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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Chapter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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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5

중요한 포인트는 지금 당장 시비가 붙은 당사자가 이리드와 북부대공이 아니라는 거다· 싸우는 건 그들의 대전사였다·

주군의 명예를 위해서 칼을 뽑은 기사들의 자강두천 기싸움이다· 이 사실이 암시하는 바가 뭐냐면 내가 가지고 있는 귀중한 패── 센트라와 하트가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충성스러운 기사 앞에서 ‘니네 주군의 소중한 사람을 내가 멋대로 할 수 있다!’ 라고 하면 이 사악한 마법사가 주군에게 헛바람을 넣기 전에 목을 따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물론 확성기를 틀고 저 멀리 마차에 탄 북부 대공에게까지 들리도록 ‘네 하트 여 있다’고 외치면 판을 새로 짤 수 있긴 하겠지·

그런데 만약에 내가 신하였다면· 웬 마법사놈이 지껄인 추문에 자기 주군이 버선발로 마차에서 뛰쳐나온다면··· 주군 명령을 좀 어겨서라도 목부터 딸 것 같긴 하다·

그러니 다분히 신하 친화적인 설득 방식이 필요하다·

지금 싸움을 멈추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주군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야 한다·

우선은 내 존재감을 부풀려야 한다· 웬 생판 초면인 마법사가 끼어들어봤자 아무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 제 3자가 협상 테이블을 열려면 그만한 무게감이 필요하다·

“·······”

이리드 쪽의 기사는 나에 대해 들은 바가 있는 것 같았으니 오케이· 그녀는 묵직한 투핸디드 소드를 중립기어로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너는 뭐냐고 묻잖아·”

“저에 대해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저 으르렁거리는 북부대공측 전사만 어떻게 하면 된다· 

나는 다분히 귀족스럽게 인사하며 여러 수식어를 늘어놓았다· 스스로 목에 명패를 주렁주렁 걸어서 체급을 맞춘다·

“여신교 『개혁파』 외부 고문이자 자색 마탑의 재무 담당자 그리고 이 자리에서는 젠틀한 중재자로 뵙게 되었습니다·”

“중재는 혓바닥이 아니라 피와 철로 하는 거야 샌님아·”

그 다음은 이미지 메이킹이다·

북부산 짐승에게 유약하거나 호리호리한 모습은 마이너스다· 노골적인 위협 앞에서도 상남자처럼 굴 필요가 있다· 딱 어울리는 컨셉이 있다· 전쟁 상인 느낌이다·

과장된 동작으로 양팔을 벌린다·

“북부의 오랜 전통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걱정 마십시오··· 이 부드러운 혓바닥으로 얼마나 많은 피를 흐르게 할 수 있는지를 알면 깜짝 놀랄 테니까·”

“···흐응?”

“처음 뵙게 되어 반갑지만! 그리 오랜 시간을 뺏지는 않겠습니다 레이디· 딱 두 마디만 하죠· 그러면 분명 우리는 좋은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너 정말 기분 나쁜 냄새가 나는데··· 어디 지껄여 봐· 입안의 그 말랑거리는 돌기가 내 도끼만큼 피를 흠뻑 머금고 있는지 보자고·”

제법 문학적이군·

저거··· 저 으르렁거리는 일견 김루루를 떠올리게 하는 무뢰배 같은 태도· 아마 높은 확률로 컨셉일 것이다·

외형도 태도도 설산에서 주워 온 짐승처럼 구는 여자였지만· 그 내면에는 분명히 냉철함이 존재한다· 정말로 본능에 몸을 맡기고 사는 부류였다면 북부대공이 제 옆에 붙여 두지도 않았을 거다·

행렬간에 사고가 터졌을 때 가장 앞장서서 일을 해결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겠는가· 일행 중에서 종합적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선이라는 뜻이다·

마법소녀 김루루처럼 머리가 가벼운 전투광이었으면 진작 후방으로 빼놨겠지· 

···그렇다면 오히려 설득이 쉬울 수도 있다· 주군의 체면 때문에 물러서지 않고 격돌한 거라면 빠져나갈 구멍만 열어 주면 사건은 알아서 사그라들 거다·

두 마디를 정했다·

“이 도시는 여신께서 굽어살피시는 성스러운 땅입니다· 용사선발대회에 용무가 있으시다면 대회의 근간이 되는 여신교의 신앙 또한 존중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흥·”

“또한── ‘네 형제에게 고기를 받았다면 너는 마땅히 술로 답하라·’ 대공가는 여신께 한 가지 빚을 졌으니 이제는 북부의 오랜 격언에 따를 차례입니다· 선조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니 부끄러운 양보는 아닐 테지요·”

“그 말은 내 성질을 긁는군· 대공가가 여신에게 무슨 빚을 졌다는 거냐?”

