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49
13일의 금요일은 원래 동양보다는 서양에서 유명한 날이다.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종교적으로는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한 날이지만 기이하게도 시간이 흘러 공포의 의미가 더 커졌다.
하키 마스크와 마체테가 트레이드 마크인 살인마 제이슨. 그의 날이라 할 수 있는 게 13일의 금요일이다.
이 세상도 13일의 금요일과 비슷한 상징이 있나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없더라. 그래서 나 혼자만 알고 있는 날이다.
‘그래도 상관없지?’
어차피 기본 골자가 ‘술래잡기’라는 건 변함이 없다. 아침은 몰라도 밤은 공포 그 자체일 터.
마음 같아서는 하키 마스크를 쓰고 싶었지만 구하는 게 조금 힘들더라. 아직 스포츠라는 종목 자체가 희귀해서 그렇다.
그래서 내가 직접 만들었다. 대충 맨들맨들한 흰색 가면을 하나 구한 후 직접 구멍을 뚫었으니까.
신축성이 좋은 줄을 연결하면 끝. 손재주가 좋아서 금방 만들 수 있었다.
“그 바보 같은 가면은 뭔가?”
“너도 줄까?”
“사양하지. 답답해 보이거든.”
점심 시간에 어찌저찌 만들 수 있었다. 시간이 없어서 완성도는 떨어져도 불편한 건 없다.
참고로 이건 낮이 아니라 해가 완전히 떨어진 저녁부터 쓸 예정이다. 원래 공포 게임은 밤에 시작되는 편이니.
그전까지는 지리를 익히기 위해 곳곳을 돌아다닐 예정이다. 교수들이 지도를 준다고 했으나 눈으로 보는 것이 편하다.
“가기 전에 이것도 들고 가도록.”
“이게 뭐에요?”
“학생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장비라네. 지도와 공유하면 좋지.”
가기 전 디스가 우리에게 나침반처럼 생긴 장비를 전달했다. 말 그대로 학생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장비란다.
현재 학생들의 팔에는 팔찌가 끼워져 있다. 그 팔찌를 뜯기는 순간 바로 아웃이다.
그리고 이 장비는 그 팔찌를 추적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정말 편리하다.
“이게 있다면 너무 쉬울 거 같은데?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
“시바르?”
옆에서 카라가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나는 장비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뭔가… 뭔가 재미있는 생각이 떠오를 것 같다. 나는 디스에게 질문했다.
“교수님. 질문요.”
“뭐지?”
“이거. 학생들도 사용할 수 있어요?”
“자네들이 무력화된다면 자연스레 얻겠지. 대신 지도는 몰라도 그 장비는 학생들의 위치만 알려줄 거다.”
디스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거라면 다행이다.
내 위치를 안다면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을 것 같다. 알고도 당한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을 테니.
이후로 우리는 각자 준비를 마치고 실습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실습장의 테마는 숲이다.
다만 숲이어도 이리저리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아닌 길이 깔려 있는 숲이다. 중간중간 건물도 있다.
건물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각종 유용한 물건을 얻을 수 있으나 재량에 따라 다르다.
“학생들은 이미 안에 들어갔죠?”
“아마 지금쯤 곳곳에 퍼져있을 거다.”
“쉽지만은 않겠네.”
카라는 지도를 보며 혀를 찼다. 실습장의 크기가 그리 크지는 않아도 학생들이 많다.
더구나 학생들이 조교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어서 마냥 쉬운 건 아니다. 특히 합심하는 순간 더욱이.
무엇보다 레이나가 가장 골치아플 것이다. 카라와 싸워서 이기기는 힘들어도 대등하게 싸울 테니까.
“가급적이면 각개격파 형식으로 하는 게 좋겠네.”
“동감일세. 무슨 좋은 계획이라도 있나?”
“음…”
카라는 대답 대신 나를 쳐다봤다. 나에게 계획을 묻는 듯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잠깐 생각에 빠졌다. 실습이 진행되는 시간은 오후 1시부터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해가 완전히 질 때부터 진행하고 싶다. 그 시간이 내가 원하는 시간이었으니.
“지리부터 파악하자. 그게 나아.”
“하긴. 지도만 봐서는 파악하기 힘들겠지. 그 과정에서 잡으면 될 거고.”
