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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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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55

신분은 문명이 설립되기 전에도 알음알음 존재하던 제도다.

인류가 규합하기 전 부족 단위로 생활할 때도 무리의 대장은 존재했으며 그것을 족장이라 칭했다.

이후 문명을 건설하고 난 후에는 수많은 신분이 생겼으며 그에 따라 다양한 권력층이 등장했다.

높은 신분을 지닌 사람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민으로서 생활한다.

설령 신분제가 붕괴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또다른 신분이 생기기 마련이며 그건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신분제도가 엄연히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형태가 변해도 신분은 신분.

만일 평민이 귀족에게 온갖 모욕을 퍼붓는 순간 그 평민의 목숨은 없는 것과 다름 없다.

어디까지나 아무런 뒷배가 없다는 가정 하에서지만 신분제가 이렇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바르가 환 제국 공주에게 건넨 제안은 지극히 ‘무례’에 가까운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 나에게 술을 권유한 것인가?”

환 제국 공주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당황했다는 티가 역력했다.

그걸 지켜본 루나의 사고 회로가 순간적으로 멈췄다. 그녀도 신분제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레이스처럼 허물 없이 지낼 수 있으나 선을 넘는다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신체에 위해가 가해질 수도 있겠지.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에 말이다.

‘큰일이다! 시바르는 신분제도를 잘 모를 텐데…!’

루나는 물론이요 평민들 입장에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회적 관념이다.

하지만 시바르는 아니다. 사회적 관념은커녕 일반적인 상식조차 잘 모를 것이다.

문명에 입성하고나서 몇 개월이 흘렀다고 한들 직접 느끼는 건 다르다.

심지어 최고 권위자인 그레이스 카라 로드 리제 이 4명조차 시바르와 친하지 않은가.

시바르 입장에서는 신분이 높은 사람이어도 친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에 대뜸 술을 권유했겠지. 심지어 초면인데도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시바르! 모르는 사람에게 술을 권유하면 어떡해?!”

“안 돼?”

“당연히 안 되지! 높으신 분이기 전에 초면이시잖아! 빨리 사과해!”

“아니. 나는 괜찮네. 오히려 한 잔 마시고 싶군.”

그때 루나의 귓가로 여인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약간 낮은 것 같으면서도 고운 목소리다.

바로 근처에서 들렸으니 목소리의 주인은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루나가 고개를 돌려 그쪽을 쳐다봤다.

“때마침 마음이 심란하던 차였다네. 심란한 기분을 달래는 건 술만큼 좋은 것도 없지.”

시바르가 대뜸 술을 권했던 여인이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쓴웃음에 가까운 미소다.

뒤이어 그녀는 유리잔을 들어 시바르에게 내밀었다. 한 잔 따라달라는 신호다.

“뭐하는게냐. 어서 따라주지 않고. 설마 말을 해놓고서는 안 주는 건 아니겠지?”

“그 그건 아니에요! 시바르. 어서 드려.”

“응.”

시바르는 그 말을 듣고 여인의 유리잔에 술을 따라주기 시작했다.

여인의 의상처럼 새까만 색을 갖고 있는 와인이었다. 얼마가 색이 진하면 유리잔마저 거의 안 보였다.

“흠. 원래 이런 건 두 손으로 따라야 하거늘. 아직 이건 모르는 모양이구나.”

“두 손으로?”

“그래. 신분이 높거나 웃어른에게는 응당 두 손으로 공손하게 따라야 하는 법이지.”

여인은 시바르에게 훈수 아닌 훈수를 두며 와인을 한 잔 마셨다.

다소 가녀려 보이는 인상과 다르게 와인잔의 와인은 금방 사라졌다. 아주 시원하게 말이다.

“후우. 좋은 맛이로군. 고맙네. 덕분에 심란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진정된 것 같네.”

“그… 감사합니다?”

“후후. 너무 딱딱하게 굴지 않아도 된다네. 그 정도까지 위치는 아닌 데다가 딱히 신경 쓰지 않으니.”

“공주님이 아니신가요? 전 그렇게 들어서요.”

복장하며 분위기 마지막까지 고풍스러운 말투까지 듣는다면 영락없는 공주다.

실제로 소문으로 환 제국에서 공주가 방문하다는 소식이 있었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공주라… 일단 맞다고 해야겠군. 혹시 찬밥 대우라는 말을 알고 있는가? 동방의 비유네만.”

“어… 아뇨?”

“나중에 한번 찾아보게나. 그럼 내 처지가 어떤지 대충 알고 있을걸세.”

