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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Chapter 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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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71

예일링이더라도 흡혈귀는 흡혈귀. 힘은 나와 호각 그 이상에 죽지도 않고 혈조술을 지니고 있다. 다른 흡혈귀에 비해서 강력하진 않다지만 여전히 까다롭네.

“뱃속이 좀 크시네요.”

“소화되고 싶지 않다면 순순히 잡히거라. 한 번 배고픔에 눈이 돌아갔다간… 핏물 한 줌도 못 남길 수 있으니.”

진심이다. 나른하게 움직이는 빌리테어 촌장은 탐식의 힘을 제대로 꺼내지 않았다. 그녀의 힘을 제대로 쓰면 그만큼 굶주리고 피를 탐하게 되기에.

그렇지만….

이 정도면 할만한데?

나는 벽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어머니. 저 자랄 만큼 자란 것 같아서 이젠 태어나고 싶습니다. 다 자란 아들에게 바깥 세상을 보여주지 않겠어요?”

“농담할 여유가 있구나. 일단 여유를 조금 없애줄까.”

빌리테어 촌장이 손짓하자 집안의 모든 집기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나무로 된 의자가 삐걱거리며 성큼 성큼 걸어온다. 탁자와 서랍 나무 국자가 뒤따른다. 

그래. 나무.

“그거 아세요? 나무는 죽지 않아요. 멈출 뿐.”

카드를 손을 쥐었다. 스페이드 9 근원의 나무. 도끼에 베이고 쓰러져 햇볕에 말려져 널빤지가 되고 못이 박혀서 가구로 변한 비운의 나무는 내 부름에 응답해 복수를 시작했다. 뿌리가 자라고 가지가 뻗어 나온다. 날카롭게 솟구친 가지는 곧장 빌리테어 촌장의 몸을 찔렀다.

지배력에 특화된 에르제뷔트의 혈족이었다면 턱도 없는 일이지만 상대는 피거머리 혈족의 예일링. 제어에서 벗어난 나무를 지배하기에는 혈조술이 부족하다.

“드루이즘? 두 가지 믿음을 다 품고 있다고?”

“아니요. 이건 당신에게 죽임당한 나무의 복수입니다! 괴로움을 맛보시죠!”

빌리테어 촌장은 팔과 다리로 가지를 부러뜨렸지만 오두막에 뿌리를 내리고 뻗어낸 가지의 수는 무한하다. 쏟아지는 가지와 잎사귀에 빌리테어 촌장의 시야가 점점 좁아졌다.

그래. 흡혈귀는 상처가 나지 않는 게 아니다. 상처가 금방 아물 뿐. 확실히 기공을 쓰는 인간보다는 상대하기 쉬워.

나무가 아닌 물건들은 여전히 나에게 다가왔지만 제대로 조종하지 못해서 기세가 아까 같진 않았다. 굴러오던 솥과 부지깽이를 와이어로 꽁꽁 묶은 나는 이 틈을 타 도망치려고 문으로 다가갔다.

그때였다.

“…나무는 맛이 없어서 먹고 싶지 않다만.”

으적. 으적. 나무가 저작과정을 거치는 소리가 들렸다. 촌장 쪽을 살펴보니 촌장은 이파리와 가지를 양손으로 우악스럽게 잡아채서는 입에 넣고 있었다. 가지와 줄기가 사정없이 부서져 그녀의 몸속에 채워진다.

놀랍게도… 그녀가 나무를 먹어 치우는 속도는 근원의 나무로 나무가 자라나는 속도보다 빨랐다.

“그거 다 식이섬유라 소화가 잘 안될 텐데요. 화장실에서 고생하실 거예요.”

“우물 우물. 꿀꺽. 걱정하지 마라. 말하지 않았느냐. 이곳은… 내 뱃속이라고.”

그리 말하는 빌리테어 촌장의 몸에서… 딱딱한 나무껍질이 돋기 시작했다.

드루이즘은 혈조술에 특히 약하다. 식물과 동물의 차이 때문인지 혈조술의 지배력이 조금 앞서는 모습을 보인다. 상성의 차이는 예일링 상대로도 여전했나 보다.

