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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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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91

의안을 통해 미래로 추측되는 비극을 지켜본 이후 루나는 더욱 열심히 아카데미를 돌아다녔다.

돌아다니면서 의심스러운 곳은 없는지 또 외부인 중에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는지 등등.

단순히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일일이 능력까지 사용했다.

지극히 비효율적인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그만큼 받은 충격이 매우 컸다.

단순한 비극 정도가 아니라 처참하고 끔찍했으니. 그런 미래는 절대 오면 안 된다.

“어우… 눈이야…”

루나는 벤치에 앉아 눈을 비비적거렸다. 눈이 너무 쑤시다.

그녀여도 체력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사용하고 싶었으나 눈에서 피가 나올 것 같아 휴식은 필수다.

실제로 눈에서 피가 흐른 적이 있었지 않았는가. 별로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그래도 포기하기는 이른데…’

루나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모습. 어쩌면 모르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다.

아는 게 너무 많아 미쳐버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루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서로 죽이는 거지?’

의안을 통해 엿본 미래는 정말 끔찍했다. 상상을 한참 뛰어넘었다.

기껏해야 몬스터 또는 악마에게 학살당할 줄 알았지 서로 죽일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이를 보았을 때 악마가 분명 무슨 수를 쓴 건 확실하다. 그걸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

‘아직 시간은 남았어.’

기념일까지 대략 사흘 정도 남은 상황이다. 그 동안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찾을 계획이다.

비효율의 극치이긴 하지만 이거라도 하지 않는다면 불안했으니까. 잠도 제대로 못잔 상황이다.

‘시바르도 이 미래를 알고 있는 걸까? 아니 알고 있을 거야.’

루나는 과거 시바르가 지냈던 동굴의 벽화를 기억했다. 거기서도 비슷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서로 죽이는 모습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지금 보면 매우 의미심장한 그림이다.

어쩌면 시바르도 이를 알고 있기에 빨빨빨 돌아다니고 있는 거겠지.

“하아…”

루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이 돌아다녀도 막상 소득은 하나도 없다. 

일단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그 사람들 중에 악마가 섞여도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설령 자신에게 특별한 눈이 있더라도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었다.

‘집에 가고 싶다.’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평범하게 아카데미 생활을 하고 싶을 뿐인데.

이 모든 것의 원인은 악마다. 그리고 악마가 분노한 이유는 다름아닌 시바르의 존재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이상하네. 시바르는 어째서 숲에 있던 걸까?’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하다 보니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시바르는 어째서 숲에서 태어난 걸까.

태어난 것 자체는 그 전이겠지만 생각 자체는 숲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러니 누군가 숲에 데려놓았다는 뜻인데 누가 이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런 짓을 해서 이득이 될만한 존재가 누가 있다고.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아니면 악마 중 한 명이 이를 노리고 일부러?’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예로부터 잘 통하는 수법이었으니까.

악마측에서도 조용한 온건파가 있고 강하게 나서는 강경파가 있지 않을까.

리제가 말하길 악마라 해서 전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적’이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군인들도 적국의 군인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품은 건 아니지 않는가. 그저 그 단체를 향해 적대감을 품을 뿐.

‘궁금하긴 하네.’

악마 같은 짓을 하는 것과 별개로 묻고 싶은 질문들이 많다.

루나는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하염없이 멍을 때렸다.

입이 살짝 벌어진 것이 정신이 약간 나간 듯했다.

“얘야. 그러다 입에 파리 들어가겠다.”

“…?”

그러다 루나의 귀에 늙수레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나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벌어졌던 입을 서둘러 닫았다. 뒤이어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봤다.

추레한 행색의 노인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구부정한 허리와 그걸 받쳐주는 지팡이.

챙이 넓은 모자가 눈을 가려서 표정을 볼 수 없었으며 풍성한 수염이 인상적이다.

“누구세요?”

“흘흘. 그냥 지나가는 노인일세.”

노인 워덴은 그리 말하며 루나 옆에 앉았다.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루나는 그런 워덴을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도대체 무슨 일로 찾아온 걸까.

“아까 누구라고 했지? 내 이름은 워덴일세. 친구놈 자식 찾으러 아카데미에 왔지.”

“아.”

대충 무슨 일로 아카데미에 왔는지 알 것 같다. 워덴 같은 사람은 꽤 많은 편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 사랑이 넘치는 법이며 워덴도 그중 하나일 터.

친구의 자식임에도 찾아오는 걸 보면 꽤 친한 사이인 듯싶었다.

“그런 자네 이름은 뭔가?”

“루나라고 합니다.”

“예쁜 이름이구만. 누가 지어줬나?”

