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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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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02

단예린과 달밤의 대화를 끝낸 후에는 뭘 했느냐.

아무것도 안 했다. 그레이스의 곁으로 돌아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잠을 자는 건 아니고 의식은 반쯤 깬 상태. 개가 주인의 곁을 지키는 것과 유사하다.

만약 누군가 접근하거나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면 그 즉시 반응할 수 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겠으나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자동이다.

하물며 옆방에 있는 단예린도 신경 써야 한다. 여혜가 언제 단예린을 위협할지 알 수 없었으니까.

새벽에 암살을 시도한다는 것만 알고 있지 정확한 시간대는 알기 힘들었다.

“우와… 이거 다 시바르 씨가 요리한 거예요?”

“응.”

“아침밥까지 차려줄 필요는 없는데…”

시간이 흘러 아침이 밝아오고 나는 그레이스가 깨기 전에 아침부터 준비했다.

서방의 식단에 맞춰 든든한 아침이 아니라 가벼운 아침이다.

소시지와 빵. 계란 후라이와 더불어 샐러드까지. 모두 내가 직접 준비했다.

“그레이스.”

“네.”

“아침 먹고 다녀?”

“직접 하는 건 귀찮아서 빵만 대충…”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공작가 영애이니 직접 하는 건 수고스럽겠지.

그러나 아침은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이 좋다. 당연하지만 건강을 위해서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은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 않다.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거다.

“앞으로 내가 할게. 먹고 다녀.”

“아 아뇨. 그러실 필요는…”

“그냥 먹어.”

“…네.”

내 강요 아닌 강요에 그레이스는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었다.

칼로리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마력을 쓰게 되면 자연스레 소모될 테니까.

아직 기계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시기라 의외로 살이 찐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다.

과학이 발달한 산티아조차 다르지 않다. 지구에서도 비만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오히려 먹을 게 없어서 문제지.’

그런 의미에서 그레이스도 사치를 부린 셈이다. 본인은 전혀 모르겠지만.

숲은 오직 자급자족이었기에 식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다.

그렇기에 누군가 아침을 거르는 건 보기 힘들었다. 누구는 먹고살려고 개고생하는데 누구는 아침을 거르니까.

“맛있지?”

“네. 이상하게 맛있네요. 왜 맛있지?”

그거야 약초를 넣었으니까. 향신료 대신 약초는 필수다.

그리하여 간단하면서도 든든한 아침을 먹고는 강의실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자. 이제 제 머리를 빗겨주세요.”

“빗겨줘?”

“네. 시바르 씨는 처음이라 모르겠지만 원래 호위는 이런 것까지 해야 해요.”

아닐 텐데. 아무리 내가 바보여도 호위가 이런 것까지는 안 할 텐데.

하지만 물어봤자 이상한 대답이 돌아올 것 같아 순순히 빗겨줬다.

머리를 빗겨준다는 건 신뢰의 증거이기도 하니 나로서 나쁘지도 않았다.

‘머릿결은 진짜 좋네.’

광고에 나올 법한 머릿결 하며 윤기다. 귀족가 영애로서 관리란 관리는 전부 받았겠지. 

그레이스는 내가 빗질을 해줄 때마다 기분 좋다는 듯 비음을 흘렸다. 거울을 보니 은은한 미소까지 짓고 있더라.

하룻밤 잤다고 모든 피로가 풀린 모습이다. 그 정도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그레이스가 좋다니 넘어갔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를 시작하죠.”

“응.”

모든 준비를 마친 후에는 둘이서 나란히 수업실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도중에도 그레이스는 종달새처럼 재잘재잘 떠들었다. 기분이 꽤 좋아진 듯했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맞장구를 쳐주고 싶었으나 아직 언어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도 최대한 성의를 보였다.

‘이놈의 말은 언제쯤 고쳐질까?’

신앙이 무려 300이 넘었는데 언어 능력은 그대로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건가.

아니면 버릇이 된 걸 수도 있다. 약간 귀찮기도 하고 언제나 듣는 입장이었으니까.

그레이스는 이것만으로도 만족하는지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다. 평소 날카로웠던 인상이 전부 사라졌다.

‘그렇게 좋은가?’

그녀가 나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 그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람은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된다는데 그레이스가 딱 거기에 부합했다. 그 괴리가 단번에 느껴졌다.

