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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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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9

또다시 거하게 사고를 쳤지만 어찌저찌 수습할 수 있었다.

훈련을 진행하던 장소가 일종의 개인 주거지에 가까워서 뒷처리만 잘하면 된다고.

하지만 포로리의 식량 문제만큼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나무가 전부 박살 난 탓에 수습도 못 했다.

“근데 도토리를 모은 이유가 뭐야? 겨울 대비?”

“그것도 있지만 하늘에 바칠 것들이었다고! 곧 있으면 엄지손가락을 펼 수 있을 텐데!”

얼마나 화가 나면 발까지 동동 구르는 포로리다.

그나저나 지난번에 언급했던 엄지 손가락을 아직도 기억하는 모양이다.

어차피 저 작디 작은 몸에서 엄지 손가락을 구부려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하지만 내가 포로리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뭐.’

포로리 일은 내 알 바가 아니다. 왜냐하면 나도 할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건 다름 아닌 무릎 꿇고 손 들기. 로드가 뒷처리를 하는 동안 벌을 서고 있었다.

심지어 맨손이 아니라 선혈의 대검을 든 채로다. 무게가 꽤 나가는 탓에 슬슬 팔이 아팠다.

“후우… 대충 이 정도면 됐겠지. 모두 수고했네.”

“…”

“시바르도 팔 내리게나.”

“후우.”

다행히 팔이 떨어져나가기 직전에 체벌이 멈췄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오랜 시간 동안 팔을 드는 건 꽤 힘들었다.

이후로 도토리도 몇 개 주워서 포로리에게 넘겨줬다. 포로리도 불만스러워할지언정 받아주더라.

“슬슬 식사부터 해결할까? 총장님도 같이 드실래요?”

“나는 사양하겠네. 내가 갔다가는 불편할 수도 있으니. 게다가 나는 이미 건강식을 준비했다네.”

“아. 언니. 그럼 이번에 새로 사귄 친구 불러도 될까요?”

로드 다음으로 루나가 카라에게 건의했다. 설마 저 친구가 에리카는 아니겠지.

때마침 카라도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루나에게 물었다.

“새로 사귄 친구? 그건 또 누구야? 시바르도 알아?”

“네. 에리카라고 다른 반 학생인데…”

“여자야?”

“네?”

“여자냐고.”

“어… 네. 왜요?”

여자라고 하자 카라가 뾰족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봤다. 또 여자냐는 표정이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극구 부인했다. 그런 거 아니라고 그냥 우연히 만난 거라고.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아니면 일단 들어나 보자에 가까웠는지 몰라도 넘어가는 모습이다.

“어떤 애야? 좀 더 설명해줄래?”

“네. 일단 어떻게 된 거냐면…”

루나는 당황을 추스리고 에리카에 대해 설명해줬다. 나는 그동안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미리 말하지만 카라와 에리카는 상성이 극도로 안 좋다. 얼마나 안 좋으면 물과 기름 수준이다.

생명을 해치지 않는 이상 죽는 환경에서 성장한 카라와 반대로 생명을 무조건적으로 아끼는 에리카.

이것만 봐도 두 사람의 상성이 얼마나 극악인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소울 월드에서도 틈만 나면 싸운다.

‘정신적 성장을 이루면 괜찮다만…’

아무것도 모르는 플레이어가 이 둘을 영입한 채 스토리를 진행한다?

몸은 조금 편할지 몰라도 정신이 피폐해지는 구조다. 일단 서로 쥐 잡듯이 싸우는 바람에 중재해야 된다.

나는 그나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 있으나 저들은 아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대못처럼 꽂힐 거다.

‘선택은 또 얼마나 하라는 건지.’

한쪽을 두둔하는 순간 다른 한쪽의 호감도가 크게 깎이는 시스템이다.

물론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카라를 옹호하기 마련이다. 에리카의 신념은 개똥철학에 가까웠으니.

더군다나 에리카가 없어도 스토리에 큰 지장은 없다. 악마 관련 스토리는 조금 어렵지만 못 깰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같이 식사나 할 생각이에요. 언니는 어때요?”

“걔 어디 모자라지는 않지?”

이것 봐라. 벌써부터 빠꾸 없는 질문이 날아왔다.

“모자라지는 않는데 음… 그냥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세요. 우리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고.”

“아. 그것도 그러네.”

“… …”

이야. 역시 혼돈의 주둥아리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는구나!

그런데 카라가 납득한 건 어이가 없다. 분명 저기에 내가 포함돼 있을 것이다.

