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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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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5

용사가 쓰레기라는 건 둘째치고 제일 중요한 게 남아있다.

로드의 저주를 해결하는 걸 넘어서 그의 기억을 온전히 되돌리는 것.

용사 쪽에서 미리 선을 긋긴 했지만 동시에 이리 말했다. 봉사하는 마음은 없다고.

반대로 말해 적절한 제안을 한다면 용사 쪽에서도 들어줄 용의가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용사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나는 울적한 마음을 최대한 가라앉히며 물었다.

“원하는 게 뭐냐고?”

“응.”

“흠. 원하는 거라…”

용사가 턱을 만지적거리며 고민했다. 로드의 기억을 되돌리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생각이다.

그런 내 의지를 읽은 것일까. 용사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히죽 웃었다.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표정은 살펴볼 수 없었으나 왠지 그렇게 느껴졌다.

“네 몸을 나에게 빌려줄 수 있니?”

“…?”

저게 무슨 소리일까.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제안에 고개를 천천히 갸웃거렸다.

보통 몸을 준다는 건 성관계와 깊은 연관이 있다. 애초에 그런 의미로 사용되는 편이고.

나는 눈을 깜빡거리며 용사를 바라보다가 뒤로 슬금슬금 물러섰다. 다른 건 몰라도 그쪽 취향은 절대 아니다.

“꺼져.”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니다만? 나 엄연한 이성애자란다.”

“그냥 꺼져.”

용사에 대한 평가가 수직하락했다. 돌아버려도 단단히 돌아버린 사람과는 상종하기 싫다.

차라리 싸우면 싸웠지 미친개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하나 예시를 들면 딱 이렇다.

‘시비 건 사람이 갑자기 발가벗고 달려온 것 같아.’

심지어 그 사람의 복장마저 끔찍하다면? 지금 내 기분이 딱 그렇다.

용사는 그런 내 마음을 파악했는지 허 하며 탄식했다. 본인은 그럴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이상하네. 왜 이상한 오해를 하는 거지?”

“혹시 몇 살?”

“나이? 100살 넘기고 난 후에는 안 세고 다녔는데?”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었지?”

“너 말 기깔나게 잘하는구나?”

용사가 감탄했다. 그의 칭찬은 필요없다.

분명 리제나 로드보다 나이를 더 많이 먹었을 텐데 어째서 주둥이가 이 꼬라지인 걸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쩌면 교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걸 수도 있다.

여차하면 모두 무력으로 해결하면 그만이었으니. 문명의 기본을 싸그리 무시한 것이다.

“아무튼 몸을 달라는 건 그런 의미가 아니란다. 말 그대로 빌려달라는 거야.”

“어떤 식으로?”

“혹시 해부라고 들어는 봤니? 그거랑 비슷한 거란다. 네 몸 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지 궁금하거든.”

“…”

이 사람 설마 사람을 산 채로 해부하겠다는 건가. 나는 눈쌀을 찌푸렸다가 이내 서서히 풀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리 나쁜 선택지는 아닌 것 같다. 살아만 있으면 되니까.

그래도 만약을 대비할 필요가 있어서 조심스레 물었다.

“부작용은?”

“음… 잠깐 손 좀 빌려주겠니? 네가 누구의 자식이었는지 헷갈려서.”

그정도야. 나는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새하얀 털이 숭숭난 손이었지만 어찌 됐든 간에 사람 손이다.

이윽고 용사가 내 손을 맞잡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알겠다는 뜻이다.

“역시 그랬구나. 이럼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 알겠네.”

“무슨 부작용?”

“평생 성불구자가 될 수도 있어.”

“…”

아니. 도대체 부작용이 왜 그 모양 그 꼬라지야. 나는 어이가 없어졌다.

차라리 팔다리 중 하나가 불구가 된다든가 평생 말을 못 하는 거라면 상관없다.

그런데 성불구자라니. 너무 심하다.

