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34
마음 하늘 위로 별이 빛나는 한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다·
누군가의 모략과 음모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더라도 각 세력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파악할 수 없더라도 우선순위가 또렷하다면 헤매는 일은 없다·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추진해 나가면 다만 그뿐·
“좌측에서 등장하는 건 가장 단단한 기사로 이름 높은 여신의 방패! 여신교의 성기사 누벨──!!”
추기경파의 누벨·
쿵 쿠웅──! 절그럭·
성벽이 걸어 다니는 것 같은 위용 온몸을 두터운 철갑으로 두른 성기사가 경기장에 나섰다· 키는 2미터가 넘는 거구이며 왼팔에는 키보다도 큰 대형 방패를 가볍게 쥐고 있다·
오른손에 장비한 것은 일반적인 사이즈의 철퇴다· 기사의 덩치가 덩치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아기자기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 위력은 다를 것이다·
내부 정보에 따르면 누벨은 아직 우화에 도달하지 못했다· 저런 수비적인 전략을 준비해서 나온 건 다른 우화 개화자에 대한 경계일까·
혹은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파문된 화염 마법사 ‘크라벨린 렌더’를 염두에 둔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화염 마법을 버티기 위해서는 방어력이 필요할 테니·
방패와 갑옷으로 막고 짧은 사거리의 철퇴로 타격을 넣는· 꾸역꾸역 버텨서 이기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구성·
그에 맞서는 건·
“우측에서 등장하는 사람은 성녀님을 호위하는 여신교의 젊은 검사! 베네트 힐튼──!! 어?!”
빛으로 나선다· 서로의 이해관계를 칼로써 겨루는 경기장에 발을 내디딘다· 『불변』의 토너먼트 그중에서도 32강전이었다·
목표는 단 하나── 여신교의 수작을 분쇄하고 타라를 구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눈앞의 난관쯤은 가볍게 돌파해야 한다· 그의 앞을 가로막을 시련의 험난함은 고작 이 정도가 아니니·
차르르르륵·
베네트는 자신의 무기를 굳게 쥐었다·
사회자는 놀라움을 숨기지 않고 중계했다· 그의 무장이 사전에 들은 정보와는 한참 동떨어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베네트 힐튼은 검사로 알려졌습니다만· 지금 들고 있는 건··· 이상한 무기입니다! 낫에··· 사슬을 연결한 건가요?!”
“당신의 주력은 장검으로 알고 있습니다· 베네트· 우리가 다른 파벌로 갈라서 있다고는 하나 같은 여신의 종· 모욕이 아닌 진심으로 상대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차르륵 차르르륵·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겠군· 너를 업신여기고 있는 건 아니다 누벨· 하지만 내가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려면··· 이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그러니까· 주력 병장기가 아니어도 저 정도는 넘어설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베네트·”
으드득·
쿵 쿠웅 쿠웅──!!
성기사 누벨의 헬멧 안에서 이를 꽉 깨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철퇴를 천천히 회전시키며 쇄도하는 중전차처럼 베네트에게 돌진했다·
“그걸 바로 업신여긴다고 하는 겁니다──!!”
“그렇게 보여도 할 말은 없다만···!!”
차르르르르륵!
사슬낫이 뱀처럼 요동친다·
어째서 베네트가 자신의 우화 『호원』을 버려두고 평생 써본 적도 없는 이상한 무기를 들고 경기장에 올랐는가· 그 자초지종을 알아보려면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모든 일은 미친 마법사의 작전으로부터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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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양쪽 세력의 더러운 수작질을 목격한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토너먼트 죽돌이로 살았다· 경기장 관람석에 앉아서 말 그대로 하루 종일 있었다·
그러다 보니 결투에 환장하는 졸부 브 뭐시기와 요새 농사도 안 되겠다 그냥 1년 놀아버리겠다며 삶을 만끽하고 있는 농부 스 뭐시기와도 친해졌다·
허접들이 아웅다웅 싸우는 것도 전부 관람하고 분석했으며 경기가 끝나면 죽돌이들끼리 어깨동무하고 주점에 가서 vs놀이도 했다·
“그냥 쳐 논 거 아니야?”
“아니거든?”
열심히 일한 거다· 아무리 내가 능배물 명작선이 머리에 있다고 한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들어보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그런 노력의 결과 나는 토너먼트의 대략적인 흐름을 간파할 수 있었다· 극악한 난기류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거칠다·
대처가 필요하다·
나는 즉시 베네트 파티를 소집하고 작전 회의를 개최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구나···! 이러다 손도 안 대고 모든 일이 해결되려나 생각했는데· 황실에 북부대공에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예요?”
[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교수님· 이렇게나 도와주셔서· 타라를 구하는 일에도 아주 가까이 다가간 것 같아요·]
“이제 우리가 토너먼트에 나가게 되는 건가? 아니면 다른 복안이 있나?”
