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234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Chapter 234

몸은 멀쩡히 다 나았지만 루나의 말대로 하루는 병실에서 지내기로 정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퇴원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보는 눈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무엇보다 중간에 로드까지 찾아오는 바람에 울며 겨자먹기로 침대에 누웠다.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겠지.

“그러면 간호는 누가 해요? 적어도 하루 동안 여기에 있어야 하는데.”

어느새인가 우르르 몰려온 지인들. 그들 중에 엘리가 입을 열었다.

굳이 간병까지 해야 되나 싶었으나 다른 목적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내가 중간에 사고를 치진 않을까 걱정하는 거려나?’

조금 억울하다. 적어도 병원에서는 사고를 친 적이 없다.

아팠으면 아팠지 병원을 탈출한다든가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늘은 그렇게 할 예정이지만. 단예린이 내일 새벽 중으로 암살당할 수도 있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기숙사에 돌아가는 것이 마음 편하다. 하지만 적당한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 나았다고 해도 하루는 무조건 안정을 취하라고 했으니.’

내가 멀뚱멀뚱 천장만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그냥 다 같이 여기 있다가 저녁에 돌아가자. 한 명만 있으면 또 싸울 거잖아.”

사각- 사각-

엘리의 물음에 카라가 대답했다. 현재 그녀는 당도가 꽤 높은 과일을 손수 깎아주고 있다.

듣자하니 타타르의 명물 중 하나라고. 타타르는 당도가 높은 음식들이 많은데 과일도 똑같다.

나는 과일을 깎는 카라를 멀거니 바라봤다. 평소 괄괄한 이미지와 거리가 있어서 기분이 묘하다.

뭐랄까. 성숙함이랑 조신함이 합쳐져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의외로 잘 어울렸다.

“그러다 시바르가 아프면요? 누구 한 명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럼 루나가 있으면 되겠네. 우리끼리 있으면 싸울 테니까.”

“저는 왜요?”

본인이 지목당하자 루나가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저런 말을 하니 조금 섭섭하다.

그에 카라는 먹기 좋게 과일을 자른 후 나에게 넘겨줬다. 손에서 손이 아니라 손에서 입으로.

나는 입만 벌려서 달디 단 과일을 우물거렸다. 무슨 설탕을 바른 것처럼 엄청 달다.

“우리끼리 있으면 뭔 짓을 할지 몰라서. 그렇게 생각하지?”

“전 지금까지 시바르 씨랑 동거했는데요?”

“그럼 너도 제외. 여태까지 물고 빨고 했으면 됐지.”

“빠 빨지는 않았어요!”

“…”

그레이스가 얼굴을 붉히며 빼액 소리쳤다. 어감이 상당히 야하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카라도 일부러 그런 말을 꺼냈는지 그녀의 반응을 보고 키득거렸다. 건치 미소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여기서 루나가 빠지면 섭섭하다. 루나는 그레이스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의문을 던졌다.

“그럼 물기는 했다는 소리네요? 어디 물었어요?”

“물지도 않았어요! 엄한 사람 변태로 만들지 마세요!”

역시 루나의 주둥이는 제 3자의 입장에서 꿀잼이다. 혼돈을 알아서 유발시키거든.

익숙해지고 싶어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명치를 자주 맞는다고 해서 고통이 익숙해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정말 안 물었어요? 한 번도?”

“대체 어디를 물었다는 건데요?”

“입술이요.”

“…”

엘리도 만만치 않았다. 순수한 건지 아니면 일부러 저러는 건지 그레이스를 놀리기 바빴다.

당연하게도 그레이스는 얼굴이 새빨갛게 익다 못해 터지기 직전까지 다다랐다.

손가락으로 꾹 누루면 터지거나 붉은물이 뚝뚝 흐를 정도.

“그만해. 저러다 울겠다.”

“울기는 누가 울어요? 누구를 애인 줄 아나… 아무튼 오늘은 다들 돌아가는 거예요? 아시겠죠?”

결국 루나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들 기숙사로 돌아갔다. 나름대로 합의한 상황이다.

