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168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Chapter 168

이 세상은 마력의 색에 따라 그 대상의 경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파란색이며 리제나 로드처럼 하늘의 이치를 깨달은 자들은 남색이다.

이외에 구미호나 용 같은 ‘신수’라든지 고대부터 존재한 ‘정령’이라든지 등등.

신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보라색 바로 아랫 단계에 속한 만큼 굉장히 강한 존재들이다.

공간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건 물론이요 세간의 상식을 벗어난 능력을 선보이는 등.

하지만 이중에서도 ‘신령’ 또는 ‘사도’라 일컫는 자들은 남색 중에서도 강하다.

무려 신의 곁을 호위하는 강자들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너도 억울하겠지. 우리 애가 먼저 고백한 건데 벼락이나 얻어맞고.”

“…”

“그런데 어쩌겠냐. 네가 마음에 안 든다는데. 사실 나도 네가 마음에 들지는 않아. 성격보다는 음… 다른 부분에서. 너도 잘 알지?”

그리고 그런 존재가 내 어깨를 두드려주며 ‘설득’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싸움이 아니라 ‘설득’이다. 제단 위에 나란히 걸터앉아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원래는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은 분위기였다. 느닷없이 소환된 신령이 풍기는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신령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옆에 앉으라는 것처럼 손으로 툭툭- 치더니 그대로 상담이 이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카라도 내 옆에 앉아 신령으로부터 상담 아닌 상담을 경청하고 있었다.

“저…”

“음? 할 말이라도 있어?”

“그게 아니라… 성함을 몰라서…”

당장이라도 한 판 붙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가 상담이 이어지니 제대로 된 통성명도 하지 않았다.

카라도 분위기에 휩쓸려 제단에 걸터앉았을 뿐이다. 하인케스는 잠시 꼭대기에서 내려간 상황이고.

“아참.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을 말했던가?”

“아니. 안 했어.”

“이름은 레이카르트. 외우기 쉽지?”

레이카르트가 흐흐 웃으며 대답했다. 다소 순박해 보이는 미소다.

그러나 외모는 전혀 그렇지 않다. 거의 곰만한 덩치에다가 수염까지 길러 상남자에 가깝다.

실제로 레이카르트는 굉장한 무력을 지닌 존재다. 특히 벼락을 누구보다 자유자재로 사용할 것이다.

“레이카르트면… 설마 천둥군주?”

“오랜만에 듣네. 나 알아?”

“당연히 알죠. 책에서 본 적이 있어요. 인간들 중에 최초로 벼락을 사용한 분이시잖아요.”

이름을 알게 된 카라의 눈이 반짝반짝거렸다. 레이카르트는 그저 흐뭇하게 웃어줬다.

천둥군주라는 칭호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그는 한때 왕이었다. 그것도 문명을 세우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한 왕.

강력한 벼락의 힘으로 국가를 건설하고 그 국가는 얼마 가지 않아 매우 강대한 국가로 번성했다.

그 국가가 바로 그라나다 제국이다. 그라나다 제국이 굴라크를 국교로 삼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아무튼 다시 이야기하자. 지켜보니 네 주변에 다른 여자도 많던데? 당장 네 앞가림도 하기 힘들 텐데 감당할 수 있겠어?”

“…”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레이카르트가 나에게 말했다. 양심이 조금 찔리는 소리다.

여태까지 그의 말에 하나도 반박할 수 없는 이유는 전부 다 팩트기 때문이다. 협박을 당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

협박을 당했거나 궤변을 들었다면 즉각 반박했겠지. 하지만 레이카르트는 한때 문명을 건국한 왕답게 화술이 장난 아니다.

‘이 인간이 살았을 때는 말보다 주먹이 앞서지 않았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외관도 당장 한 판 붙게 생겼는데 지극히 상식적인 행보를 보였다.

주먹으로 안 될 것 같으니 말로 천천히 해결하려는 모습. 어쩌면 굴라크도 이를 알고 대변인을 보낸 게 아닌가 싶다

“우리 솔직하게 말하자. 너 나중에 얘랑 몸도 섞을 거잖아? 그렇지?”

“…?”

“저 저기 군주님? 그 얘기까지는…!”

다소 직설적인 이야기에 카라가 크게 당황했다. 나 또한 적잖이 당황한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레이카르트는 꿋꿋했다. 그는 거침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설마 그거까지 해놓고 도망갈 생각은 아니지? 남자가 됐으면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지. 우리 애를 단순히 즐기는용으로 쓰는 건 아니지? 그런 거라면 내가 막을 거야.”

“아니야.”

“그럼 다행이네. 하지만 잘 생각해라. 사랑이 미련이 되는 순간부터 너뿐만 아니라 모두가 괴로울 거야.”

