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420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Chapter 420

별다른 충격은 없었다. 그러나 확실하게 닿았다. 카빌라도 차가운 심장을 가진 흡혈귀였기에 충격을 받는 대신 냉정하게 판단했다.

“…언니께서 나를 의심하고 계시다고?”

“정확히는 ‘엘더’죠. 도대체 어떤 예일링이 단신으로 엘더를 죽일 수 있겠어요? 다른 엘더가 도왔거나 혹은 죽이고 누명을 씌웠다 그 가능성을… 지배자인 티르는 간과하기 힘들겠죠.”

“의심 자체는 타당해. 그런데 언니께서 정말 그렇게 말하셨단 말이야?”

꽤 날카롭네. 흡혈귀라면 흡혈귀다워. 멋대로 오해하게 만드는 건 어렵겠는걸.

“아니요. 티르는 충실한 심복이자 소중한 동료인 엘더를 의심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그러나 의혹은 확실히 해결하는 편이 좋잖아요? 그래서 그 고민을 대신 해결하기 위해 제가 나섰다는 말씀.”

“목숨이 아깝지 않아? 주제넘긴….”

어쨌든 내 독단이라는 걸 확인한 카빌라는 오히려 마음에 들어 했다.

“어디서 마음에 드는 피주머니를 주워왔나 생각했더니 의외로 애첩 값을 하네. 맞아. 언니께선 우리를 잘 의심하지 못하셔.”

“그러니까요. 흡혈귀라면 냉정하게 범인을 찾아낼 줄 알았는데.”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거야. 의심이 많은 것과는 달라. 무엇보다 언니께 우리 엘더는 수족이었으니까. 손과 발은 의심의 대상이 아니지. 손과 발에게 몸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지만….”

짧게 중얼거린 카빌라는 보다 진지한 태도로 답했다.

“좋아. 건방진 애첩. 무엇을 알고 싶은데?”

“고 루스키니아 씨의 원한 관계요.”

“아까 말한 대로야. 우리 엘더는 흡혈귀. 감정에 치우치지 않아. 우발적인 살해는 인간이나 주워서 담는 변명이지 원한을 느꼈다고 불확실하고 위험하고 이득 없는 살인 작전을 짤 엘더는 없어.”

카빌라의 말은 확신에 차 있었다. 그녀 자신은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고 그 말대로 카빌라는 루스키니아 살인 사건의 범인이 아니었다.

뭐 그건 독심술로 알고 있었지만. 애초에 나는 단서를 찾으러 온 거니까.

“아마 티르도 비슷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하러 온 거잖아요? 다르게 생각해보죠.”

“다르게? 어떻게?”

“자. 엘더 중에 범인은 ‘있어요’. 그렇다면 누구죠?”

있다고 확신하면 보이는 게 있다. 가정을 달리하면 관점이 바뀌고 그렇다면 카빌라도 새로운 단서를 내놓을 것이다. 지금은 답을 몰라도 11세기 동안 알고 지낸 경험을 토대로 나온 결론이라면 그 자체로 단서다.

내가 대답을 기다리기도 잠시. 그러나 카빌라는 곧 고개를 저었다.

“진짜로 몰라. 너무나 멍청한 짓이라 룽켄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데 룽켄은 머리가 안 좋아서 증거를 숨기지 못해. 아니 숨길 생각도 안 할걸. 그러니까 정말 모르겠어.”

“고 루스키니아 씨는 인간을 험하게 다루곤 했다던데.”

“흥. 그래. 그 박쥐 자식은 인간이 땅을 파면 튀어나오는 걸로 생각했나 봐. 자기 인간을 험하게 다루다 죽여버리고는 다른 인간을 찾아 나섰지. 자꾸만 나에게 인간을 팔라 건네라…. 박쥐 짓만 하더니 진짜 눈이 먼 게 분명해. 내가 몇백 년 동안 어떻게 먹이고 재우고 보살핀 것들인데 뻔뻔하게 달라고 하면 줘야 해?”

카빌라는 마치 가축의 수를 잔뜩 늘린 목장주처럼 이야기했고 실제로 그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혈직녀 카빌라는 인간에게 상냥하다. 그건 카빌라의 성격이기도 하며 11세기 가까이 되는 경험으로 빚어낸 지혜이기도 하다.

인간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 카빌라는 인간의 숫자가 조금 늘어난다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지도 않는다. 해안가를 맡은 그녀는 자원도 손쉽게 얻는다. 카빌라의 권속들은 피와 뼈를 다루며 그들이 바닷가에 놓는 덫만 늘려도 몇백 명은 먹여살릴 수 있다.

오해해서는 안 된다. 카빌라는 인간을 동등하게 여기지 않는다. 섬세한 성격으로 차갑게 계산된 결과가 상냥함인 것이다.

…그렇다고 그게 상냥함이 아니게 되나? 그 정도면 그냥 사랑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어쨌든 알았어요.”

“나는 의심하지 않는 거야?”

“가장 의심하지 않는 순서대로 찾아왔어요.”

“근거는?”

클라우디아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았을 때 1:1이 제일 약해 보여서… 라고 말하면 안 되겠지. 나는 적당히 이유를 꾸며서 말했다.

“티르에게 헌신적이시니까요. 레이디 카빌라라면 티르가 걱정할 일을 만들지 않으시겠죠.”

카빌라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비위 맞추는 재주가 있네.”

“덕분에 시조의 애첩 자리까지 꿰찼죠.”

“실제로는 다른 이유겠지. 어쨌든 범인에 대해서는 더 할 말 없고….”

흐음. 익히 읽은 생각이긴 했지만 카빌라는 범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수확이 없진 않았다.

