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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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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6

길고도 짧았던 방학이 끝나면서 개학이 다가왔다.

뒤를 돌아보면 새삼 방학이 참 짧다는 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바쁜 나날을 보낸 탓인가.

어쨌거나 개학이 다가와도 할 일은 산더미처럼 남아있다. 특히 앞으로 다가올 연말이 분기점이다.

그때까지 철저하게 준비할 계획이다. 무색의 마법진도 하나밖에 남지 않았으니 빌드업만 끝내면 될 거다.

‘로드를 중독시킨 단의원도 슬슬 압박해야 될 텐데.’

아카데미 최대 전력인 로드도 현재 원래의 힘을 되찾고 있다.

의심을 피하고자 단의원으로부터 독초를 꾸준히 받고 있다지만 전부 떠넘겼다.

어디로 떠넘겼냐면 엘리에게 넘기고 있더라. 독초긴 해도 잘만 이용하면 해독제로 이용할 수 있다고.

원래 약과 독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덕분에 엘리의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겸사겸사 투자도 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개학하기 직전 엘리를 찾아가서 거금을 내밀었다. 그걸로 좋은 약초를 살 수 있을 거다.

당연하지만 처음에 엘리도 한사코 거부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라나 뭐라나.

설득하느라 조금 힘들긴 해도 어찌저찌 넘길 수 있었다. 내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거라 하니 순순히 받아들였다.

‘습격 시기는 연말.’

그것도 평범한 날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날이다.

지구로 치자면 크리스마스요 이 세상은 생명의 신이 탄생한 날이니까.

아카데미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거치지만 그것 때문에 거대한 비극이 발생하는 것이다.

‘중간에 정찰하러 오는 악마들만 죽이면 될 거야.’

악마들도 바보는 아니라 정찰을 올 거다. 마법진의 상태부터 확인하겠지.

만약 계획이 꼬였다는 걸 안다면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할 거다. 그것도 엄청.

그러니 정찰대만 잘 처리하면 그쪽이 알 길이 없다. 악마 쪽에서도 더 이상 정찰병을 보내지 않을 거고.

그저 운이 없어서 들킨 거라고 더 보냈다가는 괜한 의심을 살 수도 있으니 그냥 진행하는 것이다.

‘근데 그놈의 망할 황태자가 문제구나.’

안 그래도 챙겨야 할 인원이 많은데 황태자까지 끼어 있어서 머리가 아프다.

어지간한 괴짜들조차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로 괴상한 마인드를 갖고 있는 카라스.

아카데미에 들어오는 건 소울 월드에서도 없던 일이라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생각해 보니 카라스가 힘쓰는 걸 본 적이 없네?’

카라스의 무력은 이렇게 설명이 가능하다. 자기 몸 정도는 지킬 수 있다.

무력보다는 단예린처럼 정치력으로 승부를 보는 사람이라 좀처럼 파악하기 어렵다.

하물며 아카데미는 정치보다는 무력이 우선시되는 곳이라 빛을 발하기도 힘들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입학한 건지 원.’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무더운 여름인 만큼 소매가 짧은 와이셔츠다. 재질도 통풍이 잘 되는 재질이다.

아카데미의 여름은 살벌한 더위를 자랑하지만 냉방 시스템이 잘 돼 있어 나름 편안할 거다.

‘숲의 생명들이 활개치기 좋은 환경이지.’

현재까지도 혼돈의 숲은 출입 금지다. 하지만 조만간 풀릴 예정이다.

포로리와 함께 꾸준히 영역 표시도 했을뿐더러 내곽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도 줄어들었다.

이를 보면 내부에서 새로운 포식자가 등장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포식자가 뭔지 조금 궁금했으나 굳이 갈 생각은 없다. 죽이면 죽이는 대로 큰일 나고.

‘좋은 약초가 많이 나겠지.’

상당히 바쁜 여름이 될 예정이다. 나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밖으로 나섰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따뜻한 태양빛이 나를 반겨줬다. 다시 말하지만 따뜻한 태양빛이다.

아직 뜨거운 정도까지는 아니다. 살이 익을 정도로 뜨겁게 되려면 한 달은 있어야 할 터.

‘그나마 습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습하기까지 했다면 그야말로 지옥이었을 것이다. 카라조차 버티기 힘들었겠지.

나는 온갖 잡념을 하면서 강의실로 향했다. 학기가 바뀌어도 강의실은 똑같다.

