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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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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8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이런 속담이 있다.

소위 좆된 상황에 빠지더라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뜻이다. 뛰어난 임기응변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호랑이한테 물려간 사람이 내가 아니라 루나다. 호랑이가 아니라 새한테 물려갔지만 일단 물려갔다.

나는 물려가도 역으로 죽일 수 있지만 루나는 글쎄. 주인공이어도 잘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진짜 웃기는 일이네.’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나한테 조심하라고 당부했는데 정작 본인이 사고를 쳤다.

사고가 발생한 경위도 어이가 없었다. 위에서 비행 몬스터가 알짱거리길래 내가 조심하라 분명히 말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개체가 으레 그렇듯 시력이 매우 좋은 편이라 혼자 다니는 순간 먹잇감으로 포착한다.

‘영역에서 벗어나는 게 그렇게 힘들었나.’

그런데 루나는 내가 당부했음에도 약초를 줍느라 정신이 팔렸다. 내부다 보니 귀한 약초가 널려 있었다.

하필이면 그때 나도 잠깐 볼 일을 보러 갔던지라 타이밍이 엇갈렸다. 결국에는 루나가 납치당한 거고.

‘비행 몬스터가 있는 걸 보면 조만간이겠네.’

원래 내가 포식자로 군림하던 당시 혼돈의 숲에는 비행 몬스터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은근 자주 보였다.

이는 아카데미 붕괴와 연관이 있는 거다. 비행 몬스터가 이벤트 때 아주 큰 역할을 하거든.

아무튼 이건 넘어가고 중요한 건 루나가 납치(?)됐다는 것. 몬스터의 둥지부터 찾는 게 우선이다.

비행 몬스터는 그 특성상 고지대에 살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숲의 고지대라 해봤자 몇 되지 않을 터.

문제는 과연 거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숲 내부다 보니 방향 및 공간 감각이 거의 상실된 상황이었으니.

부디 루나가 멀쩡하길 기도하거나 알아서 탈출하는 방법밖에 없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거 진짜 주인공 맞나?’

별의별 이벤트에 휩쓸리는 걸 보면 주인공은 맞다. 게다가 주인공 특유의 능력도 갖고 있지 않은가.

재능은 두말할 것없이 말도 안 되게 뛰어난 수준이다. 로드조차 놀라며 진지하게 가르쳐 줄 정도.

그러면 뭐하나. 입이 혼돈 그 자체에다가 본인이 사고까지 시원하게 저질렀는데.

나는 한숨을 내쉬며 비행 몬스터가 날아간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크르르…!”

“?”

귀찮음을 한가득 안고 걸어가고 있을 때쯤이었다. 내 귓가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주변에 기척이 워낙 많아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소리를 내는 걸 보면 위협인 듯하다. 이에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니 웬 호랑이 한 마리가 나를 맹렬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호랑이다.

다만 덩치가 집채만했으며 입 밖으로 길게 뻗어나온 송곳니가 매우 길었다.

‘검치호인가? 멀리서도 왔네.’

동방의 몬스터 중 하나다. 그렇게 희귀한 개체는 아니지만 은근 드문 몬스터.

특히 저 송곳니는 약재로 자주 쓰이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 노란 머리를 찾아야 하는데 검치호를 신경 쓸 겨를이 있나. 나는 깔끔히 무시하기 위해 손을 휘저었다.

“훠이. 훠이.”

“크르릉…!!”

내가 싸울 생각이 없다는 제스쳐를 취해도 검치호는 여전히 위협했다.

화가 나기보다는 살짝 의아했다. 보통 짐승들은 배가 고프지 않는 이상 무시하면 무시한다.

또한 본능이 원체 뛰어나다 보니 굳이 위협을 가하지 않아도 꼬리를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처에 새끼가 있나?’

그런 건 아니다. 검치호의 뒤쪽에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의문을 품은 채 검치호의 얼굴과 마주했다. 푸른색 눈동자에 알 수 없는 증오가 느껴졌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어째서 나에게 증오를 느끼는 걸까. 그 증오는 차마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크아아아!!’

