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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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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02

페루가 흡혈귀 보고 떠나라고 말한 건 단순히 흡혈귀가 밉거나 두려워서는 아니었다. 

“…구름 속에서 벌어진 일. 아직 잘 몰라. 흡혈귀가 모습만 보이지 않는다면.”

황금경이 사라지고 우레회주가 죽은 지금 여기서 흡혈귀까지 등장한다면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흡혈귀가 우레회주를 죽인 사실까지 숨길 순 없겠지만 습격받은 것과 지배당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

“…나는 공국과 적대하고 싶지 않아. 공국은 강하고 두려우니까. 그러니 이대로 떠나줘. 목표는 이뤘잖아.”

어차피 흡혈귀는 안개 밖에서 군림할 수 없다. 햇빛이 비치는 땅을 돌아다닐 수야 있으나 그 땅에 성을 지어봤자 다음날 햇빛의 만조가 찾아오면 모래처럼 부서지기 마련이다. 낮마다 지배력을 상실할 귀족을 모실 이는 없을 테니까. 

황금경과 함께 클라우디아의 지정학적 중요성도 상당수 사라진 상태. 페루는 절절하게 티르에게 호소했다.

당연하지만 티르가 그 제안을 받아 줄 의무는 없다. 만사에 태평한 티르지만 성황청에 관한 일에는 민감하다. 꼭 지배하거나 복속시키지는 않더라도 클라우디아에 두려움을 새겨넣는 정도는 충분히 고려하고 있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말이지. 

“으아아아아. 죽겠다.”

지친 기색을 여실히 보여주며 티르의 어깨에 매달리듯 쓰러졌다. 티르는 화들짝 놀라서 내 몸을 부축했다.

“휴? 괜찮으냐?”

“몸도 안 좋은데 억지로 움직이니까 죽을 것 같네요.”

“무슨 수를 썼길래 그러는 것이냐? 약이라도 먹었느냐?”

“약은 아니고 기절한 상태인데 전기로 온몸을 지져서 억지로 일어나게 했어요. 티르의 심장에 했던 것처럼요.”

구체적으로 따지면 그보다 훨씬 정교하고 위험한 작업이지만 티르는 대강 비슷하게 알아들었다. 

티르는 내 앞섶에 말라붙은 피를 보았다. 혈조술이라면 내 몸속에 피를 되돌려 놓을 수도 있을 터이나 지금은 힐데가 치유한 덕에 상처가 대강 아문 상태다. 그땐 치료하지 않았으면 죽었을 테고 그렇다고 내 몸을 만두피처럼 다시 찢어서 피를 채워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당분간 빈혈은 달고 살겠네. 

“이 어찌해야… 급한대로 내 피라도 받겠느냐?”

“그러면 흡혈귀가 되잖아요. 혹시 제가 죽어도 흡혈귀로 되살릴 수 있으니 죽게 두려는 건 아니죠? 설마 아까 저를 의사에게 데려가지 않고 머리를 무릎에 얹어놓기만 했던 것도…?”

내가 정곡을 쿡 찌르자 티르가 흠칫 놀랐다. 아니라고 발뺌하고 결국 티르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라도 발다미르를 불렀다.

“발다미르.”

“하명하십시오.”

“내 먼저 휴를 데리고 공국으로 향할 것이니 이곳에 남아 성황청의 잔재를 뿌리뽑거라.”

권위는 상대적인 거라 시조쯤 되면 적혈공에게 짬을 때릴 수 있다. 티르는 발다미르를 향해 명령했다. 느닷없이 일을 떠맡게 된 발다미르가 대답했다.

“명령하신다면 따를 것이나 감히 의견을 올리자면.”

‘평소에 일을 너무 열심히 했나. 또 일을 떠맡게 되는군. 귀찮은데 어떻게 구슬려야 심기를 해치지 않고 피할 수 있을까.’

적혈공쯤 되는 사람도 과로는 싫었는지 그는 아까 전투할 때보다도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는 변명거리를 찾아냈다.

“클라우디아는 가깝고 이 땅에 다시 오기도 어렵지 않으니 잠시 이대로 두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나이다.”

“가만히 두라고? 그들이 질리지도 않고 숨어들어서 또 뿌리를 내린다면 어쩌고?”

“땅을 파서 씨앗을 골라내는 것보다는 뿌리 내린 잡초를 뽑는 게 더 간편하지 않겠나이까. 미래는 그들의 것일지 몰라도 시간은 우리의 편입니다. 고작 몇 년 정도는 지켜보아도 문제없습니다.”

