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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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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2

이연주의 거짓말은 금방 들통났다. 나도 그렇고 단예린도 그렇고 이미 다 눈치 챘으니까.

단지 거짓말을 어디까지 하는지 궁금해서 놀려먹은 것뿐이다. 은근 놀리는 맛이 있거든.

아. 물론 만질 데가 없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고 진짜다. 가녀려도 너무 가녀린 몸매.

사실 단예린이 큰 거고 이연주가 평범한 편이다. 아니 오히려 이연주의 몸매도 뛰어나다.

단지 특정 부분이 빈약할 뿐. 루나도 어느 정도 곡선이 보이는 편인데 이연주는 겨우 보일 정도다.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랬나? 사람 마음을 갖고 장난을 쳤으니 당연한 일이라네.”

“그러는 당신은요? 당신도 시바르를 갖고 장난 치는 게 아닌가요?”

“미안하지만 나는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라네. 물론 신뢰가 아직 덜 쌓이긴 했지.”

단예린은 그리 말하며 내 손을 조심스레 붙잡았다. 이번에는 가슴 쪽으로 갖다 대지 않았다.

단지 말 없이 조물조물거릴 뿐. 그녀는 미묘한 미소를 띠며 이연주에게 대답했다.

“하지만 신뢰가 쌓이면 이야기가 다르다네. 내 몸을 주기로 했거든.”

“뭐 뭐 뭐라고? 모 몸?”

“그래. 몸.”

“…”

이연주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와 단예린을 번갈아봤다. 동시에 얼굴이 미묘하게 붉어졌다.

뒤이어 그녀는 설마하는 목소리로 단예린에게 물었다.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내가 알고 있는 은어 맞지? 공용어에도 비슷한 말이 있는 걸로 아는데.”

“그대가 알고 있는 은어가 맞다네. 아니면 이렇게 말하면 되려나?”

단예린은 싱긋 웃더니 직설적으로 말했다.

“내 처음을 바칠 걸세.”

“그 그 그…!”

상당히 직설적인 말이 나오자 이연주가 고장났다. 아까 전의 뻔뻔함과 전혀 다른 모습.

부끄러운 것인지 아니면 너무 당황해서 그런 건지 얼굴이 눈에 띄게 붉어졌다.

나는 당황해서 저런 거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내가 그녀의 입장이어도 비슷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다 당신은 공주잖아! 그것도 황실의 공주!”

“그래.”

“그 그런 사람이 처음을 바치겠다니 말이 돼?! 정조를 깔끔히 유지하고 있어야…!’

이연주는 횡설수설하면서도 할 말은 다 했다. 요약하자면 결혼 전까지 정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이야기다.

시대상도 그렇고 동방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도 그렇고 이연주의 말은 하등 틀린 부분이 없다.

문란한 사람은 어딜 가나 기피 받기 마련이며 특히 고위층이 그러면 안 좋은 소문이 흐르는 법.

더군다나 여인의 정조는 일종의 ‘가치’로 매겨지는 편이라 철저히 유지해야 좋다.

“맞는 말이로군. 하지만 동시에 내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말이구나.”

“어이가 없다고?”

“이미 우리 황실은 골육상잔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네. 당장 나도 언제 어디서 목숨을 위협받을지 모르는 상황이지.”

그리 말한 단예린은 뒤쪽의 침대에 턱짓하며 말을 이었다.

“내 호위무사가 어디에 있는지도 궁금하지 않나?”

“…”

“그리고 여기 있는 핏자국이 왜 생겼는지도 궁금하지 않나? 아까도 그렇지만 생각이 짧군.”

이연주는 단예린이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나 또한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시선을 옮기니 핏자국이 진하게 남아있는 바닥을 볼 수 있었다. 저건 분명 여혜가 흘린 피일 터.

코피밖에 흐르지 않았으나 안쪽이 심하게 터졌던지라 흥건했다. 누가 보면 칼에 찔린 줄 알았겠지.

“나는 황제가 되고 싶다네. 하지만 그전까지 매번 목숨이 위험해지겠지.”

“…”

“목숨만 유지할 수 있다면 이까짓 정조 따위는 기꺼이 버릴 수 있다네.”

현재 이연주와 단예린의 마음가짐 차이가 이런 것이다. 이연주도 저 부분에서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단예린은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면서 버릴 건 최대한 버리지만 이연주는 정조 운운했던 것처럼 지키고 싶은 건 지키려는 성격이다.

독립열사로서의 마음가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둘 다 목숨을 걸었지만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물론 정조를 아예 무가치하게 여기는 건 아닐세. 나는 누구보다 신뢰하는 사람에게 바치고 싶은 거라네.”

“…그래서 시바르를 꼬셨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이용하겠다고?”

이연주가 기가 찬다는 듯이 비웃었다. 그녀의 시선에는 저게 당연하다.

