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12
괴물···?
지금 날 보고 한 말인가?
거북이가 뱉은 말에 어이없다는 듯 표정을 지어야 했다·
‘누가 누구보고 괴물이라는 거야?’
내가 보기엔 상대가 훨씬 괴물같이 보이는데 그런 놈이 내게 괴물이라 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흐으으음·”
거북이가 날 쳐다본다· 그 시선이 묘했다·
“장문인· 대체 이런 건 또 어디서 주워온 게야·”
“거 사람 면전에 대고 말이 좀 너무하구만·”
계속되는 무례에 신 노야가 결국 못 참겠다는 듯 거북이에게 말했다·
“얘가 아무리 괴물같이 생겼어도 그렇지·”
“노야?”
“사람보고 괴물이라니· 이 무슨 무례인가! 아무리 괴물같이 생겼어도-!”
“야·”
“자네 그렇게 봤는데 너무 하는 구만· 이렇게 되면 매실차의 일은 석 달로 줄이는 게····”
“수 쓰지 말게 장문인·”
“칫·”
“이 망할 것들이····”
빠드득· 이를 갈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사람 앞에 두고 뭐 하는 짓거리-!”
“어른들 얘기하는 데 시끄럽다·”
거북이가 들고 있던 지팡이로 내 이마를 가리켰다·
그 순간·
“···어라?”
나는 어느샌가 건물 밖으로 나와져 있었다·
“뭐야·”
이게 갑자기 어떻게 된 거지?
이상한 낌새에 놀라는 한편·
두근-!
“···!”
갑자기 날뛰기 시작한 심장에 가슴을 움켜잡았다·
두근! 두근두근!
“···하····”
기운이 반응했나?
그런 것 같은데 일단 구염화륜공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기도 아니고···· 그럼 남은 건··
‘···주술의 고리?’
주술을 익히며 심장에 묶인 고리·
그게 방금의 일로 거칠게 반응했다·
그렇다는 말은·
‘···방금 그게·’
주술이었다는 말인가?
*****************
“거 왜 애를 멋대로 내보내고 그러시나·”
사라진 구양천에 신철이 짧게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러자 앉아 있던 거북이가 슬며시 차를 한 모금 삼켰다·
“장문인· 자네도 그걸 바라는 것 같았는데 아닌가?”
“하여튼 눈치는 빨라·”
신철이 피식 웃었다·
그의 말마따나 같이 바라고 있던 건 맞았다·
그걸 순식간에 해낼 줄 몰랐을 뿐이다·
“보면 볼수록 신기해· 대체 어떤 원리로 작동 하는 거지?”
“궁금해해도 의미 없네· 자네와는 관련 없는 일이니까·”
“너무 서운한 말을 하는군· 안 해본 일이잖는가·”
“아니·”
거북이의 늙은 눈이 서늘하게 식었다·
“이건 정해진 일이네· 죽어도 바꿀 수 없지·”
그 시선에 신철이 아쉽다는 듯 턱을 괬다·
“단호하구만·
내가 자네와 같은 힘을 지니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란 말일세·”
“재능의 영역이란 의미인가?”
“달라·”
쪼르륵·
거북이가 빈 잔을 다시금 채워 넣었다·
“재능이 아니라 선택의 영역이야·”
“몇 번이나 들었지만 여전히 이해 못 할 말이로군·”
“자네는 이쪽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일세·”
“그래?”
신철이 피식 웃는다·
방금까지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놓고 그런 얼굴이 싹 사그라 들었다·
“그래서 저 못난 놈을 내보낸 건가?”
“···”
신철의 지적에 거북이가 멈칫한다·
“이왕 내보낼 거면 저 아이도 같이 내보내지 그랬나·”
신철의 고개가 구석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검은 머리의 여인이 조용히 앉아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색 빛의 눈동자· 생각을 읽을 수 없는 표정·
알 수 없는 불길함·
그런 게 뭉쳐있는 여인이다·
애송이가 말했던가·
저것이 천마라고·
확실히·
‘이질적이군·’
불편한 존재는 확실했다·
“저건 안 돼·”
“음?”
거북이의 말에 신철이 다시금 그를 쳐다봤다·
“이미 덧씌워져 있어 닿지 않느니라·”
“말 계속 그리 좆 같이할 건가? 알아먹을 수가 없으니 원·”
“내뱉을 수 없는 부분이니 이러는 걸세· 아니 애당초 저런 건 왜 달고 온 겐가·”
“내가 데려온 게 아니라 애송이한테 딸려온거지 뭘· 끌끌· 하여튼····여복은 이상하게 넘치는 놈이야·”
특히 별 해괴한 여인들한테 사랑받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자네가 본 애송이는 어떻길래 그리 싫어하는 게지?”
