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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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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78

그레이스에게 허락을 받는 데에 많은 난관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전에 말했다시피 그레이스는 귀족 그것도 공작가 영애다. 그런 여자가 과연 너구리를 키울까.

차라리 루나의 피죤투가 더 현실성이 높다. 새는 그나마 고풍스러운 면모라도 있지 너구리는 아니다.

“자. 손.”

“켕.”

“옳지. 똑똑하네요.”

하지만 그레이스는 보편적인 귀족 영애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마음 속에 작은 ‘동심’을 품은 사람답게 사고방식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야 할까.

너부리를 데려왔을 때는 뾰족한 시선을 보내긴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금방 친해졌다.

지금도 쭈구려 앉아 너부리에게 이것저것 시키고 있지 않는가. 얼굴에는 뿌듯한 미소가 걸려 있다.

“그레이스.”

“네?”

“정말 괜찮아?”

오히려 내가 걱정스러웠다. 당장은 괜찮다지만 나중에 서로 싫어하게 될까 봐.

너부리가 해를 가할 일은 없겠으나 이런저런 사고를 치게 되면 그레이스도 자연스레 싫어하겠지.

부디 그런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때 그레이스가 미소를 머금은 채 대답했다.

“괜찮아요. 광견병 주사도 맞았고 딱히 해를 끼칠만한 애는 아닌 것 같으니까. 오히려 잘 훈련시키면 좋겠는데요?”

“어떤 식으로?”

“각종 심부름? 아니면 시바르 씨가 식사를 할 때 도와줄 수도 있겠죠.”

“켕.”

사람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건지 너부리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혼돈의 숲에서 데려온 개체다 보니 기본적으로 지능이 매우 뛰어난 편이다.

루나도 너부리의 지능이 꽤 높다고 알려줬다. 너부리의 비범함은 검치호를 사냥했을 때부터 알아봤다.

일반적인 동물이라면 두려움에 떨 상황인데 먹을 걸 얻자고 나에게 다가왔으니까.

심지어 심장과 간을 줬더니 고개까지 돌리며 거부했다. 말을 못할 뿐이지 하는 행동은 사람과 같다.

“그나마 제일 걱정되는 건 배변 훈련인데… 어떻게 해야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가르칠 수 있을까요?”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그럼 시바르 씨가 보여주세요.”

“음.”

까다로운 부분이 생각보다 많구나. 귀여워서 데려왔더니 생각보다 할 게 많다.

그래도 지능이 높으니 배변 훈련도 금방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레이스의 말마따나 보여주면 되겠지.

남은 건 너부리를 어떻게 활용하냐다. 내가 너부리를 데려온 이유는 다방면에서 활용하기 위함이다.

‘어디 한번 해볼까?’

가장 먼저 기본적인 일부터다. 때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

재료는 미리 다 준비한 상태고 남은 건 요리뿐이다. 나는 너부리를 안아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가자. 라따뚜이.”

“켕?”

어느새 이름이 너부리에서 라따뚜이로 바뀌었지만 괜찮다. 다 장난이다.

뒤이어 주방에 도착하고는 각종 요리 도구 및 재료를 올려놓았다. 너부리는 나에게 안긴 채 그 도구들을 면밀히 살펴봤다.

“자. 이건 칼. 이건 도마. 이건 국자야.”

“켕.”

“내가 뭐 필요하다. 이러면 바로 줘. 알겠지?”

이해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너부리를 믿는다.

“칼.”

“케엥.”

칼을 말하니 칼을 주고.

“종지그릇.”

“킹.”

종지그릇을 달라고 하니 종지그릇을 주더라. 어마어마한 학습 능력이다.

보조로서 딱 적합한 인재다. 털 때문에 위생 문제가 걸리긴 해도 기본적인 것만 가르쳐주면 되겠지.

이외에 다양한 훈련을 시킨다면 아주 유용할 것이다. 특히 너부리는 몸도 작아 작은 곳도 쉽게 드나들 수 있을 터.

“너부리야. 거기 후추 좀 줘.”

“케엥.”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잘 데려온 것 같다. 옆에서 내 명령만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그레이스도 너부리의 지능에 적잖이 놀랐는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단순히 똑똑한 개 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모양이다. 하지만 너부리는 그 이상이다.