“그게 좋겠군. 그렇다면 팀은…”
“나 혼자 다닐게.”
나 혼자 다닌다는 말에 카라와 카라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가장 낫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다.
더구나 카라스는 선동과 날조 아니 예측에 특화돼 있다. 직접적인 전투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몸을 쓰기보다는 머리를 잘 쓰는 사람이다. 그러니 직접적인 전투는 카라가 맡는 게 낫다.
“아참. 디스 교수.”
“말해라.”
“우리 중 누군가 무력화됐다면 혹시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이 있나?”
“없다. 알아서 해야지.”
“흠. 알겠네.”
조교들에게 각종 편의를 주는 만큼 패널티도 있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메리트가 굉장히 크다.
이윽고 모든 준비를 끝내고 실습장 안으로 들어갔다. 참고로 무기는 연습용만 가능하다.
나야 뭐 아무거나 들고 가도 괜찮았으나 가장 다루기 쉬운 도끼를 들었다.
도끼의 크기도 벌목 도끼에 가까운 것이 그립감이 딱 좋다.
“나중에 봐. 우린 가볼게.”
“응.”
“아참. 시바르.”
“응?”
가기 직전에 카라가 나를 불러세웠다. 나는 의문에 찬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카라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이런 말을 해봤자 의미가 없겠지.”
“무슨 말?”
“이상한 짓 하지 말라고.”
나를 너무 잘 아는 사람답게 찔리는 말을 꺼내는 카라였다. 뒤이어 그녀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이상한 짓 할 거지?”
“응.”
“솔직해서 귀엽네. 알아서 해. 괜히 애들 트라우마 주지 말고.”
“…”
거기까지는 답하지 못할 것 같은데. 트라우마를 심어주다 못해 못으로 박아버릴 수도 있어서.
카라는 내가 답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자 한쪽 눈을 치켜떴다. 이 놈 봐라? 하는 표정이다.
“대답은?”
“…”
“총장님께 말씀드린다?”
“열심히 할게.”
저 말밖에 하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지.’
꿀잼을 어떻게 놓치나.
*****
술래잡기 매우 간단한 놀이지만 규칙과 장소에 따라 난이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편이다.
현재 신입생들이 치르고 있는 실습의 테마도 술래잡기이나 난이도는 그리 호락호락한 수준이 아니다.
술래의 강함도 강함이지만 학생들 사이의 단합력이 심히 좋지 않다. 자기들끼리 싸워서 자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걸 방지하려면 처음부터 아는 얼굴끼리 뭉쳐야 하지만 교수가 이를 막았다. 처음부터 학생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 것이다.
“이 멍청한 놈! 우리끼리 싸워봤자 좋은 건 하나도 없어!”
“하지만 너를 탈락시킨다면 내 순위가 올라가겠지!”
“그래. 좋다! 네놈만큼은 떨어뜨린다!”
그리고 교수들이 우려한 대로 서로 치고 박고 싸우다가 자멸하는 학생들이 꽤 많이 발생했다.
특히 동방 쪽에서 이 현상이 자주 발생했는데 그걸 본 교수들은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생각보다 갈등의 골이 심하다. 혹시 몰라 동방끼리 붙여서 망정이지 서방까지 있었다면 큰 피해를 낳았을 것이다.
결국 조교들이 직접 손 쓰지 않고도 동방 쪽은 뿔뿔이 흩어진 반면 서방은 의외로 잘 규합했다.
웃기게도 그 중심은 망나니 남매 레오와 다이애나였는데 성격에 하자가 많아도 중심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혼자 다니는 사람은 있나?”
“지금은 없어요. 레이나 학생도 여기에 포함돼 있고요.”
레이나도 무리에 속해 있었다. 다만 제대로 끼지 못해서 겉돌고 있었다.
방탕한 성격의 레오와 다이애나이다 보니 자연스레 멀리할 수밖에 없었다.
단지 아는 얼굴이라서 같은 서방 출신이라서 끼게 된 것뿐. 별로 선호하지는 않았다.
“흠. 대충 모일 사람은 다 모였다는 건가. 조교들이 상대하기 어렵겠군.”
“그러게요. 조교들 상황은 어떻죠?”
