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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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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93

살면서 집에 가고 싶은 순간이 얼마 될까.

일단 내 경험상 군대에 있을 때 정말 집에 가고 싶었다.

수능이 끝나고 쓰레기 같은 삶을 살고 청춘을 즐기다 덜컥 군대에 입대했으니 당연하다.

기껏 ‘자유’를 만끽했는데 또 통제를 받는다 생각해보자. 두 번 다시 경험하기 싫다.

“집에 갈래.”

그리고 오늘 그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 자체는 똑같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전까지는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라면 지금은 그냥 기분이 매우 안 좋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을 할 때. 심지어 군대마냥 누군가의 통제를 받는 것도 아니다.

“안 돼. 이제 와서 가면 안 되지.”

“집에 가고 싶어.”

“안 된다니까.”

카라가 시시덕거리며 나를 놀렸다. 날씨가 꽤 추워져서 그런지 두터운 겨울옷을 입고 있었다.

강렬한 추위로 유명한 프로즌처럼 털모자까지 쓰고 있는 카라. 피부색만 아니면 동유럽과 비슷한 옷이다.

“저기 보이지? 너는 이제 저기서 춤을 춰야 해. 기대하고 있을게.”

카라가 한 곳을 가리키며 나에게 말했다. 벙어리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방향은 파악할 수 있었다.

이에 고개를 돌리니 광장에 커다란 무대가 설치돼 있다. 당연하지만 기념일을 위한 무대다.

저기서 다양한 악단 및 극단이 훌륭한 공연을 펼칠 것이다. 지금도 슬슬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본인만의 공연을 펼치겠지.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나 집에 갈게. 잘 있어.”

집에 가고 싶은 욕망이 무럭무럭 차올랐다. 막상 하겠다고 말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우선 사람이 엄청나게 많이 몰렸다. 듣자하니 아카데미 학생들도 공연하기 때문이라고.

가끔 예술성에 뛰어난 아카데미 학생을 스카웃한다는 소리도 있다. 전혀 듣지 못한 이야기다.

“어허. 남자가 한 번 뱉은 말은 지켜야지.”

카라가 도망치려는 나를 억지로 붙잡았다. 아예 도망치지 못하도록 뒤에서 껴안았다.

서로 두터운 옷을 입었기 때문일까. 특유의 아늑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었다. 나는 작게 투덜거렸다.

“억지로 뱉은 거야.”

“그래서 안 하려고? 너만 할 수 있는 건데?”

“…”

그렇게까지 말하면 내가 진짜 할 말이 없잖아. 나는 세상을 원망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를 이 세상에 보낸 존재를 원망했다. 온갖 흑역사란 흑역사는 다 만드는 것 같다.

결국 카라의 말에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것.

운명의 날이 도달하긴 했지만 아직 아침밖에 되지 않았다. 진짜 공연은 저녁부터 시작이다.

‘그냥 자살할까?’

너무 심란한 나머지 극단적인 생각을 할 정도였다. 막상 시기가 다가오니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신앙이 하락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카오스께서는 부정적인 마인드를 버리시라고 하셨다.

신앙이 아까워서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심란한 것과 별개로 말이다.

“여기 있었군.”

슬슬 공연 준비가 이루어질 때쯤이었다. 익숙한 목소리가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고개를 돌리니 독특한 겨울 복장의 로드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카라가 전통적은 동유럽식 겨울옷이라면 로드는 사냥꾼이 입을 법한 옷이다.

악마 사냥꾼이 아니라 진짜 사냥꾼. 막 엽총을 들고 다닐 것 같은 이미지 있지 않는가.

“그건 또 무슨 옷이에요? 특이하게 생겼네.”

“곰가죽으로 만든 거라네. 엄청 따뜻하지.”

나도 겨울에 가죽으로 저런 옷을 만든 적이 있다. 옷이라기보다는 망토에 가까웠다.

손재주가 좋다지만 실과 바늘이 없어서 옷을 만드는 데에 한계가 있었거든. 그래도 꽤 따뜻했다.

“명색의 검성이고 총장이신데 너무 위엄 없이 입으신 거 아닌가요?”

“그러는 자네는 타타르의 공주면서 그렇게 격식 없이 입나?”

“타타르는 격식보다는 실용적인 걸 더 추구하거든요.”

“나도 그렇다네.”

묘하게 둘이 잘 맞는 모습이다. 참고로 나는 적당한 코트를 챙겨 입었다.

공연을 위한 옷을 미리 입고 그 위에 덧댄 형식이다. 이래도 엄청 따뜻하다.

“성녀님은 어디에 있어요?”

“슬슬 도착할 걸세.”

“저희 왔습니다.”

로드가 그리 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리제뿐만 아니라 에리카도 함께다.

오기 전에 또 한 소리를 들었는지 에리카는 쭈굴거렸다. 아니면 나를 봐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리제다. 이 추운 날씨에도 수녀복을 입고 있었으니까.

방열이 되는 수녀복인 건가 싶지만 아마 그냥 맨몸으로 때우고 있을 것이다.