이윽고 본관 문을 거쳐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시바르 씨?”

“응?”

“오랜만에 뵙네요.”

정말 의외의 인물과 만났다. 분홍빛 머리카락이 매우 인상적인 여자.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외모였지만 뭔가 이상하다. 내가 아는 분홍 머리는 날씬한 몸매를 갖고 있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어…”

나는 여인의 인사에 미처 반응할 수 없었다. 현재 내 시선은 한 곳에 고정돼 있다.

그곳은 다름 아닌 가슴 쪽. 내가 기억하던 것과 달리 상당히 육감적인 몸매라 할 수 있다.

엄청 크다고 할 수 없어도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돋보이는 크기. 일단 루나보다는 확실히 크다.

“…에리카?”

“기억하시는군요.”

분홍 머리 비건녀 에리카가 내 인사에 부드러이 웃어줬다.

나는 그 인사에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 그 짧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성직자라서 교복이 아닌 수녀복을 입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전에 비해 재질이 달랐다.

리제가 착용한 것처럼 신축성이 상당할 것 같달까. 덕분에 육감적인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진짜 에리카?”

“네. 저 맞아요.”

“많이 바뀐 것 같은…”

차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외관으로나 분위기로나 뭔가 많이 바뀌었다.

원래는 세상 물정 모르고 발암에 가까운 캐릭터였는데 지금은 아니다.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표정. 한없이 자비로우면서도 꿋꿋함이 느껴졌다.

“그런가요? 스승님으로부터 많은 걸 배웠으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뭘 배웠어?”

“생명의 본질에 대해 배웠어요. 그분의 가르침이 아니었더라면 저는 잘못된 길을 걸어갔겠죠.”

조금 불쌍해서 보낸 건데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특히 가슴이 성장해서 더 불안하다.

에리카는 그 후로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반이 다르다 보니 자연스레 헤어진 거다.

나는 에리카의 뒷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시간이 된다면 다른 반의 소문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일단 근육 관련 얘기가 들리면 100%다.’

내가 무슨 혼종을 만든 거야. 아니 그전에 리제는 어떻게 에리카를 개조시킨 거지?

머릿속에 혼돈이 가득 찼지만 서둘러 정신을 차렸다. 안 그래도 신경 쓸 게 많은데 여기서 더 추가되면 어지럽다.

드르륵-

뒤이어 익숙하다면 익숙한 강의실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다양한 시선이 쏠렸다.

시선이 쏠리는 건 익숙한 거라 개의치 않고 걸음을 옮겼다.

“야. 쟤 얼굴 좀 바뀐 거 같지 않아?”

“그러게. 전에는 완전 애 같았는데.”

“생각보다 나이가 많이 어린가?”

몇몇은 눈에 띄게 변화한 내 얼굴을 보고 수군거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사춘기에 접어든 것처럼 성숙한 티가 나기 시작했으니.

게다가 역변이 아니라 정변을 한 덕에 외모는 그대로다. 이건 정말 다행인 부분이다.

“그러고 보니 쟤 기숙사에서 투신했다며? 그거 왜 그런 거야?”

“글쎄. 소문으로는 병에 걸렸다던데? 열이 심했다는 말도 있어.”

“아. 책에서 비슷한 걸 본 적 있어. 특정 질병에 면역인 사람이 다른 곳에 갔다가 전염병을 퍼뜨린 거. 그거랑 비슷한 건가?”

몇몇은 내 투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기야 기숙사에서 떨어졌으니 소문이 안 나는 게 이상하다.

며칠 동안 입원한 데다가 각혈까지 했으니 소문이 퍼지고도 남았겠지.

“쟤랑 입학 수석이? 그거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내가 똑똑히 봤어.”

“히야. 어쩐지 둘이 친한 것 같더라니. 혹시 그 야만인도?”

하지만 귀에 거슬리는 수군거림도 있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좁혔다.

마음 같아서는 저런 말은 듣기 싫다. 하지만 유달리 좋은 청력이 강제로 귀를 열었다.

하물며 자동으로 통역까지 되는 탓에 여간 짜증 나는 게 아니다. 저건 공용어가 아니라 다른 나라 언어다.

‘대놓고 험담하는 것보다는 낫다 해야 하나?’

나는 짜증을 억누르며 자리에 앉았다. 1학기 내내 앉았던 자리다.

