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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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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26

보통 살인사건의 용의자는 정체를 들켰을 때 부정하기 마련이다. 당연한 일. 살인은 어떤 나라 어떤 문명에서도 금기였고 문명이 없었을 때도 그리 권장되는 일은 아니었다. 사람을 죽였다고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니는 인간은 뒤를 살펴보면 빠진 나사 몇 개가 굴러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 발다미르의 대응은 차가웠다.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은 채로 이유를 물었다.

“근거는?”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고요. 단순한 감이에요.”

“시조의 애첩이라 한들 감으로 죄를 뒤집어씌울 수는 없다.”

“그렇지만 생각해보자고요.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한들 일개 예일링이 엘더를 어떻게 죽여요? 불가능하잖아요. 보고 싶은 것 말고 가능한 일만 고려해봐요.”

죽인 건 엘더다. 모든 의문을 관통하기 위해서는 이 추리 말고 다른 가능성은 없다.

그렇지만 엘더 중에서 다른 엘더를 죽일 만큼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이가 있을까? 다들 자기 구역만 지키고 다른 구역은 알 바 아니라며 방치하는데.

단 한 명. 공국 전역을 지배하는 적혈공 발다미르 말고는. 다른 엘더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를 것이다. 원한을 갖고 죽이기엔 흡혈귀는 서로 너무 멀리 있다.

“이 공국에서 당신의 이목을 속인 채 엘더를 죽일 수 있는 엘더가 있나요? 다른 엘더의 힘이나 권속에 대해 당신만큼 잘 아는 흡혈귀가 있나요? 공국의 모든 흡혈귀를 파악하고 있는 당신만이 루스키니아를 죽이고 그의 진혈을 리르에게 넘길 수 있어요.”

“내가 죽였다는 증거는 없다는 뜻이군.”

“10년 전 살인사건의 증거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은 죽인 당사자 혹은 성녀밖에 없을 거예요. 저는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를 쓴 것뿐이고요.”

그리고 독심술사인 나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은 모든 것을 파묻는다. 발다미르가 바보도 아니고 증거나 증인을 남겨두진 않았을 것이다.

오직 심증의 영역. 거기에서는 이제 증거가 필요하지 않다. 적혈공은 시원하게 인정했다.

“맞다. 내가 죽였다.”

“흔쾌히 인정하시네요.”

“밖에 나서면 부정할 것이다. 증거는 없으니 증명하진 못하지.”

“티르가 진실을 고하라고 명령하면요?”

거절하면 불충이고 승낙하면 자백이다. 충성심 테스트. 이 함정 속에서 발다미르는 별다른 고민 없이 대답했다.

“아직 명령받지 않았다.”

가정에는 의미가 없다는 거지. 마음에 드네.

더 캐물어봤자다. 증거가 없기에 들을 수 있던 진실이니까. 이 대화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서로의 의지를 확인하는 것만이 이 대화에서 건질 수 있는 유일한 성과일 터.

“제가 고맙지 않나요? 피의 굴레를 끊어주었는데.”

네가 바라던 바 아니냐고 묻자 적혈공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내가 예상한 방식이 아니라서.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니 판단은 유예하지. 하면 너는 불안하지 않나? 시조께서 지배력을 잃으셨다면 애첩인 네 위치가 흔들릴 텐데.”

“인간의 왕이라서 어쩔 수 없어요. 그리고 애첩이란 자리가 원래 그런 곳 아닌가요? 누군가의 변심으로 쉽게 사라지는 자리.”

“현실적이군.”

“당신처럼요.”

나와 발다미르는 서로를 보며 거울처럼 미소를 지었다. 발다미르는 흡혈귀니까 저 웃음은 꾸며낸 것이다. 그렇다고 내 웃음은 자연스럽냐 그건 또 아니지. 꾸며낸 건 똑같다.

발다미르가 물었다.

“무엇을 원하지?”

“여러분이 무언가를 원하기를 원해요. 그 바람이 권속이라는 이유로 사라지길 바라지 않아요.”

“거기에는 나도 포함되었겠군.”

“네. 당신도 인간이에요. 저의 백성인 셈이죠. 자 이제 당신의 뜻을 펼쳐주세요. 이 나라의 모든 엘더는 이제 굴레에서 벗어났으니.”

말하지 않아도 할 것이다. 적혈공에겐 할 일이 너무 많았으니. 적혈공은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시조의 영향에서 벗어난 건 엘더뿐이다. 아직 아인과 예일링이 남아있는데?”

“네. 아직.”

내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발다미르는 허 하고 감탄인지 한탄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었다.

아직의 뜻은 언젠가는 이뤄지리라는 의미.

“역시….”

한 점의 꾸며냄 없이 발다미르는 진심으로 말했다.

“너는 위험하다.”

“하지만 당신도 이러기를 바라고 있었죠? 제가 필요하죠?”

침묵은 긍정이다. 발다미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의 의지는 충분히 확인했다. 여기서 있었던 대화는 사라질 것이다. 루스키니아의 죽음이 10년이라는 세월 속에 스러진 것처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혹시나 해서 한마디 남겼다.

“에르테 백작은 남겨놔요. 굴레를 끊은 뒤에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해서요.”

“네 개인 시종으로 붙이지. 에르테. 그의 명령에 따라라.”

“예. 전하.”

살려두라니까 생사는 직접 확인하라는 거야? 설마 이렇게 대응할 줄은 몰랐는데.

