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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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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7

굴라크와 접견할 때마다 벼락을 맞아서 잊은 사실이 하나 있다.

벼락은 굴라크의 힘이자 상징. 따라서 벼락이 어떻게 내려치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일례로 제물을 바친 제단에 벼락이 내리꽂힌다면 긍정적인 대답이라 할 수 있다.

제단이 아닌 다른 곳에 벼락이 떨어진다면 보류고 아무런 일도 없으면 부정이다.

그중에서 제물을 바친 사람에게 벼락이 꽂히는 건 부정 중에서도 압도적인 부정이라 해석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천벌’인 셈이다. 하지만 여태까지 너무 많은 벼락을 맞다 보니 잠깐 잊고 있었다.

이걸 왜 지금 설명하냐면 내가 있는 곳이 굴라크의 신전이기 때문이다. 굴라크와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제단.

“구 굴라크 님께서 노하셨다!”

“저 자식은 대체 뭐야? 대체 뭘 했길래 굴라크 님께서 천벌을 내리신 거지?”

“세상에. 제물도 바치지 않았잖아. 얼마나 불경하면…!”

마른 하늘에 벼락이 친 것도 놀라운데 심지어 그 벼락이 정확히 나에게 꽂혔다.

누가 봐도 굴라크가 친히 천벌을 내린 상황. 내 입장에서 조금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뽀뽀까지 했잖아. 그런데 왜?’

내가 허탈함에 피식거리고 있을 때였다.

모든 광경을 지켜본 제사장 하인케스는 놀란 표정을 지우고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도 굴라크의 신자이니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깨달은 모양이다.

“…굴라크 님께서 심기가 불편하신 모양이군요. 그리고 카라 자매를 많이 아끼시나 봅니다.”

“네? 아 네. 절 아껴주는 건 맞는데…”

“그러면 더욱 이해가 가는군요. 굴라크 님 입장에서는 불경한 자가 자신이 총애하는 무녀를 탐했으니.”

“…”

카라는 이도 저도 못하는 표정이었다. 나와 하늘을 번갈아 보는 것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했다.

신이나 되어서 무녀의 연애 사업을 방해하다니. 헥토르보다 더한 존재다.

아무리 내가 신들에게 쌍욕을 퍼부었다지만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치진 않았다.

도리어 피해자는 나다. 잘 살고 있는 사람을 억지로 데려와서 개고생을 시키고 있지 않은가.

‘진짜 속 좁은 거 하나는…’

콰과광!!

속마음을 읽은 것일까. 아니면 이곳이 신전이어서 그럴까.

내 머리 위로 푸른색 벼락이 다시 한번 꽂혔다. 온 몸에 짜릿짜릿한 기운이 맴돌았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대체 무슨 일이…”

“시바르. 굴라크 님께 실례되는 말은 하지 마. 한두 번… 은 넘었지만 참고 계실 거야.”

제사장이 경악하고 카라는 나를 살살 만류했다. 나는 허탈한 숨을 내뱉었다.

숨을 뱉으니 회색 연기가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살이 바짝 타버린 냄새는 덤.

나도 여기서 사고를 칠 생각은 없었으니 순순히 따르는 게 좋을 것 같다.

“한 번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 네. 그래도 마냥 미워하시는 건 절대 아니에요. 철없는 아이를 매로 다스리는 느낌? 실제로 시바르도 벼락을 다스릴 수 있어요. 안 그래 시바르?”

나를 필사적으로 변호하는 카라다. 나 때문에 괜히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해졌다.

그 변호 덕분인지 하인케스도 의심할지언정 쫒아내지는 않았다. 대신 뼈가 실린 말을 꺼내더라.

“알겠습니다. 다만 시바르 씨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건 똑같으니 주의해야 될 것 같습니다.”

“네.”

“억울해.”

진짜로 억울해서 저런 말이 알아서 튀어나왔다. 나는 그냥 팩트만 말했을 뿐이다.

카라는 내가 의기소침해 하자 위로의 말을 건넸다. 역시 카라밖에 없다.

이후로 하인케스와 함께 제사가 진행되는 꼭대기로 나아갔다.

방금 전 벼락이 떨어져서 그런지 우리에게 시선이 몰리더라.

괜히 부끄러워져서 슬금슬금 카라의 손을 잡으려던 찰나였다.

쿠르릉…

‘아니. 씹.’

손 잡는 것도 안 되는 건가. 도대체 얼마나 아끼는 거야.

아카데미 제단에서도 이러지는 않았다. 이러면 카라가 싫어할 텐데 감당할 수 있으려나.

결국 카라랑 손 잡는 것도 포기한 채 꼭대기로 올라갔다. 나중에 어떻게든 시원하게 엿 먹이고 싶다.

“그러고 보니 시바르 씨는 굴라크 님으로부터 천벌을 맞고도 살아남으셨군요. 한 번은 몰라도 두 번 이상 맞으면 심장이 멎어야 정상인데.”

“시바르가 좀… 아니 많이 튼튼해서 그래요. 벼락에 하도 맞아서 그런가?”

