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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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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0

잠깐 시간을 거슬러-

신입생 연회는 별다른 갈등 없이 무난하게 진행됐다.

중간에 초를 치는 사람도 없었고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카라조차 잘 적응했다.

무엇보다 황태자 카라스의 등장으로 다른 이들의 존재가 어느 정도 묻힌 것도 있다.

이외에 환 제국의 공주 단예린을 비롯한 수많은 인사들까지. 한 곳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분위기만큼은 서서히 무르익어갔다. 악단의 연주와 흥을 복돋아주는 술까지.

제아무리 사람 많은 곳을 꺼려하는 자들도 술을 마신다면 조금씩 흥이 돋기 마련이다.

이건 신입생 수석으로 나름의 인기를 자랑하던 루나도 마찬가지다. 그녀에게도 관심을 주는 사람이 많더라.

처음에는 다소 어버버거렸으나 다행히 그레이스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여기서 문제는 그때마다 술을 마셨다는 것. 도수가 낮은 와인이라지만 술은 술이다.

“으히히.”

“얘는 또 왜 이래?”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아요.”

그 결과 거하게 취해버렸다. 곁에 있던 그레이스조차 미처 제지하지 못한 모양이다.

루나 입장에서는 생전 처음으로 마시는 술이다. 자신의 주량이 얼마나 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그러니 아무 생각없이 마셨다가 결국 한계점을 넘어버려 취객 그 자체가 된 것이다.

“시바르 씨는 멀쩡해 보이네요? 아까 전에는 취한 것 같더니.”

“다 깼어.”

“벌써요?”

“응.”

반면 나는 아주 멀쩡해졌다. 그레이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거의 퍼마시는 수준으로 술을 들이켰고 그탓에 루나처럼 헤실헤실 웃고 다녔다.

하지만 잠깐 테라스를 왔다 가면서 술이 다 깼다.

‘약독 내성 때문에 그런 거겠지?’

원래라면 잘 취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퍼마시는 수준으로 마셨기에 취할 수 있었다.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고 분해하는 것도 빠르다. 독은 물론 약마저 잘 안 통하는 이유다.

“루나. 취했어?”

“아니야~ 나 안 취했어~”

아무튼 간에 루나가 인사불성 직전까지 갔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새하얗던 피부는 취기로 붉게 달아올랐고 걸음걸이마저 비틀거렸다.

화룡점정으로 헤실헤실 웃는 얼굴까지. 누가 봐도 취객임을 알 수 있었다.

“안 되겠다. 일단 얘부터 보내자. 연회도 슬슬 끝나니 타이밍도 괜찮네.”

“저 괜찮아요 언니. 더 마쉴 수 이써요~”

“코를 잡아떼기 전에 질척거리지마렴. 엘리. 얘 기숙사 어디인지 알지?”

카라는 서둘러 루나를 보내려는 듯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어떤 사고를 칠지 아무도 모른다.

내 입장에서도 루나가 말실수를 하면 큰일이다. 자칫하면 우리끼리의 비밀마저 밝힐 것 같다.

원래도 혼돈의 주둥아리를 자랑하던 루나인데 큰 실수를 저지르면 망한다.

“알긴 아는데 그 후가 문제이지 않아? 얘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잖아.”

“무슨 짓?”

“취한 상태로 바깥으로 비틀비틀 나온다던가? 그럼 나는 감당하기 어려워.”

“하 씨. 난 아직 계속 있어야 하는데.”

카라가 곤란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루나가 어리버리해도 신입생 수석이다.

엘리와 기본 체급 차이가 심하다. 그러니 루나가 난동이라도 피운다면 엘리는 아무것도 못 할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카라가 직접 데려주고 싶겠지. 하지만 그녀는 웬만해서는 연회가 끝날 때까지 남아있어야 된다.

“저도 남아있어야 돼요. 할 일이 많거든요.”

“그럼 시바르 네가 데려갈래? 어차피 기숙사에 성녀님도 계시잖아.”

“아. 그러면 되겠네. 괜찮아?”

“응.”

오히려 나에게 떠맡기는 것이 좋다. 엘리의 말마따나 기숙사에는 리제도 있으니 괜찮을 거다.

이상한 소문이 돌아다녀도 상관없는 것이 리제의 존재가 그걸 다 상쇄할 정도로 크다.

하물며 루나는 주말마다 내 기숙사를 들락날락거렸으니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나 안 갈 거야~ 더 마실 거야~”

“어휴. 정말 가지가지한다. 그럼 잘 부탁할게.”

“루나. 가자.”

“가기 싫은데…”

결국 루나는 엘리와 나에게 질질 끌려갔다. 술에 제대로 취했는지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거 놔~ 이히히.”

술주정이 단순해서 다행이다. 난동이라도 피웠다면 머리를 세게 때렸을 텐데.