뼈가 실린 충고다. 실제로 먼 미래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

스토리를 전부 해결하고 지구로 돌아갈 때 과연 나는 미련없이 떠날 수 있을까.

물론 신들이 나를 원래대로 돌려보내줄 거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어떻게든 돌아가려 발악하겠지.

그때까지 카라를 비롯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미련으로 남을 게 분명했다.

‘아니. 그전에 나를 여기에 부르지만 않았어도 이 사달은 일어나지 않았잖아.’

이 무슨 양심 터진 신이 있나. 레이카르트의 말도 옳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신들이다.

그들이 나를 이리로 보내지만 않았으면 평범하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겠지.

하지만 정작 그 이유를 모르겠다. 분명 나를 이리로 불러들인 이유가 있을 터.

“저기.”

“음? 말해.”

“나는 왜 여기 있어?”

그래서 대놓고 물었다. 카라가 옆에 있어도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그녀 나름대로 다른 해석을 내놓았을 테니까. 레이카르트는 신의 사도이니 알고 있을 테고.

레이카르트는 내 질문을 듣고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은 말해줄 수 없어. 다만 이유가 있다고는 말할게.”

“양심 터졌어?”

“뭐?”

“라고 물어봐줘. 굴라크에게.”

역시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는 신이다. 입 꾹 닫고 가만히 있는 가이아도 마찬가지고.

카오스는… 그냥 넘어가자. 나를 신자로 선택한 이유가 따로 있을 것이다.

그동안 레이카르트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굴라크와 대화라도 하는 모양.

뒤이어 그는 다시 고개를 내려 나를 쳐다보더니 특유의 낮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본인도 원하는 방향은 아니셨다고 하시네.”

“그래?”

나는 고민했다. 그럼 꿈 속에서 화를 내던 사람이 가이아가 아니라 굴라크였던 건가.

어쩌면 굴라크는 빌드업을 짜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미련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열 받는 건 똑같지만 말이다.

“실례하겠습니다.”

“음?”

복잡하다 못해 실타래처럼 꼬인 상황에 머리가 아파올 떄쯤이었다.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박혔다.

이에 고개를 돌리니 언제 올라왔는지 모를 리제가 우리 앞에 당당히 서 있었다.

저 뒤에는 하인케스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모여있다. 아무래도 소란을 듣고 찾아온 모양이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굴라크의 사도시여.”

역시 리제다. 그녀도 남색의 경지에 오른 만큼 레이카르트의 정체를 단번에 꿰뚫었다.

리제도 사실상 ‘사도’에 걸맞는 위치긴 하다. 카오스가 직접 선택했을뿐더러 실력만 따지자면 말이다.

승천을 하지 않아 신령 상태가 아닌 거지 레이카르트 못지 않은 강자가 확실하다.

“카오스 님의 사도로군. 별 이야기 아니다. 단지 우리 애랑 너무 가까워지지 말라고 충고한 거지.”

레이카르트의 말투가 전보다 딱딱해졌다. 은연 중에 경계심이 묻어있다.

나를 상대할 때는 살살 달래는 기조였으나 리제는 아니다. 꽤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충고였나요? 협박이 아니라?”

“혀 협박 아냐. 진짜 충고야.”

리제의 말에 가시가 돋혀있다는 걸 간파한 내가 다급히 말렸다. 실제로 레이카르트는 나를 말로 설득시키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여기서 이 둘이 싸웠다가는 주변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신전이 모조리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

레이카르트는 그런 리제를 가만히 보다가 앉아있던 제단에서 내려왔다. 거의 올려다 봐야할 정도의 거구다.

저벅- 저벅-

이윽고 리제의 앞에 선 레이카르트. 리제는 권성폼이 아닌 성녀폼이었는지라 크기 차이부터 확연했다.

펑!

아. 정정하겠다. 이제는 둘의 눈높이가 똑같아졌다.

리제가 돌을 조각한 것 같은 근육이라면 레이카르트는 근육돼지에 가까운 체형이다.

그런만큼 위압감이 장난 아니다. 나는 금방이라도 싸울 것 같은 기세를 풍기자 카라의 손을 잡았다.

“카라. 뒤로 가자.”

“으 응.”

그녀도 꽤 쫄았는지 내 손을 잡았다. 뒤이어 우리는 종종걸음으로 움직였다.

우리가 자리를 옮긴 곳은 리제의 등 뒤. 어깨가 얼마나 넓으면 우리 둘이 숨을 수 있을 정도일까.

동시에 든든하다. 다른 걸 다 제쳐두고 리제의 등 뒤만큼 등등한 곳도 없었다.

“난 여기 싸우러 온 게 아니야. 저 녀석을 설득시키러 온 거지. 미련이 남는다면 둘 모두에게 상처가 될 거야.”

