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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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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09

루나시치의 훌륭한 위치 선정 덕분에 좋을 뻔했던 시간이 모두 날아갔다.

나는 물론이요 엘리도 루나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냈지만 본인은 아무것도 모를 거다.

애당초 이쪽에 관심조차 없을 확률이 높다. 루나 성격상 관심 없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수준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엘리가 조금 삐지긴 해도 착하니까 어느새 풀릴 거다.

“전 잠깐 약초를 구분하고 올게요. 겸사겸사 차도 달이고요.”

“늘 수고해 주는군. 고맙네.”

“이 정도로 뭘요. 저도 도움을 받는 입장이잖아요.”

엘리는 나에게 받은 약초를 정리할 겸 차를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 막 채집한 약초는 말려야 효력이 나온다. 그러니 다른 걸 사용하겠지.

이윽고 엘리가 차를 내리러 가면서 자연스레 나와 루나 로드 이 세 명이 남았다.

“그래서 숲에는 별일 없었나?”

로드가 나에게 질문했다. 숲을 갔다 오면 항상 건네는 질문이다.

슬슬 혼돈의 숲 출입을 허가해야 하는지 고려하는 중이라 보고는 필수다.

조사원들이 있어도 숲 전체를 관리하는 나보다는 부족할 것이다.

“마땅히 없었어요. 하나만 빼면.”

“하나? 그게 뭐지?”

“곰이 죽어있었어요.”

“곰? 다른 포식자가 온 건가?”

곰이 죽었다는 말에 로드가 의문을 드러냈다. 이 세상에서도 곰은 나름 강한 개체다.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은 일반인 정도는 손쉽게 찢어 죽일 수 있었으니.

물론 무장을 갖춘 사람에게는 부질없다. 마력이 부족한 능력을 메꿔준다.

“아뇨. 상처는 없었어요.”

“상처가 없다라… 그렇다면 병인가? 시기가 시기인 만큼 역병이 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

“아니. 털이 깨끗했어요.”

역병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 털의 상태가 깨끗해도 너무 깨끗했으니.

말 그대로 영혼만 쏙 빠져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최대한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내 설명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로드의 표정도 점차 굳어졌다. 뭔가 아는 게 있는 얼굴이다.

“생명만 없어진 것 같다라… 듣기만 하면 악마의 소행인 것 같군.”

“악마가 그런 식으로 생명을 갈취하는 건가요?”

“방식은 저마다 다양하다네. 어떤 악마는 제물을 바치는 형식으로 갈취하지. 하지만 생명력을 온전히 얻기 위해서 살아있는 채로 흡수한다네.”

생명은 나무에 매달린 열매와 같다.

나무에 매달려 있다면 당도 및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영양분을 꾸준히 보충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매를 따는 순간부터 모든 것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생명도 이와 다를 게 없었다.

살아있는 채로 흡수해야 효율이 좋다. 때문에 흔적 자체는 거의 비슷하다.

“물론 이것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네. 언제까지고 나무에 맺힌 열매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반대로 말하자면 곰의 생명력을 산 채로 흡수했을 수도 있다는 거네요.”

“그렇지. 하지만 증거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네.”

그의 말이 맞다. 곰 하나만 두기에는 확신할 수 없다.

만에 하나 심장마비로 사망했을 수도 있지 않는가.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

“여기 차 가져왔어요.”

“고맙네. 아참. 엘리 학생.”

“네. 말씀하세요.”

“혹시 라타토스크를 불러줄 수 있겠는가? 물어볼 게 있어서 말일세.”

차를 내려온 엘리에게 로드가 부탁했다. 아무래도 포로리의 영역을 확인하려는 듯했다.

엘리도 처음에는 의문을 가졌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향한 곳은 바로 창문 쪽. 뒤이어 창문을 열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삐이이이익!

엘리가 입으로 불자 시원하고도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포로리가 호출용으로 준 악기인 듯싶었다. 아니면 서로 합의 하에 구매했다든가.

