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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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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84

갑작스레 이목이 집중되는 바람에 순간 당황했지만 내 대답은 똑같았다.

“싫어.”

공연에 나가는 건 죽어도 싫다. 광대가 되라는 거랑 뭐가 다른가.

안 그래도 내 이름이 아카데미 전체로 퍼져있는 상황이다. 그런 내가 공연에 나선다?

곰이 우리 안에서 재롱을 부리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은 그렇게 느껴질 터.

더구나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한다는 건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 차라리 거하게 사고를 치고 말지.

“시바르 형제님.”

“안 해. 죽어도 안 해.”

“하지만 이건 시바르 형제님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리제의 설명은 이렇다.

수많은 사람들을 포함해 악마들의 관심을 ‘동시에’ 끌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고.

사람들이야 그렇다 쳐도 과연 악마들이 나에게 관심을 줄까.

무엇보다 순서가 잘못됐다. 나는 리제의 말 속에 숨은 모순을 지적했다.

“악마가 관심을 어떻게 줘? 기념탑 있으면 못 주잖아.”

“음? 그것도 그러네.”

“기념탑이 멀쩡하면 악마들은 손도 못 쓰겠죠.”

악마가 나에게 관심을 주기 위해서는 안으로 들어와야 가능하다.

그런데 기념탑이 멀쩡하면 의미가 없다. 기념탑이 무력화된 후에 진입할 수 있을 터.

“할 거면 카라도 할 수 있어.”

“아니. 나는 왜?”

이런 건 나보다 다른 사람이 적격이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카라면 충분하다

악마들이 몰래 숨어든다면 모를까 그게 불가능한 이상 내가 나설 필요는 없다.

“아뇨.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네?”

“다르다니… 악마들이 몰래 들어온다는 소리인가요?”

하지만 리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했다. 이에 사람들이 놀라는 건 당연한 수순.

반면 나는 의아해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미래랑 리제의 사전 파악이 다른 건가.

“네. 제가 따로 조사한 결과 1년 중 기념탑이 가장 약해지는 시기가 가이아 님의 기념일입니다. 하급 악마는 몰라도 상급 악마가 침입하는 것까지는 막기 힘들 거예요.”

“그걸 어떻게 아시는 건가요?”

도통 믿기 어려운 정보에 루나가 질문했다. 그런 거라면 기념탑의 존재 의미가 희미해지지 않는가.

또한 리제가 그걸 알고 있다는 것도 이상했다. 미래를 알고 있는 나조차 모르는 정보였으니까.

이에 리제는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진중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기념탑이 오랜 기간 동안 방치되어 있었으니까요. 오랜 평화에 심취되어 관리를 거의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

“게다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현재 기념탑의 마법진에 누군가의 손바닥이 찍혀있더군요. 그것 때문에 약해졌습니다.”

“…”

잠깐만. 저거 설마 내가 맨 처음 기념탑을 맨손으로 올라갔을 때 찍힌 건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아카데미에 처음 들어왔을 때 기념탑을 맨손으로 올라간 적이 있다.

소울 월드에서 맨손 등반에 성공하면 능력 및 경험치를 주는데 그게 현실에도 가능한가 싶어 시도했다.

물론 게임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만 깨달았으며 로드에게 끌려 간 뒤 된통 혼났다.

‘이 몸뚱이가 악마랑 비슷하면서 다르다 보니 생긴 일인가?’

여전히 모르겠다. 아무튼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기념일에 악마 그것도 상급에 속하는 악마가 몰래 들어올 거라는 것을.

다만 이것도 크게 상관없는 것이 본래의 스토리와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어차피 기념탑이 무력화되고 난리가 난다는 건 변함이 없다. 여기서 악마가 술수를 부리는 건 덤이고.

악마가 노리는 건 연쇄 작용이다. 절벽에 매달려 있는 사람의 등을 스윽- 밀어주는 역할.

“그러니 저희가 자리를 잡기 전까지 시바르 형제님께서 주목을 끌어주셔야 합니다. 기념일에는 수많은 외부인이 출입할 테니 그 틈을 타 들어올 가능성이 크죠.”

“악마는 기척도 잡히지 않는 존재여서 잡기 힘들 거라네. 시바르 자네도 잘 알겠지.”

리제의 설명에 로드가 옆에서 추가로 덧붙였다. 저렇게 말하니 자연스레 설득이 될 수밖에 없다.

기념일은 빠져나가는 사람이 많은 만큼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도 매우 많다.

때문에 사건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경비병들이 배치되는 편이지만 이것이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그 역효과조차 악마들이 수를 쓰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돌고 돌아 악마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끌어야 한다는 소리다.

“하기 싫은데…”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하기 싫은 건 하기 싫은 거다. 나는 소심하게 칭얼거렸다.

일단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자신이 없다. 일단 노래를 무반주로 불러야 한다는 것부터 아웃이다.

전에 우스갯소리로 말했듯이 비트박스를 하면서 빌리진을 추면 모를까. 그러나 과연 이게 시대 정서상 맞을지 모르겠다.