“카라와 카라스는 알아서 하고 있는데…”
디스는 화면 곳곳을 둘러봤다. 그러나 시바르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얘는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
시간이 흘러 해가 떨어져 어두컴컴한 밤이 다가왔다.
빛이 거의 사라지면서 한 치 앞도 파악할 수 없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보통 숲에 있을 때 해가 떨어지면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이 제일 좋다.
그래야 길도 잃지 않고 방향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으니까. 기본 중의 기본 상식이다.
-타다닥! 타닥!
숲 안에 배치돼 있던 오두막. 그 오두막 밖에서 한창 캠핑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중심 삼아 각 무리가 삼삼오오 모여있는 모습.
“불도 피우고 딱 좋네. 여행 온 기분이야.”
“레오 님께서는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황궁에만 있으면 답답하잖아? 그래서 가끔 머리도 식힐 겸 밖에 가는 거지 뭐.”
“어머나. 멋져라.”
“그때 저도 부르시지.”
그중에서도 망나니 황자 레오는 여학생을 양옆에 끼고 방탕한 모습을 곧이곧대로 드러냈다.
제 평가를 깎아먹는 짓이었으나 레오는 황자다. 평가를 깎는다 해서 그의 직위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하물며 여태까지 여색을 셀 수도 없이 취했음에도 황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신경도 안 쓴다는 의미다.
“황녀님. 어디 불편한 곳은 없습니까?”
“오늘 너무 많이 걸었더니 발이랑 어깨가 조금 아프네요.”
“제가 안마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저도…”
다이애나라 해서 다를 건 없었다. 그 오빠에 그 여동생이라고 남매가 쌍으로 방탕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광경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프로즌 공녀 레이나다.
레이나는 오두막에 있던 걸로 뭔가를 만들고 있었는데 입을 쭈욱 내민 것이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걸 이렇게 맞추면… 됐다!’
이윽고 완성된 물품을 보며 만족스레 미소를 짓는 레이나. 그녀가 만든 건 다름아닌 ‘덫’이었다.
프로즌에 있을 때 가족들로부터 얻은 지식이었으며 손재주도 좋은 편이라 완성도도 높았다.
‘곰 잡는 덫이니까 시바르 선배도 잠깐 흔들리겠지?’
그녀가 덫을 제작한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시바르를 상대하기 위함이다.
곰 잡는 덫으로 무슨 사람을 잡냐고 타박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곰이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면 애원했지 시바르는 곰보다 더한 사람이다.
“하하하! 그래서 내가…!”
“네. 거기요. 거기. 아으. 시원해라.”
“…”
덫을 다 완성한 레이나는 망나니 남매와 그 주변에서 아양을 부리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적어도 그녀에게는 별로 좋지 못한 광경이었던지라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이 그룹에 들어간 것도 어디까지나 혼자 다니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밤이기도 했고.
‘저러고 싶나?’
아양을 부리는 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하지만 레이나 입장에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만한 사안이다.
특히 레오는 그렇다 쳐도 다이애나에게는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는 찾을 수 없는 기품과 우아함이 있다고 생각했으니.
하지만 이게 웬걸. 막상 뚜껑을 까보니 기품이 아니라 색기였다. 그것도 독사가 품을 법한 아주 독한 색기.
‘저걸 가시 달린 장미라고 해야 하나?’
잘 모르겠다. 레이나는 그들에게 관심을 거두고 덫 제작에 몰입했다.
어차피 저들도 자신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한 자리 차지하고 싶어서 난리를 칠 뿐이지.
“그대의 이름이 어떻게 되지?”
“도르체 자작가의 유나라고 합니다.”
“유나라… 예쁜 이름이구나. 잠깐 따라오겠나?”
“어머. 황송하네요.”
그러다 마음에 든 여자가 있었는지 레오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속이 보이다 못해 투명한 표정이다.
그러나 여자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른 여자를 쳐다볼 뿐이다. 자기가 이겼다는 표정이다.
당연하게도 선택(?)받지 못한 여학생은 얼굴을 살짝 일그러뜨렸다. 표정 관리를 했다지만 균열이 일어난 모습.
“잠깐 갔다 오도록 하지. 금방 오겠네.”
“후후. 빨리 올게요.”
그렇게 두 남녀는 모닥불의 불조차 닿지 않는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여학생들은 질시와 부러움이 섞인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쳐다봤다.
