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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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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49

권속을 흔히들 종주의 수족이라 비유하곤 한다. 그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권속은 종주의 기분에 의지에 명령에 지배된다.

오른팔을 생각해보자. 명령을 내리면 움직인다. 무엇을 잡고자 하면 손가락이나 관절의 작동을 일일이 제어할 필요 없이 본능적으로 움직여 잡는다. 가끔 한계가 오거나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움직이진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제멋대로 굴진 않는다. 팔이 갓 생긴 갓난아이 때 정도가 아니라면.

권속은 딱 그런 존재다. 수족. 시조는 권능밖에 없는 자신 대신 싸워줄 열세 개의 수족을 갖고서 세상을 휩쓸었다. 지금은 그게 떨어져 나와서 반기를 드는 중이고.

그렇다면… 수족이 익히고 얻은 힘과 지식은 어떻게 될까? 그건 온전히 팔과 다리의 것이라 만일 굴레가 끊어진다면 영영 사라질까?

대부분은 그렇겠지만 전부 그렇진 않을 것이다. 아니 팔과 다리가 없었을 경우보다 훨씬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운 종주는 그 이상으로 달라진다.

 

어둠으로 물든 거대한 팔에 직격당한 뮤리는 혼란을 겪었다. 당연히 충격 때문은 아니었다.

먼 옛날 흡혈귀의 가장 위험한 적은 성황청도 인간도 아니었다. 빛. 만물을 변화시키는 성스러운 힘. 신체가 죽고 그 시절 그대로 멈춘 흡혈귀들에게 혈조술의 매개체 그 자체를 변형시키는 햇빛은 강력한 맹독이었다.

티르칸쟈카도 마찬가지. 그녀는 빛을 막기 위해 피를 두르고 다녔다. 강력한 혈조술로 피의 가림막을 만들어 흡혈귀를 보호했다. 변성되고 오염된 핏물은 금방 새까매졌지만 티르칸쟈카는 부스러진 조각조차도 빛을 막는 방패로 썼다.

어둠은 권능이 아니다. 빛이 부재한 상태 그뿐이다. 빛만 막을 수 있다면 어둠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티르칸쟈카는 도구로 새까맣게 변색한 핏물을 썼을 뿐이다.

그러나 언제나 어둠을 몰고 다니던 흡혈귀들을 본 인간들은 그걸 두려워하며 신에게 대적하기 위한 어둠이라 불렀다.

수많은 사람의 공통된 인식은 본질을 뒤튼다. 최소한 인간에 관한 일에는 특히 그렇다. 그래서 티르칸쟈카는 어둠을 다루게 되었다. 혈조술과는 관계가 없이.

그러나 어둠과 친숙하며 그 권능의 일부를 이어받은 뮤리는 어둠의 본질을 잘 알고 있었다. 빛을 막기 위한 부스러기이며 문드러진 피. 혈조술의 권능조차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무언가. 거짓 우상으로 먼짓덩어리 이상의 권능이 되었지만 어둠이 가하는 힘은 보잘것없다.

…그런데. 지금 이 어둠은 잠깐이나마 뮤리를 압도한다.

“혈기-? 아니 혈기를 두른 흑기사라도 이건-.”

어둠에서 빠져나온 뮤리는 천장에 달라붙었다. 어둠 속을 꿰뚫어 보는 눈으로 티르칸쟈카를 바라보았다.

“시조시여-?”

티르칸쟈카는 팔을 뻗고 있었다.

뮤리를 친 팔이 아니다. 저 짧고 가느다란 팔로는 뮤리에게 닿지 않는다. 뮤리를 친 건 티르칸쟈카의 그림자였다. 그녀의 뒤에 떠올라서는 흔들리는 어둠이 티르칸쟈카를 흉내 내듯 팔을 뻗고 있다.

무저갱에서 한번 보여주었던 행동을 흉내 내는 그림자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기이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뿐.

티르칸쟈카가 입을 열었다. 그녀를 따라 그림자 역시도 어둠이 뚝뚝 떨어지는 입을 벌렸다.

[뮤리. 신기하지 않으냐.]

“네-? 무엇이-?”

[영원토록 충성할 것 같았던 너희가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지 않았느냐.]

