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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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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1

당연하지만 그레이스는 그렇고 그런 의미를 담아 말한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같이 하룻밤을 자는 것. 진짜 딱 하루만 같은 침대에서 자자고 권유한 것이다.

자는 것까지는 상관없으나 이유가 궁금하다. 안 그래도 벌점이 부과된 상황에서 이게 가능한 건지도 의문이다.

“그래도 괜찮아요? 그러다 벌점이 부과되면 또 골치 아프잖아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전에 제가 건넸던 계약서를 보여주면 되거든요. 무려 베르체 공작가의 날인이 찍혀있는 거라고요.”

루나의 우려에 그레이스가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그러고 보니 계약서를 봤을 때 문양이 찍혀있던 걸로 안다.

언뜻 듣는다면 그렇구나~ 라며 넘어갈 수도 있지만 상당히 심오한 사실이다.

날인을 찍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그것도 공작가에서 몇 명이나 될까.

‘아서스에게 부탁한 건가?’

그레이스의 친부는 빈말로도 훌륭한 아버지라 칭할 수 없다.

사실상 방임 수준으로 자식들을 키운 데다가 매우 엄격했으니.

어쩌면 그런 방식을 고수해서 시원하게 도장을 찍은 걸 수도 있다.

‘아니면 조금 싸웠을 수도 있겠지.’

그레이스는 방임 수준의 가정 교육에도 엇나가지 않고 올바르게 성장했다.

비록 특유의 고압적인 태도는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 본성이 선하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 속에 작디 작은 동심을 품고 있을 만큼 순수한 면모도 갖고 있다.

“일종의 관례? 라고 보면 되겠네요. 제 기숙사에서 머무르실 테니 필요한 것도 찾아야 하고. 어때요?”

“몰라?”

하지만 막상 지내려니 뭐랄까. 잘 모르겠다.

정말 그레이스의 말을 듣고 같이 자도 되는 것인지 허락을 받은 게 확실한 건지.

다소 급해 보이는 게 말투에서부터 느껴졌다. 얼굴은 어떻게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급해.”

“네?”

“급해 보여. 왜?”

“그…”

대놓고 물으니 그레이스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확실히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이유라도 알아야 뒤탈이 없겠지. 나는 소문에 별로 연연하지 않는 편이나 그레이스는 다르다.

공작가 자식이니 소문이 널리 퍼지겠지. 더군다나 계약이 성립되는 순간부터 온갖 말이 나올 거다.

“…그런 게 있어요. 이유는 천천히 설명해드릴게요.”

“음… 알았어.”

“어? 방금 알겠다고 한 거예요?”

“응.”

어차피 그렇고 그런 짓도 하지 않을 거다. 그러면 쓰레기로 낙인 찍히는 거지.

그레이스만 괜찮다면 나도 기꺼이 옆에서 지낼 의향이 있다. 소문은 깔끔하게 무시할 거고.

“고마워요! 그럼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이것만 허락 받고 올 테니까!”

“허락도 안 받은 거예요?”

루나가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렇게 보니 다소 막무가내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급하다는 뜻이지만 이유를 모르겠다. 그레이스가 이리 다급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허락은 금방 받을 수 있어요. 특정 이유를 댄다면 하룻밤 정도는 같이 잘 수 있거든요. 그런 규칙이 있는 걸로 알아요.”

“그래요? 그런 거라면 뭐…”

“후후. 오늘을 위해서 얼마나 수고를 했는지…”

대체 그게 뭐라고. 나로서는 약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닥 나쁘지는 않다. 특히 이번 사태를 통해 깨달은 바다.

아플 때 혼자 아프니까 진짜 서러워서 눈물이 나오더라. 사람의 온기가 미친 듯이 그리웠다.

특히 리제와 살다가 떨어지니 역체감이 더욱 심하더라. 욕은 좀 먹더라도 같이 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왜요! 어째서! 어째서 안 된다는 거죠?!”

“그게… 규정 때문에 힘들다네요. 혹시 계약서에 사인을 하셨나요?”

“아 아직 안 했지만 조만간 할 거예요!”

“그럼 계약을 하고 나서 말씀해주세요. 저도 여기까지라.”

물론 칼같이 거부당했다. 대충 들으니 계약서를 들고 와야 된단다.