나는 루나를 등에 엎고 기숙사로 향했다. 기숙사로 향하는 동안 옆에서 엘리가 말을 거들어줬다.

“이거 시바르야?”

“응.”

“우와. 등 엄청 넓다~”

평소에는 무뚝뚝하더니 술에 취하면 이리 되는 건가.

개는 사람이 될 수 없지만 사람은 개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지금 루나가 하는 행동은 정말 개와 흡사했다. 비꼬는 의미가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로.

내 등에 올라탄 이후부터 계속해서 뺨을 비비고 있거든. 온기를 느끼고 싶다는 것처럼 애교 아닌 애교를 부렸다.

“루나는 취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다음부터 조심해야겠네.”

“엘리는 안 취해?”

“조금 취한 것 같긴 한데 괜찮아. 별로 안 마셨거든.”

엘리는 술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단맛이 강하더라도 뒷맛이 쓰면 싫다나 뭐라나.

쓴 건 약초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차라리 술을 마실 바에야 약초를 한 무더기 먹겠다고 말했다.

“난 단 거 좋아.”

“나도 단 건 좋아해. 쓴 걸 싫어해서 그렇지. 그리고 단 것만 먹으면 당뇨 걸린다?”

엘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루나의 술주정은 들리지 않았다.

이에 슬쩍 뒤를 힐끔거리니 어느새 새근새근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아무래도 곯아떨어진 듯했다.

난동을 피우는 것보다 차라리 이게 훨씬 낫다. 덕분에 아주 수월하게 기숙사 근처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럼 루나를 잘 부탁해. 어차피 성녀님께서 도와주시겠지만. 잘 가.”

“잘 가.”

엘리도 자기 기숙사로 떠나고 나 또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싸아아-

‘…뭐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야생의 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피가 싸늘해지는 느낌.

야생의 본능이 경종을 울릴 정도면 심상치 않은 일이다.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주위에 느껴지는 건 하나도 없었다. 가끔 사람들이 돌아다니긴 해도 우리를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나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슬슬 어둠이 짙게 깔리는 시간대라 더 긴장됐다.

“우욱…”

“…?”

그때 내 귓가로 불안한 소리가 들어왔다. 문제는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다는 것.

다름아닌 루나가 내는 소리다.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설마했다.

“우욱!”

“…안 돼.”

여기서는 절대 안 된다. 적어도 기숙사에서 하는 게 더 낫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어 걸음을 옮겼다. 어떻게든 기숙사에 도착해야 된다.

정 여의치 않으면 땅바닥에 내려놓을 예정이다. 어차피 내가 아니라 루나만 손해…”

“우에에엑!!”

“…”

하 씨발.

파멸의 주둥아리에서 기어코 무지개빛 황천을 뱉는구나.

*****

루나가 내 등에다 무지개빛 황천을 토하고 나서 곧장 기숙사로 달려갔다.

허탈한 마음에 터덜터덜 걸어가고 싶었지만 워낙 끔찍한 나머지 씻고 싶었다.

더군다나 리제도 있을 테니 씻기는 건 그녀에게 맡기면 될 것이다. 겸사겸사 빨래도 하고.

끼익-

“…리제?”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기숙사로 들어오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보통 기숙사로 돌아오면 리제가 반겨주는 편이었다. 성녀폼으로든 권성폼으로든 말이다.

하지만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혹시 잠깐 어디 나간 건가 싶어서 주위를 둘러봤다.

“음?”

그때 식탁 위에 웬 종이 한 장이 놓여있었다. 나는 그 종이를 집어들었다.

[안녕하세요. 시바르 형제님. 리제입니다. 갑작스레 일이 생긴 나머지 먼저 비잔틴으로 복귀하겠습니다. 로드에게도 전했으니 나중에 그와 함께 방문하시면 될 겁니다.]

“…하 이런 십.”

타이밍도 이런 거지 같은 타이밍이 있을까. 하필이면 이때 복귀했다니.

리제를 탓할 수도 없는 것이 그녀는 성녀씩이나 되는 위인이다. 자유롭다고 해도 할 일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나는 착잡한 마음에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결국 등 뒤에 엎혀있는 루나를 내가 직접 처리(?)할 수밖에 없다.

‘일단 옷은 다 벗기고… 미치겠다.’

나랑 루나 모두 구매한 지 얼마 안 된 옷들이다. 황천을 담았으니 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그레이스한테 어떻게 해결하는지 물어봐야겠지. 그녀도 버리라고 할 가능성이 높을 거다.

“후에엥…”

“진짜…”

나는 루나의 드레스를 벗기면서 심한 현타가 몰려왔다.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다.

도대체 이 여자가 야생인보다 나은 게 무엇일까. 야생인에게 케어를 받다니 참 대단하다.

