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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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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8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환 제국이 아니라 조한에서 나온 속담이다.

이를 환 제국식으로 바꾸면 당랑거철(螳螂拒轍)이다. 사마귀가 수레를 막는다는 뜻이다.

자기 분수도 모르고 큰 힘을 가진 상대에게 덤비는 무모함을 비판하는 말이다.

반대로 거대한 힘 앞에 무릎 꿇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용맹함을 존경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간에 거대한 힘이 존재한다는 건 변함이 없다. 그리고 그 힘에 맞서는 자가 있기 마련.

“쿨럭… 쿨럭…!”

“흥미롭구나. 최근 보기 드문 싸움 방식이군.”

로드는 그런 자와 맞서 싸웠으며 압도적인 차이로 패배했다.

그는 피를 몇 사발 쏟아내다가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만신창이나 다름없는 자신과 달리 보라빛 눈동자를 뜨고 있는 여인은 멀쩡한 모습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구나. 하기야 그렇겠지.”

“쿨럭!”

“제아무리 날고 기는 생명이라 해도 본녀 앞에서는 모두 의미가 없는 법이니라.”

오만하다. 동시에 정답이다.

지금껏 수많은 상대와 결투를 치른 로드다. 덕분에 사람의 심리에 상당히 정통한 편이다.

허나 눈앞의 여인은 아니다. 마치 사람이 아니라 자연과 싸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겨우 하늘 아래에서 사는 인간이 자연과 맞설 수 있는 건가? 불가능하다.

변덕이 심하고 한치 앞도 알 수 없으며 단순한 변화만으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자연재해 그 자체. 보라색 눈동자의 여인은 하늘을 넘어서 자연재해 그 자체였다.

부강한 제국조차 강력한 지진 앞에서는 무력하며 바다는 사방에 죽음이 도사라는 환경이다.

“그래도 본녀의 옥체에 상해를 입힌 건 대단하구나. 하늘을 어느 정도 엿볼 줄 아는 자로군.”

“크으…”

상해는 개뿔이. 로드는 망가질대로 망가진 내부를 수습하면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옥체라 해봤자 몸도 아니고 겨우 머리카락이다. 겨우 머리카락을 베었는데 저딴 소리나 하고 있다.

굴육도 이런 굴욕이 어디 있을까. 정작 여인은 정말 신기한지 잘려나간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본녀의 흥미를 충족시켰으니 목숨은 살려주마.”

“…”

“다음에 만날 때는 부디 더 강해졌으면 좋겠군.”

보라빛 여인은 그리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이름도 별호도 알려주지 않은 채로.

뒤늦게나마 여인의 정체를 알게 됐지만 로드로서는 절대 마주치기 싫은 사람으로 남았다.

그러나 여인으로부터 예절을 강제로 주입당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거대한 벽과 마주쳐서 그럴까.

로드의 실력은 그 날 이후 나날이 상승했으며 검에 한해서는 누구도 꺾을 수 없는 강자로 우뚝 서기 시작했다.

‘검이 제일 편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 로드는 검뿐만 아니라 다른 무기도 잘 다루는 편이다.

특별한 무술을 배운 게 아니라 기본기에 기본기만 단련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가끔 창을 쓰거나 심지어 방패까지 이용하는 등. 마구잡이로 사용했다.

단지 그것을 ‘검’으로 취급했을 뿐이다. 무술이라고는 옛날에 배운 기초 검술이 끝.

“야. 저 남자가 그 유명한 검사 맞지?”

“맞네 맞아.”

“원래 싸가지가 없다고 하지 않았어?”

“최근에 성격을 고쳤나 보지 뭐.”

보라빛 여인에게 호되게 당한 후 상대를 깔보는 면모도 사라졌다. 예절이 한가득 주입된 것이다.

그 덕분인지 몸가짐도 차분해지고 불 같았던 성격도 많이 죽었다. 빈민촌 시절의 까칠한 성격이 거의 없어진 것이다.

물론 상대쪽에서 시비를 걸면 가차없었다. 그때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직접 보여줬으니까.

이후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낭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을 때였다.

“그대의 이름을 알려줄 수 있겠소?”

“편하게 리제라고 불러주세요.”

“오. 리제였군. 혹시 오늘 밤 한가하시오?”

“…”

정말 아름다운 여인 리제와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여태까지 본 여인들 중에서도 단연코 독보적이다.

얼굴은 물론이요 특히 몸매가… 무어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몸가짐이 차분해졌다고 한들 로드의 성별은 남자. 예쁜 여자를 보면 사족을 못 쓰는 동물이다.