“마을 촌장님께서 지어주셨어요. 부모님이 안 계시거든요.”

루나는 부모님이 없다. 어감이 조금 이상하긴 해도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대충 듣기로는 마을 촌장이 주워왔다고. 마을 자체가 외진 곳에서 있어서 조금 의아한 일이라고 들었다.

“부모님이 안 계시다고? 처음부터 없었다는 말처럼 들리는구나.”

“음… 어딘가에 잘 계시지 않을까요? 아니면 돌아가셨다거나.”

“세상에 그런 일이 많기는 하지. 워낙 흉흉한 세상이지 않느냐.”

흉흉한 세상이다. 루나는 워덴의 말에 동의했다.

세계 곳곳에 크고 작은 분쟁이 발생할뿐더러 몬스터와 같은 위협은 여전하다.

때문에 부모 없이 자란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다. 그래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도 꽤 있다.

“할아버지.”

“뭐냐?”

“할아버지께서는 부모님이 계셨나요?”

“…”

루나의 질문에 워덴은 순간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우선 부모를 향한 모욕 그러니까 패드립은 절대 아니다. 순수한 질문 그 자체였으니까.

하지만 어감 자체가 묘할뿐더러 워덴은 노인이다. 지금 시간대에 부모가 살아있을리가 만무.

다시 말해 말 그대로 부모님이 있었냐는 질문이다. 루나가 말해서 뭔가 이상할 뿐 지극히 정상적이다.

“흠. 흠. 얘야. 세상에 부모없이 태어나는 생명은 없단다. 생명이 존재해야 그 다음 생명이 태어나는 법이지.”

“계셨다는 말씀이네요. 어떤 분이셨나요?”

“온화하고 자애로운 분이셨지. 때로는 회초리로 때리셨지만 진정한 부모는 그래야 하는 법이야.”

“그런가요.”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이 없었지만 마을 사람들 덕분에 모자람 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도덕적으로도 하자가 없었는데 이는 마을 사람들이 부모 역할을 대신 했기 때문이다.

비록 말버릇을 고치진 못했지만 루나는 착한 아이로 자랄 수 있었다.

“그나저나 고민이 있는 얼굴이구나.”

“네. 뭐…”

루나는 뺨을 긁적거렸다. 워덴에게 말해봤자 도움이 되는 건 없다.

그냥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을 뿐이다. 그게 가능한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다.

‘근데 시바르라 해서 악마를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이 눈을 가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비효율적인 일이어도 일단 할 수는 있지 않는가.

루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갑갑해도 너무 갑갑하다.

“…할아버지.”

“말하렴.”

“할아버지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어떻게 하셨나요?”

“흘흘. 그 나이대가 가질 법한 고민이구나.”

워덴은 루나의 고민을 듣고 온화하게 웃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루나는 무표정을 하고 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건 어색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털어놓기 쉬웠다.

이미 사정을 전부 알고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가는 무슨 일 있구나 라며 짐작할 테니까.

더군다나 워덴은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어른스러우면서도 지혜가 풍부한 분위기.

“어려운 일이 있다면 다른 사람과 힘을 합치는 게 좋지.”

“다른 사람도 어려워 한다면요?”

“사람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네. 일단 팔이 두 개밖에 없잖나?”

“눈으로 해야 되는 일이에요.”

“보통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눈썰미가 좋은 편이지.”

“다른 일을 하느라 바쁘세요.”

“…”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는 루나가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일까.

워덴이 고개를 돌려 루나를 쳐다봤다. 약간 못마땅하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하지만 루나가 원하는 건 정석적인 대답이 아니다. 그냥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할 뿐.

“말대꾸를 해서 죄송해요. 지금 저도 많이 힘들어서…”

“…그래. 사과했으면 됐다. 사과도 안 했으면 한 대 때릴 생각이었는데.”

놀랍게도 루나마저 본인의 화법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그만큼 많이 힘들다는 뜻.

워덴도 더 이상 별말 하지 않고 너그럽게 넘어갔다. 살면서 이런 경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가는 길 심심해서 그런데 자네 손 좀 줄 수 있나?”

“손은 왜요?”

“내가 손금을 보는 걸 좋아해서 그러네. 동방에서 배운 기술이지.”

워덴은 시바르와 엘리에게 했듯이 루나의 손금을 보고 싶었다.

이에 루나는 눈을 끔뻑거리더니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꺼냈다.

“손금을 보면 뭐가 나오나요?”

“대충 운명을 볼 수 있다네.”

“으음…”

루나는 그 말을 듣고 자기 손바닥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 동안 고생했기 때문일까. 손바닥 곳곳에 굳은살이 박혀 있다.