배경도 연고도 없는 야생인이었기에 신뢰할 수 있다. 그러나 이용하기도 편하다.

아직 자세한 속사정을 모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판단이다. 하지만 단예린도 할 말이 있다.

“미안하지만 나를 암살하려던 호위무사를 저지한 게 시바르라네. 바로 옆방이라 소리를 듣고 왔지.”

“뭐?”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바르는 황권 다툼에 끼어든 셈일세. 참고로 난 원한 적 없네.”

단예린은 그리 말하면서 조금씩 나에게 다가왔다. 뒤이어 조용히 팔짱을 끼며 밀착했다.

덕분에 포근한 감촉이 팔에 전달됐다. 여러모로 남자의 마음을 흔드는 법을 아는 여자다.

“삶을 포기한 순간 구해준 남자… 정말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이야기지. 안 그런가?”

“…그거 정말이야? 시바르가 난입해서 널 구해준 거라고?”

“아니면 내가 반할 이유가 하등 없지. 전에는 단순히 흥미로운 수준이었지만…”

단예린이 뒷말을 흐리면서 나에게 더욱 밀착했다. 묘한 향기가 코로 찔러들어왔다.

누가 봐도 애정 어린 몸짓. 다른 사람이 본다면 깨가 쏟아지는 장면일 것이다.

“이제는 마음을 줄 수 있다네. 신뢰가 더 쌓여야겠지만 말이야.”

“…”

이연주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충격과 공포를 눈 앞에서 목도한 모습.

하지만 거짓말을 창조적으로 꾸몄던 그녀여서 그럴까. 얼마 가지 않아 정신을 차리며 부족한 부분을 꼬집었다.

“지금은 시바르가 아직 문명을 잘 몰라서 그래. 당장 자기 목숨이 위험해지면? 그때도 널 지키려고 할까?”

“확신할 수 있다네.”

“좋아. 그럼 하나만 더 물어볼게. 너도 잘 알 거야. 시바르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이연주는 나를 힐긋거렸다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단예린을 쳐다봤다.

뒤이어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단예린이 우려하던 부분을 정확히 꿰뚫은 것이었다.

“만약 너 때문에 그 사람들이 피해를 입거나 위기에 처했다고 치자. 그때 시바르가 과연 널 선택할까?”

“…”

“네가 생각하는 신뢰는 그런 거지? 어떤 상황이든 간에 자기자신을 선택하는 것.”

이번에는 단예린이 한 방 먹을 차례였다. 정곡이었는지 팔짱을 꼈던 팔에 힘이 조금 풀렸다.

단예린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뼈 아픈 사실일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도 과연 자신을 선택할까 라는 고민.

황권다툼에 발을 담은 이상 빠져나가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본인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

무엇보다 내 몸은 하나다. 나도 몸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불가능하다.

“…정곡을 찌르는구나. 할 말이 없군.”

“정말 시바르를 이용하려고 했어?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그건 아니라고 답해두고 싶군.”

그래도 아닌 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먼저 발을 담군 거다.

단예린은 말끔하게 목숨을 포기하려 했지만 내가 난입한 순간 어쩔 수 없이 다툼에 끼어들 수밖에 없다.

조용히 살아가는 것? 그건 불가능하다. 태자의 포악한 성격과 권력욕을 고려하면 매일매일 목숨이 위험할 터.

“나는 황제가 되고 싶네. 하지만 꿈과는 별개로 황제가 되지 않는다면 목숨이 위험해지지. 시바르도 마찬가지일세.”

“변명 같은데?”

“아무리 시바르라도 무력 그 자체인 군대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네.”

단예린의 말이 정답이다. 나라고 해도 인류 무력의 정점인 군대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하다.

물론 어느 정도 의미 있는 피해를 줄 수는 있겠지. 하지만 압도적인 물량 앞에서는 장사없다.

그리고 태자는 이미 군권의 일부분을 손에 쥐었다. 아마 지금쯤 장군 중 2명을 포섭했을 터.

만약 시간이 흘러 대장군까지 포섭하는 순간 단예린이 황제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그 후로는 뭐… 말 안 해도 알 거다.

“우리는 사실상 같은 배를 탄 사이라네. 원치 않아도 말이지.”

“하아… 그런 거라면 할 말이 없긴 한데… 시바르가 먼저 나선 거라서…”

이연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단예린이 꼬드겼다면 할 말이 엄청 많았겠지.

그렇게 잠깐의 침묵이 이어질 때쯤 뒤늦게 이상함을 눈치 챘는지 이연주가 의문을 드러냈다.

“…그런데 내가 왜 걱정하고 있는 거지? 나랑 아무런 관련이 없잖아.”

맞는 말이다. 이연주는 독립을 위해 두 발 벗고 뛰어다니긴 해도 황권다툼에 끼어들지는 않았다.