“그냥 아는 노래만 불러도 충분할걸? 그리고 성녀님 말씀대로 관심을 끌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

“할아버지랑 리제는?”

“허허허. 이 나이에 공연은 무슨.”

“저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할 예정입니다.”

저저저. 저 능구렁이 같은 사람들을 보았나.

로드는 특유의 너털웃음을 흘리며 딴청을 피웠고 리제는 적당한 구실로 빠져나갔다.

다른 사람들? 공연에 나서면 관중들의 시선을 끌고도 남겠으나 악마는 아니다.

제일 중요한 건 악마들의 관심이다. 그리고 그걸 가장 잘 끌 수 있는 사람은 나고.

“그냥 올라가서 그 뒷걸음질? 그것만 보여주라니까? 그런 보법은 나도 처음 봤어.”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고 했나.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카라가 부추겼다.

마음 같아서는 카라를 억지로 올려보내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상황이 받쳐주지 않았다.

“그나저나 궁금하군. 카라 학생이 뭘 봤길래 저러는 건지.”

“기왕 이렇게 된 거 한번 보여줄 수 있나요?”

“…”

나중에 두고 보자. 나는 카라를 향해 원망 어린 시선을 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라도 내가 토라진 것을 느꼈는지 이내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 모양이다.

‘진짜 이게 통하려나?’

아무리 생각해도 애매하다. 시대 정서상 이 춤이 먹히긴 할까.

당시에는 획기적인 걸 넘어서 혁명 그 자체였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간 걸 수도 있다.

이윽고 모두의 기대 아닌 기대를 받으며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이동했다. 사람도 별로 없는데 선보이려니 조금 긴장됐다.

“…할게?”

“화이팅!”

엘리가 팔을 번쩍 올리며 나를 응원해줬다. 저 햇살 같은 미소 덕분에 살 맛이 났다.

나는 긴장을 풀기 위해 한숨을 푹 내쉰 후 몸을 반쯤 빙글 돌렸다.

뒤이어 무릎을 살짝 굽힌 후 그대로 뒤로 쓸면서 천천히 움직였다.

스윽- 스윽- 슥-

“오? 오오!”

“저 저게 뭐죠?”

“앞으로 가는 것 같은데… 뒤로 가고 있네? 저거 뒤로 가고 있는 거 맞죠?”

아아. 이게 바로 문워크라는 것이다. 지구에서도 신묘한 보법으로 알려져 있지.

지구에서 개인기 겸 겸사겸사 터득한 문워크를 보여주자 다들 난리가 났다.

문워크는 겉으로 봐도 신기하고 내가 직접 해도 신묘한 보법이라 할 수 있다.

“봤지? 봤지? 저거 내가 처음에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카라는 아예 박수까지 치며 감탄했다. 눈이 초롱초롱한 것이 개구쟁이 아이 같은 표정이다.

심지어 로드라 해서 다를 건 없더라. 마치 할아버지가 손주 재롱 보는 듯한 표정이다.

반면에 리제는… 오묘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신기하다는 표정인데 의아함도 깃들어 있었으니.

짝짝짝짝!!

이후로 한동안 문워크만 추다가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두 다리를 멈췄다.

다리를 멈추자마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다들 진심으로 감탄한 표정들이다.

“대단하다. 그거 어디서 배운 거야? 아니면 혼자 독학했어?”

“숲에 있을 때 얻었어. 짐승은 등을 보이면 덮쳐.”

“아하. 그런 거라면 납득이 가네.”

“하긴. 짐승한테 등을 보이면 위험하니까.”

흉폭한 짐승은 등을 보이는 순간 덮친다. 이건 본능이다.

그래서 등을 보이지 않을 겸 동물의 시각을 속이기 위해 배웠다 하니까 다들 믿더라.

나조차 나름 일리있는 말이라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이러려고 배운 문워크가 아닌데.

“그런 거라면… 이해가 가네요.”

심지어 리제조차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정도다. 여러모로 미심쩍다는 반응이긴 하지만.

일단 대충 미리보기도 끝났겠다 나는 슬그머니 자리에 앉으려고 걸음을 옮겼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보여줄 수 없어?”

“저도요. 한 번만 더 보여주세요.”

“나도. 나도.”

“…”

그런데 이 사람들은 나를 앉힐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나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로드를 쳐다봤다.

로드라면 내 처치를 이해해 줄 테니 막아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었다.

“혹시 먹고 싶은 간식 없나? 고구마라면 많이 있다만.”

“고구마요.”

“그래. 어서 찌도록 하지.”

결국 문워크만 주구장창 췄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포로리마저 경탄하더라고.

사실 문워크뿐만 아니라 다른 춤도 있긴 하지만 여기서 보여줄 생각은 전혀 없다.

어차피 공연이 이루어질 때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할 텐데 벌써부터 수치사할 필요는 없지.

“그거 나도 배울 수 있어?”

“응. 연습만 해.”

“저도 알려주세요. 한 번쯤 배워서 나쁠 건 없을 테니.”

