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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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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4

기절한 루나는 내가 직접 업고 안으로 들어갔다.

단순 기절(?)이라 굳이 생명의 신전까지 갈 필요도 없었고 머지않아 깰 가능성도 높다.

물론 새된 비명을 지른 탓에 주변의 관심을 끌긴 했지만 다행히 잘 넘어갔다. 다들 장난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아무튼 입구만 본다면 던전 못지 않은 교황청 내부로 들어갔다. 입구와 다르게 내부는 그닥 복잡하지 않았다.

도리어 매우 깔끔한 편이다. 아무래도 교황청을 디자인한 사람이 내부만큼은 평범하게 건설한 모양이다.

“오셨군요. 성녀님께 말씀은 들었습니다.”

우리가 교황청 안으로 들어서자 얼마 지나지 않아 안내인이 다가왔다.

전반적으로 듬직하게 생긴 남자였으며 괄목할 점은 사제복을 입었음에도 근육이 돋보였다는 것.

아니. 오히려 사제복을 입었기에 넓은 어깨가 잘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리제보다는 아니어도 꽤 듬직하다.

“제 이름은 가스파드 디 아만테. 카오스 님의 충실한 종입니다.”

“로드라고 하오. 현재 리제는 뭘 하고 있소?”

“연무장에서 교황님과 훈련하고 있습니다.”

“…?”

내가 뭘 잘못 들었나. 훈련장에서 누구랑 훈련하고 있다고?

카라도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는지 의아한 목소리로 가스파드에게 물었다.

“잠깐만요. 교황이랑 훈련 중이라고?”

“네. 무슨 문제라도?”

“아니. 그건 아닌데…”

보통 교황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기 마련이다. 온화하고 풍채가 좋은 할아버지.

하지만 리제와 같이 훈련을 한다는 걸 보면 필시 그것과 거리가 멀 것 같다.

“…제가 비잔틴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교황 선출은 대부분 혼돈의 신자인가요?”

“예. 하지만 가이아 혹은 굴라크 쪽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야 균형이 유지되니까?”

역시 비잔틴이라 해도 권력 싸움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는 건가 싶다.

이건 비단 신들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다. 문명을 세운 이후부터 결정된 사안이라 봐야겠지.

“아뇨. 그건 아닙니다. 그냥 제비뽑기로 뽑습니다.”

“예?”

“제비뽑기요. 교황청에서 주교 이상의 신자들을 한데 불러모아 제비뽑기를 실시하죠. 그리고 교황을 선출하는 겁니다.”

“…”

뭐 이딴 미친 나라가 다 있어. 최고 권력자를 제비뽑기로 뽑는다니.

나는 물론 카라마저 어안이 벙벙해졌다. 다른 나라는 권력 투쟁을 벌이고 난리인데 여기는 너무 괴상하다.

“예로부터 이어져 오던 전통입니다. 솔직히 교황이라 해서 얼굴 마담에 가깝지 좋은 자리는 아니거든요.”

“아니. 그렇게 해도 나라가 굴러가요?”

오죽하면 카라가 저런 말을 할 정도다. 심지어 그녀의 나라는 건국된 지 얼마 안 된 타타르다.

현재 타타르는 기초 토대만 국가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런 그녀가 보기에도 말이 안 되는 수준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최고 지도자를 제비뽑기로 뽑는 형식이다. 다른 나라에서 저랬다면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다.

“네. 카오스 님께서 직접 선택하신 분이라 그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통치 방식 자체도 교황에게만 집중된 게 아니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저도 이해가 안 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무려 마신전쟁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전통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

이게 맞는 건가 싶은데 왜 되는지 모르겠다. 저리 말하니 딱히 할 말이 없어졌다.

어쩌면 제비뽑기를 할 때도 카오스가 유능한 사람이 뽑히도록 조작 아닌 조작을 한 걸 수도 있다.

어이가 없긴 해도 반대로 말하면 카오스의 권위가 상당히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각 교단이 순순히 따르는 걸 보면 말이다.

‘대체 권위가 왜 높은 거지? 하는 걸 보면 변덕도 심하고 직접적인 도움도 잘 안 주는데?’

카오스를 까는 게 아니라 팩트만 말한 거다. 메세지가 안 뜬 걸 보면 카오스도 인정하는 것 같다.

혹시 권위가 없기에 역설적으로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여러모로 생각할 건덕지가 많다.

이윽고 가스파드의 뒤를 따라가면서 교황청 내부를 둘러봤다. 전반적으로 꽤 잘 꾸민 티가 팍팍 드러났다.

“…저건 대체 뭐죠?”

“아. 레드 드래곤의 머리군요. 먼 과거 기사단이 나서서 토벌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게 왜 이 안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요?”