흡혈귀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심장이 멈추었고 통각도 죽었는 데다 다치더라도 쉽게 재생할 수 있기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결여되었다.

그렇지만 굴레를 끊어서일까 아니면 상대가 시조여서일까. 뮤리는 차가운 물방울이 등골을 타고 흐르는 것만 같은 감각을 느꼈다. 아마 이걸 두려움이라 부를 것이다.

[천여 년 동안 변치 않는 세상에서 살았다. 충성도 사랑도 감정도 나와 마찬가지로 영원할 줄 알았다.]

티르칸쟈카의 그림자가 만드는 목소리는 공간을 붙잡고 뒤흔드는 듯했다. 뮤리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이 불길한 존재감을 앞에 두고 기이한 충동을 느꼈다.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휴를 향한 나의 마음 또한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 여겼다. 밤을 보낼 때만 하더라도 매일 이 순간이 계속될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올랐지. 잠든 그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며 행복에 잠겼다.]

“원하시던 행복을 손에 넣은 시조시여. 모르던 즐거움을 깨달아버린 시조시여. 알려주세요. 지금의 당신은 어떤가요-?”

음율을 담은 뮤리의 물음에 그림자가 질척한 목소리로 답했다.

[밉다. 미워서 견딜 수가 없다. 내 전부를 주리라 생각하였는데 그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원망스럽다. 하룻밤이 지났을 뿐이거늘 너희에게 한마디 속삭임만 들었을 뿐이거늘…. 마음이 이토록 쉽고 바뀌는 것이었느냐? 의지란 이토록 약하고 부드러웠느냐?]

“마음은 갈대라네- 마음은 갈대라네-. 바람이 불면 지조도 없이 그리로 몸을 뉘는 마음은 연약하고 부드러운 갈대라네-.”

[너희 또한 마찬가지이니. 천여 년의 충성도 굴레에 매인 말에 불과하였구나. 피의 굴레가 사라지자마자 나에게 칼끝을 겨누니.]

“누가 갈대밭에 바람을 들였나-. 비스듬한 세상에 고요히 선 나무야 너는 보았니. 누가 이 갈대밭에 바람을 들였는지-.”

[…그리고 이 모든 게 휴가 원했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하는 것이 원통하구나.]

뮤리의 노랫자락 속에서 감정을 토해낸 티르칸쟈카는 양손을 늘어뜨리고 한탄했다.

[어쩌면 너희가 난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내가 그와 더 오래 같이 있지 않았을까. 이 원망스러움이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사방팔방으로 향하는구나. 아무것이나 찌르고 싶다. 구멍을 내어 피를 흘리게 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 모든 바람을 들여온 건 다름 아닌 휴라는 것을.]

티르칸쟈카의 말이 끝나자 마침 고성이 움직였다. 벽돌에 핏물을 다져서 넣었기에 에르제뷔트가 혈조술로 성의 벽돌을 하나하나 조작할 수 있다. 티르칸쟈카를 찾아낸 에르제뷔트는 가로막는 길을  티르칸쟈카를 향한 대로를 펼쳤다.

반대편 길의 끝에는 각자의 바람을 품고서 찾아온 엘더가 있었다. 야망을 품고 있던 에르제뷔트 불변의 명맥을 원하는 라후 칸 끝없는 투쟁을 바라는 룽켄 뒤틀어진 충성심을 가진 카빌라. 굶주린 바쿠타와 노래하는 뮤리까지.

“시조시여.”

“씨족장.”

“언니.”

저들은 심장을 갖고 싶어하던 티르칸쟈카와 마찬가지였다. 바람을 품고서 찾아온 이들이 티르칸쟈카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려고 하고 있었다. 널찍한 공간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며 티르칸쟈카는 중얼거렸다.

[…휴. 이게 네가 원하던 광경이었구나.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지금까지 티르칸쟈카는 무언가를 궁리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 대신 움직일 수족이 있었기에.

모든 수족을 잃은 지금 티르칸쟈카는 지금까지 겪고 보았던 모든 것을 활용했다.

전투에는 엘더가 더 능숙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혈조술은 티르칸쟈카의 것이었다. 전투를 이해하지 못할지언정 거기에 활용된 혈조술은 전부 티르칸쟈카의 권능 아래에 있다.