그러나 문제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는 것. 계약 효력이 다음 날부터 발동된다는 것.

다시 말해 오늘 하룻밤은 물 건너 갔다는 소리다. 고딘도 최대한 도와주려 했으나 그는 당직에 지나지 않는다.

“안 돼… 오늘 기대했는데…”

“음… 힘내세요?”

루나루나야. 그런다고 과연 그레이스가 기운을 낼까.

눈치가 없는 건 아닌데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저런 위로를 건넨 모양이다.

다행히 그레이스도 짜증내지 않고 그냥 담담히 받아들였다. 괜히 시끄러워지기는 싫은 모양이다.

“음?”

“어? 카라 언니?”

투덜거리는 그레이스와 함께 밖으로 나왔을 때쯤이었다. 공교롭게도 카라와 딱 마주쳤다.

왠지 어디 갈 때마다 카라와 마주치는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더구나 그녀의 복장을 보면 말 그대로 우연이다.

복부가 훤히 드러나 있는 짧은 민소매. 탄탄한 복근에 땀방울이 흐르는 걸 보면 훈련이라도 하고 온 모양이다.

여름이라 날씨가 덥다 보니 다소 옷이 짧아진 모습이다. 본인도 노출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도 있다.

“너희들 뭐하고 있어? 옆에 그레이스도 있고.”

카라가 물병에 든 물을 마시면서 물었다. 온몸이 땀에 젖어서 특유의 건강미가 돋보였다.

“행정실에 갔다 왔어요. 일이 조금 있었거든요.”

“무슨 일?”

“그게…”

그레이스가 대신 나섰다. 혹여 루나가 말실수라도 하면 오해가 쌓이니 미리 나선 모양이다.

뒤이어 그레이스의 설명이 이어지고 카라 또한 주의 깊게 경청했다.

나와 루나에게 똑같은 벌점이 부과됐고 누군가 고의적으로 행했다는 것까지.

“아. 그때 말하는 거구나. 시원하게 토까지 했다고?”

“…언니.”

“왜? 맞잖아?”

겸사겸사 루나의 흑역사가 다시 언급됐다. 무지갯빛 황천은 너무하긴 했지.

아무튼 모든 설명이 끝나면서 카라도 무슨 일인지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난 또. 그런 거였어? 별 문제 아니네.”

“별 문제 아니라뇨? 저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요.”

“무슨 문제?”

“그 그런 게 있어요!”

차마 말해줄 수 없는 모양이다. 카라가 눈매를 좁히며 그레이스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지만 그레이스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똑바로 마주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카라와 매서운 그레이스의 대치.

묘한 분위기가 흘러서 그런지 지나가는 행인들도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괜한 관심만 끌 것 같다.

“…뭐 됐어. 알아서 해. 나는 크게 관심이 없거든.”

먼저 물러난 건 카라였다. 괜한 기싸움은 넘어가는 듯했다.

“대신 진짜 잠만 자는 게 좋을걸? 시바르가 퇴학당하는 꼴을 보기 싫다면.”

“퇴학당하면 제가 직접 ‘책임’을 질 거예요. 이게 당연한 일이지 않나요?”

“참나. 어이가 없어서. 마음대로 해.”

카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 발짝 물러났다. 그러면서 땀에 흠뻑 젖은 앞머리를 대충 쓸어넘겼다.

저러니까 정말 멋있어 보이네. 카라니까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일단 난 먼저 가볼게.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네. 들어가세요 적태양 씨.”

“또 적태양이라 부르네. 그런데 그거 알아?”

“뭐가요?”

그레이스가 퉁명스레 물었다. 그에 카라는 특유의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이유는 몰라도 불길하다. 카라가 저런 미소를 짓는 건 장난을 치겠다는 징조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카라는 그레이스에게 아주 시원한 엿을 먹였다.

“하룻밤은 루나가 먼저 스킨십은 엘리가 먼저 했지.”

“…”

“마지막으로 키스는 내가 먼저. 넌 언제나 두 번째.”

“…저 저…”

명확한 팩트폭력에 그레이스가 말을 더듬거렸다. 눈밑이 달달달 떨리는 걸 보면 분노가 터지기 직전이다.

그사이 카라는 도망가듯이 떠나갔다. 아주 큰 폭탄을 남겨두면서 말이다.

