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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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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9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때는 언제일까.

원하는 아카데미에 입학했을 때?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적어도 엘리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한 때는 지금이라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그것도 단 둘이서 말이다.

“시바르. 여기도 있어. 이거 가지고 가자.”

“응.”

“이거 캘 때는 조심해야 해. 뿌리가 다치면 효능을 잃을 수도 있거든.”

엘리의 조언에 시바르가 조심스레 약초를 캐기 시작했다.

덩치는 산만한 남자가 바닥에 쭈구려 앉아 약초를 캐는 모습. 엘리는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귀엽다.’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다. 시바르의 행동 하나하나가 엘리에게는 귀엽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마냥 아이처럼 느껴지는 건 또 아니다. 가끔 보여주는 남자로서의 강인함이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맨 처음 망키로부터 죽을 뻔했을 때도 그렇지 않았는가. 동화 속의 왕자님처럼 달려오더니 그대로 자신을 구해줬다.

‘그때 시바르가 없었으면 난 죽었겠지?’

아마 확실하게 죽었을 것이다. 루나는 거리가 멀었고 자신은 공포에 질려 몸도 움직일 수 없었으니.

그래서일까. 그때 이후로 시바르라는 사람 자체에 더욱 호감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외모는 그닥 상관없었다. 목숨을 구해준 은인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은인에게는 응당 보답을 하는 것이 사람으로서의 도리다.

‘나는 다른 분들과 달리 배경이 평범하니까…’

자신은 시골 출신 그것도 깡촌 중의 깡촌에서 넘어온 학생이다.

루나는 적어도 입학 수석이라는 타이틀이 있으나 자신은 아무것도 없다.

반면 시바르에게 호감을 표하는 중인 그레이스와 카라를 보아라. 그들의 배경은 무시무시하다.

그레이스는 베르체 공작가 영애이며 카라는 권위 의식과 거리가 멀다지만 한 국가의 공주다.

고작 평민인 자신과 비교하기에는 매우 실례다. 외모조차 두 사람 모두 매력적이다.

‘그나마 가슴은 크지만…’

엘리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누가 봐도 크다할 수 있는 살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유전이라면 유전인 몸매. 확실히 우위인 건 고작 이거 하나밖에 없었다.

약초에 대한 지식? 그런 것보다 카라의 무력과 그레이스의 재력이 더 좋다.

심지어 몸매마저 전부 평균 이상이다. 남자들이 혹할만한 부분은 모두 갖고 있었다.

‘에이. 뭐 어때.’

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침울해졌거나 금방 포기했을 터.

엘리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시원하게 넘어간 데다가 그 둘을 경쟁자라 생각하지 않았다.

경쟁자가 아니라 사이 좋은 친구. 그것도 같은 사람을 마음에 둔 친구다.

‘엄마가 친구끼리 싸우는 건 아니라고 했어.’

시바르를 좋아하는 걸 넘어 사랑하는 건 맞다. 욕심에 이끌려 혼자 독차지하고 싶은 것도 맞다.

허나 엘리는 판단했다. 어차피 선택권은 시바르에게 있는데 자신이 왈가왈부할 수 있냐고.

그렇다면 마음만 확인하자. 다른 여자를 들여도 괜찮으니 좋아하는 마음만 확인하면 된다.

“시바르.”

“응?”

“시바르는 나 얼마나 좋아해?”

“하늘만큼 땅만큼.”

“히히.”

이런 식으로. 엘리는 시바르의 무뚝뚝한 대답 속에서 약간이나마 감정을 느꼈다.

아직 어려서(?) 사랑이라는 개념을 잘 모르겠지만 천천히 배우면 그만이다.

그 사랑을 베풀 수만 있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시바르. 시바르는 아직 사랑이 뭔지 모르지?”

“알아.”

“단어는 알고 있지. 하지만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잖아.”

“음…”

엘리의 물음에 시바르가 고민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어서 속내를 읽기 힘들었다.

그래도 괜찮다. 사랑을 느끼지 않아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있을 테니.

엘리는 그 감정을 좀 더 끌어내기 위해 천천히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시바르. 시바르는 나 같은 여자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

“예쁘다?”

“그것도 맞지만 다른 거. 가슴이 막 떨리거나 긴장되지는 않아?”

“싸울 때 그래.”

“음…”

확실히 설명은 어렵다는 걸 깨달은 엘리였다. 결국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정했다.

시간이 흐르고 시바르가 인간관계가 깊어지다 보면 자연스레 깨닫겠지.

사랑이 얼마나 달콤한 감정인지 또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말이다.