모든 권능이 한 점으로 수렴한다.

검은 어둠이 모여 육체를 빚는다. 그녀를 닮은 새카만 그림자가 떠올랐다.

[나는 그때 시체였으매 그 자체로 공국이자 조상신이었으며. 너희를 떠받치는 땅이었다.]

그림자답게 티르칸탸카를 꼭 닮았으며 족히 그녀의 열 배는 될 법한 크기였다. 다만 그림자와 다른 게 있다면 그건 명확한 실체를 갖고 있었다는 것뿐.

[너희들은 살아 숨쉬는 나라를 제멋대로 움직이는 땅을 원치 않으니. 내 존재를 거부하는구나…. 그게 너희들의 바람이렷다.]

강력한 의념과 함께 티르칸쟈카의 몸에 가득하던 혈기가 그림자로 만든 거인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티르칸쟈카를 심장으로 삼아서.

그림자가 기지개를 켠다. 붉은빛이 도는 양팔이 고성의 벽을 긁는다. 콰드득 고성의 성벽이 아무런 저항감도 없이 갈려 나간다.

실체와 힘 그리고… 감정과 심장마저도 얻은 거인은 이제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다. 어둠으로 빚은 인형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저건 티르칸쟈카의 육신 그 자체다.

피가 육신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육신’의 범주를 늘린다. 권능과 혈조술로 거인을 빚는다. 티르칸쟈카와 똑 닮은 단지 검은색으로 물들었을 뿐인 거인이 티르칸쟈카의 뒤로 솟아올랐다.

[그렇다면 자격이 아닌 힘으로 묻겠다. 너희는 폭군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

용암처럼 불타오르는 혈기 앞에서 심장을 되찾은 신이 옛 신민들에게 물었다.

 

대해일이 밀려온다.

섬고래와 구름가오리. 두 해흉은 자연현상에 비견되는 거대한 존재이나 어찌 되었든 저 대양을 누비는 생명이다. 그녀는 해류를 막고 배를 채우는 섬고래를 하늘가오리가 언제나 두고 보진 않는다고 ‘정당한 항의’를 하기 위해 바다를 깨뜨릴 거라고 경고했다.

발다미르는 너무 의외라 할 말을 잃었다. 그 내용이 뜬금없어서가 아니라 ‘예언’이 흡혈귀를 위해서 쓰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지금껏 성녀의 예언은 흡혈귀를 적대하기 위해서만 쓰였기 때문에 발다미르는 예언을 의심하고는 상대를 잡아 심문할 생각까지 했다.

그러지 않은 이유는 둘.

하나는 예언을 대비한다고 나쁠 게 없다는 점이었다. 밤썰물 시간에 맞추어 잠시 해안가에서 사람들을 물러나게 한들 인간들이 조금 귀찮아질 뿐 막중한 손해가 찾아오는 건 아니다. 기회비용이 없다는 건 발다미르에게 아주 중요한 사안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

상대방의 힘을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황청의 성녀들은 각자 기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강철의 성녀 페르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자기 자신의 미래를 예지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성녀는 무적. 발다미르조차도 직접 해칠 수 없다.

만일 ‘그것’도 성녀라면 결코 경시할 수 없다. 무엇을 알고 있는지 어떻게 두 보검을 손에 넣었는지. 미지수가 너무 많아서 무작정 건드리기엔 리스크가 컸다.

무엇보다 도고에게 당해 부상을 입었다고 들었는데 저토록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멀쩡히 나타나다니…. 괜히 싸웠다가 시간이라도 끌리면 할 일이 많은 발다미르의 손해다.

특히.

“아 발다미르.”

눈앞의 칠흑기사 듀 라한을 맞이하러 가야 했기에 더더욱.

“반가운 얼굴이로군. 자네도 그러하지? 나에게는 얼굴이 없지만 말일세. 핫핫핫!”

잘린 머리를 옆구리에 낀 라한 경은 자기가 말해놓고 실없이 웃었다. 발다미르는 흡혈귀답게 마주 웃어주는 대신 딱딱하게 물었다.

“라한. 깨어났나.”

엘더가 되기 전 최강의 전사였던 칠흑기사 듀 라한은 옛 적이자 오랜 친우를 보며 반갑게 머리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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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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