검치호가 사나운 이빨을 들이밀며 나에게 뛰어들었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나는 몸을 빙글 돌리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회피했다. 하지만 배낭이 살짝 걸릴 거라는 건 생각치도 못했다.

치지직!

배낭이 찢겨져 내부의 비상 식량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검치호는 근육이 많아 고기가 질기겠지.

시간도 없으니 서둘러 처리하고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는 배낭을 바닥에 벗어던지고 도끼를 쥐었다.

콰악!

지체하지 않고 검치호의 옆구리에다가 도끼를 찍어버렸다. 도끼날 절반 이상이 박혔다.

그에 검치호가 고통에 몸부림 치며 몸을 빙글 돌렸다. 동시에 날카로운 발톱으로 휘두르기까지.

대부분의 짐승형 몬스터는 이처럼 공격이 단순한 편이다. 그래서 피하기도 쉽다.

‘얼굴 돌려줘서 고맙다.’

물론 나는 안 피했다. 그냥 검치호의 앞발에 그대로 맞았다.

옷이 조금 찢어지긴 하겠다만 속전속결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다. 대신 반격은 확실하다.

콰직!!

얼굴 중앙에 정확히 꽂히는 도끼. 뇌에 제대로 꽂혀서 검치호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지간하면 발악이라도 할 텐데 아무것도 못 하는 걸 보면 뇌가 제대로 곤죽이 된 모양.

이윽고 검치호가 나를 원망스레 쳐다보더니 거대한 몸을 허물어뜨렸다.

쿠웅!

덩치가 덩치다 보니 쓰러지자마자 땅이 울렸다. 이 짐승의 시체는 배고픈 짐승들이 처리하겠지.

나는 얼굴에 꽂힌 도끼를 회수하고 피를 대충 털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거지? 적어도 내가 살 때는 검치호가 없었는데.’

숲에서 지낼 때 검치호는 없었다. 나와 포로리가 밖으로 나오고 그 후로 유입된 개체다.

만약 검치호를 봤다면 내가 얘 부모를 죽였구나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당최 이유를 알 수 없는 의문 속에서 일단 검치호에게서 얻을 수 있는 걸 얻었다.

검치호의 송곳니는 꽤 비싼값에 팔리니 이것만 갖고 가도 충분할 것이다.

콰악! 콱!

은근 단단해서 그럴까. 도끼로 두 번 정도 쳐야 깔끔하게 잘라낼 수 있었다.

뒤이어 모든 준비를 끝내고 정리를 하려던 찰나 나는 기이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끼긱!”

“…?”

“끼익! 끽!”

너구리다. 거짓말이 아니라 너구리가 내 앞에 당당히 서 있었다.

숲에서 너구리가 있는 건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이 너구리는 뭐랄까.

허리를 바짝 펴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것이 뭔가 구걸하는 듯한 모양새다.

실제로 뭔가 바라고 있는 것처럼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있다. 그래도 포로리보다는 귀엽다.

“끼익!”

너구리가 바닥에 흩뿌려진 비상 식량을 가리켰다. 보아하니 저걸 달라는 것 같다.

미안하지만 비상 식량은 안 된다. 배낭이 찢어졌더라도 대충 보자기 형식으로 쓸 수는 있다.

“키잉…”

이에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우울해 하는 너구리. 은근 귀엽다.

지능이 사람 못지 않게 뛰어난 것 같다. 내가 강자인 걸 확실히 알자마자 굽신거리는 걸 보아라.

‘포로리가 이랬다면.’

포로리는 육체파고 너구리는 지능파인 건가.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집어치우고 검치호 쪽으로 다가갔다.

싹싹한 녀석이니 꽤 훌륭한 걸 주면 괜찮겠지. 영양가도 풍부하고 체력에도 좋다.

서걱! 서걱!

예비용 단검으로 검치호의 가슴 부분을 시원하게 갈랐다. 피가 얼굴에 튀었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옛날이었다면 일일이 손으로 했을 텐데 나도 문명인이 다 됐다. 내장을 봐도 멀쩡한 건 똑같다.

뒤이어 갈라낸 가슴 쪽에서 검치호의 심장과 간을 꺼냈다. 내장 중에서도 영양가가 풍부한 것들.