몇 년에 대한 인간과 흡혈귀의 입장 차이가 드러나는 말이었다. 시간에 너그러운 건 마찬가지였기에 티르도 납득했다. 우아하게 고개를 끄덕인 티르는 나를 부축한 채로 페루를 향해 말했다. 

“오냐. 페루 떠나주마. 이건 휴를 위해서 하는 일이나 너를 배려하기에 택한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내가 이 땅을 무사히 남겨둘 하등의 이유가 없으니까.”

“…고마워.”

“잊지 않기를 바라마. 너와 이 땅을 위해서라도.”

티르는 엄중히 페루에게 경고를 남기고는 손을 흔들었다. 티르의 부름에 구름 폭포 바깥쪽에서 미처 쫓아오지 못했던 티르의 관이 곁으로 날아왔다. 걷기도 힘들어보이는 나를 위해 마련한 탈것이다. 고맙긴 한데 왜 하필 관인지. 내 미래를 예고하는 게 아니었으면 좋을 텐데. 

마침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하늘에서 룽켄의 거구가 떨어졌다. 잔뜩 그을린 털을 거침없이 뜯어낸 룽켄이 포효했다. 

“우워워워어어어–! 누구냐 나를 날려보낸 녀석은–!”

“룽켄. 돌아간다. 채비하거라.”

“뭣? 시조 나는 방금 돌아왔는데?”

“잘되었구나. 돌아온 길 그대로 가면 될 터이니.”

룽켄은 아쉬운 듯 입맛을 쩍쩍 다셨다. 미처 결판 내지 못한 싸움을 마저 즐기고 싶어하는 눈치가 역력했으나 시조의 명령에 곧장 단념했다. 

나와 함께 관 위에 앉은 티르는 뒤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관을 출발시켰다. 짙게 깔린 안개는 어둡다. 햇빛의 방해를 받지 않는 관은 매끄럽게 나아갔다….

“잠깐!”

회귀자가 그 앞을 막아섰다. 그녀는 여전히 혼란에 빠진 채였다.

힐데를 떨쳐내고 다가오려던 회귀자는 나와 페르엘이 싸우는 장면을 목격했다. 예지의 힘을 사용하는 페르엘은 회귀 전에 보았기에 익숙했지만 페르엘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목석같았던 강철의 성녀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나를 적대하고 경멸하며 공포를 보이는 모습에 회귀자는 낯섦을 느꼈다. 예지 능력을 지닌 성녀들은 언제나 신비롭고 여유로웠으니.

‘인간의 왕? 하지만 그럴 리 없어. 내가 보았던 인간의 왕 아니 죄악의 왕은…! 분명…!’

거기다 우연히 마주쳐서 동행하던 내가 사실 인간의 왕이라는 사실에 거의 패닉에 빠진 상태였다.

“인간의 왕이라고? 네가…? 나를 속인 거야?”

“속이진 않았죠. 제가 인간의 왕이 아니라고 한 적은 없으니까요.”

말장난이다. 최대한 숨기려고 했지. 죄악의 왕을 막아야 한다는데 대놓고 정체를 드러낼 수 있을 리 없잖아.  

가능하면 끝까지 들키고 싶진 않았지만. 이왕 들켰다면 최대한 써먹어야겠지.

“인간의 왕이라는 사실이 어디 가서 자랑할 건 아니니까요. 괜히 이목만 끌고 실제로 도움되는 건 없으니까.”

“만약 네가 인간의 왕이라는 게 정말이면…!”

“정말이면 어쩌려고요? 혹시 저를 미리 죽이기라도 하게요?”

회귀자가 흠칫거렸다. 그녀가 아직 나에게 살의까지 품은 적은 없지만 만일 나를 죽이는 걸로 모든 상황이 좋아진다면 주저 없이 죽일 것이다. 회귀자란 그런 존재니까.

어쩌면 한 번 죽여보고 추이를 결정할 수도 있고. 그러니 거리를 둬야겠지. 다음 회차가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그럴 리 없잖아! 나는 그….”

“되었다. 휴 가자꾸나.”

티르는 나의 어깨를 감싸듯 손을 올리며 회귀자를 흘겨보았다.

“셰이와의 길은 여기까지였던 것이다. 세상을 지키겠다는 뜻이 갸륵해서 함께했으나…. 셰이가 그리는 세상에 우리는 없었던 모양이다. 성녀들이 그리 정하였던 것처럼. 그렇다면 여기서 갈라져야겠지.”

