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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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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75

보라색 눈동자를 번뜩이는 시바르. 루나는 저 모습을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본 적이 있다.

의안을 알사탕 취급해서 시바르에게 먹였던 일. 그때 시바르는 잠시나마 보라빛 눈동자를 가졌다.

처음에는 잘못 본 건가 싶었으나 로드도 불길함을 느끼고 검을 뽑았지 않았는가.

그때 자신은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아서 전혀 몰랐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불길하다는 표현조차 부족할 정도로 압박감이 무시무시했다.

저벅-

시바르가 발을 한 발짝 움직였다. 한 걸음 움직였을 뿐인데 태산이 다가오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루나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가 흠칫거렸다. 시바르를 무서워할 게 아니라 듀크를 신경 써야 한다.

그 생각이 드니 자연스레 시선이 듀크 쪽으로 향했다. 털복숭이 상태여서 표정을 살펴보기 어렵다.

하지만 몸을 살짝 떠는 걸 보아 그도 비슷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이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시바르가 어떻게 나올지 전혀 모르겠다. 차라리 지난번처럼 폭주하는 게 낫다.

폭풍전야라고 폭풍이 몰아치기 전의 고요함과 비슷하다. 아니 폭풍을 넘어선 그 이상의 재앙이다.

그 재앙이 자신에게로 올까 아니면 듀크에게로 갈까. 루나가 심히 고민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새 생명의 찬란함이 악을…!”

정신을 차렸는지 듀크가 입을 열었다. 언어가 달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몸에 새하얀 빛무리가 이는 걸 보아 신성주문인 게 확실했다.

루나는 그걸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 안 그래도 위험한 상황이다.

지금 듀크가 하려는 짓은 절벽에 매달린 사람의 손을 짓밟는 일과 같다. 문제는 짓밟는 사람이 시바르라는 것.

사실상 목숨줄이 시바르에게 달려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미친 짓을 하는 셈이다.

“벌하리라!”

번쩍!

루나가 막으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본래 말은 행동보다 빠른 법이었으니.

듀크의 주문이 끝나자마자 시바르의 머리 위로 새하얀 빛기둥이 떨어졌다.

단순한 속박 주문과 다르게 공격 주문인 것인지 말 그대로 기둥이 떨어진 것 같다.

“시 시바르!”

루나는 화들짝 놀라며 기둥으로 달려들었다. 기둥 속에 완전히 짓눌린 건지 몰라도 시바르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물리적인 형태는 아닌 건지 손은 깔끔하게 통과됐다.

치직!

“앗! 따까워!”

그러나 딱 거기까지일 뿐 루나는 손을 넣자마자 느껴지는 고통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순간 벼락처럼 손이 감전된 감각이다. 그녀는 황망한 표정으로 기둥을 바라봤다.

평범한 사람조차 이만한 고통이 느껴지는데 시바르는 오죽할까.

‘시바르가… 진짜 죽어…?’

루나의 새하얀 얼굴이 순식간에 푸르죽죽해졌다. 시바르가 죽는 건 상상조차 못 한 일이다.

매번 다쳐도 똑같이 재생하고 돌아왔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빛기둥에 제대로 당했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펼쳐진 것일까. 아득해진 정신 속에서 하나의 외침이 귀에 들어왔다.

“오오! 가이아시여! 감사합니다! 저 악마를 처단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

듀크 때문일까. 그래 사실 듀크가 이런 짓을 저지른 건 맞다.

하지만 듀크가 확신을 가지게 된 건… 방금 전 자신의 말실수 때문이다.

그저 시바르가 악마인 걸 어떻게 숨길 수 있냐 라는 식으로 주제를 나눴건만 듀크가 그걸 들었다.

그걸 듣고 나서 본격적으로 공격을 감행한 것이 아닌가. 루나는 입술을 앙 다물었다.

‘…이건 아니야.’

시바르가 악마의 후손이라 몇 번 망설인 건 맞다.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죽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악마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죽는 건 너무하지 않는가.

시바르는 선하다. 선한 사람이 출신 때문에 무조건 죽어야 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루나는 검을 꽉 쥐며 희희낙락하는 듀크를 노려봤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듀크는 잘못된 사람이라고. 그릇된 믿음으로 옳지 않은 일을 행한 사람이라 말이다.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어. 빛기둥을 꺼야 해.’

신성주문은 시전자의 집중력이 깨지면 즉각 해제되는 걸로 알고 있다. 아니면 기절하거나.

