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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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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9

루나는 난투에서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바르의 일방적인 학살극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아무리 상대방 쪽에서 대처를 한다고 해도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무력한 법. 그래서 마음 편히 난투에 임했다.

그냥 자신에게 오는 사람들만 처리하자. 이렇게만 해도 점수는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다.

이런 마음 가짐으로 임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터져버렸다.

‘시바르가 왜 이러지? 대체…’

그녀의 차례가 되었을 때였다. 마음 편히 입장했으나 눈 앞의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시바르가 쓰러져 있다. 바닥에 엎드린 채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을 호소했다.

처음에는 설마 그때의 병이 다시 발병한 건가 싶었지만 그건 또 아니었다. 우선 몸 곳곳에 남아있는 심한 화상들.

“언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나도 몰라! 저 분홍머리가 무슨 짓을 했는데…!”

“으으… 아파…”

카라가 당황하고 있는 동안에도 시바르는 고통을 호소했다. 루나의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시바르가 심하게 다친 적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라타토스크와의 혈투 두 번째는 헥토르와의 혈투.

하지만 이렇게 고통을 호소한 적은 병마 이후 두 번째다. 평소 시바르는 신체적 고통에 무덤덤한 경향이 짙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기 몸을 사리지 않는 짓을 하지 않았을 터. 허나 지금은 온몸을 벌벌 떨며 아파하고 있다.

욱신!

“으윽…”

루나는 인상을 구겼다. 왜인지 몰라도 시바르의 모습을 보니 눈이 욱신거렸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나아진 걸 보니 간혈적으로 일어나는 통증인 듯싶었다.

최근 누군가의 능력치를 보는 것이 습관화되어 이런 일이 자주 발생했다. 그 후유증인 것 같다.

“일단 시바르부터 지켜!”

“네 네!”

당장 시급한 건 시바르가 회복하는 것이다. 루나는 이때다 싶어 몰려드는 인원을 막았다.

어찌저찌 막고 있긴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힘이 부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만약 로드에게 훈련을 받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나가떨어졌을 터. 루나는 이를 악 물며 막아냈다.

‘언제쯤…’

투웅!

체력적인 문제로 조금씩 밀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뭔가 발사되는 것 같은 기척이 느껴졌다.

그 기척을 눈으로 쫓아가니 아니나 다를까. 언제 회복됐는지도 모를 시바르가 달려가고 있었다.

“시 시바르!”

루나가 다급히 불렀으나 시바르는 이미 멀리 뛰쳐나간 상황. 얼마나 빠른지 벌써 에리카의 코 앞까지 도착했다.

그를 막으려는 시도조차 전부 의미가 없었다. 공격은 전부 튕겨냈으며 몸으로 막아도 아예 날아갔으니.

특히 몸통박치기를 당한 학생은 관중석까지 날아갈 정도로 충격이 심했다. 적어도 뼈 몇 군데는 으스러졌으리라.

꽈아앙!!

이윽고 시바르가 전투 망치를 에리카에게 내려쳤다. 정통으로 맞았다면 에리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터.

순간 충격파와 함께 돌풍이 발생해 루나의 시야를 막았다.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거세게 휘날렸다.

“으으…”

먼지바람 때문에 잠깐이나마 눈을 뜰 수 없었다. 루나는 눈을 깜빡이며 최대한 눈을 뜨기 위해 노력했다.

뒤이어 눈물로 이물감을 씻어내고 간신히 눈을 떴을 때였다.

“…성녀님?”

당최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리제가 시바르를 꼬옥 안고 있었다. 루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아카데미 규정상 제 3자가 난입하는 건 절대적으로 금지다. 하지만 리제는 그걸 깨고 시바르를 막기 위해 직접 나섰다.

그래도 이것만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자칫했으면 에리카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으니까.

속으로 그 생각을 하며 상황이 종결되는가 싶었다.

파직!

“어?”

갑작스레 루나의 시야가 이상해졌다. 눈 앞에 섬광이 일어나더니 보이는 게 달라졌다.

화마에 휩싸여 불타는 세상. 쓰레기처럼 널부러져 있는 시체들. 어둑어둑한 하늘마저 가리는 연기까지.