나는 혓바닥을 쭉 내밀면서 말했다·

“그야 먼 여행을 떠난 대공가의 영애에게 닥친 불우한 사고에 대한 빚이지요· 여신께서 보우하사 그녀는 산적 떼의 습격으로부터 몸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

“나중에 뵙겠습니다· 영애와 함께 너무 늦기 전에 대공가 측에 방문할 테니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부탁드리지요· 곁들일 술로는··· 따뜻하게 데운 독주가 좋겠습니다·”

“기다리지· 여신의 광명을 보아서라도 물러난다! 축제의 객으로 와서 소동을 부리는 것도 품위가 없으며 케헷· 위세를 부리려 양보하지 않는 쪽이 되려 불경할 테니까!”

우리는 여신 체면 생각해서 물러나는데 끝까지 뻐기고 안 물러난 너희들은 여신에 대한 존중도 없는 불경한 놈들이라는 뜻이다·

북부의 전사는 깔끔하게 엿을 먹이고 무리를 이끌어 물러났다· 북부대공의 대규모 행렬이 방향을 틀어 다른 도로로 진입하고 이리드의 행렬 앞에는 뻥 뚫린 대로가 자리하게 되었다·

황실측 여기사는 보라색 눈으로 그들이 물러나는 모습을 한참이나 좇다가·

“중재에 감사드립니다· 마법사님·”

내게 짤막하게 묵례했다·

살짝 기울어지는 고개에 사르륵 떨어져 내리는 금발로부터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신체 곳곳을 잘 뜯어보면 유나와 비슷한 유전적 형질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생판 처음 만나는 타인임에도 조금 더 마음을 내주게 되는 부분이 있다· 친구의 가족에게 어느 정도 호의를 갖고 시작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유나와 동일한 혈통이니 다소 마음이 풀어지고 만다· 그래서 숙녀의 비밀은 입에 담지 않는 쪽이 좋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오지랖을 부리게 됐다·

“뭘요· 그런데····”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혓바닥 위에 의문을 올렸다·

“혹시 흑마법을 쓰고 계십니까?”

“···예?”

“아니라면 우화겠군요· 제가 처방에 능한 것은 아닙니다만 써서 좋을 게 없다는 건 알겠습니다· 가능하면 자중하시는 게·”

“·······”

냄새라고 해야 할까· 또 하나의 감각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그녀의 영혼이 다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베네트가 흑마법으로 제 영혼을 으깨서 마력을 짜냈던 것처럼 말이다·

원래부터 내게 그런 능력이 있었던 건 아니고 최근··· 그러니까 악성을 받아들인 뒤에 조금씩 할 줄 알게 됐다·

추정상 ‘그것’은 인간을 괴롭히는 것을 업으로 삼는 존재이니 괴로움의 척도를 알아내기 위한 감각 기관도 갖고 있었겠지· 그게 내게 계승된 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저 유렌스토의 여기사가 자신의 우화 능력을 사용했을 때 나는 그녀의 영혼에 금이 가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저주라도 걸린 건지 아니면··· 일레인의 이전 우화처럼 급진적인 자해 기능이 붙어 있는 건지·

원인이야 어쨌건 우화를 쓰면 쓸수록 수명이 줄어든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제 비밀을 찔린 유렌스토의 여기사는 정곡을 찔린 유나처럼 얼굴 표정에 고스란히 당황이 드러났다가· 이내 타고 남은 재처럼 웃고는·

“상관없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황자님이 찾으시는 것 같습니다· 돌아가 보시는 게····”

묘한 대답과 함께 나를 돌려보냈다·

===============================================================

나는 마차에 오르자마자 그 얘기부터 꺼냈다·

“황자님 그··· 여기사 말입니다· 우화 켤 때마다 죽어가던데요·”

“그걸 어떻게 초대면에 간파를 아니지· 네놈과 엮였을 때 상식을 들이밀면 안 되지· 보았다면 이야기가 빠르겠어·”

알고 있었나?

이리드는 아티팩트를 만지작거리며 통신보안을 갖추고 의외의 사실을 밝히면서 이야기의 문을 열었다·

“미친 마법사 너는 진지하게 용사선발대회에 뛰어들고자 하는 모양이다만· 우리 쪽은 사실 그렇지 않다·”

“···예?”

그렇다면 이 거대한 행렬을 이끌고 직접 신성도시 트럼펫홀까지 행차한 이유가 무엇이라는 말이냐·

이리드는 곧바로 내 의문을 풀어주었다·

“내가 여기 온 건··· 부수적인 노림수도 물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누님의 부탁을 받아서야· 누님은 네가 목격한 여기사 시셀 유렌스토를 데리고 대회에 참가해달라고 했지· 그리고──”

그리고·

“그녀가 우승할 수 없도록 손을 써 달라 고 요청했다·”

“우승하도록 돕는다··· 가 아니라 떨어트리라고요?”