암살 미수도 단예린이 조용히 물러나기만 한다면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단예린은 그런 성격이 아니다.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 과연 그럴까? 그대는 이미 내게 암살 시도를 했다네. 내가 이걸 위에 보고하는 순간 조한은 어마어마한 압박에 시달리겠지.”

“언제는 찬밥 신세라며?”

“나는 그렇다 쳐도 내 오라비는 그렇지 않아서 말일세. 우리 오라비는 욕심이 많아도 너무 많지.”

“…”

함축적인 이야기다. 단예린이 보고를 올리는 순간 무조건 태자를 거치게 될 거다.

그러면 자연스레 암살 미수 이야기가 나올 거고 태자는 훗날 이걸 이용하려 들겠지.

어찌 됐든 간에 암살 시도는 최악의 선택지라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덫에 단단히 걸려들었다.

“이제 제안을 해야겠군. 아니 제안이 아니라 선택지를 주겠네.”

“선… 택?”

“그래. 선택. 나를 암살하려 든 자를 그대로 보낼 정도로 자비롭지는 않아서 말이야.”

그런 것치고는 여혜를 순순히 보내줬지 않았나. 나는 말을 아꼈다.

이어서 단예린은 나와 팔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연주에게 협박성이 담긴 제안을 건넸다.

“나를 도와 조국의 해방을 돕겠나? 아니면 이대로 물러나서 조국의 멸망을 앞당기겠나? 선택하게.”

“…네가 내 조국의 해방을 돕겠다고? 그걸 믿으라는 거야?”

“내가 황제로 즉위한다면 친히 그러도록 하지. 제대로 소화도 못할 거 차라리 토하는 게 낫네.”

맞는 말이다. 원래 제대로 소화조차 못 시킬 거면 안 먹는 것만도 못하다.

현재 환 제국이 그러했으며 지구의 소련과 일본 제국이 그러했다.

둘 다 강력한 무력으로 합병시켰으나 역량 자체가 부족해서 전부 망했다.

솔직히 말해 제대로 성공한 경우가 잘 없다. 세계의 반을 지배한 대영제국조차 현재는 쪼그라 들었지 않았는가.

언어와 문화는 힘으로 깡그리 엎을 수 있지만 언어와 문화의 결속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무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

“무엇보다 현재 동방의 동태가 심상치 않아서 말일세. 황권다툼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순간 곳곳에 반란이 일어날 걸세.”

“그걸 어떻게 알아?”

“다 아는 방법이 있다네. 당장 아카데미에도 그런 기류가 심심찮게 흐르더군.”

아카데미는 전세계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 흔히 말하는 인종의 용광로다.

문제는 인종의 용광로는 대체로 크고 작은 갈등을 일으킨다는 것. 악마들이 노리는 바가 이것이다.

그 갈등을 세계적인 갈등으로 번지게 만들어 겁화에 휩싸이게 만들자. 악마는 등을 밀어줄 뿐 원래부터 위험한 폭탄인 셈이다.

“그때가 적기일 걸세. 두 번 다시 그런 기회는 없겠지.”

“…”

“자. 이제 어쩔 텐가?”

이연주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사실 그녀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이야기다.

환 제국 내부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반란을 일으킨다. 이는 조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단예린도 그 틈을 타서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다. 군권을 차지한 태자를 역으로 이용하는 것.

“…조건은?”

얼마 가지 않아 이연주의 입이 떨어졌다. 지금으로서는 들어줄 수밖에 없다.

단예린은 그녀가 수락하자 특유의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팔짱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보다시피 우리는 밀회를 즐기고 있어서 말이네. 이 비밀을 누구한테도 발설하지 말 것.”

“그거야 쉽지.”

“두 번째로는…”

단예린은 말을 흐리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의문을 드러냈다.

“없군.”

“뭐?”

“없다네.”

“없다고? 그게 정말이야? 첫 번째 말고 없어?”

오죽하면 이연주조차 해괴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을 정도였다. 이건 나도 마찬가지다.

원래라면 이것저것 붙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꽤 복잡한 정치 문제여서 비밀로 엄수해야 할 터.

이에 단예린은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 또한 말 없이 그녀와 마주했다.

뒤이어 그녀는 고혹적인 미소를 짓더니 내 어깨에 머리를 얹었다.

“딱히 없다네. 원래는 황제가 목표였지만…”

그리 말한 단예린의 목소리는.

“이제는 중간 과정이라서 말이네.”

아주 평온했다. 인생의 낙을 찾았다는 것처럼.

이연주는 그 말에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짓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시바르.”

“응?”

“넌 진짜 죄 많은 남자야. 알아?”

그건 나도 알고 있지.

“넌 없잖아.”

“이 개새…”

“왜 욕해?”

“아니. 너 진짜…”

선생님. 전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신앙이 상승합니다!]

카오스 님은 알고 계시는군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나는 쓰레기다. 나는 쓰레기다. 나는 쓰레기다…

님! 제발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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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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