“쳇!”

나는 자물쇠를 꼬챙이로 찔렀다. 조금 걸리는 느낌이 들려는 그때 돋아난 붉은 나무껍질이 문틈을 막았다. 탐식으로 소화한 나무껍질 그걸 흐르는 피에다 녹여서 재구축한 것이다.

으적. 어느새 의자와 탁자를 다 먹어버린 빌리테어 촌장은 잔뜩 부풀어 오른 배를 뒤뚱거리며 다가왔다. 임산부처럼 부푼 배를 보고 내가 중얼거렸다. 

“벌써 동생이 생기다니…. 두 명이 쓰긴 좁으니 저는 먼저 나가봐야 할 것 같네요.”

“아직도 입이 살았구나. 하긴 나도 배가 불러 너를 먹을 여유는 없을 것 같으니… 그냥 갈고리에 걸어주마.”

뱃속이라고 말한 게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이 오두막을 타고 흐르는 피는 그녀의 혈관이다. 빌리테어 촌장은 자기가 먹은 걸 소화하여 그 피 안에 녹일 수 있다. 덕분에 의자와 탁자를 먹어 치우고도 몸을 움직이는 거고.

핀레이와 동격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혈조술 능력이다. 뭐 홈그라운드인 것도 감안해야 하고 그때도 핀레이와 제대로 싸웠다면 졌겠지만.

하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또한 다르다. 지금 싸우면.

“이겨.”

승리를 읊조리며 다이아몬드 8 카드를 꺼냈다. 가늘고 긴 모든 것. 강철 와이어가 연금된 카드의 양쪽을 잡고 당겼다. 한 장의 카드는 수백 가닥의 와이어로 변해서 내 손에 감겼다.

“여전히 싸울 작정인가. 끈기는 흡혈귀 못지않구나.”

배가 실시간으로 꺼지는 빌리테어 촌장의 모습을 가만히 관찰했다. 언뜻 보면 순식간에 소멸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발에 흐르는 혈기와 접촉하여 소화한 집기를 흘려보내고 있다. 그녀가 이 오두막과 상호작용하는 한 탈출하기 어렵겠지.

그러면 못 하게 하면 된다.

“그거 아세요? 뱃속은 사실 몸 밖이랍니다.”

와이어를 손에 감은 나는 몰래 벼락타래를 꺼냈다. 강철 와이어와 벼락이 뭉친 실타래. 둘을 합치자 와이어 가닥가닥에 벼락이 깃든다.

“몸 안에 들일 영양분과 내보낼 불순물을 거르기 위해 잠시 보관해두는 곳이죠. 몸 안처럼 보이지만 외부와 내부가 구분되어 있어요.”

“나에게 탐식을 설명하는 게냐?”

“혹시나 모르실까 봐요.”

“친절하구나.”

나무는 전부 먹어 치웠다. 이제 남은 건 쇠뿐. 그리고 흡혈귀들은 쇠를 잘 지배하는 편이다.

촌장이 나이프를 쥐고 달려들었다. 와이어를 펼쳐 막아냈으나 빌리테어 촌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이프를 세로로 그었다. 싹둑 와이어가 혈기를 깃든 검격에 버티지 못하고 잘려 나갔다.

‘기공을 둘렀다고 해도 가느다란 실. 이런 것으로는 막을 수 없다. 더 재주를 부려보아라. 없다면 끝이다.’

와이어가 끊어진 거대한 틈으로 빌리테어 촌장이 한 걸음 몸을 들이밀었다. 자신보다는 나이프를 보호하는 형태로 얼굴과 등을 통째로 내주며.

몸을 방패로 써도 되는 흡혈귀의 공격방식이다. 여차하면 내 몸을 물어뜯을 것이다. 마치 짐승같은 돌격에 나는 끊어진 와이어를 고쳐잡았다.

사실 와이어는 끊어지지 않았다. 잘린 건 벼락의 타래였고 와이어는 늘어진 채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광과 기공을 착각한 빌리테어 촌장은 내가 펼쳐놓은 와이어의 한복판으로 달려든 셈이었다. 저항감이 느껴지는 순간 나는 발로 솥을 굴렸다. 솥이 굴러가며 와이어를 조였다.