물론 카오스 특유의 기괴한 디자인도 넘쳐났다. 깔끔한 교황청 내부와 다르게 벽에 장식된 건 다소 투박했으니.

드래곤 머리 박제는 예사고 각종 박제들도 넘쳐났다. 문명의 화려함에 야만적인 디자인이 돋보였다.

아까 던전 입구도 그렇고 내부도 무슨 부족민이 사는 것 같다. 존재감이 남다르다.

‘다른 건 몰라도 박제는 진짜…’

박제만 본다면 한때 내가 살았던 동굴 같다. 샹들리에를 포함한 알록달록한 유리 창문을 제외하면 말이다.

근데 묘하게 어울리는 게 또 신기하다. 호불호가 갈리는 민트 초코 같은 느낌이다.

“가스파드 씨께서는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성녀님을 보좌하는 수행원입니다. 저 말고도 수많은 수행원이 존재하죠. 다들 성녀님의 신념에 감복하여 단련하는 자들입니다.”

“피해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피해의 근원을 제거하는 것 말씀이군요.”

“예.”

어쩐지 생긴 건 멀쩡한데 카오스의 신자라 하더니 이유가 있었다.

게다가 지금도 멀쩡한 척 연기하는 걸 수도 있다. 당장 리제도 예의바른 여인처럼 보이지 않았는가.

물론 어디까지나 성녀폼에 한정해서다. 권성폼은 누가 봐도 ‘강하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곳입니다. 지금쯤이면 훈련 시간이 거의 끝나가겠군요.”

머지않아 성녀와 교황이 훈련한다던 연무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연무장은 겉보기에 평범해 보였다.

이어서 가스파드가 조용히 문을 열어주며 안으로 들어섰다. 참고로 내 등에는 여전히 루나가 업혀있다.

“수고하셨습니다 교황님. 실력이 나날이 증진되고 있군요.”

“으어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아주 진귀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권성폼으로 당당히 서 있는 리제와 그 앞에 대(大)자로 뻗어있는 남자 한 명.

이것만 본다면 리제가 교황으로 추측되는 남자를 못 살게 군 것처럼 보였다.

“씨발… 내가 왜 교황인 거야…”

“…”

교황은 맞긴 맞다. 카오스가 픽한 사람답게 교황답지 않은 언어 선택이 문제지.

리제는 바닥에 널부러진 교황을 두고 뒤를 돌아봤다. 뒤이어 우리와 시선을 마주하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모습이 모습이다 보니 부드러운 미소조차 호쾌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근육이 다 돋보이는 복장이다.

짧다 못해 허벅지까지 모두 드러나는 반바지에다가 상의는 신축성이 좋아보이는 검은색 티셔츠가 끝이다.

“가스파드 형제. 교황님을 치료실로 모시세요. 지금 걷기도 힘드실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차라리 죽여줘… 나 교황하기 싫어… 왜 해야 되는 거야…”

교황이 무어라 중얼거리든 말든 가스파드는 리제의 명령에 따라 정중히 모셨다.

문제는 그 모신다는 것조차 거의 짐짝마냥 어깨에 짊어졌다는 것. 교황 대우가 아주 대단하다.

“빨리 오셨군요. 오시는 길에 불편한 점은 있으셨나요?”

“그건 없었다네. 단지 시바르가 좀… 사고를 쳐서 말일세.”

“흠. 뒤에 업혀있는 루나 씨를 포함인가요 아니면 제외인가요?”

아니. 질문이 왜 저따구야. 내가 그렇게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닌 건가.

…솔직히 사고를 많이 치긴 했다. 전부 다 내 업보지 뭐.

로드는 루나를 기절시킨 걸 제외하고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 설명해줬다.

호기심에 이기지 못해 잘려나간 공간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깔끔하게 절단된 것.

리제도 이러한 사고는 예상치 못했는지 약간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해한다는 반응이다.

“다행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군요. 다만 재생이 됐더라도 신경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가이아 신전을 방문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다네. 그전에 시바르의 정체에 대해서 말이네만…”

비잔틴에 온 목적은 하나다. 바로 내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아내는 것.

나도 신들을 통해 왜 이곳에 왔는지 알아야 된다. 적어도 이유라도 있어야 덜 좆같지 않겠는가.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 방법이 있거든요. 시바르 씨?”

“?”

“잠시 루나 씨를 내려놓으시겠습니까?”

나는 리제의 부탁이 의아해한 것도 잠시 순순히 루나를 내려줬다.

루나는 여전히 기절해 있는 상태였는데 고작 감전을 당한 것치고는 꽤 오래 자고 있다.

보통 같았으면 깨고도 남을 시간인데 왜 이러는 걸까. 그런 의문을 채 지니기도 전이었다.

