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30
곧 공지에 단예린 일러스트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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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변명부터 하자면 안전하게 비행할 계획이었다. 내가 미쳤다고 로드의 거주지로 추락하겠나.
하지만 나조차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다름아닌 새로 건설된 기념탑이다.
기념탑이 새로 세워진 걸 보고 전과 비슷한 성능을 갖고 있겠지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대공 마법에 걸리지 않게끔 아슬아슬하게 비행할 계획이었는데 모두 내 착오였다.
-쿠웅!
“억?!”
아카데미의 기념탑은 아카데미 건립과 동시에 세워졌던 것. 그후로 시간이 흘렀을 테니 기념탑 또한 발전했을 터.
방어막이 있을 줄은 생각치도 못했다. 색이 투명하기도 했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미처 감지조차 하지 못했다.
여기에 비행 속도까지 합쳐진 바람에 밑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숙련도 이슈까지.
어찌저찌 시선을 끌지 않게 노력하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로드의 거주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콰지직! 콰직!
“…”
“…”
이거 데쟈뷰 아닌가. 천장을 뚫고 아래로 떨어짐과 동시에 로드와 딱 눈이 마주쳤다.
지난주처럼 찻잔을 든 채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내 입장에서는 저승 사자나 다름없는 미소였다.
더구나 반로환동까지 거친 바람에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나는 누운 채로 가만히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소리… 어?”
“…”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엘리가 있었다는 것. 천만다행히도 주방에 있어서 다치지는 않았다.
“허허. 이거 참. 이제는 아예 갑옷까지 입었군.”
“…”
“어디 한번 변명을 대보게나. 시바르.”
이미 내가 누구인지 아는 눈치다. 나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변명거리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죽도록 맞는다’라는 결과밖에 나오지 않았다. 결국 되도 않는 말을 지껄였다.
“나 시바르 아니다.”
“그러면?”
“아이 앰 아이언맨.”
“…”
정말 죽도록 맞았다. 분명 슈트를 착용했음에도 검집째로 때리니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되더라.
듣자하니 침투경의 원리라고 하는데 그건 둘째 치고 둔기로 얻어맞는 느낌이다.
중세 시대 당시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를 조지기 위해 둔기를 사용했다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로드는 검집만으로도 둔기와 맞먹는 위력을 낸 것이다. 슈트를 벗으면 몸 곳곳에 멍이 났겠지.
“이번에는 따끔하게 혼나야 할 걸세! 지난번에는 나 혼자였지만 지금은 엘리 학생도 있잖아! 만약 엘리 학생이 밑에 있었으면 어쩌려고 했나!”
“…죄송합니다.”
“죄송할 게 따로 있지! 부디 일주일만이라도 참아줄 수는 없는가?”
결국 시간이 흘러 나는 슈트를 착용한 채로 무릎을 꿇었다. 얼굴을 덮은 마스크는 벗었다.
내 옆에는 제인도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일종의 공범 취급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제대로 된 테스트도 거치지 않고 성능부터 시험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방어막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스읍!”
“변명이 아니라 진짜예요. 안전하게 할 생각이었어요.”
다른 건 몰라도 기념탑의 방어막은 존재를 전혀 몰랐다. 나는 억울함을 담아 항소했다.
그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평소에 이런 억울함을 표하지 않아서일까.
인상을 험악하게 쓰던 로드의 얼굴이 조금씩 풀어졌다. 조금 진정된 모습이다.
“후우… 알겠네. 어차피 갑옷이라 압수하기도 힘들 테니.”
“그 그럼…!”
“아직 용서한 건 아니라네. 우선 당분간 이 갑옷은 입지 말도록.”
아쉽긴 해도 수긍할 수 있는 벌이다. 나는 속으로 작게 투덜거린 것도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제인도 슈트를 압수당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시바르. 이게 정말 하늘을 날아?”
상황이 대충 일단락됐을 때쯤 엘리가 호기심을 담아 물었다. 그 질문에 로드 또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마법으로 하늘을 날 수 있어도 이 무거운 철덩어리가 하늘을 나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겠지.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응. 날 수 있어. 보여줄까?”
“어허.”
은근슬쩍 제안하자 로드가 바로 제지했다. 그것만큼은 안 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나도 생각이 있어서 저런 제안을 한 것이다. 나는 살살 꼬드기는 듯한 어조로 로드에게 말했다.