그리고 그 중심에는 리제가 시바르를 껴안고 있었다. 주변의 풍경과 대조되는 애절한 모습.

마치 멸망을 나아가는 세상 속에서 함께 눈을 감는 듯한 분위기다. 허나 두 사람 다 겉보기에도 부상이 심했다.

‘팔이…’

리제는 시바르와 껴안고 있는 것과 별개로 한쪽 팔이 없다. 약간 남아있는 팔부분은 뼈만 삐죽 튀어나와 있다.

시바르라고 해도 다를 건 없었다. 그 뛰어난 재생력마저 전부 소진됐다는 듯 상처가 안 난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주위도 그렇고 두 사람이 저렇게 된 걸까. 루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다.

파직!

또다시 섬광이 일어나며 풍경이 변했다. 난투가 이루어지는 경기장이다.

루나는 방금 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혼란스러웠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방금 그건…

짜악!

그때 루나의 귀에 시원한 소리가 들렸다. 이에 그녀는 정신을 차리며 앞을 쳐다봤다.

바닥에 누워있는 시바르와 등을 돌리고 있는 리제. 그리고 그 앞의 에리카까지.

에리카의 고개가 돌아가고 리제가 손을 들고 있는 걸 보면 뺨을 때린 모양이다.

짜악! 짝!

한 번이 아니다. 리제는 분을 이기지 못했는지 에리카의 뺨을 연달아 후려쳤다.

성녀폼이어서 망정이지 권성폼이었다면… 아마 뼈도 못 추렸지 않았을까.

삐이이익!

[잠깐 난투를 중단하겠습니다. 학생들은 대기해 주십시오.]

뒤늦게나마 난투를 중단한다는 방송이 울려퍼졌다.

짜악!

하지만 리제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

난투가 끝나면서 시바르는 그 즉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시바르뿐만 아니라 부상을 당한 학생들도 마찬가지.

다행히 시바르는 크게 다친 곳이 없다고 의사가 진단했다. 의식을 잃은 건 피로가 갑작스레 쌓여서 그렇단다.

또한 그는 다른 학생과 달리 개인실을 사용했는데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리제의 요청이었다.

개인실이라 해도 지인들이 찾아오지 못하는 건 아니다. 따라서 루나를 포함한 지인들이 찾아올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네.”

“뭐가요?”

“어째서 시바르가 고통스러워했는지 모르겠어. 나는 멀쩡했거든.”

카라가 곤히 자고 있는 시바르를 보며 의문을 드러냈다. 그녀는 난투 당시를 떠올렸다.

주먹으로 보호막을 쳤을 때 자신은 멀쩡한 반면 시바르는 심한 화상을 입었다.

뛰어난 재생력 덕분에 묻힌 거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위험했을 정도로 심했다.

“성녀님께서는 이유를 알고 계시나요?”

카라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고개를 돌린 쪽에는 리제가 심란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다만 여기서 괄목할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다름아닌 리제 밑에 있는 존재다. 다시 말하지만 리제는 앉아있다.

보통 앉아있다라는 건 바닥이나 의자 위라는 뜻이지만 그녀의 밑에는 웬 분홍머리의 여자가 대가리를 박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원산폭격. 양팔을 뒷짐 지고 발과 머리로만 바닥을 지탱하는 체벌성 자세다.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고욕인데 그 위에 리제가 앉아있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알 것이다.

부들- 부들- 부들-

“으으…”

“똑바로 서세요. 제 말을 듣지 않은 벌입니다.”

“네 네에…!’

어떻게든 버티고 있으나 슬슬 한계로 보였다. 하지만 리제는 단호했다.

평소 자애로운 모습을 보여주던 그녀였기에 묘하디 묘한 장면이다.

“죄송해요. 어디까지 말씀하셨죠?”

“시바르가 이렇게 된 이유를 알고 계시냐고 물었습니다.”

“이유라… 무엇을 묻고 싶으신가요?”

카라는 리제 밑에 깔려있는 에리카를 힐끔거렸다. 이 모든 일이 그녀 때문이라 하니 당장이라도 한 대 때리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리제가 벌을 주고 있었으니 간신히 억눌렀다. 역시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 모양이다.

