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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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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76

꿈을 꾸었다.

소위 말하는 개꿈이 아닌 과거의 행복한 꿈.

지구에서의 나는 전혀 특별하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이었다.

평범한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자라 평범한 삶을 보내고 있던 사람.

그렇다고 불행했느냐. 그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평범했기에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었다.

화목한 가족과 끼리끼리 노는 친구들. 가끔 험난한 과정이 있었으나 결국에는 돌파했다.

부자들의 삶이나 특별한 인생은 바라지도 않았다. 나는 평범한 삶 그 자체에 감사하고 있었으니까.

전혀 불행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매일매일 가족들 얼굴을 보면서 친구들이랑 신나게 노는 것.

이게 행복이 아니면 뭐겠냐. 가끔 귀찮은 일들이 있긴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왜.’

이 세상의 신들은 무슨 이유로 나를 이 세상으로 끌고 온 것일까.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단순히 게임을 즐겼다는 이유로 끌고 오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지어 악마의 몸뚱아리에 집어넣었지 않았는가.

나는 험난한 세상 속을 헤쳐나가는 전사와 거리가 먼 사람이다. 전사를 응원해주는 평범한 시민 1에 가깝다.

웬만해서는 정치와 거리를 두고 하루하루 행복한 일상을 보내기 바쁜 소시민.

그런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곳으로 데려온 것일까.

‘…혹시 옛날에 부모님 지갑에서 만원 슬쩍한 거?’

그게 죄라면 죄겠지.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그러지 않았다.

나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콕 집어서 나인지 모르겠다.

다시 강조하지만 나는 평범한 삶에 감사할 줄 아는 특별한 삶과 멀리 떨어진 사람이다.

평범한 삶을 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할 줄 알고 보답하려고 노력하는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마냥 흔한 사람.

그렇기에 더욱 이해할 수 없었으며 화가 난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평범하게 사는 것도 죄냐고.

하지만 더 화가 나는 건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들다는 것.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원치 않아도 해야 하는 일들이 사방에 넘쳐흘렀다.

‘만약에 돌아간다면…’

내가 만족하고 있던 삶으로 돌아간다면 뭐부터 할까. 부모님에게 안겨서 너무 힘들었다고 매달릴까.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에게 안기는 건 이상하다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힘든 건 힘든 거다.

매일매일 뒹굴거리면서 놀던 삶과 하루가 멀다하고 싸워야 하는 삶.

이 둘 중에 뭐가 낫냐고 물으면 다들 전자를 고르겠지.

‘…그렇다고 매정하게 돌아갈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이미 정을 붙인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

입맞춤을 한 여자들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할아버지나 다름없는 로드까지.

설령 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해도 이들 모두를 무시하면서까지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누군지 몰라도 멀쩡한 사람 데려온 건 진짜…’

용서가 되지 않았다. 숲에서부터 꾸역꾸역 담은 증오다.

아마 가이아가 나를 이곳에 데려온 것 같다만 그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른 신들에게 묻자니 알려주지 않을 것 같다. 카오스는 두말할 것도 없고.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만 알아도 분노를 삭힐 수 있는데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게 아닐까라는 지극히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

‘다 때려치우고 싶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 세상이 멸망하든 말든 그냥 가만히 있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더 짜증난다. 발을 담군 수준이 아니라 몸 전체가 이미 빠져버렸다.

헤어나오고 싶어도 헤어나올 수 없다. 그러므로 좋든 싫든 끝까지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돌아갈 방법을 찾을 거야.’

나는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

******

“…”

나는 눈을 끔뻑거렸다. 방금 행복한 꿈을 꾼 것 같은데.

행복하면서도 슬픈 꿈이다. 이제는 돌아가기 어려운 지구에서의 생활.

누가 말했던가. 달콤하디 달콤한 꿈일수록 이루어질 수 없기에 슬프다고.

지금 내 심정이 딱 그렇다. 너무 달콤한 꿈을 꾼 나머지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엄마 보고 싶다.’

문득 그런 감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엄마 얼굴이 보고 싶다.

자식은 다 커도 부모의 자식인 법. 어른은 결국 누군가의 아이일 뿐이다.

나는 심란한 마음으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이상하게도 몸이 좀 찌뿌둥하다.

몸이 왜 이리 저기압인지 몰라 의문을 품었을 때 뒤늦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 맞다. 그 씹새끼…’

가이아의 신자가 다짜고짜 신성력을 난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루나의 말실수로 정체가 들킨 건 덤.

내 몸이 멀쩡한 걸 보면 루나가 어찌저찌 처치한 게 아닐까.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킨 후에 주위를 둘러봤다.

밤이 아니라 환하디 환한 아침이다. 그런데 주변의 풍경이 전과 확연히 다르다.

‘나무들이 왜?’

나무들이 죄다 쓰러져 있다. 마치 누군가 벤 것처럼.

난잡하기 그지 없는 주변에 의문을 품었을 때쯤 내 귓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거기 말고. 이쪽을 파야지.”

“케엥?”

“그래. 그래. 거기. 잘한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실로 경악스러운 상황이 눈 앞에 펼쳐졌다.

온몸에 흙이 묻은 루나의 얼굴과 그 옆을 보좌하는 너부리. 문제는 그들이 진행하고 있는 작업이다.

“최대한 깊숙히 파야 증거 인멸이 확실할 거야. 괜히 들키면 골치아파져.”

“케엥?”

“넌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그래.”

검으로 땅굴을 파고 있는 루나와 그 옆에 놓여있는 시체.

얼굴이 캔처럼 찌그러졌으나 듀크라는 것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정리하지면 루나가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듀크의 시체를 파묻기 위해 땅을 파고 있는 것이다.

“…루나?”