‘대신 일방적인 상태로 아이를 가지는 건 안 돼.’

부모가 가르쳐줬다. 세상에는 짐승 같은 사람이 많으며 강제로 탐하는 인간이 많다고.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으나 그레이스의 사건을 듣고 나서 깨달았다. 세상에는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 많다.

그나마 시바르는 그것이 ‘잘못’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가르침을 받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본능적인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남자는 모두 늑대라는 말이 있듯이 시바르의 욕망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이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솔직히 나한테 풀어줬으면 좋겠는데.’

엘리는 시바르를 힐긋거렸다. 그는 열심히 약초를 채집하고 있었다.

사실 여태까지의 스킨십 아니 스킨십을 넘어서서 애무에 가까웠던 접촉이 상당히 많다.

시바르의 욕망을 풀기 위해서라지만 자신도 은연히 원하고 있었다. 일종의 어필이라 해야겠지.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

그레이스나 카라에게는 상대도 안 될 거라는 건 안다. 하지만 한 방 먹이고 싶었다.

시바르와 처음 만난 사람은 자신이었으니까. 달콤한 간식을 먼저 선점했는데 점점 빼앗기는 기분이다.

“시바르.”

“응?”

“혹시 여태까지 뽀뽀 연습 몇 번이나 했어?”

그래서 아주 조금씩 물들이자. 엘리는 최대한 속내를 감추며 시바르에게 물었다.

이에 시바르는 눈을 끔뻑거렸다가 시선을 위로 두며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없어.”

뒤이어 다시 엘리를 바라보며 답했다. 신입생 연회 후로 이성과 입맞춤을 한 적은 없다.

“정말로? 그레이스 씨랑 동거하는데도?”

“응.”

“이건 좀 의외네.”

엘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워했다. 그레이스와 동거를 하면서 뽀뽀 정도는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한 집에 사니 용기가 없었던 걸까. 그레이스는 웬만해서 시바르를 건드리지 않았다.

몸이 가까워지니까 방심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럼 주말마다 나랑 연습할래? 연회 때 알려줬지만 그때 후로 못 했잖아.”

“…그래도 돼?”

“응. 난 시바르를 좋아하니까. 시바르도 나 좋아하지?”

“좋아해.”

“그러면 뽀뽀 정도는 괜찮아. 전에 말했다시피 애인이 되기 전의 연습이지.”

다른 사람 특히 그레이스나 카라가 봤다면 헛소리 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없다. 이 숲에는 엘리와 시바르만 남아있을 뿐.

단 둘이 있는 시간이 흔치 않다. 엘리는 시바르에게서 말이 없자 허락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어서 살금살금 그의 앞으로 다가간 후 조심스레 두 손으로 얼굴을 붙잡으며 말했다.

“앞으로 이 말을 많이 들을 거야. 그러니까 대비하고 있어야 해.”

“무슨 말?”

“좋아해.”

그 말과 함께 엘리가 까치발을 들었다. 이윽고 얼굴을 시바르 쪽으로 서서히 내밀었다.

이대로 간다면 전처럼 달콤한 입맞춤을 할 수 있을 터. 이건 엘리도 원하던 바였다.

스윽-

하지만 이게 어찌된 일일까. 엘리의 예상과 전혀 다른 상황이 펄쳐졌다.

평소였다면 순순히 받아들였던 시바르가 그녀를 슬쩍 밀어낸 것이다. 명백한 거부의 표시.

“…시바르?”

엘리는 눈을 깜빡이며 그를 쳐다봤다. 충격보다는 의아함이 먼저였다.

어째서 시바르가 자신을 밀어내며 거부 의사를 표한 걸까. 분명 분위기는 좋았는데.

“지금은 안 돼.”

시바르가 단호하게 말했다. 단호해도 너무 단호한 목소리.

엘리는 마음이 점차 불안해짐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적지 않은 충격으로 목소리가 떨렸다.

“왜 왜? 혹시 나 싫어졌어?”

“아냐. 나도 엘리 좋아해.”

“그 그러면?”

“뭐 먹고 있어.”

“…?”

뭐 먹고 있다는 시바르의 대답. 엘리의 고개가 절로 갸웃거렸다.

설마 약초를 캐는 사이에 벌레라도 주워 먹은 것인가. 그녀는 의문을 담아 물었다.

“벌레라도 먹었어? 난 상관없는데. 난 시바르의 입이 더 좋아.”

“그게 아니라 버섯 먹었어.”

“…잠깐만. 버섯? 무슨 버섯?”