“에리카… 이 녀석이 가이아 신자인 것까지는 알아요. 그런데 신앙을 카오스로 바꿨다고 들었는데…”

“그건 아니에요. 혼돈에게 도움을 받았을 뿐 신앙 자체는 여전히 가이아 님에게 향해 있죠.”

“그 말은 즉 가이아 님께서 시바르를 싫어한다는 뜻이에요?”

“…”

카라의 지적에 리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상 무언의 긍정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하지만 카라는 의문을 풀 수 없었다. 싫다고 한들 사람을 너무 싫어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하다못해 굴라크조차 심심하면 벼락을 떨어뜨릴지언정 고통스럽게 굴지는 않았다.

오히려 신령까지 보내어 사근사근 설득했지. 가이아는 그런 것도 없다.

“…잠깐 나가주실 수 있을까요? 루나 씨를 빼고요.”

“…저요?”

“네. 루나 씨만 남고 나머지는 나가주세요.”

그러다 리제가 축객령을 내렸다. 그것도 카라가 아니라 루나를 제외하고.

카라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의아함을 품었으나 리제의 명령이라 군말없이 따랐다.

여기에 의자 대용으로 사용하던 에리카도 함께 나갔다. 처음에는 살겠다는 표정을 지은 그녀였지만…

“그럼 너는 우리랑 얘기 좀 하자?”

“그래요. 어디 한번 무슨 말을 하는지 보자고요.”

“아…”

이를 박박 갈고 있던 건 리제만이 아니었다. 에리카는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으로 나섰다.

이윽고 개인실에는 리제와 루나 마지막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시바르만 남았다.

“…”

“…”

어색한 침묵이 병실에 내려앉았다. 루나는 눈치를 보기 바빴고 리제는 뭔가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침묵도 그리 길지 않았다. 리제는 고개를 들어 루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루나 또한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며 입이 열리기까지 기다렸다.

“…루나 씨.”

“네 네!”

리제의 입에서 이름이 호명되자 힘차게 대답한 루나. 바짝 긴장한 탓에 자세도 빳빳해졌다.

그런 모습이 귀여웠던 걸까. 리제는 피식 웃었다가 살살 타일렀다.

“긴장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는 루나 씨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무슨… 이야기를…?”

“루나 씨.”

리제는 루나를 똑바로 직시하며 질문을 던졌다.

“루나 씨는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걸 볼 수 있으시죠?”

“!!”

그 물음에 루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며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 같다.

들키지 말아야 할 비밀을 들킨 것 같달까.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걸 어떻게…”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그러면 시바르 형제가 일반인과 다르다는 것도 알겠군요.”

“…네.”

“알고 있는대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루나는 리제의 부탁에 잠시 망설였다. 비밀을 들켜서 그런지 몰라도 경계심이 들었다.

어째서 그녀는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일까. 이것 또한 카오스가 알려준 것일까.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애당초 리제와 독대한 적도 거의 없다.

“…생명.”

“생명?”

“시바르가 생명과 거리가 멀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믿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성녀라 추앙받는 리제였으니.

흑심을 품고 접근했다면 다른 수를 썼을 것이다. 애당초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인물 중 하나이지 않는가.

일을 벌였다면 진작에 벌였을 터. 그 생각을 거친 루나가 알고 있는 바를 꺼냈다.

물론 전부 꺼낸 건 아니며 추측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충분할 것이다.

“생명과 거리가 멀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럼 시바르가 정말 악마…”

“악마와 연관된 건 맞습니다.”

“…”

너무나도 쉽게 나온 대답. 루나는 입을 다물었다.

허나 다음에 나온 리제의 대답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악마들의 유일한 희망이죠. 아니 희망이었죠.”

“그게 무슨 말씀…?”

“배 아파 낳은 자식이라는 말을 알고 계실 겁니다.”

당연히 알고 있다. 산모가 아이를 낳을 때 겪는 고통 그리고 자식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는 표현.

그 표현에 루나가 눈을 깜빡였을 때 리제가 씁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시바르 형제님이 딱 거기에 부합하고 있습니다.”

악마는 후손을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이름조차 짓지 못하고 사라졌죠.”

그렇기에 그들의 분노는 정당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응애. 아기 시바르.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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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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