“지난번 그 다람쥐도 그렇고 이번에 데려온 너구리도 그렇고… 혼돈의 숲은 다 이런가요?”

“대충은? 멍청하면 죽어.”

“그렇군요. 그런데 너부리는 뭘 주면 되나요? 애완동물용 사료?”

너부리의 식사는 간다하다. 손질하지 않은 야채나 과일을 주면 끝이다.

먹기 편하게 따로 자를 필요도 없다. 혼돈의 숲에서 살아남은 개체인 만큼 이빨 하나는 튼튼했으니.

너부리도 육식보다는 채식을 선호하는지 내가 사과를 주자 진짜 좋아하더라.

겸사겸사 물에 씻기까지. 음식을 물에 씻어먹는 건 너구리가 아니라 라쿤의 특징인 걸로 안다.

‘뭐. 그냥 너구리라 생각해야지.’

사실 겉으로 봐도 너구리보다는 라쿤에 가깝다. 습성도 마찬가지고.

그냥 부르기 편하니까 너부리라고 하는 것이다. 본인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어쨌거나 저녁 식사도 모두 준비됐겠다 나는 걸음을 옮겨 옆방으로 향했다. 단예린을 부르기 위함이다.

단예린과 함께 식사하는 건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레이스도 이제 그녀의 합석이 익숙한 상황.

똑똑똑-

“단예린. 밥 먹어.”

노크를 한 뒤 얼마 가지 않아 문이 열렸다. 동시에 단예린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겨줬다.

늘 그렇듯이 저녁마다 입는 동양풍 잠옷. 온통 검은색이라 단예린과 매우 잘 어울리는 옷이다.

“왔구나.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다.”

그 말을 하면서 자연스레 내 손을 잡는 단예린. 나는 혹여 들킬까 봐 옆을 힐긋거렸다.

[너부리. 이것도 먹어볼래요?]

[켕!]

다행히 그레이스는 너부리와 놀아주느라 정신이 없는 듯했다.

바로 옆 방이라 그런지 단예린과의 관계는 언제나 스릴이 넘쳤다.

들키는 순간 그레이스에게 칼빵을 맞아도 할 말이 없는 수준. 단예린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어서 가는 게 좋겠군. 오늘은 무얼 준비했나?”

“그냥 평범한 스테이크.”

“그대가 준비한 스테이크는 결코 평범하지 않지. 어서 먹고 싶구나.”

단예린은 싱글싱글 웃으면서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는 도중에도 엉큼한 짓은 멈추지 않았다.

주물럭-

바로 내 엉덩이를 스리슬쩍 만지는 일이다. 전에는 간단한 터치였는데 이제는 노골적이다.

사실상 성추행이나 다름없었으나 일종의 어필인 셈이다. 애당초 본인은 언제든지 준비됐다고 말했지 않았는가.

자기 몸을 만져도 되니 나도 만지겠다. 대신 눈치가 보이니 보는 사람이 없을 때 하겠다.

단예린의 심보가 딱 저렇다. 나도 딱히 거부할 생각은 없는지라 가만히 뒀다.

“켕!”

“…이건 또 무엇이냐?”

얼마 뒤. 단예린은 너부리를 보고는 황당한 반응을 내비쳤다.

단예린뿐만 아니라 그레이스도 처음에는 비슷한 반응을 내보였다. 저게 자연스러운 일이지.

“혼돈의 숲 출신이야. 이름은 너부리. 엄청 똑똑해.”

“…너구리?”

“아니. 너부리.”

“으음…”

단예린은 할 말은 많은데 차마 못 하겠다는 표정으로 너부리를 응시했다.

왜냐하면…

사각- 사각- 사각-

놀랍게도 너부리가 과도로 과일을 깎고 있었거든. 생으로 먹어도 되는데 굳이 과도로 깎고 있다.

내가 따로 가르쳐 준 건 아니다. 듣자하니 그레이스가 시범 삼아 보여줬더니 그대로 따라했다고.

실로 놀라운 지능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다가 나중에 말도 깨우치는 게 아닐까 싶다.