“흐음. 벼락은 익숙해지기 어려운 고통인데. 여러모로 신기한 분이로군요.”

나도 처음 벼락을 맞았을 때는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특히 가장 난감했던 건 근육이 위축되어 행동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어떻게든 발버둥쳐야 겨우겨우 벗어날 수 있었으며 그게 아니라면 다음 공격을 무조건 맞는다.

‘재생 덕분에 어떻게든 버티는 거겠지.’

아니었으면 노릇노릇하게 익거나 재가 됐을 것이다. 소울 월드에서도 벼락은 적폐 능력 중 하나였으니.

능력치에 벼락 저항 같은 건 없었으나 몸 자체가 익숙해지는 거라고 보면 될 것이다.

잠깐 딴 생각을 하는 동안 신전의 꼭대기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의외로 사람은 거의 없고 제단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이곳은 제가 허락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입니다. 큰 규모의 제사를 진행할 때 이곳에서 제물을 바치는 것이죠.”

“저희가 올라와도 되는 건가요?”

“카라 자매님은 굴라크 님의 총애를 받으시고 시바르 씨도 큰 관심을 받고 계시니 상관없습니다. 혹시 바칠 공물이라도 있습니까?”

“네.”

카라는 주머니에서 어느 물건 하나를 꺼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단검처럼 보였다.

“천둥의 기운을 꾸준히 모은 단검이에요. 이거면 공물로 충분하겠죠?”

“충분합니다.”

“시바르. 너도 같이 절하자.”

나는 딱히 하기 싫은데. 하지만 카라가 부탁하니 어쩔 수 없이 끌려갔다.

뒤이어 제단 앞에 선 우리는 아카데미에서 그랬던 것처럼 차근차근 제사 준비를 마쳤다.

가장 먼저 카라가 공물을 제단 위에 올려놓고 굴라크에게 인사 대신 절부터 올렸다.

화륵!

절을 올리자마자 공물을 바친 제단에 불이 발생했다. 그러자 뒤에서 하인케스가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굴라크가 바로 대답한 것이 놀라운 모양이다. 원래 이러지는 않는 듯했다.

그만큼 카라를 아낀다는 뜻이겠지. 나는 그런 그녀를 채가려는 놈팽이고.

“카라.”

“응?”

“춤 출 거야?”

“아니. 오늘은 안부만 전하려고. 공물도 시원찮은 데다가 나중에 제대로 할 생각이야.”

딱 인사만 하는 거구나. 너무 대충 준비한 것 같아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것 같다.

이런 면을 보면 평소 시원시원한 성격과 별개로 꼼꼼하다. 그러니 굴라크가 애정을 듬뿍 주는 거겠지.

‘근데 나는?’

나도 카라처럼 아껴준다면 잘 해줄 자신 있는데 왜 그러는 걸까.

…물론 대련 때 카라를 줘팬 경력이 있긴 하다만 그건 불가항력이었다. 카라도 쿨하게 넘어간 과거고.

어쩌면 내가 카오스의 신자여서 그런 걸 수도 있다. 굴라크와 카오스는 빈말로도 사이가 좋다 할 수 없었으니.

‘이러니까 가이아 혼자만 동떨어진 느낌이네.’

나는 제사까지 모두 끝마쳤다. 다행히 벼락이 떨어지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만약 이랬는데 떨어졌으면 나도 빡쳐서 소리쳤을 것이다. 아니 소리를 치기보다는 행동했겠지.

여기가 신전이고 나발이고 상관없다. 한 번쯤 굴라크에게 개겨보고 싶다.

“제사도 끝났고 이제 슬슬 내려갈까?”

“응.”

“실례지만 무슨 부탁을 하셨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굴라크 님께서 저리 빨리 대답하신 건 처음 본 것 같습니다.”

내려가기 전 뒤에서 지켜보던 하인케스가 호기심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카라는 그 물음에 어색한 미소를 띠우더니 나를 바라봤다. 머리를 긁적이는 건 검.

“그냥… 시바르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했어요. 얘 얼굴 봐요. 얘가 무슨 나쁜 짓을 할 것처럼 생겼어요?”

“눈이 불길할 정도로 새빨간 것이 몬스터 같습니다만…”

“어… 가끔 몬스터처럼 날뛰긴 해도 진짜 가끔이에요. 저희한테 피해를 끼친 일은 전혀 없고요.”

“흠…”

하인케스가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봤다. 맞는 말이라 대꾸조차 못 하겠다.

이어서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허허 웃었다. 언제 봐도 로드 못지 않게 인자한 웃음이다.

“카라 자매께서는 시바르 씨를 정말 좋아하시는 모양이군요.”

“…”

카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뺨을 붉히며 입을 꾹 다물 뿐.

그 반응만 봐도 긍정적인 대답이라는 걸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이것 봐. 본인도 좋다는데 왜 계속 방해를…’

콰과광!!

또다시 내 머리 위로 벼락이 꽂혔다. 이제는 화가 나기보다는 어이가 없다.

