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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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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8

이쯤 되니까 확신할 수 있었다. 가이아는 나를 싫어한다.

그것도 단순히 싫다는 정도가 아니라 혐오하는 수준이다. 지금 내 손 상태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방금 전 에리카가 시전한 신성한 장막. 기본적인 방어적 능력과 함께 신성력도 깃들어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깰 수 있다. 하지만 전에 있던 일이 떠올라 힘을 쭉 뺀 것이다.

전력을 치기보다는 약간 실험식으로 툭 치는 느낌. 그럼에도 돌진을 하고 있던지라 위력은 강했다.

‘살살 쳤는데 이 정도라고?’

나는 천천히 재생 중인 주먹을 바라봤다. 그때처럼 근육까지는 아니더라도 살이 다 타버렸다.

어지간한 화염과 폭발에도 멀쩡한 신체다. 하지만 유독 가이아의 신성력에 취약하다.

심지어 굴라크의 벼락조차 이 정도는 아니다. 분명 뭔가 있는 게 확실하다.

‘일단 깰 수는 있는데…’

신성 장막을 깨는 건 쉽다. 내구도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니까.

다만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 몸에 닿으니까 너무 아프더라.

웬만한 고통에 적응했다지만 이건 차원을 달리했다. 염산을 손에 담군 것 같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아픈 건 싫다. 어른조차 주사를 무서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너 손 괜찮아? 아까 심하게 다친 것 같은데?”

“괜찮아. 다 나았어.”

“다행이네. 그런데 저거 원래 저러나? 나도 가이아 님은 잘 모르는데.”

카라가 신성 장막과 그 안에 숨어있는 사람을 보며 의문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그녀는 신성 장막 때문에 내가 다쳤다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만 그런 거지 카라에게는 평범하디 평범한 방어막에 불과할 것이다.

“한번 쳐봐. 나만 이럴 거야.”

“그래?”

투웅!

카라가 대답과 함께 장막을 주먹으로 쳤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나와 달리 카라의 주먹은 매우 멀쩡했다. 이에 그녀가 의문을 품었다.

“이상하네. 왜 너만 반응이 있는 거야?”

“나도 몰라.”

“깰 수는 있어?”

“응. 무기만 있으면.”

무기만 있다면 못 깰 건 아니다. 주먹질은 차마 아파서 못 깨겠다.

“여기 적당한 게 있네. 자.”

“고마워.”

때마침 주변에 전투 망치가 하나 있었다. 에리카에게 축복을 받고 나에게 달려든 놈의 무기다.

참고로 그놈은 현재 흰색 보호막에 에워싸여 있다. 시간이 흐르고 의식을 차리면 다시 난입하겠지.

단 말보로가 설명했던 것처럼 의식이 없다면 부활은 불가능하다.

‘일단 깨고 보자.’

신성한 장막은 일반적인 보호막과 차별되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바깥에서 안쪽을 살펴볼 수 없다는 것.

반대로 안쪽에서 바깥은 볼 수 있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전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걸 대비할 필요가 있다. 내가 난리를 치는 걸 봤으니 아예 작정하고 신성력을 쓸 수도 있지 않는가.

콰앙!

전투 망치를 두 손으로 잡고 힘껏 내려쳤다. 아까보다 힘을 더 강하게 줘서 그런지 벌써부터 균열이 일어났다.

망치질 한 번으로 깨뜨렸다가 폭발할 수도 있어서 천천히 깰 예정이다. 이에 재차 망치로 내려찍었다.

콰직! 콰드득!

장작을 패는 것처럼 찍어내리니 어느새 깨지기 직전까지 다가왔다. 나는 전투 망치를 손에 쥔 채 뒤로 물러났다.

혹여 안쪽에서 나에게 빅엿을 먹일 수도 있었으니 가능하면 멀찍히 떨어지는 게 좋다.

‘때마침 좋은 무기가 하나 있네.’

나는 전투 망치가 아니라 바닥에 널부러진 도끼 한 자루를 주웠다. 당연하지만 다른 학생이 쓰던 거다.

뒤이어 도끼를 던지기 위해 두 손으로 붙잡은 뒤 자세를 잡았다. 남은 건 깨지기 직전인 신성 장막을 완전히 부수는 것.

균열이 난 신성 장막이 복구되지 않는 걸 보면 에리카 쪽에서도 수를 쓰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대로 당해줄 생각은 없다.

“흐읍!”

후웅!

힘을 주며 던지자 힘차게 날아가는 도끼.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력까지 합쳐졌으니 위력이 상당할 것이다.

콰직!

머지않아 도끼는 신성 장막에 정확히 꽂혔다. 나무에 꽂힌 것처럼 말이다.

어지간하면 튕겨져 나가겠지만 꽂혔다는 건 보호막으로서의 효능을 상실했다는 뜻.