그래도 스트레스를 왕창 받는 것보다 지금처럼 바보처럼 헤실거리는 게 훨씬 낫다.

치유제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될 수 있다. 나도 싫은 건 절대 아니고 오히려 좋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모두 좋은 아침이네요!”

“…”

근데 너무 밝아진 것 같기도 하고. 나는 활기차게 인사한 그레이스를 보며 살짝 떨떠름해졌다.

어제와 비교했을 때와 달라져도 너무 달라진 게 아닌가 싶다.

“어째 기분이 좋아 보이네? 잠은 잘 잤어?”

카라가 활기찬 그레이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다 알고 있다는 눈치다.

이에 그레이스는 늘 앉던 자리에 앉으며 특유의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답했다.

“물론이죠. 정말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어요. 아침 햇살이 이렇게 반가울 줄은 이제야 알았네요.”

“그래. 그러면 된 거지.”

의외로 카라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모습이었다. 웃는 얼굴을 보아하니 뭔가 아는 건 확실하다.

질투라기보다는 관용에 가깝달까. 이번만 봐준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허리만 안 아프면 돼. 그런 거라면 아예 내가 깽판을 칠 테니까. 알겠지?”

“…”

위협 어린 카라의 지적에 그레이스는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최대한 대답을 피했다.

그에 카라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묘한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요구했다.

“대답.”

“…쳇.”

“쳇? 체에엣? 계속 선을 넘으려고 그러네? 너 진짜 귀족 맞아? 마트라 제국 귀족은 다 이래?”

“글쎄요. 어떨까나?”

음. 벌써부터 치열한 눈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사이에 낀 나만 죽을 맛이다.

최대한 모르는 척하고 있었으나 분위기가 워낙 살벌하다 보니 책상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카라랑 그레이스가 싸우는 빈도가 늘어났네.’

확실히 그레이스가 치고 올라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카라도 위기감을 느꼈겠지.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그레이스가 유리하다. 원래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

반대로 몸이 가까워지면 마음도 가까워지는 법이다. 더구나 남녀가 같은 방에서 지내는 이상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진짜 딱 한 학기만 참아야지. 괜히 수락했어. 그래서 어제는 뭐 했어?”

“어제는 짐을 옮기느라 한 건 별로 없어요. 오늘부로 학문을 공부해야죠.”

“응?”

공부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레이스를 쳐다봤다.

그런 내 반응에 카라도 뭔가 눈치챘는지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얘는 처음 듣는다는 얼굴인데? 학문은 갑자기 웬 학문?”

“시바르 씨가 아무리 똑똑해도 배운 게 없다면 무용지물이죠. 기본적인 상식이 아니더라도 수학만큼은 기초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어요.”

“너 총장님이랑 같이 지낼 때 수학은 안 배웠어?”

“…응.”

그때는 기본적인 상식 및 글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수학 같은 걸 배울 여력이 없었다.

카라도 그건 예상치 못했다는 듯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하긴 그때는 수학 말고도 급한 게 있었으니까. 이참에 배우면 되겠네.”

“카라 씨도 그렇게 생각하죠? 특히 수학은 사람의 감각보다 이성에 치중하는 면이 있으니 시바르 씨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싫어.”

다른 건 몰라도 수학만큼은 싫다. 지구에서도 싫어하는 걸 넘어 혐오하던 학문이 수학이다.

수포자처럼 못한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성적도 준수하게 잘 나오는 편이었다.

그래서 더욱 싫었다. 이 거지 같은 건 파면 팔수록 더 짜증 나는 게 튀어나왔으니.

더구나 교수가 되는 게 아닌 이상 기본적인 산수면 충분하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안 돼요. 수학은 기본적인 산수뿐만 아니라 논리에서도 큰 도움이 되는 학문. 괜히 수학적 사고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맞아. 그 좋은 머리를 두고 박치기에만 쓰는 건 너무 낭비지. 한 번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아.”

“…”

카라까지 동조하니 나도 더 이상 반항할 수 없었다. 대신 타겟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건 다름 아닌 그레이스. 나에게 수학을 가르칠 거라면 그녀도 돌려받는 게 있어야 할 터.

그리고 가르쳐 주는 거라 해봤자 딱 하나밖에 없었다.

“그럼 그레이스도.”