“아무튼 같이 먹어도 되죠?”

“괜찮아. 겸사겸사 질문 몇 개도 해야지.”

그리하여 에리카와 식사를 하기로 정했다. 참고로 엘리는 찾아갔는데 없더라.

듣자하니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중이라고. 방학이라 해서 빈둥빈둥 노는 건 아니더라.

원래 공부도 잘하고 재능도 뛰어난 사람이 더 노력하는 법이다. 엘리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어쩐지 소울 월드에서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성장하더니.’

이런 세세한 부분은 묘사되지 않아 잘 모르고 있었다. 다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다.

“야 야만인?! 왜 야만인이 여기에…!”

“…”

너는 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욕하면 안 되겠니.

에리카는 카라와 만나자마자 면전에다가 저런 소리를 꺼냈다. 경악한 표정은 덤.

비록 카라에 대한 평판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지만 편견은 그대로 남아있다.

하물며 평판 자체는 우리 반에 한정된 것이지 에리카는 다른 반이라 선입견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이야. 야만인이라는 소리도 오래만에 듣네.”

“기분 안 나빠?”

“딱히? 이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고.”

내 조심스러운 질문에 카라가 어깨를 으쓱이며 의젖하게 굴었다.

확실히 정신적으로 성숙한 티가 드러났다. 정말 좋은 징조긴 해도 언제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부디 에리카가 쓸데 없는 말만 안 하기를 바라야지. 루나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에리카를 간신히 말렸다.

“에리카 씨. 아무리 그래도 대놓고 그런 말을 하면 안 돼요.”

“하 하지만…”

“카라 언니가 얼마나 착한 사람인데요? 그런 말만 안 하면 때리지는 않을 테니 입 단속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

루나의 경고에 에리카가 입을 다물었다. 대신 카라에게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더라.

첫 만남부터 비호감 스택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을 때 우리는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여기서 에리카는 채식주의자인 만큼 샐러드만 시키더라. 말이 샐러드지 마요네즈도 뿌리지 않고 대충 간만 친 거다.

“생명을 주선하는 가이아시여. 오늘도 일용할 양식과…”

뭐 에리카가 조금 비호감이긴 해도 기도할 때만큼은 경건한 분위기를 내보내는 편이다.

그녀가 기도를 하자 다들 수저조차 들지 않고 조용히 기도문을 듣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카라도 꽤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는데 이유는 몰라도 예상보다 그녀를 좋게 보는 것 같다.

소울 월드에서처럼 시시때때로 치고 박고 싸우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 같은 느낌. 부디 그 폭탄이 터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너는 밥 먹을 때마다 가이아에게 기도해?”

“네 네? 아 그 그렇죠…?”

“그런 걸 보면 굴라크 님과 비슷하네. 우리도 전투를 하기 전에 굴라크 님께 기도하거든.”

“…아. 그러고 보니…”

에리카는 뒤늦게 깨달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카라를 비롯한 타타르 민족이 굴라크를 신봉하는 걸 잊고 있던 모양이다.

그 후로 에리카는 샐러드를 야금야금 먹으면서 카라의 눈치를 살살 봤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카라도 그걸 눈치챘는지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아까 전에는 대놓고 야만인이라 하더니 이제 와서.”

“…정말인가요?”

“살면서 별의별 사람도 만났는데 가이아의 신자 정도야 괜찮지.”

저 사람들에 무조건 내가 포함돼 있을 거다. 이건 장담하고 있다.

내가 그리 생각하면서 고기를 입 안에 넣고 있을 때쯤이었다. 우물쭈물거리던 에리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카라 공주님께서는… 생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소중하지.”

“제가 듣기로는 타타르 민족은 과거에 약탈을 자행했다고 하던데…”

“맞아. 그래서 지금도 욕을 죽도록 먹고 있지.”

“그 그러면…”

카라 특유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한 것일까. 아니면 성숙한 분위기에 입을 떼지 못하는 것일까.

소울 월드와 달라도 너무 다른 상황이다. 원래라면 에리카도 ‘깡’이 있는지라 카라와 정면으로 대치했다.

하지만 지금을 보아라. 누가 봐도 카라가 우위에 있으며 에리카가 고분고분거리는 모습이다.

이건 나도 처음 보는 모습인지라 흥미롭게 지켜봤다. 과연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 갈까.

“생명이 소중하다는 걸 알면서도 왜 생명을 해치는 짓을 하신 거죠?”

“그때는 살아남아야 했거든. 안 그럼 내가 죽어.”