콰직- 콰지직-

내 예상대로 보호막이 슬슬 깨지려는 기미가 보였다. 혹시나 싶어서 카라를 곁에 붙였다.

“카라. 저기서 신성력 날리면…”

“막아달라는 거지? 알았어.”

“고마워.”

“고맙긴 뭘.”

쩌어엉!!

카라와 담소를 나누는 동안 신성한 장막이 산산조각 났다. 나는 그 광경을 보자마자 손가락을 내밀었다.

에리카가 쓸데없는 짓을 하기 전에 기절부터 시킬 작정이다. 그녀의 성격상 다짜고짜 신성력을 날릴 수도 있다.

“…축복을!”

“응?”

장막이 유리 조각처럼 깨지고 안에서 에리카와 곁의 호위들이 드러났을 때였다.

이미 안에서 기도문을 읊고 있었는지 에리카가 힘차게 외치며 하늘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래. 옛날에 라그나로크가 산산조각 났던 사건 있지 않나. 그때 리제가 보여줬던 폼 그대로다.

‘저 말은…’

오싹!

순간 전신이 오싹해졌다. 체내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느낌이다.

야생의 본능이 위험하다고 외침과 동시에 위를 올려다 봤다. 황금빛 무리의 기둥이 나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에리카는 장막이 깨지자마자 나에게 신성 주문을 가한 모양이다. 예측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위험했다.

‘그런데…’

카라와 함께 뒤로 훌쩍 물러났을 때였다. 나는 뒤늦게 이상함을 감지했다.

분명 황금색 빛기둥을 피했는데 어째서 내 위에 그대로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왜 나에게 내려오는 걸까.

‘이거 설마…’

문득 소울 월드에서 대악마 전용 신성 주문이 떠올랐다. 평범한 축복 같지만 다르다.

플레이어에게는 버프를 악마에게는 지독한 도트딜을 주는 주문이었으니까.

엄밀히 따지자면 ‘생명체’에게만 이로운 축복이다. 반대로 악마에게는…

‘성역화?’

끔찍한 고통을 선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후반부에서도 유용하게 쓰는 주문이니.

신성력 소모가 어마어마하다는 단점이 있어도 주문 자체는 쉽다. 눈으로 목표만 정확히 지정하면 끝이다.

번쩍!

이윽고 하늘에서 아른거리던 빛기둥이 나를 향해 내려오고.

치이이익!

“아아아악!”

나는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타들어가는 수준이 아니다. 몸 전체가 녹아내리는 것 같은 고통.

숲에서도 이런 고통은 겪지 못했다. 늑대에게 물려도 맹독에 당해도 굳건히 버텼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육체적 고통은 물론이거니와 이상하리만치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시바르! 괜찮아?! 정신 차려!”

“으으… 아 아파…”

얼마 가지 않아 축복은 사라졌다. 허나 내 몸에 남아있는 고통은 그대로다.

나는 바닥에 엎드린 채 덜덜 떨었다. 몸은 조금씩 재생되고 있었지만… 정신은 아니다.

“지금이에요! 어서 빨리!”

“언니! 이게 무슨 일이야?! 시바르는 또 왜 이래?!”

“우아아아아!!”

“나도 몰라! 일단 시바르부터 지켜!”

내 귀에 온갖 잡다한 목소리가 뒤죽박죽으로 섞였다. 루나가 참가한 것 같다.

‘아파. 왜? 어째서? 신성력이 왜 아프지?’

진정하고 싶어도 몸이 진정되지 않았다.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으며 머리만 혼란스러워졌다.

단순히 몸만 아픈 거라면 버틸 수 있다. 허나 도통 말을 듣지 않았다.

신성력 특히 가이아의 신성력에만 유별나게 반응한 것도 의아했다.

실제로 손에 산성을 들이부어도 이만큼 난리를 치지 않았을 것이다.

“쿠억!”

“조금만 버티자! 넌 뒤를 맡아!”

“네 네!”

“연주야! 지켜보지만 말고 뭐라도 해 봐!”

아프다. 몸은 전부 재생했지만 아픔은 사라지지 않았다.

몸에 남아있는 흉터가 욱신거리는 것처럼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왜…? 도대체… 왜…?’

내가 가이아에게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아픔을 느껴야 하는 걸까.

피해자는 난데. 평범하게 살고 있다가 느닷없이 이곳으로 끌려온 건 난데.

왜 내가 이런 고통을 느껴야 하는 거지? 가이아는 왜 나를 싫어하는 걸까?

‘대답도… 안 해줬잖아…’

신전에서조차 대답해주지 않았다. 굴라크조차 신령을 보내어 설득시켰다.