“왜 불렀어?”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창문을 통해 포로리가 등장했다.

여전히 대형견만한 덩치를 자랑했지만 전보다 털이 빠진 모습이다.

여름이라 털갈이를 한 거겠지. 겨울이 되면 다시 풍성해질 거다.

“총장님께서 불러달라 부탁하셨거든.”

“늙은 인간이?”

“응.”

“흠. 알았어.”

포로리는 늘 그랬듯이 겨드랑이에 도토리 하나를 끼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도대체 저만한 크기의 도토리는 어디서 구하는 건지 궁금하다. 나는 구경도 못 했는데.

“무슨 일이야?”

당당하게 소파에 기대어 앉은 포로리가 로드에게 물었다.

팔짱까지 낀 것이 이제는 사람이 다 된 것 같다.

“자네가 관리하는 영역에 이상한 점이 없나 싶어서. 혹시 아무런 상처도 없이 죽어있는 시체가 있었나?”

“그게 무슨 말이야?”

“마치 생명만 쏙 뺀 것 같은 시체가 없냐고 물었다네.”

“내 기억에는 없는데?”

“그런가.”

포로리의 영역에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면 기우였을 수도 있다.

“만약 비슷한 일이 생기면 얘기해주게나. 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 주의도 해야겠군. 색이 없는 존재를 경계하게.”

“색이 없는 존재? 그건 또 뭐야?”

“나중에 만나보면 알게 될 걸세. 특히 자네는 생명력이 넘치니 위험할 수도 있겠군.”

포로리는 영물이다. 그것도 굴라크의 총애를 받고 있다.

생명력이 충만하다 못해 철철 넘쳐흐를 정도다. 악마라면 필히 노리겠지.

포로리가 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조심할 필요가 있다.

“기습 조심해.”

“기습? 지금 나보고 기습을 조심하라고?”

내 충고에 포로리가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저 반응이 당연한 것이 포로리는 짐승이다. 인간보다 감각이 발달한 짐승.

바로 뒤에 접근하는 기척을 알아차리는 건 기본이고 반사 신경도 매우 뛰어나다.

원숭이에게 나무에서 떨어지지 말라고 하는 격이다.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이다.

“응. 조심해. 진심이야.”

“…뭐. 네가 그리 말하니 한번 믿어볼게.”

“네가 죽으면 내가 힘들어.”

“이 새끼가?”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다. 안 그래도 영역이 넓은데 포로리 것까지 관리하면 고역이다.

더군다나 포로리가 당했다는 건 악마측의 전력이 증가했다는 뜻.

영물을 흡수했다면 색깔이 변했을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다.

“시바르가 말을 잘했군. 기습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걸세. 만약 우리가 우려하는 게 맞다면 그놈들은 기척이 감지가 안 되거든.”

“기척이 감지되지 않는다고?”

“그래. 기척뿐만 아니라 생명을 탐지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생명이 없는 존재니까.”

어떤 생명이든 간에 기척이 존재하기 마련. 그러나 악마는 생명이 없는 존재다.

작정하고 어둠 속에 숨거나 도망가 버리면 추적하기가 매우 어렵다. 무조건 한 번에 처리해야 한다.

“듣기만 하면 이 녀석이 하는 짓이랑 똑같네. 얘도 숨는 건 잘하거든.”

“그때는 살고 싶었어.”

“하긴. 옛날에 넌 엄청 약했으니까. 이해는 간다. 아무튼 더 이상 할 말은 없지?”

없다. 원래라면 그 악마의 생김새에 대해 말하고 다녔겠지.

하지만 형태까지 모두 밝히는 순간 의심을 살 것 같아 그냥 입을 다물었다.

나와 로드가 친히 경고까지 했으니 저 다람쥐가 당할 일도 없을 거다. 당하면 병신이지.

이후로 포로리가 다시 숲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엘리가 우려온 차를 마셨다.

약초 특유의 알싸한 향기가 풍기는 것이 몸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그런데 아까 무슨 얘기를 한 거야? 숲에 무슨 일 있어?”