낭인으로서 살면서 성욕이 없는 건 아니다. 도리어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면서 뜨거운 밤을 보냈던 그다.

하지만 이만큼 끌렸던 적이 없었다. 로드는 리제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끈질기게 구애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미 마음에 둔 남자가 있습니다.”

“그 남자가 나보다 강하오?”

추하게 강함까지 들먹이며 끝까지 어필한 로드였지만.

“평소에는 순진하지만 화가 나면 매우 무섭죠. 저조차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어허. 레이디에게 폭력을 저지르는 놈이었군!”

“…”

그때 리제의 반응이 참 볼만했다. 한쪽 눈을 치켜뜬 게 이 자식 뭐하는 놈이지? 라는 표정이었으니까.

아무튼 질리지도 않았는지 로드는 구애를 멈추지 않았다. 제아무리 온화한 리제여도 화가 나기 마련.

결국 리제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마지못해 제안했다.

“그럼 저와 싸워서 이기면 원하는 걸 들어주겠습니다.”

“좋소!”

개처럼 털렸다. 동방에서 만난 천재지변에 버금갈 정도로 개처럼 털렸다.

처음에는 가슴만 크고 가녀린 여인이 무얼 하겠냐며 웃었지만 본격적으로 나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더 하시겠습니까?”

“미안하오.”

리제는 가슴도 크고 ‘근육’도 큰 여인이었다. 로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리 근육이 대단한 사람이어도 적어도 칼에 맞으면 상처가 나야 정상이다.

그런데 저 미친 근육덩어리는 쇠로 만들었는지 몰라도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기껏 힘과 묘리를 담은 유효타조차 약간의 생채기를 내고 끝. 그래서 포기했다.

“그래도 대단하군요. 아주 약하게나마 상처를 내다니.”

“전에 비슷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정작 리제 본인은 약간 생채기가 난 것조차 칭찬했다. 천재지변으로부터 들은 말과 거의 똑같았다.

간단한 대련 후에 로드는 리제를 말끔히 포기했다. 동방의 괴물에게 크게 데인 트라우마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 같아야지. 변신 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인데 변신 후에는 근육 괴물이다.

그래도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모두 사라진 덕분에 우애를 쌓을 수 있었다. 겸사겸사 리제로부터 조언도 얻었다.

“로드 씨는 분명 더 높은 경지까지 오를 수 있을 겁니다.”

“비슷한 말을 들었소. 아 혹시 그대는 동방의 괴물과 만난 적이 있소? 보라색이 인상적인 여인이었소만.”

“그 미친년이랑은 상종도 하기 싫습니다.”

만나긴 만난 모양이다. 하지만 예쁜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 걸 보아 별로 좋은 관계는 아니다.

그 뒤로 며칠 동안 동행하다가 말끔하게 헤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리제는 ‘성녀’로 칭송받기 시작했다.

겸사겸사 ‘권성’이라는 칭호까지 딴 건 덤이다. 혼돈의 신자답게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이질적인 칭호들이다.

‘한동안 이 마을에 있어야겠군.’

삶의 대부분이 떠돌이로 가득했던 로드였지만 그도 휴식기가 필요한 법.

빈민촌에서 빠져나온 후에 쉬지 않고 돌아다녔으니 슬슬 휴식할 예정이었다.

각종 의뢰를 맡으면서 받은 돈도 많았다. 그래서 아무런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오늘도 맥주 한 잔과 소시지 모듬이시죠?”

“음?”

“자주 방문하시잖아요.”

그리고 그 마을에서 운명을 만났다. 로드는 자신에게 말을 건 종업원과 마주했다.

여태껏 만난 미녀들에 비해서 수수하고 몸매도 평범했다. 하지만 시원시원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그 미소에 끌리기라도 했을까. 로드는 한동안 그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무엇이오?”

“메리라고 해요.”

“좋은 이름이군. 난 로드라 하오.”

“멋진 이름이네요.”

낭인으로서의 삶은 거기서 끝났다. 로드는 메리라는 여인과 금방 가까워졌다.

로드는 예절을 주입당한 후로 말수가 적었지만 메리는 수다쟁이라 해도 될 정도로 말이 많았다.

그렇다 해서 예절이 부족했느냐? 그건 또 아니다. 여관일을 하면서 얻은 눈치가 있다 보니 예절 교육이 필요없었다.

“어머. 이건 뭐에요?”

“오다 주웠소.”

“푸훗. 고마워요.”

중간중간 꽃도 선물하고 점차 가까워지다 보니 어느새 가정을 이루었다. 실로 운명적인 만남이다.

그 시대에 가정을 이룬다면 응당 아이도 갖기 마련. 두 사람은 가정을 이룬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를 가졌다.