“제 의견은요? 제 의견은 묻지도 않았는데?”

참고로 루나의 의견은 묻지도 않았다. 그냥 다들 깔끔히 무시하더라.

따돌림 아닌 따돌림 같달까. 결국 루나는 내 곁에서 하루 동안 간병을 서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히 난투 덕분에 당분간 수업도 없다. 수업이라 해봤자 대부분 자율 훈련이다.

“…”

“…”

루나와 단 둘이 있으니 묘하게 어색하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을 텐데.

이야기라기보다는 은근슬쩍 신체 접촉을 했겠지. 나는 애써 모르는 척하면서 즐겼을 테고.

나와 루나는 같은 배를 탄 사이라지만 상당히 미묘하다. 동료 내지 친구에 가까운 사이.

더군다나 서로 할 이야기도 마땅히 없었다. 굳이 있어봤자 과거 이야기 정도랄까.

“그… 시바르?”

“응.”

“시바르는 어떤 게 가장 좋아?”

“뭐가?”

이번에는 주어가 아니라 목적어가 빠진 것 같은데. 대단하다면 대단한 화법이다.

루나도 내 말을 듣고 뒤늦게 알아차렸는지 다급히 빠진 부분을 채워넣었다.

“시바르는 외로움을 많이 타잖아.”

“내가?”

“응. 그런 게 자주 보여.”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하기야 루나의 말이 틀린 건 아닐 것이다.

숲에서 혼자 지냈다가 문명권에 들어오고 나서 외로움을 깨달았으니까.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자주 앵기는 편이다. 특히 엘리에게 가장 많이 안겼지.

비단 엘리뿐만 아니라 그레이스도 마찬가지다. 엘리와 반대지만 나 또한 그녀를 통해 온기를 전해받았다.

“외로움을 달래려면 어떤 게 가장 좋아? 역시 안는 거?”

“응. 안는 거 좋아.”

“으음…”

내 말에 루나가 고운 미간을 좁혔다. 고민하는 기색이다.

뒤이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를 똑바로 쳐바보면서 말했다.

“…그럼 내가 안아줄까?”

“루나가?”

“응. 딱히 할 얘기도 없고 잠이나 자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나는 잠을 잘 필요가 없는데. 하지만 루나는 그걸 전혀 모르고 있다.

하지만 거부했다가는 괜한 상처만 줄 것 같아 덤덤히 받아들였다. 이에 루나도 슬금슬금 움직였다.

평소 포니테일로 묶었던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푼 것부터 시작이었다. 머리를 푼 모습도 정말 잘 어울렸다.

‘이미지가 확 달라지네.’

활달한 이미지에서 유약한 인상으로 변하는 마술. 확실히 여자도 남자 못지 않게 머리빨을 많이 받았다.

이윽고 루나는 꼼지락거리면서 침대로 들어오더니 이내 이불에 쏙 들어왔다.

다른 사람에 비해 가녀린 편이라 푹신함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러면 괜찮지?”

“응.”

“피곤할 텐데 눈이라도 감아.”

안 피곤하다니까. 나는 말없이 그녀를 안아주면서 생각했다.

그러자 자연스레 등을 두드려주는 루나. 얘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리제와 뭔가 대화를 나눴을 수도 있겠지. 말해주지 않은 부분이 많았으니까.

‘그래도 뭐…’

마냥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언제나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했으니.

그에 조용히 눈을 감고 안락함에 빠지려던 찰나.

덜컥-

“시바르. 깜빡한 게 있는…”

누군가 병실 문을 활짝 열고 들어왔다. 나는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눈을 뜨고 문 쪽을 쳐다보니 엘리가 서 있더라. 그것도 딱딱하게 굳은 채로.

“…둘이 뭐하는 거야?”

엘리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뭔가 불륜 현장을 검거당한 것 같다.

이유는 몰라도 그렇게 느껴졌다. 지금 분위기가 딱 그렇다.

그리고 우리의 루나루나는…

“재우고 있었는데?”

“재워? 누가?”

“시바르.”