“응? 아 깼어?”

조심히 이름을 부르자 루나가 나를 바라봤다. 얼굴에 흙이 묻은 것이 감자를 잘 캘 것처럼 생겼다.

그러나 그 옆에 시체가 있다는 게 흠이다. 나는 그녀와 듀크를 번갈아 보다가 뒤로 슬금슬금 물러섰다.

루나도 내 반응을 보고 뭔가 알아차린 건지 약간 황당하다는 투로 물었다.

“뭐야? 왜 뒤로 가? 너 설마 어제 일 기억 못 해?”

“어제 일?”

“응.”

나는 미간을 좁히며 곰곰히 생각했다. 어제는 신성력에 쳐맞고 기절한 것밖에 모른다.

의식이 꺼진 이후로는 꿈만 꾸다가 지금 일어난 것이다. 그러니 무슨 일이 일어난지 하나도 모를 수밖에.

루나도 내가 정말로 모른다는 반응을 보이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 아닌가.

“아니. 됐어. 차라리 모르는 게 낫지.”

“…내가 한 거야?”

저 반응을 보면 설마 내가 한 짓인가. 다른 건 몰라도 사람을 죽이는 건 한사코 피하려 했는데.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루나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뒤이어 피죤투를 향해 고개를 까닥거렸다.

“피죤투가 밟아서 죽였어.”

“째액?”

루나가 피죤투를 언급하자 피죤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피죤투를 쳐다봤다.

사람 덩치만한 새긴 하다만 결국에는 새다. 그것도 다 성장하지 않은 아기새.

과연 저 새에게 사람 머리를 찌그러뜨릴 정도의 힘이 있을까. 약간 의심스러웠다.

‘안 될 건 없지…?’

당장 포로리만 해도 쪼그만 게 힘은 더럽게 세다. 피죤투도 그런 케이스일지도 모르지.

혼돈의 숲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하는 곳이다. 쉽게 생각하는 게 편하다.

“시바르. 괜찮다면 너도 도와줄래? 나 혼자 하려니까 조금 힘들어서.”

“꼭 묻어야 해? 짐승이 먹으라 해.”

“이거 먹으면 탈 나지 않을까? 털이 엄청 많은데.”

“…”

나는 듀크의 시체에게 시선을 옮겼다. 확실히 털이 너무 많아서 먹기 불편할 거다.

그나마 곰 같은 개체가 먹긴 하겠지.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털 때문에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깊숙히 파서 넣자. 꼴도 보기 싫어.”

“응. 그래.”

나와 루나는 사이좋게 듀크의 시체를 파묻었다.

아무도 모르는 그야말로 완벽한 증거 인멸 그 자체다.

[신앙이 상승합니다!]

카오스도 우리의 모습이 흐뭇했는지 신앙까지 쏘시더라. 오랜만에 보는 메세지다.

“대체 이건 뭘까…”

“음? 뭐라고?”

“아무것도 아냐. 이러면 괜찮겠지?”

루나는 반듯하게 묻어버린 땅을 가리켰다. 저 안에는 듀크의 시체가 고이 담겨있다.

냄새를 맡고 짐승이 올 수는 있어도 파기는 어려울 터. 게다가 언데드로 부활할 일도 없다.

언데드가 자연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특정 주술을 통해 부활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제 할 건 다 했고 돌아가기만 하면 되겠네.”

“밥은?”

“밥은 대충 먹고 가자. 난 돌아가자마자 자고 싶어. 하아암…”

루나가 말을 끝내면서 길게 하품을 했다. 하기야 혼자 불침번을 섰을 테니 피곤할만도 하겠지.

그렇게 모든 짐을 챙기고 돌아가려던 찰나 나는 발바닥에 이상한 감촉이 느껴졌다.

마치 껌을 밟은 것마냥 끈적하고 불쾌한 느낌. 이에 발을 들어 밑부분을 확인했다.

“…”

새빨간 피가 묻어있는 것도 모자라 분홍빛이 감도는 무언가가 달려있다.

웬만한 장기나 시체도 만져본 적이 있는 나지만 이건 뭔가 만지기 껄끄러웠다.

도대체 이 분홍색의 정체는 무엇인가. 나는 비위가 상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다가 발을 비볐다.

‘대충 의심 가는 구석이 있긴 한데…’

나는 듀크가 파묻힌 무덤(?) 쪽을 쳐다봤다. 아까 확인했을 때 듀크의 머리가 찌그러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발로 밟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루나는 분명 피죤투가 한 짓이라고 말했다.

루나 입장에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겠지. 찝찝한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뭐…’

죽어도 싼 놈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 가이아 신도는 다 저런 건지 모르겠네.

듀크가 나를 노린 이유? 보나마나 윗선에서 뭐라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 안 봐도 비디오다.

‘악마가 저 사람을 노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다. 가이아 교단과 관련된 일은 최대한 넘기고 싶었다.

이후로 피죤투와 너부리를 데리고 아카데미로 다시 돌아왔다. 고작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며칠은 지난 것 같다.

“안 돼.”

“왜요? 라타토스크는 됐잖아요.”

“그때는 잘 모르기도 했고 라타토스크는 영물이었잖나. 이것들은 그냥 동물이고. 감당할 수 있겠나?”

“…”

하지만 난관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데려온 동물들을 보자마자 로드가 거절하더라.

라타토스크 때와 달라도 너무 다른 반응에 나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잘 키울 자신 있는데…”

나는 너부리를 꼭 껴안았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줬는지 루나도 거들었다.

“총장님. 저희 정말 잘 키울 자신이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자네는 특히 더 문제야. 사람만한 새를 데려올 생각을 해?”

“… …”

루나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부모님 특: 동물 못 데려오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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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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