‘한 번도 쓴 적이 없는데.’

심한 갈등이 내 마음 속에서 몰아쳤다. 로드의 완치와 남자로서의 인생.

왜 이런 갈등을 하느냐 할 수도 있는데 후자의 경우는 나뿐만 아니라 나를 좋아하는 여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행복했던 미래는 누군가의 농간으로 모조리 사라진 상황. 남은 건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응? 한 번도 쓴 적이 없다고? 아직도?”

“왜.”

“그냥 순수하게 궁금해서. 분명…”

[신앙이 하락합니다.]

용사가 무어라 말하려던 찰나 카오스가 막아버렸다. 발설하면 안 되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용사도 이를 알아차렸는지 입을 다물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아무렴 상관없지. 그래서 할 거니?”

“…확률은?”

“확률은 얼마 안 돼. 불구가 될 확률이 10퍼센트?”

“…높은데?”

저 정도면 충분히 높은 수치 아닌가. 나는 의문을 드러냈다.

“아. 이 부분은 내가 살면서 느낀 점이란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 확률 10퍼센트를 할만하다 하고 90퍼센트는 불안하다라고 하더구나.”

“…”

사람 심리가 그렇지 뭐. 아무튼 충분히 도박할 만한 가치가 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로드를 살렸으면 됐지.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것이다.

“수락할 거니?”

“응.”

“좋아. 그럼 바로 출발하자. 먼저 앞장 서렴.”

“…?”

잠깐만. 뭔가 이상한데. 나는 용사를 빤히 쳐다봤다.

용사는 보라색이다. 공간을 주무르는 것을 넘어 시간마저 어느 정도 제어가 가능한 보라색.

그런 사람이 나보고 먼저 앞장 서라고 하니 무언가 이상했다. 길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니?”

“아카데미 가는 길 몰라?”

“아는데?”

“그럼 왜? 공간을 뛰어넘으면 되잖아.”

이에 대한 용사의 대답은.

“내가 왜?”

“…”

“급한 건 내가 아니라 너잖니? 내가 할 일은 저주를 해결하는 거지 그 이상은 아닌 걸로 안다만?”

실로 소시오패스다운 대답이었다.

******

시바르가 세혼빙초를 찾으러 떠난지 대략 2달가량이 흘렀다.

유나이티드 아카데미는 기념일에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으나 점차 복구되고 있었다.

무력화된 기념탐을 빠르게 세우는 것도 모자라 업그레이드까지 시켰기에 범위가 늘어난 건 덤.

모두가 평범하디 평범한 방학을 보내고 있었지만 딱 한 곳만 요란하기 그지 없었다.

“여기가 어디지? 성녀께서는 왜 이곳에 있소?”

“…”

“이상하군 이상해. 난 분명 자기 전까지만 해도…”

그곳은 다름아닌 로드의 집무실. 현재 로드는 저주로 인해 기억이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있다.

시바르가 막 떠날 때쯤까지는 하루에 한 달 정도였다면 어느 순간부터 그 정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그 기준은 바로 마력이다. 남색의 마력이 영혼을 붙들고 있었지만 파란색으로 돌아간 후부터는 불가능했으니.

“여기는 아카데미에요 로드 씨. 당신은 격한 싸움을 치르고 여기서 쉬고 있던 거예요.”

“내가? 언제? 기억이 안 난다만?”

주름살이 눈에 띄게 사라지고 새하얗던 머리카락마저 갈색으로 말끔히 돌아온 로드.

특유의 콧수염은 여전했지만 온화했던 인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약간 꼬장꼬장해졌달까.

“오늘 하루는 푹 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안정이 최우선이니.”

“흐음… 알겠네. 당신이 그리 말한다면야.”

다행히 리제와의 기억은 남아있어서 순순히(?) 부탁을 들어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편안했다.

문제는 이다음이다. 리제와의 기억이 별로 없거나 아니면 아예 없어졌을 때다.