우르르 들어오는 모습이 반갑다·
베네트는 누가 봐도 용사처럼 입고 있었고 표정도 우중충하던 게 살짝 밝아져 보기 좋았다· 행복한 하렘 라이프를 보내고 있는 모양이다·
타라는 언제 봐도 파격적인 복장을 여전히 유지 중이었다· 남의 히로인을 그런 눈으로 보는 것은 실례이니 예의상 각막에 필터를 켜서 모자이크를 쳐 뒀다·
니오레는 깊게 후드를 눌러써서 음산하다· 후드 그림자 아래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눈동자 속에는 베네트에 대한 애정과 함께 희미한 문양이 아른거린다·
전체적으로 베네트 파티의 분위기가 살짝 들떠 있다· 다 이겼다고 낙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광명이 비추는 듯하여 마음이 두근두근한 정도의 들뜸이다·
이해는 한다· 어떤 멋지고 유능한 마법사가 나타나서 판세를 휘어잡아버리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렇게 약간이라도 여유 부릴 때가 아니다!
나는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도시 전체에 작용하는 우화 능력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
빨간맛 공작의 우화 『예지등롱』·
사전에 습득한 정보량에 비례해 주변에 불운을 뿌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사정거리는 무한에 가깝다고 추측된다·
현재까지 밝혀진 카운터 방법은 정보의 교란 혹은 과부하다· 시셀 vs 인형의 전투에서 나는 모종의 방법으로 등롱을 차단했는데 아마 정보 폭탄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분명히 베네트 파티에게도 등롱의 마수가 뻗어 오겠지· 이 셋은 『개혁파』 활동을 오래 지속했으며 그만큼 외부에 그 능력과 정보가 알려져 있을 테니까·
우리는 이 억까를 돌파할 필요가 있다·
“···경기가 이상하다고는 느꼈다만· 마력의 움직임 없이 ‘운명’을 조작하는 우화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군·”
“그런 걸 어떻게 맞추겠어 베네트 누가 그런 말을 하면 먼저 정신병 있냐고 물어볼걸? 남자에서 여자로 휙 변해버리는 우화가 있다는 말이랑 비슷할 정도로 이상하잖아·”
[하지만 교수님이 빈 말을 꺼낼 이유가 없으니까··· 어려워요· 운명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까요?]
베네트 파티가 웅성거렸다· 세계구급 사기 능력에 당황한 거다· 하지만 여기에는 내가 있다· 나는 그들에게 엄격하고 근엄하게 옛 선현의 지혜를 알려주었다·
“능력 자체에 맞서는 것은 하수입니다· 우리가 노려야 할 것은 시위를 떠난 화살이 아니라 줄을 당기기 전인 활이에요·”
“우화 능력의 발동 조건을 공략하자는 말이군·”
“예· 바로 그겁니다! 정보를 오염시키고 새로운 정보를 들이부어서 파악할 수 없게 하면 돼요·”
“하지만 그걸 어떻게 한다는 말이냐· 우리들에 대한 헛소문을 퍼트려도 레드번 공작은 당연히 교차검증해서 걸러 듣겠지· 속을 수밖에 없는 역정보를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해·”
정론이다·
그리고 정론을 부수는 것은 파격이다·
“우선 전투 스타일을 갈아엎읍시다·”
“······?”
“매 라운드마다 적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상한 무기를 쓰죠· 베네트 당신도 탑을 올랐으니 알고 계실 겁니다· 사슬낫 발도술 건카타····”
“잠깐 그건 탁상공론이다· 사람이 어떤 무기군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걸로 쟁쟁한 후보들과 싸워 이기려면 더더욱 그렇다· 불가능해·”
맞다· 시간문제다·
그렇게 시간이 많았으면 편하게 역정보를 흘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시뮬레이션과 시간 배속의 힘을 쓴다면?
“···토너먼트에서 이기게 하기 위해 우리를 한 번 더 이세계에 처넣겠다는 뜻이냐?”
“·······”
[·······]
베네트 파티의 면면들이 창백해졌다· 촉수괴물과 광신도들 한 스푼이 들어갔던 크툴루 세션이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모양이다·
이들의 목적은 타라를 구하기 위한 것·
하지만 타라를 구하겠다면서 정작 그녀의 마음이 으깨지기라도 하면 본말전도· 그래서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오해다· 틈새 세션으로 무기 숙련도도 올리는 겸 이들에게 또 다른 시련을 안겨 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이미 해피 엔딩을 보고 나갔으면 잘 먹고 잘살아야지·
“시련의 탑처럼 편안할 겁니다·”
“그것도 딱히 편하지는 않았다만··· 전투만이 반복되는 구조라면 확실히 나보다 아랫급의 상대는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단련할 수 있겠어·”
[이번에도 셋이 함께 오르게 되는 걸까요? 상황에 맞지는 않지만 조금 설레요· 그때 정말 재미있었으니까·]
이게 작전 1번·
무기 스위칭을 이용하여 『예지등롱』 교란하기다·
그리고·
“타라 성녀님은 열외입니다· 저랑 따로 할 일이 있어서요· 후후후····”
“···하? 지금 베네트랑 니오레만 단둘이 두겠다는 거야? 치사하게?”