찬밥 대우가 뭔지 잘 모르겠다만 안 좋은 의미인 건 알 것 같다.

루나가 다소 떨떠름한 심정일 때 여인은 뒤늦게 뭔가 깨달았다는 듯 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소개가 늦었군. 인사하겠네. 나는 환 제국의 다섯 번째 계승자 단예린이라 하네.”

“루 루나 에스텔이라 합니다.”

“루나 에스텔이라. 입학 수석이라 들었지. 그러는 자네…”

스스로를 단예린이라 소개한 여인은 잠깐 말을 멈췄다. 인사를 나누는 동안에도 시바르가 술을 마시고 있었으니.

얼마나 마셨는지 몰라도 조금 붉었던 얼굴이 이제는 눈에 띌 정도로 빨개져 있었다.

루나는 그 모습을 보고 아찔해졌지만 다행히 시바르가 눈치챘다.

“…자네의 이름은 뭐지?”

“나? 시바르라고 불러.”

“불러가 아니라 불러주세요 라고 해야지.”

“아니. 괜찮다네. 이 자가 누구인지 대강 알고 있으니. 이해해줘야지.”

다행히 단예린은 넓은 마음의 소유자였던 모양이다. 루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짧은 시간 동안 목숨줄이 왔다 갔다한 기분이다. 하필이면 술까지 마신 탓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시바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면… 숲에서 왔다는 것도 알고 계시겠네요.”

“물론이지. 이 자에 대한 소문은 꽤 자자한 편이니까.”

“환 제국까지 소문이 퍼진 건가요?”

“퍼질 수밖에 없지. 이곳에서 각종 사건사고를 저지른 주범이라 들었다네.”

“…”

뭔가 심히 납득이 가는 이유다. 루나는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아카데미는 전세계의 인재들이 모이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고 시바르의 기행 또한 드러났을 터.

더군다나 전쟁을 틀어막는 일종의 방어기제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서 고위 인사들도 관심을 주고 있을 것이다.

“헌데 기이하군. 방금 내가 공용어로 말했던가? 어떻게 내 말을 알아들은 거지?”

단예린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시바르에게 물었다. 방금 전 자신의 말을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대해서.

루나도 이 점은 궁금했던지라 시바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시바르의 반응은 매우 간결했다.

“응? 뭐가?”

“내 말을 어떻게 알아들었냐고 물었다네.”

“아. 좆 같다는 거?”

“…”

실로 적나라한 말이 시바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평온한 표정의 단예린마저 당황할 정도였다.

그걸 지켜보는 루나는 또 어떻겠는가. 혹여 단예린이 화를 낼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확실히 알아들은 모양이군. 검은 머리만 보면 동방인인 것 같은데 외모는 아니고… 혹시 혼혈인 건가?”

“그 그건 시바르도 모르고 다른 사람도 다 몰라요. 숲에서 지내다 온 걸 빼면은 말이죠.”

“흠. 기묘하군. 분명 문명에 막 입성했는데 환 제국 언어를 알아듣는다라. 그럼 이건 알아듣겠는가? 나는 단예린이다.”

뒷말은 공용어도 아니고 환 제국 언어도 아니었다. 게다가 마트라 제국의 언어도 아니다.

루나의 입장에서는 생전 처음 듣는 언어. 아니 가끔 가다가 안토니오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단예린이다? 아까 소개했잖아.”

“호. 그라나다 제국어까지 아는군. 정말로 신기해.”

“어떻게 알아듣는 거야?”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도 비슷한 일이 있던 걸로 안다. 카라가 타타르의 언어로 중얼거렸을 때였다.

시바르는 그걸 알아들었다. 심지어 라그나로크의 발음마저 정확하지 않았는가.

당시에는 카라가 가르쳐줬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막상 겪으니 뭔가 이상했다.

‘게다가 처음 만났을 때도 대충 알아듣는 것 같았지?’

그렇다는 말은 첫 만남 당시에도 듣는 건 됐다는 건가.

듣는 건 되는데 말하는 건 안 된다. 나사 하나가 빠진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몰라? 그냥 알아들었는데? 중요해?”

정작 본인은 아무렴 상관없다는 표정이다. 술을 거하게 마신지라 얼굴이 빨개진 걸 빼면은.

단예린도 그런 시바르의 면모가 재미있었는지 약하게 웃었다. 손등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 모습이 썩 아름다웠다.

“그 말도 맞군. 지금 중요한 건 아니지. 더군다나 말이 통한다 해서 대화가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일세.”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는 단예린. 문명인이 어떤 존재인지 단번에 알려주는 표현이다.