그 시간대는 바로 30대 시절의 로드다. 이제 막 리제와 만남을 가졌을 시기.

“오. 성녀여. 그대는 언제 봐도 아름답소.”

“…감사합니다.”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되시오? 아름다운 저녁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소.”

“…”

동시에 로드 인생 최대의 흑역사다. 리제에게 반해 연일 추파를 보냈던 시기.

30대의 로드는 평민치고는 미남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지만 그에 비례해 성격도 안 좋았다.

한창 낭인으로 살아가던 시기였으니 성격이 좋으면 이상한 것이다. 게다가 허구한 날 전투까지 치렀다.

“죄송합니다.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습니다.”

“언제나 그런 말을 하는구려. 그대 마음을 꽉 채우는 남자인가?”

“네.”

“이런.”

속에서 뭔가 올라오는 느낌이다. 리제는 허벅지를 꼬집으며 인내했다.

다행히 이 추태를 보고 있는 사람이 혼자라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더구나 말 하나는 잘 들었다.

여기에 있으면 다음 날에 데이트를 해주겠다. 이 말 한 마디에 로드가 고분고분 말을 잘 따랐으니.

물론 이 또한 얼마 가지 않았다. 이제는 리제와의 기억마저 완전히 없어질 때가 도달했으니.

“야이 개년아! 날 여기에 가둬?! 빨리 풀지 못해?!”

“하루만 쉬시면 됩니다.”

“그딴 말을 누가 믿으라는 거야?!”

-퍼엉!

“믿기 싫습니까?”

“죄송합니다.”

오히려 이게 더 쉽다. 권성폼으로 협박하면 알아서 설설 기었으니까.

이런데도 까불면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으아아악! 내 내 다리가…!!”

“상대를 보고 까부십시오. 어차피 다음 날이 되면 괜찮겠지만.”

여차저차해서 로드의 저주가 외부로 유출되는 일은 끝까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저주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로드는 완전히 옛날로 돌아갈 터. 리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언제 돌아오는 거지?’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로드의 나이대가 얼추 30대 초반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성녀님! 성녀님!”

“네. 엘리 학생. 소식이 있나요?”

“네! 시바르가 돌아왔대요!”

좋은 소식이 리제의 귀에 들어왔다. 리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반면 엘리의 표정은 묘했다. 그녀는 기쁜 소식을 전한 것도 잠시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시바르의 상태가 조금…”

“많이 다쳤나요?”

“아뇨. 그건 아니에요. 그런데… 털이 엄청 많아졌달까…”

“털이? 아.”

리제는 무언가 알고 있다는 듯한 반응을 내비쳤다. 뒤이어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아무렴 상관없다는 태도다. 지금 중요한 건 시바르가 가져왔을 것으로 추측되는 세혼빙초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왔어요.”

“모르는 사람?”

“네. 성녀님도 익히 아는 사람이라는데요?”

“저와?”

아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리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머지않아 누군가 로드의 집무실에 노크를 했다. 요주의 인물이 도착했다는 뜻이다.

리제는 나가려는 엘리를 막아서고는 자신이 직접 맞이하러 나갔다. 이유는 몰라도 불안했으니까.

-끼익

“…시바르 씨?”

“안녕. 리제. 나 왔어.”

문이 열리면서 웬 털북숭이가 떡하니 등장했다. 새하얀 털이 온몸에 뒤덮힌 시바르였다.

순간 누구인지 몰랐지만 리제는 털복숭이의 정체를 간단히 파훼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옆이다.

“오! 안녕! 오랜만이야!”

가면을 쓴 용사다. 용사가 정말 반갑다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리고 리제는 용사를 보자마자 인상을 확 구기더니 틱- 내뱉었다.

“아.”

그녀의 얼굴은.

“이런 십…”

혐오스러운 걸 다 봤다는 표정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용사: 소시오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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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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