아직 사정에 대해 모르는 엘리의 질문이다. 그녀는 자세한 상황을 모른다.

이에 나는 로드를 쳐다봤다. 그가 대신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숲에 안 좋은 징조가 나와서 말일세. 시바르가 말하길 생명만 사라진 곰의 시체가 있었다더군.”

“그게 왜요?”

“악마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어서 말일세. 방학 기간에는 유니티 마을 근처에 악마가 출몰하지 않았는가?”

엘리도 내가 방학 동안 뭘 했는지 알고 있다. 선혈의 대검을 붕붕 휘두르는데 모를 리가 없지.

대신 악마가 아카데미를 습격한다는 건 말하지 않았다. 이건 다른 사람처럼 천천히 빌드업을 쌓을 예정이다.

더구나 엘리는 비전투직이라 괜히 말려든다면 골치 아프다. 최대한 안전하게 두는 것이 낫다.

“혹시나 하는 마음인 거지. 혼돈의 숲의 생태계는 아직 조성 중이니까. 악마가 난입하는 순간 머리 아프거든.”

“음… 그래요? 그럼 숲의 출입은 안 되겠네요.”

“그렇지. 일단 조사를 한 후에 결정을 내릴 걸세. 아직은 시기상조이니.”

“약초만 얻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전투에 큰 관심이 없는 엘리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약초는 내가 잘 구해줄 자신이 있다.

뒤이어 서로 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눌 때쯤이었다. 나는 옆을 힐긋거렸다.

옆에는 엘리가 다소곳이 앉아있었는데 거대한 둔덕에 자꾸만 시선이 갔다.

아까 만지려다가 말았던 것도 있고 계속 충동이 든달까. 그래도 꾹 참고 있다.

‘근데 엄청 무거웠지?’

내가 무겁다고 느껴질 정도면 엘리는 오죽할까. 사실 머리 두 개를 달고 다니는 격이다.

나는 잠깐 생각을 거치다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엘리의 뒤로 다가갔다.

“시바르?”

“잠깐만.”

꾸욱-

혹시나 싶어서 손가락으로 어깨를 누르니 세상에. 이게 돌인지 살인지 모르겠다.

엘리는 다른 사람에 비해 어깨를 주무르는 일이 꽤 빈번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엄청 아플 것 같다.

“엘리. 안 아파?”

“어깨 말이야? 아프지. 그래도 꾹 참고 있어.”

“안마해 줄까?”

“안마?”

“응. 배운 게 있어.”

이럴 때를 위해 배운 건 아니지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엘리는 나를 잠깐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빙긋 웃으며 허락했다.

어차피 가슴까지 만졌는데 어깨 정도야 껌이다.

꾸욱- 꾹-

“흐아아… 살 것 같다…”

“시원해?”

“응…”

마력을 침투시켜 뭉친 근육을 풀어주자 엘리가 탄성을 자아냈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몸도 흐물거리는 것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엘리 자네는 기립근을 단련하는 게 좋겠군. 안 그러면 척추에 심한 무리가 갈걸세.”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본 로드가 조언 하나를 건네줬다. 가슴 때문이라도 운동을 하라는 조언이다.

이 세상은 성형 수술 같은 게 없으니 저게 최선일 것이다. 확실히 지금이라도 하는 게 좋다.

“운동이요? 저 체력은 자신 있는데.”

“체력이 아니라 근력일세. 특히 자네 같은 경우는 허리가 중요하겠지. 내가 도와줄 수 있다네.”

“음… 알겠어요. 루나랑 같이 하면 되겠죠?”

“그레이스.”

“응?”

나는 루나가 아니라 그레이스를 입에 담았다. 그러자 엘리가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레이스랑 같이 해. 그레이스도 운동하거든.”

“그래?”

“응.”

“그럼 수업 끝나고 너네 방에 찾아가도 되지?”

“응.”

‘손님’으로서 방문을 허가하면 되는 일이다. 겸사겸사 같이 운동하면 되겠지.