사람 일은 모른다고 로드 본인조차 깜짝 놀랄 정도였다. 낭인으로 살다가 죽을 줄 알았지 정착할 줄은 전혀 몰랐으니.

“이러면 안 된다고 몇 번을 말했어요?!”

“나도 내 방식이 있소.”

물론 매번 화목한 건 아니었다. 화목한 가정이 으레 그렇듯 부부 싸움도 적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인 법이다. 두 사람은 언제 싸웠냐는 듯 금세 친해졌다.

더구나 메리가 임신한 후부터는 로드도 순순히 따랐다. 예로부터 아이를 가진 여자는 보호 대상인 법이다.

“어무아. 어무아.”

“로드! 로드! 방금 들었어요? 우리 애가 방금…!”

“나 나도 들었소. 아빠라고 해볼련?”

“아부아!”

아이는 쑥쑥 자랐다. 특히 메리의 해맑은 미소가 똑 빼닮았다.

문제라면 말을 더럽게 안 들었다는 것. 그래도 로드는 있는 힘껏 노력했다.

이대로만 간다면 행복한 삶이었겠지만 사람의 인생에 시련이 없을리가 없다.

그것은 로드에게 있어서 최악의 시련이었다.

“정말 가야 해요?”

“우리 아이는 적어도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좋겠소.”

“우리가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요?”

“아쉽지만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오.”

모든 부모가 다 그렇다. 자기 아이는 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좋겠다고.

로드도 그 마음을 품고 있었기에 다시 모험가에 발을 붙였다. 큰 돈을 벌어서 가족을 풍족하게 만들자.

귀족 못지 않은 교육 코스를 거치고 유나이티드 아카데미에 입학시키는 것. 그것이 로드가 원하는 바였다.

하지만 그것이 최악의 선택이 될 줄은 당시의 로드로서는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

-쏴아아아아아!

“…”

거센 빗줄기가 내리는 날이었다. 로드는 멍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봤다.

그의 앞에는 단정하게 꾸며진 무덤 두 개가 놓여있었다. 묘비에는 자신이 익히 아는 이름들이 적혀있었다.

큰 돈을 벌고 온 것까지는 좋았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기뻐할 얼굴을 상상하며 즐겁게 돌아왔다.

허나 로드가 마주한 건 두 개의 묘비였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역병이 돌았지.”

“…역병?”

“그래. 역병.”

“치료할 돈은 충분히 있었소.”

“치료할 돈이 있으면 뭐하나? 성직자가 없었는데.”

마을마다 교회가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없는 곳이 더 많다.

가정을 이룬 마을도 이제 막 마을 티를 벗어나던 참이라 교회가 없었다.

그나마 약초상이 있었지만 역병을 치료할만큼의 전문성은 없었다.

“하아…”

로드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탄했다.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기껏 잡은 행복조차 이런 식으로 놓아줄 수밖에 없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거지?’

하늘에게 물었다. 당연하지만 하늘은 그저 거센 빗줄기만 내릴 뿐이었다.

통곡 어린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지만 빗줄기에 모두 가려졌다. 날이 흐르고 로드는 힘없이 여정에 몸을 담았다.

정착하는 삶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행복을 잡으면 뭐하나 아무런 저항조차 못하고 떠나갔는데.

‘하늘도 참 기구하구나.’

원망을 담은 호기심이 일었다. 하늘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길래 이러한 인생을 겪게 하는 거냐고.

그 호기심을 통해 경지가 조금씩 상승하고 하늘의 이치를 깨달았으나 의문은 여전했다.

시간이 흘러 ‘검성’이라며 만인의 존경과 존중을 받게 되어도 로드는 개의치 않았다.

명예고 나발이고 개인이 행복하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 그저 유유자적 흐르는 삶이다.

‘아카데미라…’

그러다 불현듯 아카데미의 존재가 떠올랐다. 가정을 원만하게 유지했다면 아들이 입학했을 곳.

남은 인생은 그곳에서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나이도 들어서 이제는 조금 쉬고 싶었다.

검성의 칭호가 칭호다 보니 총장직을 얻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총장이라 해봤자 이름값만 높은 직위다.

덕택에 그 어떤 정치적 견제도 받지 않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다.

“총장님?”

“무슨 일인가?”

“두 학생이 혼돈의 숲에서 사람을 데리고 왔답니다.”

“뭐?”

편안한 삶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혼돈’ 그 자체가 오기 전까지는.

“일단 데려오게나.”

로드는 끝까지 편안한 삶을 살지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로드: 설렁탕을 사 왔는데 왜 먹지를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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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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