엘리는 약초에 대한 지식이 뛰어나다. 그리고 버섯 또한 일종의 약초로 사용할 수 있다.

자연스레 버섯에 대한 전문성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시바르의 말에 다른 의미로 불안해졌다.

그사이 시바르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말하기를 망설이다가 손을 내밀었다. 작디 작은 붉은색 버섯이 쥐어져 있다.

“붉은색에다가 흰색 점박이… 아 안 돼!! 당장 뱉어! 당장 뱉으라고!!”

“맛있는데.”

“이거 독버섯이야!! 이거 한 입이라도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엘리가 화들짝 놀라며 시바르에게 달려들었다. 지난번에도 벌레를 먹었다가 몸져 누웠지 않았는가.

그때 일이 떠오른 나머지 격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시바르는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이거 맛있어. 톡 쏘는 맛이 강해.”

“그거 다 독이야! 빨리 뱉어!”

“싫어. 자주 먹었던 거야.”

“아이 진짜…”

결국 매달리다가 포기했다. 힘으로 시바르를 이기는 건 불가능했으니.

“너 나중에 쓰러지기만 해 봐. 그때는 가만 안 둘 거야.”

“어떤 식으로?”

“가슴 못 만지게 할 거야. 앞으로 평생.”

저 말은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퉤엣! 퉷!”

시바르가 곧장 입에 남아있던 버섯을 전부 뱉어냈으니까. 이뿐만 아니라 나머지 버섯도 전부 버렸다.

엘리는 그 반응을 보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시바르는 가슴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응.”

“그럼… 지금 만질래?”

“나중에. 손 더러워.”

“착하다. 착해.”

정말이지 말을 예쁘게 하는 시바르다. 엘리는 부드럽게 웃어줬다.

이것도 전부 교육 덕분인 것일까. 아니면 시바르의 천성인 것일까.

뭐가 됐든 간에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시바르는 확실히 선하다는 것을.

“시바르.”

“응?”

“사랑해.”

“…”

그래서 더욱 빠져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엘리는 기습적으로 본인의 마음을 고백했다.

이에 시바르가 멍한 표정을 지었을 때 엘리가 검지 손가락으로 그의 코를 톡- 치며 장난스레 굴었다.

“이것도 연습. 앞으로 많이 듣게 될 거야.”

“…누구한테?”

“나한테.”

“…”

시바르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차마 엘리의 얼굴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슬금슬금 피했다.

그런 반응이 귀여웠던 걸까. 엘리는 시바르의 팔을 붙잡고는 가슴 쪽에 밀착시켰다.

흔히 여자들이 말하는 여우짓. 하지만 엘리는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

본능적인 행동에 가깝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달라붙고 싶은 본능.

“어때? 이것도 좋지?”

“…응.”

“앞으로 많이 해줄게. 다른 사람 앞에서 하기는 좀 그러니 이렇게 둘이 있을 때만. 알겠지?”

마냥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두 남녀는 숲에서 알콩달콩한 취미를 즐겼다.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으며 거주지로 돌아갈 때까지 유효했다.

“…”

그리고 사냥꾼은 그 모습들을 말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들의 대화를 통해 목표의 신상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딱 하나가 부족했다.

‘붉은 마력의 유무 확인은 아쉽지만… 이만 돌아가야겠군.’

그는 다시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

본진으로 돌아간 사냥꾼은 그동안 관찰한 것들을 모두 보고했다.

시바르가 어디서 왔는지 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강한지 등등.

남색의 악마는 그 보고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왜인지 몰라도 흐뭇한 얼굴이다.

“그리고 붉은 마력은… 아쉽게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냐. 괜찮아.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는데… 옆에 애인이 있었다고?”

“예. 누가 봐도 애인이었습니다.”

사냥꾼이 보기에는 애인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사실 다른 여자가 더 있었으나 숲에 한해서다.

남색의 악마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뒤이어 한 가지 질문을 꺼내며 사냥꾼을 약간 당황하게 만들었다.

“자식은?”

“예?”

“생물학적 자식이 있던가? 아니면 가능성을 유추하게 만드는 대화는?”

“음… 제가 들었을 때는 없었습니다.”

“그런가.”

그 말에 남색의 악마가 진정으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쉽군. 다음에도 보고할 수 있도록.”

“아. 그리고…”

남색의 악마가 덧붙여서 명령헀다.

“애인으로 추측되는 인간 여자도 건드리지 마. 알겠나?”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웬만해서 지켜보기만 해. 정 안 되면 위협이 안 되는 선에서 질문만 하던가.”

의외로 신사적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신사적인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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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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