“그물?”

그런 셈이지. 카드가 애초에 그물 형태로 엮여있거든.

“흥. 이 정도는…!”

솥 하나로는 부족했는지 빌리테어 촌장은 그물을 달고 마구잡이로 달려들었다. 나는 와이어를 꼭 붙잡고 버텼지만 와이어가 몸을 파고들었음에도 흡혈귀는 아랑곳않고 나를 힘으로 몰아붙였다. 정말 흡혈귀다운 돌격이었다.

“세트 리!”

그걸 원했다. 와이어가 몸속을 파고드는 그 순간을.

“볼트!”

벼락타래를 타고 볼트의 전격이 흘렀다. 짧은 순간 벼락이 그녀의 전신을 흐른다. 빌리테어 촌장은 흡혈귀가 된 이후 처음으로 마비라는 현상을 겪었다.

‘무엇이지? 내 육신이 멋대로 멈추다니?!’

감각 그 자체에 충격을 줬지. 평범한 전격과는 다를 거야. 이 힘은 흡혈귀와 상성이 좋거든.

빌리테어 촌장도 나름대로 경험 많은 흡혈귀. 혈조술로 몸에 피를 흘려내고 다시 전신을 자기 제어 아래 넣고. 몸을 추스르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물로 감싸 서까래에 매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녀의 오두막과 닿지 못한 채 대롱대롱 매달린 빌리테어 촌장은 패배를 인정하고야 말았다.

“방금 그건 또 무슨 힘을…. 구름 마을의 연금술사? 그것과도 이질적인데….”

“세상에는 늘 새로운 게 생겨나는 법이거든요.”

손을 탈탈 털면서 문을 두들겨보았다. 확실히 흐르는 피의 기세가 훨씬 약해져 있었다. 이제 촌장은 내가 나가는 걸 막지 못할 것이다.

끙. 이걸로 와이어마저 다 써버렸네. 아깝지만 회수하는 건 자살행위겠지. 나는 천천히 문을 따고 밖으로 나서….

“아. 가기 전에.”

나서기 전 문밖에서 들리는 웅성거림에 잠시 멈추고는 촌장에게 턱짓했다.

“혹시 밖에 있는 마을사람들에게 흩어지라고 말해주실래요?”

촌장은 대롱대롱 흔들리며 대답했다.

“…내가 어째서 그래야 하지?”

“그렇지 않다면 오늘 마을 하나가 지도에서 사라질 테니까요.”

물론 공갈이다. 나에게는 농기구 매단 창을 꼬나쥔 마을사람 수십 명을 해칠 방법이 없다. 저게 뭐야. 낫을 묶은 창? 무게중심도 제각각이라 잘못 휘두르면 제 발을 베겠어. 나는 그 생각도 못 읽고 피하다가 베이겠지.

몸이 좋아진 지금 이길 수야 있겠지만… 나는 흡혈귀가 아니라고. 저 녹슬고 낡은 창에 찔릴 위험을 감수하고 싶진 않아.

내 마음이야 어쨌든. 빌리테어 촌장에게 나는 그녀보다 강한 위협이다. 그리고 주인은 가축에게 전쟁을 시키지 않는다.

권리가 없으면 의무도 없다. 둘은 언제나 묶여있기 때문이다.

촌장은 담담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소리쳤다.

“…마을의 모두는 들어라. 당장 물러나서 집으로 돌아가거라.”

“네? 촌장님 그게 무슨….”

“당장! 너희들은 이제 내 말도 듣지 않겠다는 거냐!”

촌장이 냅다 소리를 지르자 바깥을 둘러싸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보고는 하나둘 창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들에겐 의무가 없다. 흡혈귀가 지시하는 대로 양처럼 움직이면 그만이다.

점차 멀어지는 인기척. 나는 그들이 다 사라지기를 기다리며 차분히 말했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러든지.”

“공국에서 도망치고자 하는데 탈출시켜주는 브로커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이 마을은 공국 외곽의 산골마을. 그리고 촌장은 오백 년 가까이 산 흡혈귀. 분명 들은 것이 있을 거다. 나는 촌장에게 물었고 촌장은 내키지 않는 투로 답했다.