지금은 기절보다는 집중력을 깨뜨리는 것이 우선이다. 루나는 검을 두 손으로 쥐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이윽고 전과 확연히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듀크에게 달려들기 직전.

치지직! 치직!

빛기둥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루나의 귀를 건드렸다. 루나는 멈칫하며 빛기둥을 바라봤다.

“어…?”

빛기둥에서 뭔가가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손 같았으나 외양이 정말 끔찍하다.

피부가 벗겨져서 새빨간 속살을 보여주는 건 물론 몇몇 부분은 뼈까지 드러날 정도였으니.

화형을 당한 사람마저 이렇게 심하지는 않다. 말 그대로 산성을 뒤집어 쓴 듯한 몰골이다.

쩌저적- 쩌적-

더 놀라운 건 회복력이다. 빛기둥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끔찍한 몰골의 손이 순식간에 재생됐으니까.

본래 가이아의 신성력에는 시바르의 재생력조차 의미가 없었다. 재생이 한없이 느려졌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재생력이 전보다 눈에 띄게 빨라진 모습이다.

“으아아아.”

머지않아 얼굴까지 빠져나온 시바르. 머리카락이 다 타버리고 얼굴도 손처럼 망가졌다.

처음에는 부패될 대로 부패된 언데드 못지 않은 흉악한 외양이었다. 물론 그것마저 얼마 가지 않아 전부 재생됐다.

이윽고 몸 전체가 빛기둥에서 빠져나오고 시바르의 몸도 빠르게 회복되었다. 루나는 그걸 보며 어안이 벙벙해졌다.

“시 시바르? 괜찮아?”

“응… 갠차나…”

기계의 부품을 끼워넣는 것처럼 빠져버린 턱을 손으로 밀어올리는 시바르.

뒤이어 그는 보랏빛 눈동자를 번뜩이더니 듀크를 노려봤다. 듀크는 그 시선에 흠칫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새 생명이시여! 저 악…”

듀크가 재차 신성 주문을 외우려던 찰나였다.

피잉!

“에게… 커업!!”

시바르가 땅에 있던 돌을 주워서 듀크에게 던져버렸다. 놀랍게도 돌은 듀크의 입 안으로 정확히 꽂혀들어갔다.

치아마저 산산조각 났으니 더 이상 주문을 읊지 못할 터. 시바르는 그 즉시 듀크를 향해 돌진했다.

철푸덕!

아직 몸이 덜 회복된 걸까. 시바르가 달려가다가 말고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약간 꼴사나운 모습이긴 했지만 그의 몸상태를 고려하면 그런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이제야 막 회복해서 걷는 것조차 힘들 터. 하지만 그는 기어가겠다는 의지로 악착같이 다가갔다.

“비 빛이… 커헙! 컥!”

듀크는 입에서 부서진 치아와 돌 조각을 토해냈다. 목에도 피해가 심했는지 목을 붙잡고 있다.

그도 시바르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었다. 하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보라색 눈동자. 저 눈동자에 압도되어 몸이 자신의 의지를 반하고 있었으니까.

마치 포식자 앞에 선 피식자처러 말이다.

“야.”

“커으으…!”

이윽고 듀크 앞에 서게 된 시바르. 그의 몸에는 회복의 증거로 뿌연 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듀크는 뒷걸음질조차 못 치며 시바르를 바라봤다. 두려움에 떠는 눈빛과 대비되는 무기질적인 눈동자.

“아프다고.”

시바르는 그리 말하더니.

“말했지.”

쩌억!!

듀크의 뺨에다 주먹을 꽂아버렸다. 루나는 그 장면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보통 주먹으로 때린다면 저런 소리가 아니라 다른 소리가 나야 정상이다.

방금 그 소리는 때리는 소리가 아니라 뭔가 찢어지는 소리였다. 루나는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의 심정으로 다가갔다.

듀크는 바닥에 쓰러져 부들부들 떠는 중이고 시바르는 그런 그를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뒤이어 루나가 바닥에 쓰러진 듀크의 얼굴을 확인했을 때.

“허억…!”

그녀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여태까지 동물 사체는 셀 수도 없이 목격했다.

하지만 사람의 시체는 본 적이 없다. 그것도 끔찍한 몰골의 시체 말이다.

물론 듀크가 죽은 건 아니다.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여서 그렇지.

“꺼어억… 꺼억…”

턱이 완전히 찢어져 있다. 벌어질 대로 벌어진 입과 살이 찢어져 뼈까지 드러났다.