구양천에 관해 묻자 거북이의 하얀 눈썹이 일렁였다·
“그 괴물 말인가·”
괴물이라·
은근히 거슬리는 말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애가 아무리 그렇게 생겼다고 하나·”
“그건 괴물일세·”
“···거북이·”
신철이 끝내 인상을 일그렸다·
그렇다고 해도 거북이의 말은 변하지 않았다·
“이쪽 영역에선 말이야·”
거북이는 특유의 느린 어투를 쓰며 신철에게 말을 이었다·
“그런 것들을 괴물이라 칭해·”
“···무슨 말이지?”
“위대한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
“좀 더 자세히·”
신철의 말투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자네는 정녕 모르겠나· 그 아이에게 덧씌워진 무수한 것들이? 나는 너무나 잘 보이네·”
“워낙 괴팍한 것들에게 인기가 많은 놈이라 말이야· 한둘이 아니긴 하지·”
볼 때마다 달라져 재밌기는 했다·
신철의 말에 거북이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말하는 것과 신철이 말하는 건 달랐다·
“그 아이에게 벌어지는 것들은 모두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있어·”
거북이의 목소리엔 잔잔한 떨림이 생겼다·
“나도 어디 가서 대단하단 소리는 듣고 살았는데· 그 아이는 가진게 다르더군·”
“으음·”
신철은 그 재수없는 말에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거북이는 대단한 존재기도 했고· 자신도 별로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괴물이 이쪽이 아니라·”
거북이의 지팡이가 신철에게 향했다·
“그쪽을 택했다는 점일까·”
“음·”
그걸 듣고서야 신철은 거북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걸 과연 선택이라 할 수 있을까·”
구양천은 택한 게 아니다·
“애당초 중원이었으니 고르고 뭐고 할 일이 아니었을 텐데?”
“끌끌끌·”
거북이가 웃었다· 신철의 말이 웃겼기 때문이다·
“왜 웃지? 등딱지 부숴버리고 싶게 말이야·”
“장문인· 자네는 무언가 착각하고 있어·”
“음?”
“세상에 괴물이라 불리는 이들은 보통 정해져 있는 일일세·”
“무슨 말이지?”
“애당초 태어날 곳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야· 그래야 그들이 지닌 축복이 의미가 있을 테니까·”
“···”
“한데 저 괴물이 이쪽이 아니라 그쪽을 택했다는 건·”
퉁·
지팡이가 바닥을 가볍게 짓눌렀다·
“그건 그야말로 누군가의 의도라는 뜻일세·”
거북이의 검은 눈동자에 신철이 비친다·
“약속대로 일은 돕겠네 단· 나는 저 괴물과 엮이지 않겠어·”
거북이가 몸을 일으켰다·
그때까지 신철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고요한 눈으로 거북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아· 한데· 장문인·”
거북이가 신철을 보며 말했다·
“몸은 괜찮나?”
“···”
그 말에 신철의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
“어쩐지 안 좋아 보이는····”
달깍-!
콰드득-!!
“으음?”
말을 뱉다 말고 거북이가 문 쪽을 쳐다봤다·
뭐지? 문이 열리고 있었다·
“으으응? 이게 왜 이러지···?”
절대 열리지 않게 막아둔 문이다·
식을 한 두 개 섞은게 아니라 어지간하면 풀리지 않을 텐데·
그게 갑자기 열리려고 한다고?
거북이가 살짝 당황하며 문을 만지려고 하는데·
콰아악-!!
간신히 견디던 문이 벌컥 열렸다·
“이야 씨발·”
그리고 검은 머리칼의 청년이 사납게 욕을 뱉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더럽게 열기 힘드네·”
구양천이었다·
“뭐 이렇게 풀게 많아· 머리 찢어지는 줄 알았잖아·”
빠드득 이를 갈며 성을 내는 구양천·
그걸 본 거북이가 놀란 듯 그를 쳐다봤다·
“···대체···어떻게?”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거북이가 말했다·
그 말에 구양천이 눈을 부라렸다·
“뭐요?”