“보여주기만 할게요. 할아버지 앞에서 날면 되잖아요.”
“그래도 안 돼.”
“딱 한 번만. 한 번만 안 될까요? 솔직히 할아버지도 궁금하시잖아요.”
“으으음…”
내 말에 마음이 흔들렸는지 로드가 미묘한 침음성을 내며 콧수염을 만지작거렸다.
고개를 돌리긴 했지만 이따금씩 나를 바라보는 것이 은근히 바라는 듯한 마음이다.
제아무리 근엄한 사람이어도 남자인 이상 참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강철 갑옷이다.
당장 갑옷만으로도 낭만을 자극하는데 그 갑옷이 하늘을 날아다닌다? 절대 못 참지.
“알겠네. 다만 딱 한 번일세. 그 이상은 안돼.”
“감사합니다!”
“또한 내 시야에서 벗어나지 말 것. 이게 조건일세.”
그 정도야 충분하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추락한 나머지 내가 제일 하고 싶었던 걸 못 한 상황이다. 이제 그걸 할 수 있다.
“그 전에 청소부터 하고 가게나. 어지러운 건 치워야지.”
“네.”
“천장은 또… 어휴…”
뻥 뚫린 천장을 보자마자 한숨부터 내쉬는 로드. 차마 할 말이 없었기에 애써 눈치만 봤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만능 공학자가 있다. 제인은 이때다 싶었는지 손을 번쩍 들었다.
“처 천장은 제가 수리할 수 있습니다!”
“음? 자네가?”
“네!”
“그러고 보니 저 갑옷을 홀로 제작했었지? 부탁하겠네.”
“맡겨만 주십시오!”
“헌데 지난번에는 그냥 가지 않았나?”
“그 그때는 부츠를 압수당한 충격 때문에…”
변명 아닌 변명이었지만 제인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로드도 이해했는지 너그럽게 넘어갔다.
어쨌거나 어지러진 집 안을 간단하게 청소한 뒤 우리는 뒷마당으로 나갔다. 여기서 약간 문제가 생겼다.
슈트를 착용한 채로 뒷마당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결국 일일이 벗고 다시 입는 수고를 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늘을 나는 걸 넘어 근력마저 증가된다라… 제인 학생.”
“네?”
“지금 자네가 뭘 만들었는지 자각하고 있나?”
슈트를 착용하면서 설명을 들은 로드가 어처구니 없다는 식으로 물었다. 사실 저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제인의 발명품은 시대를 앞서다 못해 초월했다. 심지어 지구의 기술력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다.
제인도 뒤늦게나마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는지 어색하게 웃었다. 흘러내린 안경이 그녀의 마음을 대변했다.
“아하하… 갑옷 형태여서 그렇지 원래는 보조 기구입니다. 팔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이 사용할 거예요.”
“팔다리 멀쩡한 사람마저 팔다리를 잘라버릴 것 같다만?”
“에이. 설마 그 정도까지는…”
글쎄. 손에서 빔이 나간다 하면 손을 자를 사람이 넘쳐날 것 같은데.
물론 진짜 팔다리처럼 움직이려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단지 평범한 의수로는 내기 힘든 힘을 낼 뿐. 제인의 말마따나 보조 기구에 가깝다.
-철컥!
이윽고 모든 장비를 착용하고 제인이 꼼꼼히 검사했다. 방어막에 부딪히고 추락까지 했음에도 크게 망가진 곳은 없다.
본의 아니게 내구도를 테스트한 셈이다. 복잡한 기계는 한 곳이라도 망가지는 순간 작동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균형 장치가 조금 끊어지긴 했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신기하네요.”
“신기하다고?”
“네. 마치 마력 회로가 성능을 대체한 것 같달까… 나중에 제대로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전문가는 알아서 하라 하고 나는 테스트만 하면 된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사람들이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나자 곧장 슈트에 마력을 퍼뜨렸다.
마력을 흘려보내자 특유의 기계음을 내며 작동하기 시작한 슈트. 이제 남은 건 하늘로 날아오르는 일뿐이다.
-콰아아아!!
“우… 우와! 지 진짜 나는 거야?”
“신기하군. 어떻게 저 무거운 갑옷이…”
“헤헤…”
엘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감탄하고 로드도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제인은 그러한 반응들이 뿌듯한지 푼수 같은 미소를 흘렸다. 저리 웃으니 사람이 참 좋아보였다.