하지만 뚫어져라 쳐다봐도 별다른 건 나오지 않았다. 특별한 눈이 있음에도 말이다.

“…안 보이는데요?”

“후우…”

워덴이 답답한 한숨을 내쉬었다. 루나의 파멸적인 화법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물론 루나 딴에는 특별한 눈을 통해 확인한 거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안 보이니 저리 말했을 뿐.

하지만 워덴의 인내심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혀를 낼름거리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눈으로도 안 보이는 운명이니 그런 걸세. 그러니 잔말 말고 주게나.”

“여기요.”

썩 의심스러웠지만 일단 손을 내밀었다. 동방의 기술이라 하니 믿어봐야지.

이어서 워덴은 루나의 손바닥을 세밀하게 관찰했다.

“흠… 이거 신기하구만.”

“뭐가요?”

“언뜻 보면 평범하기 짝이 없는데 변동이 너무 심해. 지켜봐도 의미가 없는 수준이군.”

“변동이 심하다고요?”

변동이 심하다. 루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워덴은 루나의 손을 놓고는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선택에 따라 운명이 극심하게 바뀌는 수준이야. 재물 가족 지식 심지어 생명까지. 축복이자 동시에 저주라고 볼 수 있겠군.”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네요.”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네. 이미 자네의 운명은 험난한 길로 향하고 있으니까. 대체 무슨 일을 겪고 있는 겐가?”

“…”

루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마지막에 건넨 워덴의 질문은 매우 날카로웠으니까.

험난한 운명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지금 루나에게 딱 맞는 말이다.

당장 코 앞에 맞닥뜨린 상황도 인생 최대의 고비이지 않은가.

“그래도 생명선이 매우 짙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네. 험난한 길이지만 끝까지 갈 수 있을 테니.”

“…중간에 포기할 수는 없나요?”

“포기할 건가?”

“…아뇨.”

“그럼 잔말 말고 받아들여야지.”

정말 잔인한 말이다. 남의 일이라 저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걸까.

루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손을 거두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게 있었다.

“아. 그러면 할아버지.”

“뭔가?”

“할아버지도 자기자신의 운명을 볼 수 있나요?”

손금으로 남의 운명을 볼 수 있다면 스스로의 운명도 볼 수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이다. 그런데 워덴의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흠. 흠. 그건 조금 힘들다네.”

“네? 힘들다뇨? 그게 무슨 소리예요?”

“예로부터 점성술사나 예언자 같은 존재는 스스로의 운명을 볼 수 없어. 신이 내린 제약 같은 거지.”

겉보기에는 그럴싸한 이야기다. 하지만 루나에게는 아니다.

“그럼 이것도 그냥 사기 아니에요?”

“뭐라?”

“말이 안 되잖아요. 본인의 운명도 모르면서 남의 운명을 점칠 수 있다는 게.”

웬일로 루나가 맞는 말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촌철살인급에 가까웠다는 것.

챙이 넓은 모자 때문에 워덴의 표정을 살펴볼 수 있었지만 적어도 황당해 하고 있다는 건 파악할 수 있었다.

“후우… 그래. 자네 말도 일리가 있군. 하지만 믿건 말건 자네의 몫이라네. 나는 어디까지나 조언을 해줄 뿐이지.”

“음… 할아버지.”

“뭔가.”

“이런 말씀을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여러모로 수상해서요.”

듣다 보니 조금 이상하다. 루나는 눈매를 좁히며 워덴을 노려봤다.

생각 외의 반응이 나와서 그럴까. 워덴이 조금 당황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뭐가 이상하다는 건가?”

“손금으로 예언을 치는 것도 그렇고 혼자서 아카데미에 온 것도 그렇고 친구놈 아들 찾으러 왔다는 것도 그렇고…”

“…”

“할아버지 혹시…”

꿀꺽-

워덴이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했다는 티가 역력했다.

무겁게 깔린 분위기 속에서 워덴을 매섭게 노려보던 루나의 입이 열렸다.

“혹시 노망나신 건… 아니죠?”

“…뭐?”

“마을에도 노망이 나신 분이 계셨거든요. 그래서… 조금 걱정되네요.”

그 결과.

“이 고얀년을 보았나! 그게 어른에게 할 소리냐?!”

“아악! 왜 왜 때리세요? 저 저는 그냥 걱정을…!”

“할 소리가 있고 안 할 소리가 있는 거다! 입으로 무례함을 뱉는구나!”

루나는 지팡이로 얻어맞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워덴이 겉으로 보면 노망이 난 것 같긴 합니다.

님!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댓글 하나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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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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