“…”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답할 뿐이었다.

이러니까 의심이 안 끊기지.

*****

불륜 현장을 검거당했으나 다행히 별 문제는 없었다. 엘리가 나를 격하게 안아준 것만 빼면 말이다.

얼마나 강하게 안았으면 그 거대한 지방덩어리에 질식할 뻔했다. 복상사를 했다면 그런 느낌이었겠지.

어쨌거나 시간이 흘러 새벽이 다가오고 내 곁을 지켜주던 루나도 잠에 빠져들었다.

“쿠우…”

“…”

그런데 굳이 나랑 같은 침대에서 자야했나. 나는 곤히 자고 있는 루나를 바라봤다.

오똑 솟은 콧날과 인형 같은 이목구비. 머리까지 풀어서 가녀린 인상이 더욱 강해졌다.

나를 재우기 위해 안아줬지만 정작 본인이 먼저 꿈나라로 가버렸다. 사실 예상 못한 부분은 아니다.

‘오히려 좋지.’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슬슬 자정을 넘어 새벽이 다가올 때다.

일단 나를 애착인형마냥 꽉 껴안고 있는 루나를 살살 떼어냈다.

그레이스보다 힘이 강한 나머지 몰래 빠져나오는 데에 애를 먹었으나 어찌저찌 빠져나올 수 있었다.

‘원래 힘이 이리 강했나?’

어쩌면 그 짧은 사이에 성장했을 수도 있겠지. 나는 그녀가 깨지 않게 발걸음을 죽이며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밖을 바라보니 오늘은 달빛도 거의 없었다. 깜깜하다 못해 칠흑에 가까운 밤거리.

등불이 중간중간 켜져 있었으나 저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더 좋다.

드르륵-

창문을 조심히 열고 가볍게 뛰어내렸다. 기숙사 위치는 미리 파악했다.

이윽고 어둠 속에 몸을 숨기며 기숙사를 향해 달려갔다. 맨발이라 흙바닥의 느낌이 전부 전해졌다.

원래 맨발이 더 편했는데 이제는 불편하다. 신발을 신지 않으니 시원하면서도 허전한 느낌이랄까.

‘나도 문명인이 다 된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다 보니 어느새 기숙사에 도달했다. 우선 내 방부터 확인하기로 정했다.

그레이스가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해야 되거든. 두 다리에 힘을 주고 개구리처럼 높게 도약했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2층 이상의 높이를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러고 난간을 손으로 잡으면 끝.

‘다행히 잘 자고 있구나.’

고개를 빼꼼 내밀어 안을 쳐다보니 그레이스는 편히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가끔 뒤척이긴 해도 아예 못 자는 건 아니었다.

나는 그녀를 두고 바로 옆방 그러니까 단예린의 방부터 확인하기로 정했다. 새벽이라 슬슬 때가 되었을 터.

그렇게 난간을 손으로 잡고 조금씩 움직인 뒤 고개를 빼꼼 내밀었을 때였다.

“…”

“…”

때마침 술병을 가지고 나오던 단예린과 딱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구도가 참 이상했다.

나는 난간에 매달린 채 고개만 빼꼼 내밀었고 단예린은 그런 나와 마주친 상황이었으니.

단예린은 몹시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떨떠름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서 뭐하나? 도둑질을 하러 온 건가?”

솔직히 할 말이 없다. 겉으로 보면 영락없이 도둑질을 하러 온 사람이었으니.

나는 난간에 매달린 채 눈만 데굴데굴 굴리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술 마시러 왔어.”

내가 생각해도 정말 구차한 변명이었다.

단예린은 내 변명을 듣고 피식 웃더니 대답을 꺼냈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혼자 마시고 싶네. 그러니 물러나 줬으면 좋겠군.”

“… …”

까였다.

“알았어…”

나는 시무룩하게 돌아갔다.

급하게 지어낸 변명이었지만 거절 당한 것 자체가 마음이 아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나랑 같이 술 마실래?

저리 가.

오케이. 바이…

님!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댓글 하나씩 부탁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