“…”

때아닌 강습이 이루어졌으나 안타깝게도 금방 무산됐다.

모두 알다시피 내가 설명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고 하루 연습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문워크를 연습할 바에야 본실력부터 기르라는 로드의 충고가 있었다.

“시바르. 혹시 춤 말고 노래는 없나? 대충 생각나는 게 있다면 불러주게나.”

“음…”

나는 고구마를 맛있게 먹으면서 생각했다. 사실 로드의 취향에 딱 맞는 노래가 몇 개 있다.

그중에 하나는 상당히 듣기 좋은 노래다.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가사는 울림이 깊다.

“안 부를 거예요.”

“왜지?”

“재미없어요.”

하지만 지금 부르면 재미없지. 하물며 공연에서 빌리진만 춰도 충분할 거다.

여기서 내 흑역사를 갱신할 수는 없잖나. 나는 로드가 아쉬워하든 말든 고구마를 입에 쑤셔넣었다.

이후로 각자 계획을 세우고 저마다 해산할 때쯤이었다.

“카라.”

“응?”

“너 나 좀 봐.”

할 일은 마저 해야하지 않겠나. 나는 카라를 따로 불렀다.

그녀는 내가 부르자 의아해진 것도 잠시 본인의 죄(?)를 떠올렸는지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봐주면 안 될까? 너도 맛있는 거 먹었잖아.”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모욕감 정도야?”

“응.”

“그런 거라면야…”

카라도 내가 진지하다는 걸 알았는지 고분고분 내 말을 따랐다. 그렇게 우리 둘은 걸음을 옮겼다.

혹여 다른 사람이 볼 수도 있었으니 잠깐 으슥한 곳 그러니까 숲 쪽으로 향했다. 숲이라면 누가 볼 일도 없다.

“그… 혹시 바라는 거라도 있어? 공연에 나가는 건 조금 그렇고…”

“나 삐졌어.”

“응?”

공연에 나가는 건 괜찮다. 이미 나로 지목된 상황에서 카라가 나가봤자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그녀는 나를 달래줘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카라에게 말했다.

“삐졌으니까 달래줘.”

“달래달라고?”

“응.”

“…푸핫!”

왜 웃지. 나는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데.

카라는 내 말에 빵 터지더니 이윽고 끅끅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눈꼬리에 눈물이 살짝 맺힌 걸 보아 진심으로 터진 것 같다. 어디서 터진 건지 모르겠네.

“아. 정말이지… 말하는 거나 하는 짓이나 귀여워 죽겠네.”

“그래서 안 달래줄 거야?”

“가슴 만지게 해줄까?”

“…”

솔깃해져서 얼굴을 가까이 댔다. 다시 한번 말해달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내 반응에 카라는 재차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속보인 행동이었나.

“미안하지만 안 돼.”

“왜?”

“엘리랑 비교할 거 같아서. 이런 건 최대한 아껴야 하지 않겠어?”

그거 참 전략적(?)이네. 그렇다면 나를 어떻게 달래줄 생각일까.

속으로 의문을 가졌을 때 카라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이내 등을 빙글 돌렸다.

뒤이어 찰싹 달라붙기까지. 소위 말하는 백허그를 본인이 시도한 것이다.

“가슴은 안 되고 대신 여기 만져.”

카라는 내 손을 이끌며 가슴 밑부분 그러니까 탄탄한 복근 쪽이다.

평소에도 만지고 싶었던 카라의 복근이다. 가슴 못지 않게 민감한 곳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부위.

말랑말랑한 것 같으면서도 매우 단단했다. 피부의 탄력과 근육의 단단함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무엇보다… 살짝 튀어나와 있는 아랫배가 매우 매력적이다. 나도 모르게 아랫배 쪽을 주물렀다.

“으응…”

상당히 민감한 곳이었는지 카라가 약한 신음을 흘렸다. 그 신음에 이성이 살짝 흔들렸다.

그 흔들린 이성으로 인해 아랫배를 문지르던 손이 아래로 더 내려갔다.

“스읍. 안 돼.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 남자는 다 이런가?”

더 밑으로 가려던 찰나 카라가 내 손을 붙잡으며 제지했다. 아직 선을 넘지 말라는 소리인 듯했다.

이에 입술을 삐죽이며 실망하려던 찰나 카라가 고개를 돌리며 나를 바라봤다.

카라도 키가 큰 편이지만 나도 큰 편이라 적당한 키 차이다. 품 안에 쏙 들어올 정도.

이어서 카라는 그 상태로 그대로 나를 바라보더니 씨익 웃었다. 언제 봐도 시원시원한 미소다.

“오히려 좋아. 남자로서 본능이 충실하다는 거니까.”

“본능?”

“응. 난 본능에 충실한 남자가 좋더라.”

카라는 시원하게 웃는 표정 그대로 말했다.

“아니면 그냥 네가 좋은 걸 수도 있고? 킥킥.”

정말 아름다운 미소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카라는 다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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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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