“네? 저는 왜요?”

“운동하자. 내가 알려줄게.”

“우 운동?”

마법사에 어울리는 허약한 체력을 올려주는 일. 그게 내가 알려줄 일이다.

그레이스도 내가 운동을 가르쳐 준다고 하자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이건 예상치 못한 모양이다.

뒤이어 그녀는 침착을 되찾고 헛기침을 하더니 살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괘 괜찮아요. 저는 마법사잖아요? 체력을 기를 바에야 마법에…”

“체력은 국력. 마법사도 같아.”

“그 그건 맞지만…”

“마력도 올라가. 마법사 마력 중요해.”

“이야. 말 잘하네.”

내 논리정연한 말에 옆에서 카라가 감탄했다. 실제로 체력과 마력은 서로 연관돼 있다.

마력이 충분해도 체력이 부족한 경우가 꽤 많다. 체력이라기보다는 지구력이라 봐야겠지.

서로의 균형이 잘 맞아야 더 큰 효력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그레이스는 유달리 체력이 약한 편이다.

“시바르 말이 맞아요. 그레이스 씨 체력이 엄청 약하잖아요.”

여태까지 가만히 있던 루나가 끼어들었다. 그레이스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그녀의 능력치를 염탐한 모양이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자세한 능력치를 알려달라 하고 싶었으나 관뒀다. 이건 나중에 물어봐야지.

그레이스도 본인의 약점을 잘 알고 있던 것일까. 루나의 지적에 욱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걸 루나 씨께서 어떻게 아시는 거죠?”

“제단에 올라갈 때 혼자 빌빌거리셨잖아요. 엘리도 성큼성큼 올라갔는데.”

“그 그건…”

“더도 말도 딱 40까지만… 아니 엘리 바로 아래까지만 올리세요.”

이야. 체력이 40도 안 되는 건가. 도대체 얼마나 허약한 거야.

그레이스는 무어라 항의하려다 우리의 면면을 보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와 카라는 두말할 것도 없이 괴물이고 루나는 독종이라 체력보다 더한 힘을 내는 편이다.

“…알았어요. 하루는 학문을 하루는 운동을 해야겠네요.”

“좋아요. 대신 조심하세요. 시바르는 절대 안 봐주니까. 저도 처음에 아파서 죽는 줄 알았거든요.”

“…”

슬슬 루나의 주둥이가 시동을 거는 것 같은데. 나는 그녀의 입을 예의주시했다.

카라도 무언가 느끼기라도 했는지 루나를 곁눈질했다.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했다.

“…많이 아팠어요?”

“네. 그래도 익숙해지니 괜찮더라고요. 조금 짓궂은 면이 있긴 하지만.”

“그… 대체 무슨 운동을 하셨길래?”

이에 루나의 대답이 참 가관이었다.

“허리 운동?”

“…”

“…”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는 게 참 무섭다.

잠깐 싸늘하면서도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을 때 문득 시선이 느껴져서 앞을 바라봤다.

앞을 쳐다보니 나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단예린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서로를 한동안 응시한 지 얼마나 됐을까. 단예린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대여.”

“응?”

“공주님?”

싸한 분위기를 전부 깨뜨리는 단예린의 부드러운 목소리. 그에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그녀에게 쏠렸다.

단예린은 내 주위의 사람들의 얼굴을 둘러보더니 이내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상당히 고혹적인 미소다.

“오늘 밤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좋은 술도 준비했다네.”

“…”

“그럼 기다리도록 하겠네.”

할 말만 하고 떠나는 단예린.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멀거니 쳐다봤다.

만약 그녀가 대놓고 말했다면 꽤 시끄러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무슨 말을 하고 간 거야? 동방 언어라서 하나도 못 알아들었는데.”

“저도요. 시바르는 알아들었을 텐데.”

“무슨 말을 한 건가요?”

단예린은 동방의 언어를 사용했으니까. 여기서 동방의 언어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사실 나도 안다기보다는 알아 들었다는 부분에 가까웠다. 나는 그들의 질문을 듣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어제 식당 맛있었대.”

“식당?”

“응. 어제 추천했어.”

그레이스에게 이유 모를 죄책감이 쌓이는 것 같다.

[신앙이 상승합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은근슬쩍 끼는 단예린…

님!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댓글 하나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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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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