“술은 잘 마시겠네. 자네들 덕분에 마음이 조금 즐거워진 것 같군. 나중에 또 보게나.”

“아 네. 살펴가세요.”

“나중에 또 봐.”

“후후.”

손까지 흔들어주는 시바르가 귀여웠던 걸까. 단예린은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루나는 점점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다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한바탕 폭풍이 스쳐지나간 느낌이다.

‘다행이다. 아무 일도 없어서.’

조만간 시바르에게 신분제에 대해 알려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주변에 높으신 분들이 많아 과연 잘 될지 모르겠다.

루나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쯤 시바르는 한 손에 술병을 든 채로 걸음을 옮겼다.

방금 전에 대형 사고를 저지를 뻔했던 그였던지라 루나가 황급히 물었다.

“어디 가?”

“화장실.”

“아.”

하긴 그만큼 많이 마셨으니 급할 만도 하지.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대신 이상한 짓 하지 말고 갔다 와. 알겠지?”

“응.”

설마 화장실 갔다 오는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겠어. 루나는 그리 생각했다.

‘…아니지. 가다가 쓰러지는 거 아니야?’

멀쩡한 상태로도 불안해 죽겠는데 술에 취한 상태로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다.

잠깐 술 기운 때문에 판단력이 느려졌다. 루나는 뒤늦게나마 시바르의 뒤를 따라가기로 정했다.

당연하지만 화장실 안까지 따라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변태도 아니고 거기까지 찾아갈 일이 있겠나.

‘근데 왜 이리 복잡한 거야?’

훈련장이 아니라 대강당은 오랜만에 찾아와서 길이 헷갈렸다.

입학식을 제외하고 대강당에 따로 찾아올 일이 없다. 굳이 있다면 훈련을 위해서다.

하지만 그 훈련마저 개인 훈련장에서 하지 대강당에서는 하지 않는다. 게다가 구조마저 복잡했다.

‘시바르도 조금 헤매겠네. 걔는 아예 모를 테니까.’

기왕 이렇게 된 김에 화장실을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길을 외우면 나중에 편할 테니까.

그리하여 루나가 시바르를 찾을 겸 화장실로 향할 때쯤이었다.

쩌엉!!

웬 소음 하나가 귀에 들어왔다. 마치 유리로 이루어진 물체가 깨지는 듯한 소리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는 사람에게 있어서 민감하다. 루나도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뭐지? 무슨 소리지?’

자신도 길을 헤매고 있던지라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지근거리에서 들렸다.

루나는 그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충 확인만 하고 갈 생각이다.

그리고…

“…어?”

“괜찮아?”

“나 나는 괜찮아.”

살인 현장 아니 폭력의 현장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벽에 몰려있는 엘리와 그녀를 걱정해주는 시바르.

엘리의 얼굴은 상당히 창백해져 있었는데 시바르가 다가오자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이것만 본다면 흡사 연인이 밀회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겠지. 그러나 바닥에 있는 ‘사람’을 보면 또 다르다.

“그 그런데 저 사람 죽은 거 아니지?”

“몰라.”

바닥에 웬 남자 한 명이 쓰러져 있다. 회색 머리카락을 지닌 남자가.

머리 근처에 깨진 유리 조각과 더불어 시바르의 손에 쥐어져 있는 깨진 병.

이를 보았을 때 시바르가 남자의 머리를 가격한 모양이다. 힘 자체가 강한 탓에 병은 산산조각난 거고.

‘이게 대체…?’

술을 마신 탓에 판단이 잘 서질 않았다. 대충 보면 시바르가 엘리를 위기로부터 구해준 것 같다.

충분히 칭찬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다음에 이어진 엘리의 말은 실로 경악스러웠다.

“모르면 안 돼. 저 사람 자기가 황자라고 밝혔단 말이야.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황자?”

“엄청 높은 사람이라 보면 돼.”

시바르가 뚝배기를 깬 사람이 황자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방금 전에는 공주에게 술을 권하더니 이제는 술병으로 머리를 터뜨렸다.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다.

“무슨 일이지? 흠?”

그러나 따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루나의 곁으로 남자 한 명이 소리없이 접근했으니.

머리카락 색깔은 바닥에 쓰러진 남자와 동일했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남자와 주변 상황을 둘러봤다.

“뭐지? 살인 현장인가? 내 동생이 왜 쓰러져 있지?”

“…”

실로 비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카오스: 혼란하다 혼란해!

님!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댓글 하나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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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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