회귀자는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한다. 여기에서 나는 동료라고 우리를 해칠 일은 세상이 무너져도 없다고 뻔뻔하게 대답할 수 없다. 자기가 그러지 않으리라는 건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다면! 티르칸쟈카가 피의 진군을 하지 않고 늑대의 왕이 인류를 향해 이를 드러내지 않았다면. 나도 너희와 함께하고 싶어! 그래야 나중에라도 내가 너희들에게 칼을 겨누는 일이 없어질 테니까!’

속마음을 읽을 필요도 없이 솔직하고 올바르다. 세간의 상식으로 따지면 틀린 건 이쪽일지도 모른다. 문명을 들이대는 의미가 없는 아지나 도덕과 존엄을 짓밟고 비웃는 티르나. 혹은 인간에게 버려진 나처럼 이상한 존재에 비하면 회귀자가 더 이상적인 인간상에 가깝겠지.

그런데 사실 가장 이상한 게 바로 이상적인 인간이다. 세상에 그런 존재는 없거든. 성황청이 만들어낸 이상(理想)의 틀은 오히려 존재할 수 없기에 더욱 얽매이는 것들.

그 차이를 메우지 못한다면 회귀자가 우리와 함께할 수는 없겠지. 

티르는 물론이고 엘더들까지 있다. 지금의 회귀자는 자랑하는 무력으로도 열세에 놓였다. 평소 미래에서 얻은 정보로 허를 찌르곤 했던 회귀자는 불의의 기습을 당하자 장점을 상당수 잃었다.

“야호~. 이제야 헤어지는 거죠? 다행이에요. 셰이는 여러분과 어울리지 않았으니까요!”

어느새 다가온 힐데는 슬그머니 티르의 관에 앉았다. 회귀자와의 전투를 벌이며 몸에 생채기가 잔뜩 나 있었으나 기공을 쓰는 사람에게는 긁힌 정도에 불과하다. 티르는 멋대로 관에 앉은 힐데를 못마땅하게 지켜보았으나 딱히 밀어내지는 않은 채로 말했다.

“…나를 이용하려고 했던 건 불쾌하나 거기까지는 넘어가 주마. 단 모든 것이 네 뜻대로 이루어지리라 생각하진 말거라.”

“이용이요? 이건 서로에게 득이 되는 거래였어요! ‘저’는 나름 군국의 외교를 담당하고 있다고요? 일방적으로 손해를 떠안기는 양아치 같은 짓은 하지 않아요! 그것도 흡혈귀를 상대로!”

“강조하지 않아도 내 익히 아는 사실이다. 성검대인 네 목숨을 지켜준 이유기도 하니 명심하고 간직하거라.”

만일 거기에 미심쩍은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성검대인 힐데는 목숨조차 부지하지 못했을 거라는 뜻이다. 섬뜩한 경고에도 힐데는 익숙한 듯 눈웃음을 지으며 재촉했다.

“허락도 떨어졌겠다 아버님. 가시죠?”

가야지. 이 정도 돌아다녔으면 어디 정착할 때 됐어. 아직 마신을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 시간도 필요하고 나도 잠시 든든한 뒷배를 앉혀놓고 사치 좀 부려야지.

“우리는 헤어짐이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아름답게 찾아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세상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우릴 배신하네요.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새로운 바람이 불 때 우연하게 만나기를 바랄게요.”

“그럴 필요 없다. 이제 만날 일은 없을 테니.”

티르의 관보다 먼저 엘더가 앞으로 나섰다. 앞을 막을 이도 없지만 만일 막는다고 해도 티르의 곁에 다가오기 전에 끝날 것이다. 회귀자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면 모르겠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으니.

만일 다음에 만난다면 입장을 확실히 정한 상태겠지. 쩝 그건 좀 무섭네. 더더욱 티르에게 빌붙어 있어야겠다.

그렇게 나와 힐데 그리고 흡혈귀 일행은 전투의 흔적을 남기고는 짙은 구름 속으로 나아갔다. 구름 폭포 안쪽 언제나 그늘진 땅. 햇빛이 들지 않아 흡혈귀의 천국이 된 마경.

시조의 귀환과 함께 몇몇을 열국에 남기고서. 어둠의 영역으로 발을 내디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근시일내에 정상화하겠습니다… 이제 슬슬 될것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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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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