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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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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7

어쩌다 보니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그건 다름 아닌 루나다.

내가 상태창을 보고 나서 눈에 고통을 호소하더니 기어코 입원까지 했다.

바늘로 눈을 쑤시는 느낌이라며 난리를 치길래 병원 측도 쉬이 넘길 수 없었다.

하지만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우선 진통제를 먹었지만 엄청 아프다고.

나는 벌레를 비롯해 온갖 괴상한 음식을 먹어 파악이라도 했지 루나는 갑작스러운 격통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뭐가?”

회복을 위해 오늘도 죽을 먹고 있을 때였다. 나에게 죽을 떠먹여 주고 있던 카라가 말했다.

그녀의 시선은 내 옆 침대 그러니까 루나 쪽을 향하고 있었다.

“자. 아~ 해.”

“아~”

루나는 어딘가의 수도승마냥 두 눈을 붕대로 둘둘 감고 있었다.

엘리는 그런 그녀에게 식사를 떠먹여 주고 있었고. 정말이지 진귀한 상황이다.

“어떻게 시바르 네가 낫자마자 루나가 아픈 거지? 너희들 혹시 우리 몰래 이상한 거 먹은 거 아냐?”

“아냐. 나 혼자 먹었어.”

“흠. 그럼 악마를 처치할 때는?”

“그때는 나 혼자.”

“이상하네.”

카라가 영 못 믿겠다는 듯이 말하며 숟가락으로 죽을 박박 긁어모았다.

아무래도 나와 루나 사이에 뭔가 있다는 걸 대충 눈치챈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식으로 전개가 흐를 수 없다.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부자연스럽다.

‘나도 궁금한 건 똑같은데.’

나는 몰라도 루나는 어째서 눈이 아프다고 한 것일까.

타이밍이 공교로워도 너무 공교롭다. 특히 루나는 원래부터 눈에 특별한 능력이 있을 터.

우선 물건을 감정하는 능력은 있을 것이다. 전부터 꾸준히 관찰한 결과 알게 된 거다.

하지만 나와 같은 상태창이 존재할지는 모르겠다. 이건 물어본 적도 없다.

‘조금씩 물어봐야지.’

지금 필요한 건 내 재활이다. 꾸준히 빈속을 달랜 덕분에 재생도 전보다 빨라졌다.

문제는 힘 조절이다. 뭐만 만졌다 하면 파괴왕처럼 다 부수고 다니니 여긴 골치 아픈 게 아니다.

너무 급작스럽게 성장한 느낌. 숲에서도 차근차근 성장했는데 지금은 그 폭이 매우 심하다.

‘신체 능력을 보여주는 창이 사라진 것도 그렇고.’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딱 하나다. 지난번 의안을 입에 넣었을 때.

그게 아니고서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연달아 발생할 수가 없다.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의안은 일종의 열쇠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내가 잠깐 입에 넣은 것만으로도 그리고 루나가 꾸준히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일이 생긴 것일 터.

‘뭐 마신의 봉인을 푸는 도구다. 이런 건가?’

일단 의안은 끝까지 갖고 다녀야 할 것 같다. 분명 나중에 쓸모가 있을 거다.

나는 죽을 다 먹은 후로 재활을 위해 침대에서 나왔다. 걷는 것 정도는 무리 없이 가능했다.

힘 조절도 점점 늘고 있었다. 처음 일어났을 때는 빌빌거려서 그렇지 시간이 지나니 금방 익숙해졌다.

우지끈!

“아.”

“또야?”

물론 조금만 힘을 줬다가 문짝이 떨어져 나가는 건 어쩔 수 없더라. 이건 천천히 적응해야 할 문제다.

아무튼 방학 기간 내내 재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었다. 훈련이 조금 아깝긴 해도 어쩔 수 없지.

마음 같아서는 대충 퇴원 절차를 밟고 로드와 훈련을 하고 싶다. 그러나 의사가 눈을 부라려서 안 되겠더라.

하물며 로드도 다 낫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나를 걱정하는 건 좋지만 조금 불만이다.

‘개학 전에는 무조건 대련을 해야 해.’

안 그러면 개학 이후 힘을 조절할 수 없다. 현재 내 강함은 학생들 입장에서 오버 밸런스다.

힘이 강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파괴왕과 맞붙었고 광폭이 터진 후에는 죽이기 직전까지 갔다.

그러니 지금은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와 대련을 할 만한 사람은 로드밖에 없다.

‘기술로 붙는다면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 기술조차 힘이 실리니.’

검으로 나무를 베는 것도 이제 의미 없는 일이다. 기술은 대련을 해야 상승하는 법이다.

여태까지 카라와 함께 격투술을 꾸준히 연마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상대가 없으면 기술은 늘어나지 않았다.

그러니 재활이 끝나는 즉시 로드에게 부탁할 예정이다. 개학 직전까지 내가 힘 조절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만약에 거절한다? 그러면 학생들과 교관들만 개고생하게 될 예정이다. 앞으로 사고도 더 많이 칠 것 같다는 협박(?)도 해야지.