“분명 내보냈을 때 식을 지웠을 텐데· 대체 어찌 문을 열고 들어온 게냐·”
“식? 아·”
구양천이 그 말을 듣고 떠올렸다·
“그 내 몸에 둘려 있던 거?”
뭔가 이상한 게 묻어있기는 했다· 하도 거슬려 보이길래·
“뗐죠·”
“···뗐다고?”
“예· 뗐습니다·”
“어떻게···?”
“그냥 잡아 뗐는데요·”
물론 그냥 풀면 안 떼지길래 살짝 이것저것 틀어서 떼긴 했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
저게 대체 무슨 대답일까 거북이가 잠깐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른 걸 물었다·
“···그러면 문은?”
문은 어찌 열었느냐· 그 물음에도 구양천은 짜증을 담아 대답했다·
“문을 뭐 어째요· 그냥 연거지·”
“그럴 리 없느니라· 단순히 열 수 없게 만들었다·”
“예· 단순하게 안 열리긴 하더라구요·”
그래서·
“어렵게 열었습니다·”
“···”
“좀 많이·”
정말 말도 안 되는 대답이다·
그게 그렇게 되는 게 아니거늘 저걸 대체 어떻게 해낸 걸까·
거북이가 당혹감에 온갖 의문이 싹트지만·
“···아·”
이내 생각을 지워냈다· 해보니 별 의미가 없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장문인·”
“음?”
“말하지 않았소·”
거북이가 구양천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괴물이오·”
“아니 왜 자꾸 사람보고 괴물이라고····”
“끌끌끌·”
거북이의 말에 신철이 웃었다·
“그래도 재밌잖은가·”
“···”
거북이는 고개를 저으며 구양천을 지나쳤다·
그걸 보고 신철 또한 일어나 거북이를 따라갔고·
“기껏 다시 들어왔는데 또 어딜···!”
신철은 지나가며 성을 내는 구양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잘거리지 말고 따라오거라· 재밌는 걸 보여줄테니까·”
말을 뱉는 신철의 눈은 웃는 것과 달리 어째서인지 살짝 피곤해 보였다·
************
어두운 공간 속에서 연홍빛 눈이 살며시 빛난다·
여인이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앞을 바라봤다·
“왔구나·”
조용히 뱉은 말에 누군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잘 다녀온게냐·”
“···”
끄덕·
여인의 말에 무릎을 꿇은이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감히 여인의 말에 저리 행동하는 건 말이 되지 않으나 그녀는 유일하게 이를 허락받은 존재였다·
갈색 머리칼에 검은 가면을 쓴 존재·
많은 이들로 하여금 야랑이라 불리는 이였다·
“확인은 다 했느냐·”
또다시 야랑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위치는?”
야랑이 조심스럽게 바닥에 무언가를 적어갔다·
그걸 본 여인이 눈을 좁게 뜬 채 제 입술을 손끝으로 메만졌다·
“음·”
예상 외였다·
“생각보다 멀리는 아니구나·”
도망치거나 숨으려 했다면 훨씬 멀리 갔을 줄 알았는데·
어찌 저런 곳에 위치를 잡아놓은 걸까·
무언가 다른 생각이 있는 건기?
“무저갱····”
그 아이가 왜 이런 선택을 내린 걸까·
여인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빛이 아닌 어둠에서 자신이 맡은 바를 충실히 행해야 하거늘·
“···무슨 바람이 분 걸까·”
무저갱에게 이변이 생겨버렸다·
생겨난 이변은 만계 자체에 큰 균열이 되었고·
여인은 이 일을 해결해야 했다·
게다가·
‘용·’
저번에 다 사라진줄 알았던 용이 두 마리나 나타난 점·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
그걸 무저갱이 지키려 했다는 건 더 이상한 일이고·
또한·
그걸 다 알면서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신이 더 문제였다·
아마 이게 가장 큰 문제였으리라·
원인을 보자면 그때였을 것이다·
그 용을 스치듯 확인한 시점부터 여인은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 탓에 내려야 할 명령도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는데·
“이제 됐어·”
슬슬 마음이 섰다·
정확히는 더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자신은 지켜야 할 것이 분명했다·
“아이들에게 대신 좀 전해주렴·”
그걸 떠올리며 여인이 야랑에게 말했다·
“위치를 알았으니·”
말을 내뱉는 여인의 눈은 빛을 머금었으나 무엇보다 어두웠다·
“잡아서 데려오라고·”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은 만계다·
여인에게 그 외에는·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