“안녕. 방학이 끝나니까 어때?”

“귀찮아.”

“나랑 똑같네.”

그리고 앉은 자리 옆에는 카라가 당연하다는 듯이 앉아있었다.

보통 여학생은 치마를 입지만 카라는 특이하게도 바지를 입고 있다.

평소 털털하면서도 괄괄한 이미지에 어울리는지라 어색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여성적인 면모는…’

무희복에 다 들어가 있으니 넘어가자. 그걸로 전부 충족할 수 있다.

이후로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전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오. 그레이스 친구 왔네. 방학 동안 잘 지냈어?”

“네.”

“뭐 했어?”

“고향에서 집안일 좀 도와드렸어요.”

그중에서 이연주도 끼어 있었다. 그녀는 카라의 연이은 질문에 특유의 소심한 표정으로 답했다.

저 집안일이라는 건 아마 반군 활동이겠지. 지금도 꾸준히 힘을 기르고 있을 것이다.

드르륵-

낯익은 멤버와 서로 정답게 얘기하던 도중이었다. 문이 열리는 것까지는 똑같다.

하지만 이다음에 이어진 고요한 침묵은 다르다. 나는 그 분위기를 읽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예상대로의 인물이 문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저 사람은 누구야?”

“그 글쎄? 나도 처음 보는데?”

몇몇은 크게 당황하고.

“소문이 사실이었어? 환 제국의 공주가 편입한다는 게?”

“왜 하필 우리 반이지?”

몇몇은 소문이라도 들었는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 모두 예상했다시피 단예린이 문을 열고 당당히 들어왔다.

특유의 올림머리와 함께 짙은 속눈썹. 서방인 못지않게 화려한 미모의 소유자.

단예린은 무심하게 학생들을 둘러보다가 딱 나와 눈이 마주쳤다. 뒤이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 이상한 소문이 떠돌겠네.’

나는 속으로 쓰게 웃으면서도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저쪽에서 인사했으니 이쪽도 해야 예의다.

단예린은 내 인사를 받고는 걸음을 옮겼다. 칠판과 가까운 앞쪽이다.

덕분에 곱게 말아오른 올림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거 관리하기 어려울 텐데 여혜가 해준 건가.

‘그건 그렇고…’

나는 시선을 돌렸다. 내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이연주.

현재 모두의 시선이 단예린에게 향해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이연주의 표정을 살펴볼 겨를이 없을 터.

그리고 예상대로 이연주의 표정은 꽤 살벌했다. 약간 과장을 보태자면 사람 한 명 죽일 것 같다.

“…”

“…”

“…?”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이연주도 시선을 느꼈을까. 그녀가 시선을 돌려 나와 마주했다.

이연주는 나와 마주치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흠칫 놀랐다.

그러면서 얼굴을 더듬거리기까지. 표정 관리가 안 됐다는 행동이다.

나는 그런 이연주의 행동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마 이쯤 하면 이연주도 눈치챘을 것이다.

드르륵-

“음! 이곳이 강의실인가? 아주 넓군!”

“…”

어쩜 타이밍 좋게도 오는 걸까. 단예린에 대한 수군거림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카라스가 문을 열며 아주 힘차게 등장했다.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에게로 쏠렸다.

“어? 잠깐만. 아니지?”

“나 신입생 연회에서 저 얼굴 봤어. 그런데 왜 여기에…?”

“갑자기 무슨 일이야?”

학생들의 반응은 이걸로 설명이 가능했다.

“…저 인간이 왜 저기서 나와?”

“저 저도 잘…”

단예린까지는 어느 정도 소식이 있어서 다들 받아들였다. 그러나 카라스는 아니다.

정말로 예정도 없이 편입한 거라 모두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레이스마저 카라스의 편입은 듣지 못한 모양이다.

아주 조용하게 진행됐다는 뜻이며 카라스의 정보 차단력이 굉장하다는 의미다.

‘다행히 나한테 관심을 두지는 않네.’

나보다는 강의실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냥 어슬렁어슬렁거렸다.

괴짜 같은 면모가 확연히 드러나는 모습. 나는 최대한 시선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시선이라도 마주치는 순간 골치 아파질 테니까. 지금은 최대한 모르는 척하는 거다.

“만나서 반갑군. 자네 이름은?”

“네 넵?!”

“이름을 물었다네.”