‘그런데 진짜 사고 칠 것 같아서…’

힘 조절을 잘하고 있을 때도 여차하면 사고를 치고 다녔다. 그런데 지금 힘 조절도 안 된다?

사고로 누구 하나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지금까지 인명 피해가 거의 없던 것도 기적이라 할 수 있다.

로드 입장에서는 뒷골이 아리다 못해 화병으로 쓰러질 수도 있는 사안. 인명 피해만큼은 최대한 피할 거다.

“시바르 씨! 병에 걸려서 쓰러졌다는데 괜찮으세요?!”

하루하루 재활 훈련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병문안을 왔다.

보라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렸으며 날카롭다 못해 매서운 눈매가 인상적인 미인.

“그레이스?”

“어디 아프신 곳은 없죠? 네?”

본가로 돌아갔다던 그레이스가 병원에 찾아왔다. 얼마나 급히 찾아왔으면 머리카락이 약간 헝클어질 정도.

그녀는 나를 만나자마자 자연스레 얼굴을 매만지며 살펴봤다. 꽤 억센 손길이라 뺨이 뭉개지고 입술이 튀어나왔다.

한동안 내 상태를 체크하던 그레이스는 멀쩡하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응을 보아하건대 진심으로 걱정한 모양이다. 하긴 각혈까지 했는데 걱정할 수밖에 없지.

“휴우… 다행히 멀쩡한 것 같네요. 각혈까지 하셨다길래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이제 안 아파.”

“네. 그런데 루나 씨는…”

그레이스는 말을 흐리며 루나를 쳐다봤다. 루나는 눈에 붕대를 둘둘 감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기묘하다면 기묘한 상황. 그레이스는 우리 둘을 번갈아 보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둘이서 이상한 걸 먹은 건 아니죠? 예를 들어 버섯이라든가.”

“…”

어떻게 사람 생각이 다 거기서 거기일까. 그만큼 나랑 루나에 대한 인식이 이상하게 박힌 것 같다.

웃긴 점은 루나마저 나와 동급에 준하는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

나는 이것저것 주워 먹어서 그렇다 쳐도 루나는 왜일까. 조금 불쌍해졌다.

“그나저나 여러분은 방학 동안 뭐 하고 계셨나요? 참고로 저는 본가에서 귀찮고 재미없는 일만 하고 왔어요.”

“우리야 늘 똑같지. 재미있는 일이 있다면 시바르가 가출한 것 정도?”

“네? 시바르 씨가 가출을요?”

“응. 여기 앞에 있는 유니티 마을 알지? 거기 가서 놀았다네.”

카라는 그 말을 하면서 나를 바라봤다. 악마와 관련된 이야기도 해도 되냐는 표정이다.

어차피 별 상관없어서 수락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가 될 건 없다.

“악마라… 놀랍네요. 최근 악마가 출몰했다는 소식은 거의 듣지 못했는데.”

“악마보다 사람이 문제지?”

“정확해요.”

앞으로 사람도 문제고 악마도 문제일 거다. 악마가 다시 활동을 시작한 시기가 정말 적절했으니.

세계 정세가 뒤숭숭할 때 화약처럼 펑! 하고 터뜨리는 느낌. 유나이티드 아카데미가 그 시작이다.

“아참. 시바르 씨?”

“응?”

“미리 묻는 거지만 앞으로 제 호위 기사를 하실 거죠?”

그레이스가 나에게 물었다. 보라색 눈동자에 기대감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나는 그 질문을 듣고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가 고민에 빠졌다. 사실 지난번에도 제대로 된 호위 기사 역할은 못 했다.

나에게 자유권을 쥐여줬기에 자주 붙어 다닌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래도 꽤 효과가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마음대로.”

“좋아요. 이번에는 제대로 된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죠. 이럴 줄 알고 미리 가지고 왔거든요.”

펄럭-

준비성 하나는 철저한 그레이스다. 그녀는 계약서로 추정되는 종이 2장을 꺼냈다.

한 장은 내가 쓸 계약서고 다른 한 장은 그레이스의 계약서겠지.

계약서라는 특이성 때문일까 그레이스가 준비하는 동안 카라가 의문을 드러냈다.

“계약서? 굳이 계약까지 해야 해? 그냥 지난번처럼 똑같이 하면 되잖아.”

“안 돼요. 호위 같은 건 원래 계약을 해야 정상이거든요. 원래 신뢰가 가장 중요하잖아요?”

“음… 그래? 우리나라는 계약을 하지는 않거든. 호송이라면 몰라도.”

카라도 그냥 나라 간의 문화 차이구나라고 넘어가는 듯했다. 다만 환자한테 무슨 계약서를 들이미냐고 핀잔을 주긴 했다.

이에 그레이스는 곧장 계약할 필요는 없다고 그냥 사본처럼 봐도 된다며 능청스레 넘겼다.