하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건 아직 남아있다. 나는 로드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하늘로 비상했다.
이어서 대략 10m 정도 날아올랐을 때 갑옷에 퍼뜨렸던 마력을 천천히 줄이기 시작했다.
-쿠우우우
출력을 줄이니 자연스레 높이도 서서히 낮아졌다. 나는 대략 3m 높이까지 다다랐을 때까지 기다렸다.
마침내 내가 원하는 지점까지 도달했을 때 슈트가 작동하지 않게끔 마력을 전부 중단시켰다.
자연히 육중한 슈트는 아래로 떨어지고 남은 건 착지밖에 없었다.
-캉!
철 특유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는 영화 속의 착지법을 그대로 사용했다.
한쪽 팔은 뒤로 뻗고 한쪽 주먹을 땅에 지르는 형식. 두 무릎은 서로 다른 형태로 굽히는 게 포인트.
소위 말하는 슈퍼히어로 랜딩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유치하다고? 네가 한번 이 슈트를 입고 이 짓을 안 하나 보자.
남자로 태어난 이상 꿈은 한 번쯤 이루어야 하는 법이다.
‘존나 카리스마 있어.’
오늘부로 내 꿈이 이루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실전에서 사용하고 싶다.
그러나 이 슈트의 주인은 따로 정해져 있다. 나는 아쉬움을 뒤로 하며 천천히 일어섰다.
“진짜 대단하다! 정말 하늘을 날았네?”
“어때요?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스스로 만족하고 있는 동안 주위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엘리는 아예 박수까지 치고 있더라.
그 반응에 제인도 참을 수 없었는지 콧대가 서서히 올라갔다. 허리에 손까지 척 올리는 모습이 썩 귀여웠다.
나는 전보다 후련해진 마음에 투구를 벗었다. 투구를 벗으니 시야가 훨씬 더 넓어진 느낌이다.
“제인 학생. 혹시 곧바로 돌아갈 건가?”
“네?”
“저 갑옷을 입고 돌아가면 시선이란 시선은 다 끌릴 것 같아서 말일세.”
그러다 로드가 약간 생뚱맞은 말을 꺼냈다. 앞뒤가 다 잘려나간 느낌.
하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다. 제인은 떨떠름해진 것도 잠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것도 그렇… 죠? 아무래도 크기가 크기다 보니.”
“그럼 갑옷은 내일 갖고 가게나. 슬슬 날도 늦기도 했고 내일 천장 수리를 하러 와야 하니.”
나는 그 말을 듣고 하늘을 쳐다봤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하지만 로드가 그리 말하니 순순히 들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갑옷을 벗고 제인의 공방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는 과정에서 엘리가 자연스레 참여했는데 이 또한 로드가 등 떠미는 식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제인 언니. 저도 그럼 저런 거 만들어 줄 수 있어요?”
“네 네? 만들 수야 있지만…”
“내가 힘이 약해서 그래. 어떻게 안 될까?”
엘리의 부탁에 제인은 나를 스윽 바라봤다. 내가 투자자여서 허락을 구하는 것 같다.
나는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엘리에게 하나 정도 주는 건 나쁘지 않다.
“알겠습니다. 사이즈를 재야 하니 제 공방으로 가죠.”
“알았어. 그전에… 카페부터 갈래? 나 입이 심심해.”
“카 카페는 조금… 그냥 간단하게…”
“안 돼요. 언니. 저거 만드느라 열량이 부족할 텐데 먹어야죠.”
“으음…”
그렇게 제인은 엘리에게 하루종일 기가 빨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냥 옆에서 따라다녔다.
이후로 하루가 흘러 제인과 함께 로드의 거주지로 향했다. 슈트 회수 겸 천장 수리를 위해서다.
“어라? 이거 왜 이러지?”
“뭐가?”
“무릎 부분이 유독 손상이 심한데… 이상하네요.”
“어제 내가 한 착지 때문에 그런 거겠지.”
원래 무릎에 충격이 가해지는 착지법이다. 그러나 제인의 판단은 달랐다.
“겨우 그 정도로 손상이 가지는 않습니다. 반복해야 나오는 현상인데…”
“음…”
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로드가 있는 쪽이다.
로드는 우리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니겠지?’
아닐 거라 믿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시바르: 슈퍼히어로 랜딩!
로드: 쩌 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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