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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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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0

올림푸스는 높았다. 그리고 더럽게 추웠다.

단순히 춥다는 표현조차 부족할 정도로 더럽게 추웠다. 입에서 쌍욕이 나올 정도로.

기껏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등반했는데 얼마 가지 않아 깨달았다. 옷은 의미가 없다고.

게다가 중간에 강한 몬스터를 만나는 바람에 옷이 전부 찢어졌다. 다 찢어진 옷을 억지로 입었지만 한계가 있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니 입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러나 그 입김은 곧이어 아래로 떨어졌다.

입김마저 얼어붙을 만큼 혹한의 추위. 땀방울마저 금방 얼어붙어 내 몸을 차갑게 만들었다.

나는 현재 산 정상에 서서 주위를 살펴보고 있다. 많디 많은 산들 중 정상이다.

‘여기에도 없네…’

세혼빙초를 찾기 위해 약 한 달가량이 흐른 상황이다. 그러나 수확은 하나도 없었다.

그에 반해 내 몸만 해괴하게 변하더라. 변했다기보다는 ‘적응’이라는 말이 어울리겠지.

본래 맨들맨들했던 살들은 현재 새하얀 털로 뒤덮힌 상태다. 얼굴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말이다.

‘무슨 예티도 아니고.’

언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정처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이리 변했다.

이 몸뚱아리가 유별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나.

심지어 혼돈의 숲에서는 털만 자랐을 뿐 나름 평범한 외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모습은 영락없는 몬스터다. 그나마 손바닥이나 발바닥에는 털이 나지 않았다.

-저벅. 저벅. 저벅.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한 나는 아래로 내려갔다. 눈이 한가득 쌓였지만 그 위를 밟고 갔다.

리제로부터 배웠던 기술이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참고로 신발은 신지 않았다. 신발마저 완전히 망가진 탓에 맨발로 이동하고 있다.

나에게 인간적인 면모를 꼽자면 왼손에 쥐고 있는 라그나로크 하나 그리고 엘리가 준 가방이 끝이다.

다른 건 몰라도 가방만큼은 필사적으로 보호했다. 세혼빙초를 얻었는데 망가지면 안 됐으니까.

물론 털에 전부 가려져서 겉보기에는 비슷하다. 춥지는 않다만 그래도 불편한 건 불편하다.

‘그렇다고 마을로 내려갈 수도 없지.’

산맥은 중간 지점부터 이어져 있다. 마을은 그 아래에 있다.

광산업이 주업인 프로즌이라 그런지 산 아래마다 마을이 있는 건 당연한 수준.

때로는 마을이 아니라 도시 규모라 슬금슬금 피하면서도 다녔다.

‘이 모양 이 꼴로 어떻게 들어가?’

원래라면 보름에 한 번씩 내려갈 계획이었다. 적어도 씻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다들 나를 몬스터 취급하는 바람에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럼 공용어를 쓰면 되지 않겠냐고?

못 쓰더라. 아카데미 학생이 아닌 이상 공용어는 필수가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래서 괜한 일에 휘말리기 싫어 도망쳤다. 괜히 알려져봤자 좋을 것도 없고.

차라리 이상한 소문이 퍼져 사람들이 올라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없는데…’

게다가 점점 조급해졌다. 무려 한 달이 흘렀다.

오래 걸릴 거라고 예상은 했으나 그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 된다면 로드는 점점 기억을 잃을 것이고 심할 경우 태아 상태로 돌아가겠지.

당장 한 달이 흘렀으니 이미 나에 대한 기억은 잃었을 것이다. 받아들이기 싫지만 받아들였다.

이 심란한 마음이 활력으로 변해 나를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아직 완봉하지 않은 산들이 넘쳤다.

‘몇 개 남았지? 3개인가?’

게다가 근 한 달 동안 수많은 산 정상을 돌파했다. 전부 허탕을 친 건 덤이다.

특히 산 정상마다 강력한 몬스터가 수문장마냥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것들을 처치하느라 여간 고생이 아니었다.

문제는 대장급 몬스터들 대부분이 정령이었다는 것. 먹을 게 없어서 정수를 먹었더니 털이 숭숭 자라기 시작했다.

‘무슨 저그도 아니고…’

정수를 먹으면 진화한다. 저그가 딱 이랬다.

굳이 저그가 아니더라도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것들은 많다. 그게 나라서 문제지.

아무튼 지금 할 일은 산 중턱으로 내려가는 일이다. 나는 터덜터덜 아래로 내려갔다.

산 정상이 하나같이 구름을 뚫고 솟은지라 구름을 직접 만질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이제는 꼴도 보기 싫었지만. 혹시나 몰라서 정상 주위를 꼼꼼하게 둘러봤다.

-꼬르륵…

아래로 내려가는 도중에 가장 큰 문제가 터졌다. 나는 주린 배를 매만졌다.

올림푸스에서 가장 위험했던 건 몬스터도 추위도 아니었다. 바로 굶주림이었다.