그 부분에서 긁히는 거냐·
[진도는 조금만 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타라·]
“그래 진도는 조금만 나갈 테니까 조바심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어쨌든 나간다는 거잖아 베네트-!!”
“어차피 시간문제인데 그렇게 서두를 필요 있을까· 너도 닿을 곳이다· 나를 믿고 기다리도록 해·”
베네트가 타라의 귀를 만지작대면서 그렇게 말하자 타라의 난은 단번에 진압되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뭘 어디에 닿겠다는 생각인지 어떻게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었는지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지금 ‘저도 베네트처럼 씹상남자 하렘마스터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가는 내 이미지가 죽어버릴 거다·
하지만 마음속 노트에 이번 비법 소스를 적어는 두었다·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대로 따라 해야지· 고맙다 베네트···!
“그래서 나는 왜 따로 불러내는 건데요··· 교수?”
“여기까지는 빨간맛 공작에 대한 대처였으니까요· 추기경파의 수작에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테고··· 그 적임이 당신입니다·”
“내가요?”
“예·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십니다· 높으신 분이니 목욕재계하고 마음을 정갈히 하고 기다리십시오· 참고로 여성분이십니다·”
타라가 나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길래 급하게 캐릭터의 성별을 덧붙였다· 그녀에게는 여신의 대리인이자 천사인 ‘하트’를 만나게 할 생각이었다·
그편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쉽겠다고 판단해서였다·
아직 베네트 파티에게는 ‘여신이 기계이며 추기경파에게 조작당하고 있다’는 진실을 전하지 않았다· 타라를 걱정해서다· 그녀는 여신을 증오하고 있었으니까·
기계장치의 여신이 아닌 탐욕스러운 인간들에 의해 일어난 사고라는 진실을 알려주면 타라는 추기경파를 열 배는 찢어 죽이고 싶겠지· 거기까지는 좋지만·
분노는 아프다·
화는 내면 낼수록 사그라드는 게 아니라 번지는 녀석이다· 안 그래도 나 때문에 베네트 팔 잘렸다고 우화까지 각성한 녀석인데 더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약간··· 멘탈 케어를 해 주고 싶었다· 분노를 느끼되 분노가 목적이 되지는 않도록·
“···뭐 알았어요· 언제까지 어디로 가면 되는데요?”
“그분이 당신을 찾을 겁니다· 가능하면 높은 곳에 있을수록 좋아요·”
이게 작전 2번이다·
작심하고 성녀 키워서 추기경파 조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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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직 미완의 작전 3번이 있다· 여신의 『톱니바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무언가 이 신성도시를 감싸고 있는 어떤 무형의 힘이 있다· 나는 주의 깊은 관찰을 통해 그 존재를 알아내었다·
예지등롱과 효과는 비슷하다· 추기경파가 점찍은 후보는 행운을 얻고 그 상대는 불운해졌다· 아마 다른 효과도 얼마든지 부여할 수 있을 테지만 그러면 너무 티가 나니까 자제한 것 같았다·
신을 조종해서 발현하는 힘이니 예지등롱보다도 상위에 있겠지만 그것을 다루는 놈들이 버그를 뿌리는 코딩 알못들이라서 밸런스가 맞는 듯 보였다·
다만 그 출력은 항상 일정했으며 ‘어떤 상황에’ 일어나는지는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다·
그래· 아직 트리거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추측은 해 볼 수 있었다·
여신이 기계장치에 가깝다는 것· 그리고 현재의 여신이 상당히 단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 아마도 『톱니바퀴』는 조건문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A 하면 B 한다·’
적용되는 효과가 행운과 불운이었으니 아마도·
‘A 이면/하면 행운이 따른다·’
‘B 이면/하면 불운이 따른다·’
이렇게 두 종류가 있는 걸까·
어떤 조건문인지는 『신벌』에 한 번 더 팔을 조져보면 확실히 알 수 있겠으나 그게 아니더라도 알아낼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바로 노가다다·
척척척척척척-!
수백 명의 홀로그램이 좁은 지하 창고에서 차렷 자세로 도열해 있다· 그 외형은 전부 하트였다· 왜냐면 우중충한 기본 모델로는 일할 맛이 안 나잖아·
인간이 할 수 있는 동작을 전부 반복적으로 해 본다· 이러면 움직임에 적용되는 조건문은 싹 다 찾아낼 수 있을 터다·
“내가 이쪽 중심선 기준으로 왼쪽 홀로그램들 맡을 테니까 너는 오른쪽 싹 통제해서 앉은 자세 기본형부터 시작해·”
“···자탑주는 왜 안 부르냐?”
“유나는 애기라서 정밀 조작 못 해· 아껴줘야 돼·”
“나도 연중에 한 번 정도는 아껴주면 안 되냐 개새끼야?”
하는 거 봐서·
나는 쌩노가다를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좋은 아침입니다 마이 프렌즈! 그리고 내일 또 이 시간에 뵙겠습니다·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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