어쩌다가 황태자 옆에 앉게 된 학생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아마 원치 않아도 온갖 시선이란 시선은 다 받겠지. 카라스는 나와 다른 의미로 시선을 끄는 존재다.

‘이러면 시선이 분산되려나?’

처음에는 그럴 거라 생각했다. 루나와 그레이스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루나가 들어올 때도 뒤쪽에서 수군거렸는데 그레이스가 들어오면서 전보다 훨씬 선명해졌다.

“입학 수석이랑 같이 잤다며? 위원회에서는 저 여자랑 동거 문제로 규정을 고치고 있다는데?”

“능력도 좋네. 대체 뭘 보고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

“한 번 맛보고 못 잊는 거 아니야?”

공용어는 아니다. 그레이스와 루나가 반응하지 않는 걸 보면 마트라 제국어도 아니다.

완전히 다른 언어라는 의미. 나는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들을 듣고 뒤를 돌아봤다.

뒤쪽에는 다소 껄렁해 보이는 인상의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남녀를 가리지 않았으며 그중에서 중심에 서 있는 남자. 이유는 몰라도 익숙한 얼굴이다.

“야. 쟤 우리 쳐다보는데?”

“보면 어쩌라는 거야? 어차피 우리 말도 못 알아들을 텐데.”

“그렇긴 하지. 그나저나 부럽다. 벌써부터 여자들이랑 자고 다닌다니.”

“야생인이고 뭐고 그냥 능력이 최고라는 거잖아.”

슬슬 듣기 싫어지네. 나는 애써 고개를 돌렸다.

저런 걸 들어봤자 스트레스만 쌓일 뿐이다.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하지 않았나.

“혹시 모르지. 알고 보니 입학 수석이 밝히는 걸지도?”

“그럼 저 영애는?”

“강간당할 뻔했다가 구해줬잖아. 보답으로 대준 거겠지.”

“부럽다. 구해준 사람이 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두 번 참았다. 아직 마지막 하나가 남아있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마음을 차분히 다스렸다. 어떻게든 무시했다.

“조만간 저 야만인이랑도 하겠지. 아니 같이 붙어 다니는 걸 보면 이미 했겠네.”

“소문으로는 야만인들이 그렇게 밝힌다는데 나도 한번 부탁해 볼까?”

“가능성이 있을지도?”

…세 번 참았다. 자기들끼리 낄낄대는 걸 보면 속에 열불이 올랐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사람들은 저 이야기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언어의 차이가 만들어 낸 촌극이다.

원래 인간은 말이 통하는 사람끼리 가까이 지내는 경향이 있다.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저건 그냥 끼리끼리 노는 거다. 병신 옆에 병신이 있는 것뿐.

‘개학 때만큼은 넘어가자. 로드가 사고 치지 말랬어.’

괜히 사고를 쳤다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심지어 기물파손도 아니다.

징계위원회로 직행할 수도 있다. 그러면 상황이 꼬일 거다.

마음 같아서는 통역 능력을 끄고 싶다.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았을 테니까.

“어째서 총장이 저 야생인을 도와주는지 모르겠네.”

“설마 그건가?”

“뭐가?”

“총장은 자식도 없고 여자 관계가 깨끗하잖아. 그리고 야생인 저놈은 얼굴이 예쁘지. 그러니까…”

“…”

더는 안 되겠다. 뚫린 입이라고 말을 함부로 하는구나. 이래서 언어가 참 무섭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다른 사람까지 건드니 화가 났다.

뒤이어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위의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나는 전부 무시했다.

저벅- 저벅- 저벅-

내 발걸음이 향한 곳은 당연하게도 험담을 나눈 학생들 쪽이다.

그들은 내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떠들기 바빴다. 아예 내 접근을 눈치채지 못한 모습이다.

“야.”

“응?”

내가 부르자 그제서야 나를 쳐다보는 놈들. 다들 어리둥절한 얼굴이다.

그와 동시에 강의실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단예린과 카라스에게 향했던 시선이 전부 내 쪽으로 쏠렸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먼저 접근한 상황이다. 웬만해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상황.

“시바르. 무슨 일이야? 얘들이 뭐 했어?”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카라가 서둘러 다가왔다.

내 어깨에 손을 얹은 것이 여차하면 말리겠다는 표시다.

툭-

나는 그런 손을 가볍게 치웠다. 뒤의 카라가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그사이 앞의 망나니들에게 말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이다.

“다 들었어.”

“뭐 뭐가?”