하지만 가이아는 뭘까.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나를 싫어하는 걸까.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억지로 끌려온 건 나다.

[훌륭한… 군요. 실험…]

뭐지.

[다음 단계로… 그릇을…]

이 목소리는 또 뭐야.

혼란스러운 정신 속에서 알음알음 들리는 목소리들.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흉터를 건드렸을 때 그 상처를 입었던 기억이 나는 것처럼 무언가 드문드문 떠올랐다.

‘발견. 실험. 구속. 고통. 신성. 그릇.’

단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상황 자체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오직 단어만 띄엄띄엄 떠오를 뿐.

‘우리… 아이…’

아니. 전부 집어치우자. 이제는 다 싫다.

어떻게든 가이아를 끌어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쪽에서 대답이 없다면 이쪽에서 대답을 끌어내도록 만들어야겠지.

몸과 정신 모두 고통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내린 결론이다.

나는 떨리는 손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고개를 들었다.

“사제님을 지켜라!”

“사제님을 지키면 이길 수 있다!”

사제가 문제다. 가이아에게 축복을 받고 있는 년놈들은 하나같이 문제다.

나한테 이런 고통을 준 건 가이아밖에 없다. 굴라크조차 못마땅하게 여길지언정 고통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이유는…’

이유는 꾸준히 말했다시피 모른다. 가이아조차 대답하지 않았고.

그러니 대답하도록 만들자. 에리카의 목을 따버린다면 적어도 관심은 주겠지.

‘그런데 에리카는 혼돈의… 아냐. 가이아야. 아직까지는.’

나는 옆에 놓여있던 망치를 슬그머니 쥐었다. 남은 건 에리카에게 돌진하는 것뿐.

“시바르! 정신이 들어?”

“…”

“시바르? 왜 대답이…”

내 이름을 부르는 카라는 무시했다. 지금 중요한 건 카라가 아니다.

저기 뒤에 있는 에리카다. 나는 주위를 가볍게 무시하고 에리카에게 직진했다.

작정하고 뛰는 거라서 학생들은 나를 제지하지 못할 터. 다시 말해 에리카의 코앞까지 왔다는 뜻이다.

“허억…!”

“…”

에리카는 내가 바로 코 앞까지 다가오자 두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보니 특유의 근육폼이 아니라 평범한 몸매로 돌아왔다. 가슴도 작아진 걸 보면 신성력을 다 쓴 모양.

하기야 성역화는 쉽긴 해도 신성력 소모가 심한 주문이다. 이전에 적지 않은 신성력을 쓰기도 했고.

[괜찮…]

안 괜찮다. 나는 귀에 들리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전투 망치를 위로 들었다.

이윽고 담을 수 있는 모든 악감정을 담아 강하게 내려쳤다. 마력까지 담았기에 에리카는 버티지 못할 터.

아카데미에서 주는 보호막조차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제는 힘 조절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가이아에게 대답을 듣고 말겠다. 어째서 나를 아프게 만드는 건지.

휘익-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에리카의 경악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과 그에 대비되는 분홍색 머리카락. 아주 좋은 얼굴이다.

뒤이어 에리카의 머리 위로 망치가 떨어지려던 찰나 갑작스레 시야가 바뀌었다.

꽈아앙!!

그러나 내 망치가 멈추는 일은 없었다. 요란한 소리가 경기장 내를 가득 채웠다.

충격파로 인한 돌풍이 사방에 퍼지고 내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휘날렸다.

만약 에리카의 머리였다면 충격파 따위는 없었을 터. 다시 말해 단단한 무언가가 그녀를 지켰다는 뜻이다.

“…늦지 않았군요.”

“…”

익숙하다면 익숙한 뒷모습이다. 나는 그 뒷모습을 멀거니 지켜봤다.

이어서 내 공격을 등으로 막은 사람이 서서히 내 쪽으로 돌아봤다.

“괜찮습니다. 시바르 씨.”

“…리제.”

리제였다. 근육폼의 리제가 아닌 평범한 모습의 리제.

방금 전 내 공격 때문일까. 그녀의 입에서는 한 줄기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은 미소 짓고 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괜찮습니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서 리제의 목소리가 울리듯이 들렸다.

조금 전 뒤죽박죽으로 섞였던 목소리들과 다르다. 리제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선명하다.

포옥-

정신이 멍해졌을 때쯤 리제가 자연스레 나를 안아줬다. 푹신하고도 포근한 감각.

동시에 기이하리만치 그리운 느낌이다. 생각해 보니 리제가 나를 안아준 적이 있던가.

엘리라면 몰라도 리제에게 안긴 적은 없었다. 동거했던 시간에서도 마찬가지.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응.”

나는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쥐어짜듯이 말했다.

“아픈 거… 싫어…”

왜 저런 말을 했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헤으응… 안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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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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