“그래· 시셀 유렌스토는 용사가 되어 자신의 영혼을 고치고 동부전선으로 복귀할 생각이다만· 누님의 뜻은 달라· 그녀가 퇴역하기를 바라고 있어·”

이상한 이야기다·

방금 전의 짧은 격돌에서도 드러났지만 여기사는 우화의 끝자락에 다다른 완숙한 강자였으며 진심을 발휘한다면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전력일 터다·

충심도 흠집 하나 없다· 자기 영혼까지 갈아가면서 제국을 위해 싸울 정도라면 말 그대로 목숨을 바치는 충정일 텐데·

그런 귀중한 인력이 퇴역하기를 바란다라?

“황손은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수많은 사람을 발아래에 두고 부리지· 나 또한 그랬다· 그러다보면··· 저마다의 신하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법이다·”

이리드는 테이블을 툭툭 두드렸다· 그의 주변으로 서류로 만들어진 거미줄이 뻗어나가는 듯한 이미지가 연상되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내 상상력이 만들어 낸 환상이지만 본질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행정처리를 통한 내정으로 만사를 쥐고 흔든다· 아직은 가진 권력도 부족하고 미숙하니 거미집에는 군데군데 헐거운 부분도 보이나·

이리드가 왕관을 쓴다면 이 거미줄은 제국 전역으로 뻗어나가· 앉은 자리에서 만리 밖의 송충이를 휘감으리라·

그런 타입이기에·

“나는 불온한 자들은 신하로 기용하지 않는다· 내 손아귀를 벗어나는 자 단독행동이 두드러지는 자는 웬만하면 가까이 두지 않지·”

“저는 중히 쓰시지 않습니까·”

“네놈은 내 신하도 아니고 엄밀히 말하면 네놈이 나를 쓰고 있는 거잖나· 항상 멋대로 움직이면서 잘도 지껄이는군·”

반면에·

일레인은 그림으로 그린 듯한 선봉장이다· 커다란 깃발을 휘두르며 앞서서 전진하는 투사이고 백금이 흩날리는 뒷모습으로 나아갈 길을 보인다· 이에 뭇사람들이 따른다·

“누님께서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신하를 이끈다· 날뛰는 늑대도 권력에 눈이 먼 승냥이도 자신의 깃발 아래에 서기만 한다면 모두 받아들이지· 그런 누님에게도 예외는 있다·”

“예외요·”

“자신을 잃어버린 자들은 쓰지 않는다더군· 욕망 없는 이들 마음이 텅 빈 이들은 자신의 패도(覇道) 아래에 설 자격이 없노라며·”

공감할 수 있었다·

꿈꾸지 않는 이들은 재미가 없으니·

그렇기에 영혼을 깎아 싸우는 여기사를 군문으로부터 추방하겠다는 것이었다· 

언뜻 비정하게 들리는 말이었지만 이리드의 눈동자에 스치는 감정은 겨울과는 거리가 멀다· 나도 바뀌고 난 뒤의 일레인이 그렇게 쌀쌀맞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군문으로부터 추방해서 그래서·

“···시셀 유렌스토가 자신의 삶을 찾기를 바라는 것이겠지·”

그렇기에 이리드는 나를 바라보며 부탁했다·

“네 마법이 나와 누님을 송두리째 바꾸었지·”

“분명 그랬습니다·”

“우리들은 재능 넘치는 기사가 무가치하게 자신의 삶을 흘려보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녀에게 바뀔 기회를 다오· 그리하면 기꺼이 네 계획에 협력해 주마·”

“·······”

자신의 신하가 제 인생을 찾기를 바라는 일레인과 자기 누나 부탁 들어주려고 여기까지 버선발로 뛰어온 이리드· 귀엽기는·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런 상황이면 나도 모르게 흥이 올라버리고 만다·

내게 세션을 바라고 있구나· 나의 소중한 플레이어 두 명이 새로운 플레이어를 데리고 왔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일어난 어떠한 비극을··· 게임으로써 거두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기꺼이 받아들인다· 심지어 유나와 같은 집안 사람 아니냐· 가족 서비스도 듬뿍 넣어줄 수 있고말고!

“맡겨주세요· 그런 건 제 전문이니까요·”

“···그렇게 음흉하게 웃어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표정을 좀 어떻게 자중해라···!”

해 주마· 그녀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녀가 어떠한 의미를 찾게 하겠다·

첫 번째 토너먼트· 『용기』의 토너먼트가 다가오고 있다· 이 화려한 무대를 이용해서 이야기를 짜 올리자· 좋은 무대다·

쓰자· 각자의 사연을 갖고 용사가 되기 위해 모인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싸우고 교류하면서 잃어버렸던 조각을 찾게 되는 여기사의 이야기를·

임시로나마 제목을 붙이자면·

『여기사의 모험 ~열정의 토너먼트 대격돌~』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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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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