“내가 어째서 알려줘야 하지?”

“대답하지 않으면 이 오두막이 불타 사라질 테니까요. 당신은 땡볕 아래 노출되겠죠.”

물론 이것도 거짓말이다. 나에게는 피를 잔뜩 머금은 오두막을 태울 능력은 없다. 심지어 이 사실은 흡혈귀도 알고 있다. 내가 지금껏 보여준 힘이 오두막을 단숨에 불태울 만큼은 아니라는 것을.

그렇지만 빌리테어 촌장은 답했다.

“계곡을 넘어 서쪽으로 계속 산에 오르다 보면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땅이 나타난다. 마지막 나무가 자란 경계에서 한계선을 따라 어느 정도 걷다 보면 구름이 맺히는 봉우리가 보이지. 그곳으로 사람이 넘나든다는 소문이 있다. 가보든지.”

흡혈귀는 답했다.

물론 거짓말로.

‘구름이 맺히는 봉우리에는 아인이 지키고 있지. 피칠갑 혈족의 목인견 콜리. 네놈이 섣불리 다가간다면 즉각 너를 몰아내리라.’

덕분에 좋은 정보도 알고 말이야.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보단 이렇게 검색하는 게 편하잖아.

“고마워요. 좋은 정보를 들었으니 평화롭게 지나갈게요.”

손을 흔든 나는 문을 열고 밝은 세상을 향해 한 발 나섰다.

후 예일링을 상대로 승리하다니. 새삼스레 내 성장이 대견해지는걸. 나는 가뿐한 마음으로 사람 하나 없는 마을을 걸어갔다. 축사 안에서 내 모습을 살피는 인간들의 기척이 느껴졌지만 아무런 상관없었다. 그들은 권리도 의무도 없는 가축이니까.

…아니 한 명 빼고.

“당신이었군… 촌장님을 어떻게 했어…?”

땅굴을 파기 전 나와 마주쳤던 소녀였다. 나를 한 번 봐서인지 아니면 그냥 어려서인지. 무서운 줄 모르고 나의 앞길을 막았다. 휘두를 줄도 모르는 창을 꼭 쥐고서.

물론 무의미한 저항이었다. 평범한 인간보다도 약한 소녀가 나를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누구보다도 어른의 말을 들어야 했지만 듣지 않은 소녀는 내 앞을 막아서는 안 됐다.

“후후. 촌장님도 막지 못한 저를 당신이 막을 수 있을 것 같나요?”

“대답해!”

소녀는 위협적으로 창을 들이밀었지만 나는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당신이 지금 해야 할 건 저를 막는 게 아니에요. 촌장님을 구하는 거지.”

“…초 촌장님을 구해?”

“서두르세요. 지금 촌장님을 구할 사람은 당신밖에 없으니까. 뭐….”

가소롭다는 듯 머리를 쓸어 넘긴 나는 순간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소녀를 노려보았다.

“저와 싸우겠다면 촌장님이 목숨 바쳐 구하고자 한 당신의 목숨도 위험하겠지만요.”

겁먹은 소녀가 숨을 들이켰다. 두려움에 휩싸인 창끝이 미친 듯이 흔들린다. 나는 그녀가 편히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며 손을 내밀었다.

“구하러 가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어요. 다만… 방해할 생각이라면. 대화는 이쯤 하죠.”

소녀의 결심은 빨랐다. 주춤주춤 나를 지나친 그녀는 냅다 촌장의 오두막으로 뛰기 시작했다. 종종걸음으로 달아나는 소녀를 보며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다행이다. 잘못 움직였다간 창에 찔릴 뻔했어.

씨이. 생각을 읽었는데 가관이다. 분명 소녀의 마음속으로는 멋있게 창을 겨누고 있었지만 내 눈으로 보기에 창끝이 술에 취한 나비처럼 비틀비틀 흔들리고 있었다. 독심술로도 아니 독심술이 있어서 더욱 예상할 수 없는 창의 궤적은 흡혈귀의 공격보다도 위협적이었다.