‘근데 계약서를 계속 들고 다닌 건가?’

이 점이 조금 의문이긴 하다만 일단 계약서부터 살펴봤다.

나는 기대감에 웃고 있는 그레이스를 한번 힐긋거렸다가 종이를 집었다.

계약서 자체는 전적으로 호위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보수도 꽤 두둑하게 지급해 줬다.

솔직히 돈은 필요없었지만 누군가 말했다. 돈은 화폐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신뢰의 상징이다.

주식에 넣든지 아니면 엘리나 제인에게 투자하든지 상관없을 것이다.

“…응?”

그런데 이상한 걸 발견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조항 하나를 읽었다.

조항을 읽고 나서는 약간 떨떠름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슬쩍 그레이스의 눈치를 봤다.

그레이스는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매서운 눈매가 전부 누그러질 정도로 말이다.

“무슨 문제가 있으시나요?”

“아니. 그건 아니고…”

“잠깐 이리 줄래? 내가 확인할게.”

카라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손을 내밀었다. 계약서를 달라는 손짓이다.

“안 돼요. 카라 씨. 이건 저와 시바르 씨 사이의 계약이에요. 제 3자가 관여하는 순간 계약의 효력이 사라져요.”

그레이스가 제지했다. 싱글벙글 웃던 때와 달리 날이 선 모습이다.

그 반응에 카라도 뭔가 느낀 게 있는지 미간을 좁혔다. 이윽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그거 너희 나라의 법이라서 그런 거야?”

“그렇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도 똑같아요. 경호 및 호위와 관련된 계약은 일절 발설해서는 안 된다. 호송도 비슷하지 않나요?”

“으음… 비슷한 조항이 있긴 하지. 그래도 뭔가 이상한데…”

그레이스의 말에 틀린 구석은 하나도 없었다. 원래 경호나 호위는 보안이 제일 중요하다.

따라서 제 3자가 계약서 내용을 아는 순간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카라도 이 점을 알기에 망설일 수밖에 없겠지.

타타르 민족은 계약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있으니까. 환경 자체가 워낙 힘들다 보니 신뢰가 곧 생명인 셈이다.

“…근데 가능해? 안 되지 않아?”

하지만 이 조항은 아카데미 측에서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꽤 민감한 사안이다.

그레이스도 예측하던 건지 고개를 끄덕이며 부정하지는 않았다. 뒤이어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이건 제가 잘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니.”

“그게 대체 뭐야?”

가만히 듣고만 있던 엘리가 도중에 끼어들었다. 카라가 아닌 엘리여서 그런 걸까.

“기숙사 공동 거주.”

“응?”

“기숙사 공동… 뭐?”

“시 시바르 씨?”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대답하고 말았다.

그걸 들은 엘리와 카라가 당황하고 그레이스는 당황을 넘어 당혹스러워했다.

나는 말실수를 했다는 것처럼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기숙사 공동 거주? 너 진짜 볼 때마다 훅! 치고 나간다?”

“그래요. 그레이스 씨. 아무리 시바르가 좋다지만 이건 아니에요. 혼인 신청서랑 뭐가 달라요?”

“다 다르죠! 이건 호위잖아요 호위! 원래 호위는 이렇게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자. 엘빈이었던가? 걔한테 물어보면 되겠네.”

내 말 한마디 덕분에 혼파망이 되어버린 병원. 나는 갑론을박을 펼치는 사람들 사이에 껴 있었다.

그들도 이곳이 병실이라는 걸 알고 언성을 낮췄지만 갈등은 멈추지 않았다. 특히 그레이스의 기세가 무시무시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욕심이 아니라 심적 안정을 위한 거예요. 여러분도 아시잖아요?”

“그 그건…”

“으음…”

더구나 그레이스에게는 확실한 명분이 존재했다. 앞으로 평생 달고 다녀야 할 수도 있는 트라우마.

같은 여성으로서 그레이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내가 없을 때 불안 증세를 내비쳤다.

“후우… 알았어. 이건 천천히 생각하자. 어차피 아카데미 측에서도 고려해야 할 테니까.”

“고마워요. 그럼 사인을…”

“대신 사인은 나중에 해. 확신을 받고 나서 하라고. 알았지?”

“쳇. 알겠어요.”

어찌저찌 사기 계약 아닌 사기 계약은 넘길 수 있었다.

그레이스도 순순히 물러난 걸 보면 자기도 급했다는 걸 인지한 모양이다.

“와…”

벌써부터 시끌벅적한 상황 속에서 내 귓가로 루나의 탄성이 꽂혔다.

그 탄성을 듣고 고개를 돌리니 루나가 정확히 카라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붕대를 벗은 채로.

보아하니 통증이 대충 다 간 것 같은데 붕대도 붕대지만 결코 쉬이 넘길 수 없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근력이 125? 내가 72밖에 안 되는데…?”

루나의 눈에 다른 게 보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레이스: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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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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