먹을 게 없어도 너무 없다. 하다못해 곤충이나 벌레를 먹고 싶어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중간중간 나무가 빽빽한 곳에 찾아가도 내 배를 채울 수 있는 짐승은 잘 없었다.

그나마 늑대가 있다지만 늑대는 눈치가 더럽게 빠르더라. 나와 마주치면 뿔뿔이 흩어졌다.

‘포식자를 잡아야 하는데…’

그렇다고 인간형 몬스터를 잡아먹는 건 싫다. 일단 더럽게 맛이 없고 질기다.

내 치아에도 질긴 정도면 얼마나 질긴지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그래서 식량이 가장 큰 문제다.

‘뭣도 모르고 달려드는 곰탱이 한 마리 없나?’

어딜 가나 곰은 훌륭한 식사거리다. 본인이 맹수인 걸 잘 아는 짐승들.

자신감이 넘치는 나머지 객기를 부리다가 쥐어터지는 일이 많다.

-크르르릉…!!

바로 지금처럼. 터벅터벅 아래로 내려가다가 귀에 낯익은 소리가 들렸다.

이에 고개를 돌리니 온몸이 새햐안 털로 뒤덮힌 곰이 나를 노려보고 있더라.

사나운 이빨을 잔뜩 드러낸 채 인상까지 사납게 뜨고 있었다.

여차하면 공격하겠다는 위협의 징조. 추운 지역의 곰이라 덩치도 진짜 크다.

-치직! 치지직!

“오?”

이뿐만이 아니다. 곰 주위에 미약하게나마 스파크가 일어났다.

아무래도 포로리처럼 영물에 진입하고 있는 개체인 모양이다. 아니면 돌연변이라든가.

그러면 뭐하나. 나는 라그나로크를 쥔 채 곰에게 서서히 걸어갔다.

“츄릅.”

오랜만에 포식하겠다는 듯 입술을 혀로 핥으면서.

손바닥에 라그나로크를 툭툭 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크릉…?”

그제서야 곰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

프로즌 사람들에게 있어서 산은 매우 중요한 자연환경이다. 산으로부터 대부분의 생활을 해결한다고 보면 편하다.

나무를 베거나 탄광에서 석탄을 캐는 것으로 추운 날씨를 버티고 광산업을 통해 경제를 부축한다.

덕분에 프로즌 사람들은 남녀 가리지 않고 강인한 신체를 가졌다. 세 살부터 혹한의 추위를 뚫고 등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

어찌 보면 타타르 민족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두 민족 모두 한때 야만인이었다가 국가를 세웠으니까.

그렇기에 프로즌은 산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리면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편이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당장 굶어죽을 게 뻔하니까.

“빨리빨리 움직이세요! 서둘러 그 곰탱이를 죽여야 합니다!”

프로즌의 상징 푸른 곰이 자수로 박혀 있는 털모자.

마찬가지로 곰가죽으로 직접 제작한 털옷을 입고 있는 여인이 크게 외쳤다.

털모자 아래로 늘어진 은청색 머리카락과 냉랭한 인상. 하지만 표정만큼은 화산 못지 않게 열정적이었다.

무엇보다 여인이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거대한 도끼. 도끼의 크기만 하더라도 그녀의 근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공녀님. 너무 급하실 필요는 없…”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페레즈 경! 백성들은 지금도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겁니다! 어서 가시죠!”

“…예.”

여인과 비슷하지만 푸른색이 더 짙은 호위기사 사라 페레즈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교수인 그녀가 프로즌에 있냐면 간단하다. 기념일 겸 휴가를 위해 조국으로 복귀한 거다.

평민 출신이었으나 공왕의 눈에 들어 기사로 성장하고 프로즌의 명성을 올리기 위해 아카데미 교수가 된 것이다.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사라는 거대한 도끼를 어깨에 짊어진 채 힘차게 나서는 공녀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프로즌의 공왕이 아끼고 아끼는 금지옥엽 레이나 드 화이트.

보통 프로즌 사람들은 말수가 적고 웃음기도 적지만 레이나는 다르다.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아서 그런지 왈가닥에다가 열정적이며 태생답게 매우 강하다.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떠한가. 지금처럼 문제가 생겼다면 본인이 직접 나서는 걸 선호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공왕을 포함한 가족들의 속은 썩어들어갔지만 레이나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내 팔자야…’

그리고 사라는 그런 레이나의 호위로서 고생에 고생은 다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고는 없었다는 것.

아무리 레이나라 해도 이제 막 아카데미에 입학할 나이다. 경험적으로 미숙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성격이어서 사라는 묵묵히 뒤를 따를 뿐이었다.

“여기인가요? 곰이 출몰한다는 곳이.”

올림푸스와 이어진 산맥 중턱에 다다랐을 때였다. 레이나가 앞을 쳐다봤다.

주위는 온통 눈으로 뒤덮혀 있었으나 앞쪽은 아니다. 앞에서부터 광활한 숲이 펼쳐져 있다.