“진짜로!! 적태양 진짜 싫어!!”

그레이스의 거친 포효만이 울려퍼졌다.

[신앙이 상승합니다!]

카오스의 낄낄거림 내 눈에 비추어졌다.

“안 되겠다. 시바르 씨!”

“응?”

“한 번만 껴안아줘요!”

“???”

얘 진짜 발정난 건가?

*****

시간이 흘러 모두가 잠드는 밤.

그레이스는 침대에 눕지는… 않고 책상에 앉아있었다.

책상에 앉아 무얼 하고 있냐면 독서다. 헌데 그 책이 조금 독특했다.

마치 어린애가 읽을 법한 그림과 내용. 흔히 칭해지는 동화책.

그녀는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한 스트레스를 조금씩 날리면서 책을 조용히 덮었다.

“후우…”

그레이스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렇게나마 마음을 다스려야 진정이 됐다.

안 그러면 그때의 일이 계속해서 떠올랐으니까. 특히 이렇게 혼자 있을 때는 불안 증세가 심해졌다.

‘빨리 잊고 싶은데…’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었다. 한 명의 여자로서 끔찍한 일을 겪을 뻔했는데 잊기가 쉽겠나.

깊은 상처가 짙은 흉터로 변하는 것처럼 정신도 마찬가지다.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는 남기 마련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혼자 있을 때는 괜찮다는 것. 하지만 모르는 사람 특히 남자와 같이 있다면 불안 증세가 심해졌다.

‘시바르 씨는 괜찮지만…’

하지만 시바르는 예외다. 그는 지옥에 떨어질 뻔한 자신을 구해줬다.

만약 그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평생 동안 바깥에 나오지도 못했겠지.

어떻게든 은혜를 갚고 싶다. 아니 은혜를 갚는 걸 넘어서 그와 함께 지내고 싶었다.

이연주가 줬던 동화책처럼 바보를 장군으로 키워낸 공주가 되고 싶었다.

설령 그로 인해 가문에서 쫒겨나도 상관없었다. 이 손으로 동화를 직접 실현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읽어야겠네요.’

마음의 치유제까지 복용했으니 이제는 하루를 마무리할 때다. 그레이스는 모든 정리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이윽고 침대에 눕기 전 그녀는 침대 옆 서랍을 쳐다봤다. 서랍 위에는 가문에서 처방 받은 약이 올려져 있다.

매일마다 악몽을 꾸는 바람에 수면약은 필수다. 안 그러면 깊게 자는 것조차 힘들었으니.

겉으로는 어른스러운 척을 해도 몸만 큰 어린애에 지나지 않았다. 마음 속에 작은 동화를 간직한 아이.

‘…오늘은 넘겨야겠어요.’

그레이스는 조금 고민하다가 약을 서랍 위에 올려뒀다.

뒤이어 조심조심 침대에 누운 뒤 오늘 느꼈던 감촉들을 최대한 떠올렸다.

시바르를 와락 껴안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던 일. 그의 체취를 마음껏 맡았던 일.

그의 가슴은 자신이 쏘옥 들어갈 정도로 넓었고 체취 또한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그때의 일만 떠오르면 절로 미소가 새어나왔다. 계약만 이루어 진다면 앞으로도 쭈욱 만끽할 수 있을 터.

‘지금 옆에 있으면 더 좋을 텐데…’

그레이스는 저도 모르게 이불을 꽉 껴안았다. 마치 사람을 껴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불로는 만족이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감각마저 조금씩 흐뜨러졌다.

감각이 흐뜨러지면서 돌아오는 건 끔찍한 기억들뿐. 그레이스는 최대한 벗어나기 위해 인상을 구겼다.

“…안 되겠네요.”

하지만 눈을 감으면 그때의 일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시바르의 무뚝뚝한 얼굴 대신 델포이의 추악한 미소가 새겨졌다.

그녀는 우울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 아무래도 오늘도 쉽게 자긴 그른 것 같다.

이에 서랍 위에 놓여있던 수면약을 복용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이 악몽이 계속될까.

‘시바르 씨…’

그레이스는 점점 몰려오는 수마에 몸을 맡겼다.

‘옆에 있었으면 좋겠는데…’

유일한 치유제를 떠올리면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레이스: 응애. 나 안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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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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