“그럼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퍼억!!

목 뒤로 어마어마한 충격이 전해졌다. 목에서부터 시작된 충격이 머리까지 울리는 것 같다.

아무래도 리제가 내 뒷목을 가격한 모양이다. 일반인이었으면 이 충격에 바로 기절했겠지.

“???”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다소 생뚱맞은 리제의 공격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뒷목이 얼얼한 것이 여간 아픈 게 아니다. 뒷목뿐만 아니라 머리 전체가 울리는 듯했다.

“흠. 역시 몸이 상당히 튼튼하시군요.”

“왜 왜 때려…?”

“기절시키기 위함입니다. 우선 순순히 뒷목을 내어주시죠.”

나를 기절시키는 거랑 카오스랑 대체 무슨 상관인데. 나는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러나 리제는 꿋꿋했다. 그녀는 솥뚜껑만한 주먹을 나에게 보여주며 협박 아닌 협박을 가했다.

“순순히 기절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아프게 기절하시겠습니까?”

“…”

답은 정해져 있다. 이대로 반항해봤자 소용없겠지.

무엇보다 리제가 허튼 짓을 할 사람은 절대 아니다. 나는 입술을 앙 다물었다가 조용히 말했다.

“사 살살 해줘…”

“알겠습니다.”

퍼억!!

그와 동시에 방금 전보다 더 강한 충격이 내 뒷목에 전해졌다.

“아악!!”

“흠. 이것도 약하군요.”

퍼억! 퍽!

두 대를 더 맞고 나서야 눈 앞이 캄캄해졌다.

******

시바르가 기절하기 전. 루나는 다소 신기한 경험을 겪는 중이었다.

시바르의 장난으로 기절한 것도 황당한데 꿈까지 꾸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몸을 직접 움직일 수 있는 꿈이다.

‘뭐지? 여기는 어디야?’

루나는 눈을 깜빡이며 자신의 두 손을 바라봤다. 어찌된 일인지 굳은살이 훨씬 더 많이 박힌 손이다.

비단 손뿐만이 아니다. 복장도 단단히 무장한 것이 어디 전투하러 나가는 듯한 모양새다.

이것만 본다면 단순 개꿈이라 치부할 수 있겠지. 그러나 주변의 풍경은 개꿈과 거리가 멀었다.

화르륵! 화륵!

세상이 불타고 있다. 말 그대로 온 세상이 불타고 있었다.

깜깜한 밤하늘과 대조되게 자신을 집어삼킬 듯이 타오르는 불꽃.

꿈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 화염은 뜨겁지 않았다. 눈조차 전혀 따갑지 않았다.

‘대체…’

루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걸음을 옮겼다. 계속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안 될 것 같다.

뒤이어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니 화염의 파도보다 더 심한 광경을 목도할 수 있었다.

‘세상에…’

시산혈해. 시체로 산을 쌓고 피가 바다를 이룬다.

대학살을 표현하는 동방의 사자성어이자 현재 루나가 보고 있는 광경이다.

표현 그대로 시체가 산을 쌓았으며 피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다. 보기만 해도 절로 끔찍한 광경이다.

‘저건…’

그리고 시체의 산 꼭대기에 누군가 당당히 서 있었다. 등을 돌리고 있는지라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루나는 바로 코 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했다. 특별한 눈 덕분인지 모르겠다.

넓은 어깨와 체형을 보아 하건대 남자가 확실하다. 한 손에는 도끼를 다른 한 손에는 검을 들고 있다.

두 무기 모두 한 손으로 들기에는 상당히 컸지만 남자는 거뜬하게 양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이다.

‘모습이… 낯익은데…’

루나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너야?”

루나의 입이 알아서 열렸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말이 튀어나간 것이다.

이에 그녀가 당황하여 입을 더듬거리던 찰나였다. 이상하게도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마치 통제권을 전부 잃어버린 것처럼 몸이 알아서 움직이고 있다. 그러는 사이 시체의 산 위에 서 있던 남자가 등을 돌렸다.

“…!!”

루나는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가 등을 돌리면서 얼굴을 정확히 볼 수 있었으니.

남자의 외모는… 놀랍게도 자신이 알고 있는 남자와 흡사했다.

머리가 살짝 길어지고 앳된 외모가 대부분 사라졌지만 성장한다면 딱 저 얼굴일 터.

동시에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남자의 눈동자는 진하디 진한 붉은색이었으니까.

“…왔네.”

하지만 지금 마주하고 있는 남자의 눈동자는.

“친구.”

선명하디 선명한 보라색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시바르: 아프다! 기절할 만큼 아프다!

님!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댓글 하나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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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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