처음에는 장난식으로 한 거지만 뭉치다 못해 딱딱한 어깨 근육을 보면 필수다.

이후로도 뭉친 근육을 세세히 풀어줬다. 아마 당분간은 편안한 느낌이 들 것이다.

“고마워. 덕분에 살 것 같네.”

“괜찮아.”

“시바르. 혹시 나한테도 해줄 수 있겠나?”

할아버지는 왜요. 내가 그런 표정으로 로드를 쳐다봤다.

나보다 사람의 몸을 잘 아는 양반이 왜 나한테 부탁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에 로드는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태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내 몸 곳곳을 파악하는 건 힘들다네. 손이 닿지 않는 곳도 있고.”

“…생각 읽었어요?”

“아니. 자네 얼굴에 다 드러나 있다만.”

그렇게 티가 나는가. 나는 얼굴을 더듬거리면서도 로드의 뒤로 다가갔다.

이윽고 로드의 뒤에 다가가니 널찍한 그의 어깨를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분명 노년에 접어들기 시작한 나이일 텐데 신체만큼은 정말 굉장하다.

이러니까 공간을 손쉽게 베고 다니는 거겠지. 나는 로드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와.”

엘리와 다른 의미로 돌 같은 근육이다. 뭉친 건 아니고 그냥 근육 자체가 돌이다.

사람이 만들 수 있는 한계치라고 봐야 하려나. 로드가 이런데 리제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심지어 리제는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근육이다. 일종의 스테로이드에 가깝다.

‘그런 말을 리제 앞에서 하면 처맞겠지.’

나는 상념을 떨쳐내고 로드의 어깨를 주물렀다. 수업 때 배웠던 기술을 그대로 사용했다.

로드도 내 마력이 침투해도 가만히 방치할 뿐 그대로 몸을 맡겼다. 대신 조언을 하는 건 잊지 않았다.

“잘 살펴보면 마력이 모여있는 곳이 있을 걸세. 그곳이 주로 근육이 뭉치는 곳이지. 동방에서는 혈이라고 부르더군.”

“혈?”

“그래. 사람의 몸 곳곳에는 혈이 있다네. 마력이 흐르는 곳이자 힘이 모이는 곳이지. 급소이기도 해서 여러모로 쓸모가 많을걸세.”

“음…”

그럼 그곳을 막아버리면 어떻게 되려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혈도를 막는다면 내가 재미있는 걸 보여주지.”

“…”

죄송합니다. 나는 생각을 바로 철회하며 어깨를 주물렀다.

그렇게 약 5분 정도 지났을 때 안마를 모두 끝냈다. 로드도 만족스러웠는지 몸을 움직였다.

“꽤 훌륭하군. 보답으로 내 재미있는 걸 알려주겠네. 이런 식으로 팔을 들어보겠나?”

“이렇게?”

나는 로드가 원하는 대로 팔을 들었다. 정확히는 팔꿈치를 보여주는 식이다.

이윽고 로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검지 손가락을 팔꿈치 쪽에 갖다 댔다.

“혈을 공략당하면…”

찌릿!!!

“끄아아악!!”

마력이 침투함과 동시에 팔 전체에 찌릿함이 감돌았다.

아니. 찌릿함을 넘어서 번개에 감전당한 것 같다. 벼락에 당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다.

얼마나 아프면 팔꿈치 쪽을 붙잡고 쓰러질 정도. 눈물이 찔끔 나올 만큼 아프다.

“이렇게 될 수 있다네. 특히 관절 쪽의 혈이 어마어마한 고통을 안겨주지.”

“아으으… 왜 왜요…? 난 아무것도…”

“은근슬쩍 혈에 마력을 침투하려는 거. 나는 다 느꼈다네.”

“으으…”

그래도 덕분에 좋은 지식을 얻었다.

“사실 혈이 아니긴 하다만.”

“…?”

그럼 대체 뭘 한 건데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팔꿈치 공격! 효과는 굉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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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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