고 루스키니아 씨는 이곳저곳에서 원성을 좀 많이 산 것 같았다. 같은 엘더에게도 저런 취급을 받는데 인간에겐 어떨까.

리르 나이팅게일의 동기를 아무도 묻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루스키니아 자체가 동기였기 때문이다.

흠. 그러면 진짜 누구지…. 내가 턱을 긁적거릴 때. 카빌라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었다.

“인간은 시도 때도 없이 배고파하지? 먹을 거라도 줄까?”

“네. 주세요.”

이건 못 참지.

카빌라는 갓 잡은 해산물을 조리했다. 그녀가 직접 조종하는 곰인형이 도마 위에 서서는 날카로운 뼈칼로 비늘을 제거하고 회를 떴다. 그동안 앞치마를 입은 용아병들이 냄비에 커다란 게를 집어넣고 쪄냈다.

조리는 간결하고 신속했다. 몇 분 만에 신선한 해산물로 만들어진 정식이 차려졌다. 카빌라는 용아병을 물리며 말했다.

“먹어. 최대한 피맛은 변하지 않는 음식으로 준비했으니 많이 먹어도 상관없어.”

“제 건강을 그토록 챙겨주시다니… 고마워요. 그 뜻을 받아 건강해질게요.”

“누누이 말하지만 네가 아니라 언니를 위해서니까!”

과일즙을 뿌린 생선회는 대단히 사치스러운 맛이었다. 신선한 생선은 생으로 먹어도 된다지만 그것도 먹을 수 있을 때 이야기. 단단한 살은 고기와는 색다른 감칠맛으로 내 혀를 자극했다.

와중에 나온 게찜은 그야말로 폭력적인 맛을 자랑했다. 따뜻한 살이 혀로 뭉개지며 맛의 폭발을 이룩해냈다.

이게 삶이지. 지금까지 이런 주방장을 옆에 두고 감각 없이 지낸 거야? 정했어. 오늘 티르의 혀부터 살린다.

카빌라는 내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다가… 지나가듯이 물었다.

“언니께 무슨 일이 있었어?”

계속 궁금해했으면서 여기까지 묻는 데 오래 걸렸네. 나는 일단 모른 척 되물었다.

“무슨 일이요?”

“언니의 지배력이 안 느껴져.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응당 느껴져야 할 떨림이… 사라졌어. 언니께서 의도적으로 놔두고 있는 게 아니야. 난 알 수 있어…. 무언가 아는 바 없어?”

흠. 어떻게 하지. 모르는 척 넘길까? 흡혈귀의 생리를 평범한 인간인 내가 어떻게 아냐고 되물으면서?

‘언니의 애첩이 그냥 될 리 없어. 무언가 있을 거야. 아니 있어야만 해. 언니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야 하니까.’

그렇지만 그건 의혹을 뒤로 미룰 뿐이겠지. 말하자. 인간의 왕이라는 것도 까발렸는데 뭐.

나는 음식을 입에 집어넣으며 최대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심장을 되찾았어요.”

“심장…?”

“네. 엄청나게 대단한 모험을 한 끝에 티르는 예전에 잊어버린 자기 심장박동을 기억해냈어요. 뿐만 아니라 다시 뛰게 하는 데까지 성공했죠.”

이미 죽은 심장이 다시 뛰는 건 전무후무한 일이었기에 카빌라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나는 원활한 이해를 돕기 위해 보다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삶은 세상과 나를 구분 짓고 그 다름을 유지하는 것. 그와 반대로 죽음은 세상과 하나가 되는 것. 심장이 살아나니까 티르의 힘인 혈조술도 심장을 따라 세상과 자신을 구분 지었어요. 덕분에 지배력이 좀 약해졌지만 그래도 티르 자신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니 안심하세요.”

“…네가 그걸 도왔구나. 그래서 애첩이….”

흡혈귀들은 은근히 눈치가 빠르다. 경험 때문인지 아니면 감정으로 뭉개고 넘어가는 일이 없기 때문인지. 지금은 확인하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 별거 아닌 이유죠.”

“…잘됐네.”

“티르에게 전해주세요. 티르도 기뻐할 테니까.”

그건 그거고 밥은 밥이지. 깨끗하게 접시를 비운 나는 만족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 먹었어요. 이만 가볼게요. 범인에 대해서는 최대한 조심히 알아볼 테니까 너무 걱정은 마시고요.”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때 카빌라가 곰인형을 움직였다. 곰인형의 입이 뻐끔거리며 복화술을 하듯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카빌라가 말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듯이.

“발다미르를 조심해.”

“발다미르? 적혈공이요? 적혈공이 의심스러우신가요?”

“의심스러운가 아닌가 그 문제가 아니야.”

흡혈귀는 누가 뭐래도 흡혈귀다. 뛰지 않는 심장과 차가운 피를 가진 인간의 피를 마시는 괴물들.

차가운 이성을 지닌 그들은 감정의 기복이 극단적으로 적다. 비정하다고 할까. 최선의 가능성을 희망하지 않고 최악의 가능성을 거부하지도 않는다.

“누가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하지만 만일. 발다미르가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다면.”

내가 카빌라를 먼저 찾아왔듯이 그 이유가 가장 덜 위험해 보여서였듯이.

카빌라도 같은 논리로 생각하고 경계한다.

다른 모두가 배신해도 괜찮다.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단 한 명. 최강의 엘더이자 이 땅의 명실상부한 지배자. 적혈공 발다미르.

그가 만일 그를 옭아매고 있던 굴레를 벗어던질 생각이라면.

“…언니께서 굴레를 벗어난 지금. 언니라도 위험할 수 있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다 못쓰고 잔 대가를 치렀습니다.

후우. 이제 좀 쉬러 가겠습니다.

다음에는 반드시 후원자 인사를…드리…고 싶습니다…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