“정말 평화롭게 해결하는 방법은 없으셨나요?”

“그걸 위해 우리 아버지가 나라를 건국한 거야. 조금이라도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서.”

의외로 카라는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다소 민감한 주제임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산전수전 다 거친 사람으로서의 경험이 묻어나오는 말 덕분에 설득력 또한 높았다.

오죽하면 황소고집인 에리카마저 중간중간 말을 삼킬 정도. 내가 알던 분위기와 전혀 다르다.

“이제 내가 질문할 차례네. 너는 생명이 소중하다 했지?”

“네. 그렇죠.”

“그럼 네 어머니를 살해한 놈의 생명도 소중하며 감싸줄 거야?”

“…네?”

카라의 질문에 에리카가 분홍빛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다.

이는 루나도 마찬가지. 꽤 심각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수저를 잠시 내려놓았다.

나는 뭐… 대충 이야기를 알고 있어서 음식만 우물거렸다. 그래도 경청하는 자세는 취했다.

“네 어머니를 살해한 원수의 생명도 소중하냐고 물었어. 일단 나는 그놈을 죽였다는 것만 말할게.”

“아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새 생명은 소중… 하죠.”

“음… 그러면 용서한다는 말이네?”

“용서까지는 안 되죠. 생명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처벌을 받도록 할 거예요.”

아닌 건 아니다. 에리카가 딱 잘라 설명했다.

사실 저것도 일종의 해결법이라 카라도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음 질문. 너는 식물도 생명이라 생각하고 있지?”

“물론이죠. 식물은 가이아 님께서 직접 품어주신 생명입니다.”

“결국 생명은 다른 생명을 취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거네. 그렇지?”

“그건…”

또 말문이 막히는 에리카. 사실 그녀의 신념은 저 말로 전부 반박이 가능하다.

생명은 다른 생명을 취해야 목숨을 연장할 수 있다. 생명으로 태어난 이상 변하지 않는 자연의 법칙.

에리카도 최대한 채식을 하고 있다지만 생명을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만약 네가 배고픈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전부 헛소리로 취급했을 거야. 당장 배고파 죽겠는데 생명이고 나발이고 밥부터 먹고 살아야지.”

“그 그런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암. 그렇고 말고. 배부른 사람들만이 생각할 수 있는 사고방식이지.”

카라가 신랄하게 비꼬았다. 실제로 에리카는 배부른 사람에 속해있다.

귀족으로 태어나 평생 굶을 걱정 없이 산 데다가 아카데미에서는 굶을 일도 없다.

더군다나 가이아의 신자였으니 곳곳에서 케어를 받고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굶을 리가 없다.

“나는 배고픈 환경에서 성장했고 지금은 배부른 환경에서 살고 있지. 그래서인지 몰라도 네 말은 하나도 공감이 안 돼.”

“하지만 생명이 소중하다는 건 깨달으셨죠.”

“그거랑 별개라니까? 생명이 소중하다고? 맞아. 생명을 특정 가치로 둘 수 없다고? 맞아.”

그리 말한 카라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지적했다.

“그렇다고 본질 자체를 무시하면 안 되지. 안 그럼 가이아 님께서 왜 생명을 이따위로 창조하셨겠어?”

“그 그건…”

생명을 주관하는 가이아의 본질마저 건드리는 발언. 그럼에도 에리카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카라의 말마따나 처음부터 생명을 완벽하게 만들면 끝이다. 하지만 가이아는 그러지 않았다.

따라서 에리카의 신념은 가이아의 존재 자체에 큰 의문을 제기하는 셈이다. 일종의 신성 모독인 셈.

에리카의 두 눈이 크게 흔들리며 혼란스러워할 때쯤이었다. 카라가 웃는 얼굴을 싹- 지우며 입을 열었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짜증나는 게 하나 있어.”

“…”

“생명을 소중히 하는 마음? 언뜻 들으면 이타적이라 생각하겠지. 사실 이타적인 신념인 건 맞아.”

뒤이어 카라는 에리카의 가슴에 커다란 비수를 꽂아버렸다.

“단지 네가 존나 이기적일 뿐이야.”

저 말을 듣고 깨달았다. 카라가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졌다고.

원래라면 짜증부터 부려야 정상인데 지금은 아니다. 무려 조곤조곤하게 ‘설득’하고 있다.

카라 본인도 그걸 깨달았는지 쓴웃음을 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하 참나. 이제 나도 문명인 다 됐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나의 주둥아리와 카라의 팩트폭력! 효과는 대단했다!

님!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댓글 하나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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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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