어쨌든 말로 설득한 덕분에 체면도 지켰다. 나는 여전히 여유로운 척 촌장이 안내한 길로 향했다. 탈출할 희망을 품고서.

…그나저나. 이 난리가 나도 안 나타나는 걸 보면. 힐데는 정말 튄 모양인데. 도대체 혼자 어디로 간 거야? 나를 놔두고!

 

***

“하아~. 아버님은 아시려나요. ‘제’가 얼마나 큰 각오를 했는지.”

힐데는 두고 온 ‘아버지’를 떠올리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하필 가장 잃고 싶지 않은 관객이 이 모양 이 꼴이니 원. ‘제’가 희생하는 수밖에 없겠죠~. 괜히 낯부끄럽게 굴기 싫어서 편지만 남기고 왔건만.”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다. 힐데는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스럽지는 않다. 그는 인간의 왕이다. 어떤 고난이 있어도 헤치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근거는 없었지만 힐데는 무의식적으로 그 사실을 믿었다.

다만 둘이 같이 있으면… 힐데가 쓸모없어진다.

그녀의 힘은 변신술과 연기력.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그녀를 쫓던 추격대의 일원이 되어 포위망을 돌파하고 산골 마을의 아낙으로 지내다가 마을에 쳐들어온 산적을 암살하고 두목으로 행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옆에 그가 있다면 힐데는 변신할 수 없다. 가장 강력한 능력 중 하나를 봉인하는 셈이다.

그래서 힐데는 그를 떠났다. 더 확실한 도망을 위해서.

얼굴을 감싸고 잠시 웃던 힐데는 이윽고 천천히 손을 쓸어내렸다. 조금 전만 해도 잔망스러운 소녀의 얼굴이 있어야 할 곳에는 뺀질뺀질한 남성의 얼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휴즈로 변신한 힐데는 자기 목을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며 목소리를 조정했다.

“그래도~. 데이터는 충분히 쌓았으니까요~. 얼굴 목소리 말버릇 그리고… 몸까지도. 이 정도면 티르칸쟈카도 잠깐은 속일 수 있겠는걸요~.”

얼굴을 바꾸고. 목소리를 조정하고. 걸음걸이를 교정한 그녀는 영락없는 ‘그’였다. 가면을 쓴 그녀는 마음가짐마저 ‘그’가 되기 전에 잠시 추억이라 할 기억을 곱씹었다.

“관객이라…. 결국 저는 연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운명인가요~.”

그랬다. 힐데는 천성이 연기자였다. 기루에서 아버지들을 상대로도 극단에서 귀족들을 상대로도 도망치면서 추격대를 상대로도 연기하며 살아왔다. 살아남기 위해 한 일이지만 덕분에 살아남았다.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을 연기하는 게 본질이라니. 모순이지만… 정답이다. 힐데의 삶에서 이미 연기를 떼놓을 수 없었으니까.

“치잇. 어차피 관객은 자기밖에 없으면서.”

천신은 그녀가 성검대로 있기를 바랐다. 성녀는 그녀가 영궤로 있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그는 그녀가 지난 배역을 망라한 연기자이기를 바랐다. 개인적으로 쓸 수 있음에도.

인간의 왕은 그런 존재다. 천신이나 성녀보다도 더 현상에 가까운 진정 절대적인 존재.

“애초에 기댈 곳을 잘못 알았어. 인간의 왕이나 찾아다닐걸. 뭐라고 남 좋은 일만 하고 다녔담.”

마지막으로 투덜거린 힐데는 눈을 감고 배역을 불러왔다. 지금까지 지켜본 한 남자 평범하지만 모든 평범함을 사역하는 인간의 총집합.

”나’는 휴즈. 인간의 왕.’

휴즈라는 이름의 인간의 왕을.

백면인.

한때 제국과 제후국 등지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마두가 공국에 나타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었습니다… 세 편같은 두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우당탕탕 휴즈의 모험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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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OFPV, 전지적 1인칭 시점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a mere con artist, was unjustly imprisoned in Tantalus, the Abyssal Prison meant for the most nefarious of criminals, where I met a regressor. But when I used my ability to read her mind, I found out that I was fated to die in a year… and that the world would end 1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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