‘뭐. 그러려면 신에게 기도를 해야겠지만.’

다른 건 몰라도 포로리처럼 굴라크에게 기도를 올릴 일은 막을 거다. 가이아는 두말 할 것도 없다.

그나마 카오스가 있지만 과연 축복을 내려줄지도 의문이다.

“비상식량이라 하기에는 너무 똑똑하구나. 반려동물인가?”

“응. 잘 키울 거야.”

“정말이지… 살다가 별의별 경험을 하게 되는구나. 전부 그대 덕분이겠지.”

단예린이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래서 더 재미있어.”

“…”

“앞으로도 내 곁을 떠나지 말게. 이런 경험은 자주 겪고 싶었으니.”

그레이스는 다행히 너부리에게 신경이 팔린 터라 속삭임은 듣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단예린이 점점 대범해지는 것 같다. 이러다가 대놓고 엄한 짓을 하지 않을까.

“오늘도 좋은 식사를 하는군. 매번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하다네.”

“아니에요. 공주님께서도 매번 재료를 주시잖아요. 그러면 됐죠.”

겉보기에는 훈훈하기 짝이 없는 식사다. 그레이스는 내 옆에 앉아있고 맞은편에 단예린이 앉아있는 식.

그러나 식탁 밑의 상황은 결코 훈훈하지 않았다. 단예린의 발이 내 허벅지 위에 올라가 있었으니.

그러면서 은근슬쩍 비비는 것이 야시시하게 느껴질 법한 움직임이다.

이에 내가 단예린을 바라보니 그녀는 싱긋 웃어줄 뿐이었다.

‘…이제는 모르겠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 같다. 지금은 그저 식사가 무난히 끝나기를 바랄 수밖에.

그런 내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단예린도 더 이상 선을 넘지 않았다. 식사에 집중했거든.

이윽고 식사가 모두 끝난 뒤 설거지를 위해 주방으로 옮겼을 때였다.

스윽-

“음?”

느닷없이 느껴지는 기척에 뒤를 돌아보니 단예린이 서 있었다. 그것도 음흉한 미소를 지은 채로.

이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을 때 단예린은 나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오더니 조심스레 껴안았다.

소위 말하는 백허그. 덕분에 등 뒤에서부터 특유의 푹신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단예린은 동방인답지 않게 굴곡진 몸매를 갖고 있었는데 이 행위로 그 굴곡짐을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레이스는 화장실이라네.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깜짝 놀란 나머지 몸을 흠칫 떨자 단예린이 나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안심하라는 뉘앙스다.

하기야 그게 아니었더라면 이런 짓을 하지도 못했겠지. 나는 속으로 안심한 것도 잠시 약간 투덜거렸다.

“위험해.”

“후후. 그래서 더 짜릿하지.”

그 말을 하면서 슬그머니 떨어지는 단예린. 하지만 내 엉덩이를 만지는 건 잊지 않았다.

뒤이어 그레이스가 화장실에서 나오고 간단한 티타임 후에 서로 멀어졌다.

그레이스는 단예린에게 그 어떤 의심도 품지 않는 듯했다. 단예린의 연기력이 그만큼 뛰어났다는 소리다.

콕! 콕!

“응?”

단예린이 떠나고 뒷정리를 마저 하려던 찰나였다. 내 엉덩이에서 이상한 감촉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너부리가 나에게 매달린 채로 엉덩이를 만지고 있더라. 처음에는 뭐하는 짓인 건가 싶었다.

“너부리? 그러면 못 써요. 사람의 엉덩이를 함부로 만지면 안 돼.”

“케엥?”

때마침 그 모습을 발견한 그레이스가 너부리를 안아들었다.

너부리도 푹신한 그레이스의 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곧바로 조용히 몸을 맡겼다.

“시바르 씨. 혹시 뒷주머니에 먹을 걸 놔둔 거예요? 왜 엉덩이를 만지지?”

그레이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약간 이해가 안 간다는 투다.

나는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가 뒷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아무것도 없다.

“…아니?”

“그래요? 그럼 대체 왜 만진 거지? 누굴 보고 따라한 것도 아닐 텐데.”

“…”

슬슬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똑똑한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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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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