훈훈했던 분위기도 벼락 한 방으로 모두 사라졌다. 다들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볼 뿐.

“…시바르? 무슨 생각했어?”

“…카라.”

“으 응?”

“카라는 나 좋지?”

카라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 것도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다가 슬금슬금 발걸음을 움직였다.

다들 처음에는 내가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진 내 행동에 다들 당황하더라.

꽈악!

“꺄악! 시 시바르? 뭐 하는 거야?”

카라가 크게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뒤로 접근해 허리를 껴안았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백허그. 전에도 눈 여겨 봤지만 허리가 정말 얇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라서 그럴까.

게다가 말랑말랑하지 않고 탄탄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껴안는 것만으로도 근육이 느껴지는 몸.

아무튼 전부 다 넘어가고 나는 카라를 뒤로 껴안은 채 번쩍 들어올렸다. 정확히 하늘을 향해서 말이다.

“카라가 나 좋대! 근데 너는 싫다고?”

“뭐 뭐 뭐?!”

“쫌생이 신! 한번 쏴 봐!”

카라를 인질 삼아 협박을 가했다. 카라는 저항하지 않고 나에게 조용히 잡혀있을 뿐.

과연 굴라크는 카라를 좋아하는 감정보다 나를 싫어하는 감정이 더 많을까. 그러면 벼락을 내리겠지.

하지만 그리 된다면 카라도 벼락을 맞게 되는 구조다. 마음 같아서는 조용히 내려가려 했는데 괘씸해서 안 되겠다.

“못 하지? 못 하겠지? 못 하겠지! 그러면 허락해!”

“뭐 뭘 허락한다고?”

뭐긴 뭐야. 정식으로 연애를 부탁하는 거지.

그게 아니라면 틈이 날 때마다 벼락을 얻어맞을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나도 벼락은 아프다.

쿠르릉!!

굴라크도 처음에는 당황했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반응이 슬금슬금 나타났다.

아까는 마른 하늘에 벼락이 꽂혔으나 그 하늘이 점점 어두워졌다. 새까만 먹구름이 순식간에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인케스는 그 먹구름을 보고는 크게 당황했다. 이어서 나에게 다급히 요청했다.

“그 그 이상 굴라크 님을 모욕하지 마십시오! 정말 큰일날 수도 있습니다!”

“모욕 아니야! 나도 화가 나!”

잘 살고 있는 사람을 마음대로 끌고 온 쪽은 저쪽이다. 그런데 연애도 마음대로 못 하게 둔다?

아무리 대인배라 해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도 나름대로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어지간하면 말을 따라주긴 하겠다만 나도 원하는 걸 들어달라고. 아니면 깽판을 치겠다고.

신들 입장에서도 내가 알고 있는 미래는 귀중하다 못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다.

비록 루나가 있다지만 그녀 혼자서 감당하기는 어렵다. 이른바 태업 선언이다.

“카라를 줘! 그럼 말 잘 들을게!”

“아으으… 죄송합니다. 굴라크 님…”

내 당당한 선언에 카라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지간히도 창피한 모양이다.

다만 부정하지 않고 순순히 나에게 잡혀주고 있다. 마음이 아예 없다는 소리는 아닐 터.

나는 아직 확답을 듣지 못했다. 먹구름이 몰려왔으니 분명 대답을 하게 될 것이다.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허락한 거겠지. 예로부터 침묵은 긍정을 대신했다.

쿠르릉!!

뇌운이 점점 몰려오고 우레 또한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나는 전혀 쫄지 않고 카라를 붙잡고 있었다. 중간중간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 자세를 고쳐줬다.

콰과광!!!

그 순간 거대한 빛줄기가 벼락처럼 꽂혔다. 거의 빛기둥에 가까울 정도로 큰 벼락의 두께다.

그 벼락은 정확히 제단을 향해 내리꽂혔는데 신기하게도 단발성이 아니라 빛기둥이 그대로 내려온 것 같다.

이에 나는 몸을 돌려 제단 쪽을 쳐다봤다. 당연하게도 카라를 안아든 상태다.

츠츠츠-

이윽고 빛기둥이 서서히 사라졌다. 벼락의 위력에도 제단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어?”

“응?”

하지만 그 위는 아니었다. 제단 위에 웬 사람이 한 명 등장했으니까.

멀리서 봐도 거의 곰만한 덩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체격이 얼마나 큰 건지 모르겠다.

복장 또한 어떠한가. 마치 북유럽을 연상시키는 가벼운 가죽 갑옷에다가 털망토를 두른 모습이다.

“아. 거 참 진짜.”

느닷없이 등장한 남자가 코를 비비며 퉁명스럽게 반응했다.

대충 기른 것 같지만 은근 잘 관리된 머리카락. 바이킹처럼 풍성한 수염을 묶어버린 외관.

갈색이 약간 섞여있는 금발과 더불어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코 눈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애 괴롭힌다고 왜 나까지 보내는 건지 원.”

남자의 눈은 선명한 ‘남색’을 띠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시바르: 무녀를 저에게 주십시오!

님!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댓글 하나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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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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