시바르가 주먹으로 친 뺨부터 시작된 상처. 만약 이대로 방치한다면 죽는 건 확실했다.

스윽-

그러나 시바르는 이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는 다리를 들더니 그대로 내려찍었다.

꽈드득!

“아아아아!!!”

시바르의 발이 듀크의 정강이를 완전히 분질러버렸다. 뼈가 부숴지는 소리와 함께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턱은 물론이거니와 다리까지 부숴진 이상 숲에서 살아남는 건 불가능하다. 가이아의 신성력으로도 어쩌지 못할 터.

듀크가 한 짓을 고려하면 이것조차 ‘자비’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잔인하다는 것만 빼면은 말이다.

스윽-

또다시 발을 드는 시바르. 이제는 다리가 아니라 머리 쪽이었다.

루나는 그걸 보며 화들짝 놀라 다급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시 시바르…!”

다리가 내려가기 직전 시바르는 루나의 부름에 즉각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그녀와 마주했다.

왜 부르냐는 듯한 표정이다. 보라색 눈동자는 여전했다.

“왜?”

“거 거기까지만 하면 안 될까? 사실상 죽은 목숨인데…”

루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부탁했다. 사실 듀크는 죽어도 싼 놈이긴 하다.

만약 시바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눈을 감으며 무시했겠지. 그러나 시바르여서 문제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고 만약 다음부터 시바르가 사람을 해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어지면 불안했으니까.

꿈에서의 대학살이 실제로 일어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웠다. 그 미래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흐음…”

시바르도 루나의 말이 일리가 있다 생각한 걸까. 그는 발을 내리며 듀크를 내려다봤다.

의지 하나는 강한 건지 입에 게거품을 물어도 끝까지 의식을 붙잡고 있었다. 질기다면 질기다.

보통 이런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야생에서도 꿋꿋이 살아남는 법. 그는 약간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싫어.”

“뭐…”

으직!

루나가 당황할 사이도 없이 시바르의 발이 내려갔다. 듀크의 머리가 캔처럼 찌그러졌다.

이윽고 듀크는 몸을 부르르 떨다가 금세 조용해졌다. 머리가 완전히 망가지면서 즉사한 것이다.

결코 마주하기 싫었던 시바르의 첫 살인. 루나는 여태까지 선을 넘지 않던 그가 선을 넘는 모습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시 시바…”

털썩!

루나가 이름을 미처 부르기도 전 시바르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루나는 깜짝 놀라며 그를 붙잡았지만 너무 무거웠던 탓인지 본인도 따라 넘어졌다.

뒤이어 그녀는 시바르의 얼굴을 확인했다.

“쿠우…”

“…”

시바르는 눈을 감고 곤히 자고 있었다. 전에 봤던 순수한 얼굴 그대로.

루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듀크를 쳐다봤다. 정말로 듀크를 저 꼴로 만든 게 시바르가 맞을까.

“이러면… 안 되는데…”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이 막지 못해 사달이 난 것 같다.

그렇다고 시바르의 잘못이냐? 그건 또 아니다. 잘못한 건 엄연히 듀크가 먼저 잘못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반복된다면… 매우 위험하다. 시바르도 그렇고 다른 사람도 그렇고.

“…”

루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상황을 잘 풀어나갈 수 있을까.

시바르가 악마임을 최대한 숨겨야 했으며 설령 들켜도 이런 식으로 해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말 그대로 극한의 줄다리기. 시바르와 자신은 이미 한 배를 탄 사이니 절대 버릴 수 없다.

‘…아. 그래.’

좋은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그건 바로 시바르가 악마라는 걸 최대한 퇴색시키는 일.

야생인으로서의 그의 평판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다들 시바르를 악마가 아니라 야생인으로 취급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화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루나는 화술에 자신이 없었다.

‘아냐. 오히려 이걸로…’

루나는 입을 매만졌다. 자신이 없는만큼 생각하면서 내지르면 될 거다.

오직 단 하나 시바르를 악마가 아니라 야생인으로 취급하는 것뿐.

악마가 아니라 완전한 야생인으로 취급되게끔 말을 퍼뜨리자.

그녀가 마음 속으로 굳게 다짐했을 때쯤이었다.

[신앙이 상승합니다!]

“…?”

루나의 시야에 웬 메시지 하나가 출력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나가 각성하는 방법: 화술의 필요성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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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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