“불투명한 미래의 일로 현재를 포기하는 것만큼 미련한 건 없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 운명을 개척할 수 없습니다.”

“맞는 말이지. 하지만 그 운명이 결정된 거라면? 너도 대충 짐작하고 있잖아. 저 녀석이 누구인지.”

이어서 레이카르트가 리제의 뒤를 힐끔거렸다. 그녀의 뒤에는 나와 카라가 있었으나 우리를 보는 건 아니다.

그보다 더 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 말이다.

“쟤도 마찬가지고.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지?”

“모르겠군요. 저는 레이카르트 님 같은 신령이 아닌지라.”

“내 이름을 말해준 적도 없는데 이름을 알고 있네. 이런데도 모른다고?”

“…”

리제는 따로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보통 침묵은 긍정을 대신하는 편이다.

“됐어. 설득이 안 된다면 억지로라도 떨어뜨릴 수밖에.”

“그럴 수는 없습니다. 시바르 형제의 운명을 함부로 정하지 마십시오.”

“허 참…”

레이카르트는 곤란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어서 한숨을 푹 내쉬더니 귀찮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싸우려고 온 게 아닌데.”

치지직!

그와 동시에 레이카르트의 손에 미약한 스파크가 튀겼다. 푸른색보다 더욱 진한 남색의 벼락.

하지만 리제도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스파크가 튀기는 걸 보자마자 주먹을 꽉 쥐며 서서히 들어올렸다.

동시에 리제의 새하얀 머리카락이 두둥실 떠오르며 바닥의 흙과 돌조각 또한 비상했다.

보통 같으면 잔뜩 긴장해야 정상인데 이상하리만큼 안심이 됐다. 오직 나만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토록 든든했던가.

“제 눈에 흙이 들어가도.”

“…”

“시바르 형제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못할 겁니다.”

두근! 두근!

그 말을 듣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성으로서의 호감보다는 사람으로서의 호감이 더 강하게 작동하는 느낌이다.

어쩜 이렇게 멋진 사람이 있을 수가 있을까. 가끔 가다 기행을 펼치긴 해도 인간으로서 매력적이다.

그리고 의아했다. 도대체 리제는 나의 무엇을 보고 직접 나서려는 것일까.

속을 알 수 없으나 멋진 사람이라는 건 알 것 같다.

“…에휴. 됐다. 네 마음대로 해.”

먼저 물러선 건 레이카르트였다. 그는 항복이라는 듯 두 손을 올리며 능청스레 대했다.

리제도 그가 물러나는 듯하자 쥐었던 주먹을 서서히 내려놓았다. 다행히 사태는 진정될 것 같다.

“너라면 믿어도 되겠지. 대신 하나만 묻자. 책임질 수 있냐?”

“물론이죠.”

“그 말. 반드시 지켜야 할 거다. 그리고 뒤에 너.”

레이카르트가 리제의 뒤를 바라보며 나를 호출했다. 카라가 아니라 나인 게 확실하다.

“나 나?”

“그래. 너 잠깐 이리로 와라. 때리려는 거 아니니까 이리로 와.”

나는 눈치를 보다가 슬금슬금 움직였다. 그사이 리제는 성녀폼으로 돌아왔다.

턱!

옆으로 다가가자 허리를 숙이며 어깨동무를 하는 레이카르트.

단순한 어깨동무인데 거대한 바위가 짓누르는 것 같은 압박감이 들었다.

“꾸준히 언급했지만 저 애는 나는 물론 신께서도 아끼는 애야. 그러니 쟤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한다면… 알지? 카오스고 나발이고 내 친히 네 머리를 터뜨려주마.”

“으 응!”

“좋아. 그리고 신전이나 제단에서 눈꼴시려운 짓은 하지 마. 너는 네 딸이 남자친구랑 애정행각을 하는 걸 눈 앞에서 보면 어떤 기분이겠어? 뭔 말인지 알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다고 답했다. 안 그러면 내 머리를 터뜨릴 것 같았거든.

“그리고 밤일은… 미련을 떨쳐낸다는 조건으로 해. 알겠어? 이건 내가 아니라 굴라크 님께서 친히 수락하신 거다.”

“응…”

“좋아. 너는 다른 건 몰라도 말을 잘 들으니 괜찮겠지. 마지막으로…”

레이카르트는 어깨동무를 한 팔에 힘을 강하게 줬다. 자연스레 내 머리와 그의 머리가 가까워졌다.

이제는 또 무슨 협박을 하려는 건가 싶었을 때 그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가이아를 믿지 마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조언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레이카르트: 진짜 설득하러 옴.

굴라크: 에휴. 내가 졌다 졌어.

님!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댓글 하나씩 부탁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