소리는 놀랍게도 숨소리였다·

[쿠후흐흐흐·]

소의 머리에 인간의 육체를 지닌 거구·

두령이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다쳐서일까?

아니었다· 그저 분노가 담긴 숨결이었다·

그때·

“아직도 이러고 있나·”

동굴 속으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낸다·

[···]

상대를 확인한 두령의 눈빛에 불이 들어왔다·

[···투상·]

사내가 그 말에 앞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가 움직이니 어디선가 검은 깃털이 떨어졌다·

“두령 주인께서 걱정이 많으시다·”

[···쿠흐흐····]

두령이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두령의 사과에 투상이라 불린 사내가 고개를 까딱였다·

“사죄하려거든 내가 아니라 주인의 존안을 뵙고 직접 말씀드리는 게 옳을 터다·”

[···]

“또한 주인께서 대기하라 명하셨으니 쓸데없는 욕심은 거둬 놓고 있거라·”

[하오나····]

“두령·”

두령이 뭐라 말하려 하자 사내가 그 말을 끊어낸다·

“분노에 못 이겨 말씀을 어길 생각인가?”

투상의 말에 두령이 입을 다물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그놈들을 찢버러고 싶지만 두령에겐 결국 주인의 명이 전부였다·

“대답해라·”

[···명심하겠습니다·]

두령의 대답에 투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심정은 이해하나 크게 걱정하지 말라·”

투상이 누군가를 떠올리며 말했다·

“야랑이 움직였다·”

[···!]

투상의 말에 두령의 호흡이 일순 격렬하게 반응한다·

“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네가 원하는 때가 올 것이다·”

그 말을 내뱉고 투상이 뒤를 돌아 걸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두령의 영역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쿠흐흐!

두령이 나직하게 콧 바람을 내쉰다· 그의 감정을 보여주듯 불꽃이 내뿜어졌다·

-야랑이 움직였다·

그 말 하나로 두령의 심장이 다시금 거칠게 뛰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두령이 말했다·

[···기필코 다음엔·]

놈들을 잡아다 치워버릴 것이다·

[모든 것은 만계를 위해·]

두령이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는 자신의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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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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