저 숲에서 출몰한 곰이 시시때때로 마을로 내려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너무 강해서 자경단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아가씨. 이 일은 기사들에게 맡기는 것이…”

“안 돼요! 제가 직접 나서야 백성들이 저희를 믿을 겁니다! 전 공부를 더럽게 못하니 이거라도 잘해야죠!”

“…”

사라는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레이나는 공부에 소질이 없다.

정확히는 공부를 극도로 싫어했다. 글자를 하나 외울 바에야 몸을 움직이는 게 더 낫다고.

천만다행히도 아카데미 입학 조건인 공용어는 끝까지 외웠다. 비록 능숙한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다.

‘시바르보다는 잘… 하겠지?’

문득 아카데미의 유명인이 떠올랐다. 뜨거운 감자이자 인기인 그 자체.

비록 기념일에 직접 관람하지는 못했으나 소문으로는 이상한 보법까지 선보였다고.

과연 시바르가 공용어에 능숙할까 아니면 레이나가 공용어에 능숙할까.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쿠워어어어어!!!!

그때였다. 그들의 귓가로 우렁찬 포효가 찔러들어왔다.

누가 들어도 흉폭한 맹수의 울음소리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없이 무기를 꺼내들었다.

“페레즈 경.”

“조심하십시오. 옵니다.”

-쿵! 쿵! 쿵! 쿵!

사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지축이 점차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정작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를 고려했을 때 덩치가 상당히 크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레이나는 긴장한 낯빛으로 숲 초입을 노려봤다.

-우지끈! 콰직! 우드득!

숲 너머의 나무들이 무너져내렸다. 나무가 부숴질 정도로 둔중한 체격을 갖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이윽고 숲 초입의 나무들이 무너져 내리고 거대한 포효를 내지른 짐승이 등장했다.

-쿠워어어!!! 우어어어어!!!

집채만한 아니 그 이상의 덩치를 지닌 곰이었다. 온몸이 새하얀 털로 뒤덮히고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맹수.

사라는 빠른 속도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곰을 보다가 한쪽 눈을 치켜뜰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곰의 상태가 이상했으니까. 일단 털부터다.

‘저건… 피?’

새하얀 털이라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털에 새빨간 피가 묻어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곰의 표정이다. 사나운 인상 속에 ‘공포’가 짙게 깔려 있었다.

자기보다 더한 맹수에게 도망치는 꼬락서니. 압도적인 강함 앞에 꼬리를 말다 못해 뒤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당장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찌 됐든 간에 곰이 빠른 속도로 돌진하고 있었으니까.

“아가씨. 위험합니다. 제 뒤로…”

-콰직!!!

사라가 미처 말하기도 전이었다. 곰에게 무언가 박히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눈보라가 미약하게 몰아치는 날씨임에도 그 둔탁한 소리만큼은 생생했다.

-쿠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비명을 저지르는 곰. 꽤 강한 힘이 실린 공격이었는지 그 거대한 몸체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것도 정확히 레이나 앞에. 레이나는 당황한 얼굴로 앞에 쓰러진 곰을 쳐다봤다.

곰 등에는 웬 도끼가 꽂혀있었다. 보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도끼.

레이나가 이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거리고 있을 때였다.

-스윽

“…응?”

레이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생겼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봤다.

웬 흰색 털뭉치가 하늘을 비상하고 있었다.

두 손에 붉디 붉은 발톱을 빛내면서.

-콰악!!

“크워어어어!!’

하늘 높이 비상한 흰색 털뭉치는 정확히 곰 등 뒤로 착지했다.

착지함과 동시에 붉은 발톱을 몸 깊숙히 찔러넣었다. 그러자 곰이 거세게 반항했다.

하지만 반항하면 반항할수록 털뭉치의 손속은 자비가 없어졌다. 털뭉치는 붉은 발톱을 연신 휘둘렀다.

-푸욱! 팍! 파악! 푸악!

찌르면 찌를수록 피가 솟구치고 곰의 발악 또한 거세졌다.

레이나는 그 광경을 실시간으로 그것도 바로 코앞에서 목격했다. 그녀의 표정이 점차 어벙해졌다.

흰색 털뭉치 또한 곰이 흩뿌리는 피로 인해 점점 붉게 물들었다. 잔인하다면 잔인한 장면이다.

-푸욱!!!

이윽고 급소를 제대로 찔렀는지 곰이 부르르 떨다가 축 늘어졌다. 죽어버린 것이다.

털뭉치는 곰의 몸 깊숙히 박았던 발톱을 회수했다. 발톱은 머지않아 점점 사라지더니 이내 평범한 손으로 돌아왔다.

손이라 하기에도 애매한 것이 손 또한 털로 뒤덮혀 있어서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저 새빨간 피가 묻어 뚝뚝 흐를 뿐.

“…”

“…”

모두가 어색해진 상황에서 털뭉치가 고개를 들어 일행과 마주했다.

가장 먼저 레이나다. 비록 털로 뒤덮힌 얼굴이라지만 레이나는 공손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예의를 차릴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예의주입기 시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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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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