“설마 감시에요?”

“내키지 않으면 죽여라.”

충직하고 유능한 부하인데도 발다미르는 아깝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한 방 먹었네. 뭐 부담스럽게 매일 누가 데려다주겠다고 하는 것보단 시종 하나 있는 편이 낫겠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에르테 백작은 발다미르의 명령에 따라 나를 따라나섰다. 밖으로 향하려는 나에게 발다미르의 뒤늦은 인사가 전해졌다.

“공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인간의 왕이여. 당신의 존재는 독이겠지만… 멈춘 심장을 움직이기 위해선 독도 필요한 법이니.”

마찬가지야. 나도 위험하거든.

그는 나와 닮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안다. 그렇지만 나아가는 방향이 일치하기에 위험을 품고서 서로를 묵인한다.

골목에서 나온 어둑한 거리를 걸었다. 나는 공국의 유명인사였지만 안개 낀 거리는 내 모습을 충분히 감춰주었다. 조금 속도만 내도 옷이 살짝 젖어 드는 안갯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티르의 힘은 마신에 지극히 가까운 것이다. 그 옛날 성황청에서도 마주치자마자 마신의 씨앗이라 일컬었을 정도니.

그래서 성황청은 씨를 뿌리 뽑으려고 티르를 죽였고 티르는 흡혈귀가 되어 세상을 떠돌았다. 아직 이치에 닿지 못한 티르의 힘은 세상에 흩뿌려지지 않고 그녀의 피에 담겼다. 티르가 아는 ‘피’의 이치는 오직 그녀의 육신에만 한정되었기에.

이미 죽은 이는 관점을 잃는다. 외부와 내부의 경계가 흐릿해져 현상 그 자체가 된 티르는 자신의 진혈을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그렇게 엘더와 흡혈귀가 탄생했다.

홀로 역사를 바꾼 거의 마신에 가까운 행보이나… 단 한 발짝. 마신이 되기까지 한 발짝이 모자랐다. 아직 그녀의 힘은 그녀의 피에 머물러있었으니까.

만일 티르가 온전히 살아있는 채로 타인의 육신까지 이해했다면. 흡혈귀라는 제한적인 존재가 아니라.

“휴?”

만월의 성 정문. 들어가려는 와중 카빌라와 함께 귀환하던 티르와 딱 마주쳤다. 마침 문을 열던 티르는 반가움에 다가오려다 어젯밤 일이 떠올리고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멈칫했다. 카빌라의 시선이 뭔가 못마땅한 듯 이글거리고 있었다.

카빌라에게 가서 걸스토크를 나눈 거야? 이제 흡혈귀의 시조라고 하기도 뭣하네. 둘이 합치면 23세기라서 원년 달력을 다 써도 못 채우는데 말이야.

“외출하고 돌아오시는 거예요? 우연이네요.”

“아 어 으음. 그렇구나. 휴 그래. 식사는 하였느냐? 피 피곤하진 않고?”

“꽤 피곤해요. 어제 잠도 잘 못 자고 이틀 연속으로 외출까지 해서 그런가.”

“그래? 빨리 가서 쉬어야겠구나.”

피로를 느껴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피곤하다고 하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는 다가온다. 심장을 되찾은 이후에도 여전히 조심성은 없다. 품성 나쁜 남자라도 만나면 실컷 이용당하고 버림받을지도.

어? 나인가?

“그래요… 하암. 조금 쉴까요.”

툭 하고 자연스럽게 티르의 어깨에 손을 둘렀다. 갑작스레 거리를 좁히자 티르가 흠칫거렸고 그 모습을 카빌라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언니의 몸에 함부로 손대지 마! 발칙하게 아무리 애첩이라도 허락은 받고 만지란 말이야!”

“카빌라. 멈추거라. 휴에게는 이미 허락한 일이다.”

“치잇…!”

맹렬한 시선이 나를 향한다. 나는 노려보는 카빌라의 앞에서 자랑하듯 손을 흔들어보았다. 카빌라 입장에서는 나야말로 경국지색… 나라를 뒤흔드는 애첩으로 보겠지.

카빌라를 제지한 티르가 작게 나를 나무랐다.

“휴 너도 짓궂구나. 아직 성안에 발도 들이지 않았거늘 스스럼없이 손을 대다니 내 너를 아낀다고 하여도 문지방을 넘었을 때 이야기다.”

“문지방을 넘으면 마음껏 만져도 된다는 거죠?”

“그런 뜻이 아니잖느냐!”

재빨리 부정한 티르는 살짝 내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무 무어. 필요하다면야 손을 대어야 할 일이 있겠지만.”

“그러게요. 어제 입은 다 끝냈으니 얼굴 쪽을 손볼까요.”

“들어가서 하자꾸나 들어가서! 나 원. 다 보는 앞에서 망측하게…!”

티르는 특별한 흡혈귀다. 시조니까 당연하지만 다른 흡혈귀와는 달리 티르는 오직 자신의 힘으로 죽음을 유예했다. 호문쿨루스의 딜레마는 다른 흡혈귀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 티르의 심장을 되찾은 내가 감각마저 되살린다면 티르는 삶을 얻고 멈춘 시계가 다시 움직이게 된다.

그렇게 부활한 티르가 12세기의 경험을 토대로 한 발짝 더 나아간다면… 마신이 되겠지.

나는. 마신을 찾는 것을 넘어.

죽은 마신까지 되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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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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