“전부 다. 하나도 빠짐없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 들었다는 내 말에 당황하는 망나니들.

그중에서 근무태만자 즉 주동자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변명에 가까운 말이다.

“무 무슨 소리지? 너 우리 말 알아들어? 공용어도 제대로 못 뗀 놈이.”

“그 그렇지. 이 새끼가 이상한 소리 한 거 맞지?”

“난 또. 깜짝 놀랐네. 멍청한 놈이 멍청한 소리한 거구나.”

주동자를 제외한 나머지가 자기네 나라 언어로 떠들었다. 내가 못 알아들을 거라 확신한 모양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들의 언어로 답해주고 싶다. 그러나 말만 알아듣는 거지 그 나라 언어는 모르고 있다.

“그 그렇지. 이 새끼가 이상한 소리. 한 거 맞지?”

“…어?”

“난 또. 깜짝 놀랐네. 멍청한 놈이. 멍청한 소리한 거구나.”

“…아?”

그래서 대신 통역해 줬다. 직접 통역까지 할 줄은 몰랐는지 놈들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윽고 삽시간에 싸늘하게 가라앉는 분위기. 쥐 죽은 듯한 침묵이 강의실 내에 감돌았다.

앞으로 내 언어 능력에 대한 말이 오고 가겠지. 하지만 그건 이놈들을 조지고 나서 생각할 부분이다.

“할 말 있어?”

“저… 그게…”

“없지?”

가끔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다. 짐승과 사람의 차이는 언어의 유무라고.

하지만 짐승 새끼는 적어도 입으로 똥을 싸지 않는다. 입으로 똥 싸는 건 오직 사람만이 가능한 기행이다.

쾅!

나는 주동자의 머리를 붙잡아 그대로 책상에 꽂아버렸다. 워낙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라 대처조차 못 할 거다.

뒤에서 카라가 화들짝 놀라며 나를 말렸으나 어림도 없다. 이미 결심을 내린 후다.

“끄악… 으읍?!”

놈이 비명을 질러 입을 벌렸을 때였다. 그 찰나에 손을 입안에 집어넣었다.

뒤이어 만지는 것조차 불쾌한 혀를 강하게 붙잡았다. 새끼손가락과 엄지손가락만으로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

“뭐 뭐 하는 거야! 진정해! 그러다가 위험하다고!”

“진정하세요. 시바르 씨!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일단 진정하세요!”

분위기가 점차 과열되면서 나를 말리는 사람 또한 늘어났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런 놈은 입으로 똥 싸는 걸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언어가 다르다 해서 함부로 지껄이는 걸 보면 확신할 수 있다.

그러니 아예 입으로 똥 싸는 것 자체를 막아버리면 그만이다. 아예 항문을 막아버리는 격이다.

물론 그리되면 문제가 생기겠지. 하지만 어디서나 아무렇지 않게 똥을 싸는 놈은 사람이 덜 된 놈이다.

‘짐승이 말을 못 해봤자 상관없지 않나?’

어차피 입으로 내뱉는 건 짐승보다 못한 소리들이다. 짐승보다 못한 수준.

나는 그리 생각하며 주동자의 혀를 강제로 빼냈다. 놈이 어떻게든 발악했으나 무의미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잡아당겨 그대로 적출하고 싶었다.

“아우웁! 아으으!”

“자 잠깐만! 우리가 잘못했어! 잘못했으니까 한 번만 봐줘!”

“그 그래! 실수잖아 실수! 다음부터는 조용할 테니까…!”

다음 타겟이 자신들이라 생각한 걸까. 다른 망나니들이 애걸복걸했다.

나는 그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주위를 둘러봤다. 다들 이쪽에 시선이 집중돼 있다.

내 지인을 제외하고 말리는 사람은 없다. 보아하니 이놈들 평판이 썩 좋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면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던가. 나야 좋다.

“실수?”

“그 그래. 실수…!”

콰직!

혀를 붙잡은 손 쪽에서 아주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음? 하며 소리가 난 쪽을 쳐다봤다.

반쯤 잘려나간 혀가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혀의 주인은 입을 틀어막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피로 범벅인 혀 조각을 바라보다가 능청스레 답했다.

“아.”

“으아아아! 으아으으!!”

혀가 잘린 주동자가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비명을 지르든 말든.

“실수.”

나는 뻔뻔하게 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나는 그나마 양반입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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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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