“자.”

“…”

새빨간 심장과 간을 너구리에게 내밀었다. 두 손은 이미 피로 범벅이다.

너구리는 손에 쥐어진 내장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양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기까지.

사양한다는 무언의 표시다. 너구리가 저런 제스쳐를 쓴다니 조금 신기하면서도 웃겼다.

“안 먹어? 이거 진짜 좋은 건데.”

“키잉. 킹.”

“한 번만 잡숴 봐. 너도 살아야지.”

뭔가 잊은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헤이. 츄라이. 츄라이.”

“…”

너구리의 표정은 참 볼만했다.

“이제 슬슬 겨울도 오잖아. 이걸로 버텨.”

“케엥…”

결국 내 말에 넘어갔다.

******

한편 거대한 새에게 납치(?)당한 루나. 그녀는 새에게 붙잡혀 날아갔을 때 죽는 줄만 알았다.

발톱에 얼굴이 붙잡혔으나 힘조절을 한 건지 아니면 약한 건지 몰라도 상처는 나지 않았다.

그래도 하늘을 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녀에게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혹여 이대로 떨어뜨리지 않을까 싶어서.

다행히 그건 기우였다. 그 대신이라 해야 할지 몬스터는 본인의 둥지로 루나를 옮겼다.

“째액! 짹! 짹!”

“짹! 짹! 째액!”

“…”

그리고 둥지에 던져지자마자 사람만한 새끼 새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심지어 다 노란색이다. 노란새들이 루나를 보면서 힘차게 울고 있었다.

처음에는 경계 태세를 취하며 검을 뽑아들었으나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았다.

‘근데 여기가 어디지?’

어미새는 이미 날아가고 없다. 루나는 나뭇가지가 아닌 나무로 이루어진 둥지 가장자리로 향했다.

“히익.”

이윽고 그 밑을 바라보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보기만 해도 까마득한 절벽이었으니.

절벽 밑에 숲이 넓게 펄쳐져 있었으나 함부로 내려가기도 힘들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내려갔다가 어미한테 걸리면 그것대로 골치 아프고.’

무엇보다 어미새가 왜 자신을 살려줬는지 모르겠다. 루나는 팔짱을 끼며 고민했다.

하지만 그 고민도 얼마 가지 않았다.

“째액! 짹!”

“짹! 짹!”

“응?”

아기새들의 소리가 이상하다. 루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아기새들은 전반적으로 노란색을 띠고 있다. 처음에는 덩치가 큰 병아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아기새들 사이에서 뭔가… 기이한 게 하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기이하다.

아기새는 절대 아닌데 온 몸이 노란색으로 뒤덮힌 무언가. 루나는 그걸 보며 눈을 끔뻑거렸다.

‘뭐 뭐지…?’

저런 몬스터도 있었나? 몸 전체가 노란색 털로 뒤덮인 건 처음 봤다.

루나는 저도 모르게 검을 들며 대치 상황에 돌입했다. 저게 등장하고 나서 아기새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았으니.

이윽고 그 존재가 자신을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을 때였다.

“…사람?”

“어?’

“사람… 이십니까?”

사람의 말이다. 비록 언어가 달라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루나가 그 말을 듣고 눈을 끔뻑이고 있을 때 사람으로 추정되는 뭔가가 무릎을 꿇었다.

“오오오! 가이아시여! 역시 저를 버리지 않으셨군요! 저에게 구조대를 파견해주시다니!!”

“…”

대충 가이아 뮈시기만 알아들었다. 무릎을 꿇은 덕분에 사람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윽고 그 사람은 꺼이꺼이 울다가 고개를 퍼뜩 들어올렸다.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눈에는 광기가 깃들어 있었다. 

“어디서 파견을 오신 거죠? 알렉산더 신부님께서 보내셨나요?”

“그… 공용어 할 줄 알아요?”

“아. 네! 물론입니다! 저를 구하러 오신 분인가요?”

그에 루나가 답했다.

“아뇨. 저도 잡혀왔는데요?”

“…”

희망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가이아님! 저에게 구조대를 보내셨나요?!

카오스: 대신 혼돈을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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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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