‘와. 미친 년놈들일세. 이 시간에? 이 시국에? 제정신이야?’
레이나만 빼고. 그녀는 입을 떡 벌린 채 경악했다. 문화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듯한 얼굴이다.
그녀도 알 건 다 아는 성격이라 두 남녀가 왜 사라졌는지 대충 눈치채고 있다. 그래서 문제다.
아무리 색을 밝혀도 그렇지 실습 시간에 그것도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거사를 치르겠다니.
레이나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사라진 두 남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다이애나 쪽이다.
남학생들로부터 안마를 받고 있던 다이애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오히려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다.
‘마트라 제국은 답이 없구나.’
레이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나마 황태자가 희망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카데미에 오지 말…’
레이나는 생각을 잠시 멈췄다. 문득 떠오른 한 사람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사람. 그는 프로즌 사람이 아닌데도 모국어를 전부 알아들었다.
‘…1년 더 일찍 들어오는 건데.’
고향에 있는 것이 더 편하다는 이유로 아카데미에 늦게 들어온 레이나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마음이 맞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위안이 시바르다. 시바르가 있다면 꿀꿀했던 마음이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조교고 자신은 신입생이다.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실습과 시험을 치르고 싶지만 불가능하다.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레이나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으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악!!!
숲 전체에 남녀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비명소리에 오두막의 사람들은 모든 행동을 멈췄다.
동시에 남녀가 사라진 방향을 쳐다봤다. 숲 전체에 퍼진 비명이었으나 방향만큼은 정확했다.
“바 방금 무슨… 소리죠…?”
“…”
“방금 무슨 소리냐고 물었잖아요! 왜 비명 소리가…!”
“저 저도 잘…”
다이애나의 다그침에 남학생이 두려움 섞인 목소리로 답할 때쯤이었다.
-휘리릭!
빛 한 점조차 들어오지 않는 숲 안에서 웬 밧줄 하나가 날아오더니.
-촤악!
“어 어어?”
다이애나의 어깨를 주무르던 학생의 두 발을 정확히 속박했다.
단순한 밧줄이 아니라 끝부분에 돌멩이가 장착돼 있어 원심력을 이용하기 딱 좋은 구조였다.
-촤아아악!
“으아아악! 으아악!!”
두 발을 묶인 학생이 넘어져 숲 안으로 질질 끌려갔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바둥거렸지만 의미가 없는 수준.
대처도 할 수 없었다. 마치 괴물의 아가리에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순식간에 어둠이 깔린 숲 안으로 들어갔으니.
-끄아아아아악!!
“…”
“…”
죽음을 목도한 비명소리만이 숲 안에 울려퍼졌다. 학생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오직 레이나만이 자신의 무기를 조심히 붙잡았을 뿐. 여차하면 전투에 나설 생각이었다.
“도 도망…!”
꼴에 황녀랍시고 다이애나가 재빠른 명령을 내릴 때였다.
-휘리릭!
방금 전처럼 어두운 숲 안에서 올가미가 날아왔다. 정확하게 다이애나를 향하고 있었다.
이리 된다면 아까처럼 다이애나가 질질 끌려갈 터. 그러나 모든 사람이 몸이 굳어있었기에 쉽사리 행동할 수 없었다.
-촥!
“아 아아?”
“도망쳐! 빨리!”
오직 레이나만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을 뿐. 그녀는 다이애나가 묶이기 직전에 발을 박차 대신 묶였다.
정정하겠다. 대신 묶인 게 아니라 날아오는 올가미를 한 손으로 깔끔하게 붙잡았다.
-서걱!
이윽고 다시는 쓰지 못하도록 올가미 줄을 자르기까지. 레이나는 서둘러 외쳤다.
“도망치라고!”
“네 네!”
“저기 내 덫! 어떻게든 써!”
친절하게 자신이 직접 만든 덫을 쓰라고 알려줬다. 다이애나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남학생에게 덫을 챙기라고 명했다.
그렇게 모닥불이 타오르는 오두막은 레이나 홀로 남았다. 그녀는 어둠이 깔린 숲을 보다가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장난이 좀 심하신데? 이런 걸 좋아하시나?’
누군가를 향해 깔끔하기 짝이 없는 평가를 내리면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시바르: 헤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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