이윽고 무지개빛 황천으로 뒤덮힌 드레스를 겨우겨우 벗겨냈다. 덕분에 루나의 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카라가 전반적으로 탄탄하다는 느낌이라면 루나는 선이 매우 굴곡졌다. 특히 허리에서 골반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굉장하다.

‘몸을 가리는 옷만 입다 보니 이건 몰랐네.’

가녀려 보이는 몸매와 다르게 여성으로서의 매력은 충분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확실한 강점이 존재했다.

물론 골반이고 나발이고 일단 씻는 것부터 해야지. 한 번 거하게 토하고나서 의식을 완전히 잃은 듯했다.

쏴아아아-

“어휴. 진짜… 으휴.”

나는 옷까지 완전히 벗어던지고 루나를 씻겨줬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몸매고 나발이고 탄식만 나왔다.

말보로가 나를 씻겨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남의 손을 빌리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직접 씻겨주고 있다.

“음냐…”

마지막으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물기까지 뽀득뽀득 닦아줬다. 머리카락은 어쩔 수 없이 대충 말리고 끝냈다.

뒤이어 아까 벗었던 속옷 그러니까 팬티만 입혀주고 침대에 눕혔다. 드레스 때문인지 브라는 입지도 않았다.

대충 할 일도 끝냈겠다 나는 토사물이 묻은 내 옷과 루나의 드레스를 손으로 대충 씻었다.

청결 마법이 이식된 물건이 있으나 손빨래가 훨씬 낫다. 찝찝해서라도 직접 할 생각이다.

쏴아아아-

이윽고 내 몸까지 완전히 씻고는 샤워실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니 내 침대에 곤히 자고 있는 루나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는 개고생을 하는데 누구는 팔자 좋게 자고나 있다. 열불이 올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얼굴에 낙서라도 할까?’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몸의 물기를 수건으로 닦으며 루나에게 다가갔다.

평소에는 머리를 묶고 다녀서 잘 몰랐지만 이렇게 머리를 푼 모습도 꽤 괜찮았다.

원판 자체가 예쁘다 보니 안 어울릴 수가 없었다. 입에서 혼돈과 황천을 내뱉어서 문제지.

꾸욱- 꾹-

“야. 자냐. 자냐고.”

“우에엥…”

볼을 꾹꾹 누르며 불만을 드러내니 희한한 소리를 낸다. 무슨 동물을 닮은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그걸 보고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침대가 넓긴 해도 다른 곳에서 자는 게 마음 편하다.

원래는 리제가 잠을 청하던 침대가 있었는데 그녀가 떠나면서 함께 떼어낸 모양이다.

결국 땅바닥에서 잘 수밖에 없는 건가 싶었을 때였다.

덥썩-

“응?”

등을 돌리려던 찰나 루나가 내 손을 붙잡았다. 혹시 일어난 건가 싶었지만 그건 또 아니다.

눈은 감고 있고 숨소리도 고르다. 단순한 잠꼬대인 것 같았다.

“가지 마요…”

“…”

“혼자 있기 싫어요…”

잠꼬대도 참 슬프게 하네. 표정마저 찡그린 걸 보니 꿈이라도 꾸는 모양이다.

존댓말을 하는 걸 보면 스승 또는 마을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향수병이라는 소리.

평생 동안 한 마을에서 살다가 타지에 왔으니 알게 모르게 외로웠을 것이다. 이건 루나만 특이한 게 아니다.

“안아줘요…”

나는 한동안 루나를 내려다 보다가 조심스레 침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무 말없이 안아줬다. 가슴에 말랑한 감촉이 느껴지긴 했으나 그닥 신경 쓰지 않았다.

‘얘도 참 기구하지.’

주인공인 만큼 원하지도 않는 운명 그것도 셀 수도 없이 많은 운명과 맞닥뜨리게 될 예정이다.

분명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지겠지.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난관이다.

“으히히. 따뜻하다.”

내가 안아주자 루나가 해맑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루나의 웃는 모습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나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보다 더 편안히 잘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러자 조금씩 몸에 힘을 푸는 그녀.

‘내일 숙취로 고생하겠지?’

숙취 해소에 좋은 음식이 뭐가 있나 고민할 때쯤이었다.

“…우웁.”

“…”

아니 제발. 그러지 마.

야생의 본능이 미처 경고하기도 전이었다.

“우에에엑!!”

루나는 다시금 입에서 무지개빛 황천을 쏟아냈고.

“이 시발년이. 진짜.”

나는 육성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영역 표시를 하는 거야 뭐야.

[신앙이 하락합니다!]

아니. 이건 좀 이해해주면 안 되나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카오스: 나쁜 말 안 돼!

시바르: 입에서 황천을 뱉는 건 되고요?

님!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댓글 하나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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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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