“다들 준비는 되셨나요?”

“네. 일단은요. 막상 와닿지는 않지만.”

카라는 여전히 실감이 되지 않는 듯했다. 하기야 지금까지 준비만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리제도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는지 푸근한 미소를 지어줬다. 뒤이어 걱정말라는 듯이 말했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는 충분히 준비했고 설령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그게 더 좋겠죠.”

“성녀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안심이 되네요. 그나저나 루나는요?”

“지금쯤 다른 분들이랑 같이 계실 겁니다. 곧 공연을 보러 올 거예요.”

대부분 공연을 보러 올 것이다. 특히 엘리는 포로리랑 같이 오겠지.

포로리는 엘리의 수호자 역할이며 그녀가 안전해질 때까지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비단 포로리뿐만 아니라 다른 펫들도 마찬가지. 전투에 도움이 안 되는 존재는 포로리가 맡기로 정했다.

나머지는 뭐 알다시피 앞으로 밀려들어올 몬스터를 막는 일이다. 하지만 그전에 제일 중요한 부분이 있다.

‘광란에 휘말리기 전에 막아야 해.’

아카데미 붕괴의 진정한 무서운 점은 몬스터 공세가 아니다. 사람들끼리 서로 죽이는 이른바 ‘광란’ 사태다.

악마가 곳곳에 심어놓았던 악마의 마법진. 그건 광란 사태를 증폭시키는 매개체이자 통신 방해물이다.

만약 광란 사태가 벌어진다면 난이도는 급격하게 올라갈 터. 사람들끼리 서로 죽이니 난리도 아닐 것이다.

‘아마 공연 중간에 사태가 터지겠지.’

나는 고개를 돌려 무대가 아닌 그 반대편을 바라봤다. 기념탑이 우뚝 서 있다.

저 기념탑이 무력화되는 시점부터 진정한 시작이다. 아마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을 거다.

성녀이자 권성도 있고 심지어 검성마저 있는데 무력화를 막을 수 없냐고. 너무 무기력하게 당하는 거 아니냐고.

콕 집어서 ‘불가능’하다고 대답할 수 있다. 기념탑의 무력화 자체는 절대 막을 수 없다.

위이이이잉!

기념탑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귀가 절로 먹먹해지는 소음이 광장 전체에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기념탑에 새겨진 마법진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보자마자 시선을 하늘로 옮겼다.

[끼에에에엑!!]

[끼이이익! 끼이익!]

쾌청한 하늘에는 웬 비행 몬스터 두 마리가 활공하고 있었다. 아마 저것 때문에 그런 모양이다.

-콰아아아아아!

머지않아 기념탑에서 푸른색 광선이 발사되고 비행 몬스터가 적중당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사람들은 광선이 발사된 방향 그리고 재가 되어 흩날리는 몬스터를 보다가 저마다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에 계속 이런 일이 생기네. 기념일이 다가와서 그런가?”

“원래 이 시기에 자주 있는 일이라고 들었어.”

사람들의 말마따나 겨울철에 자주 있는 일이다. 비행 몬스터가 대공 마법에 갈려나가는 일 말이다.

이유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얼척이 없는데 비행 몬스터도 소위 말하는 ‘철새’ 기질이 있다.

특정 시기마다 따뜻한 지역을 향하는 습성 말이다. 그래서 자주 있는 일이라 말한 거다.

‘그냥 운이 더럽게 없는 거지 뭐.’

어찌 보면 불쌍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다.

더군다나 저만큼 낮게 활공한다는 건 뭔가가 있다는 의미다. 정작 사람들은 모르지만.

앞으로 기념탑이 무력화되는 것도 저것과 연관이 있다. 안전불감증 비슷한 일이다.

“이렇게 보니 새삼 그 부츠를 압수하길 잘했군. 하마터면 시바르가 저리 될 뻔했는데.”

“네?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시바르가 무슨 짓을 했길래?”

“지난번에 어떤 처자가 발명한 부츠로 하늘을 난 적이 있다네.”

그때 과열 사태를 말하는 건가. 당시는 생각없이 날았다만 막상 보니 위험하긴 위험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저 고출력 광선에 직격당하면 꽤 심한 부상을 입었겠지. 최소 병원행이다.

“할아버지. 그거 돌려줬어요?”

“당연히 돌려줬다네. 일주일만 압수라고 했지 평생 압수는 아니었잖나.”

내가 미처 무어라 말하기도 전이었다.

“다만 시바르 자네에게 빌려주면 또 압수라고 말했다네.”

“…저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얼굴에 그리 쓰여있어.”

어쩜 나를 이리 잘 아실까. 얼굴을 익힌 지 1년이 다 되어간다만 나를 너무 잘 아셨다.

이에 내가 얼굴을 더듬거리자 로드가 허허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신경 쓰지 말라는 태도다.

“시바르!”

“?”

“다른 분들도 여기 계셨구나.”

곧이어 엘리를 비롯한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각자 개성에 맞는 옷을 입고 있다.

그레이스는 귀족이라 그런지 상당히 세련된 겨울옷이다. 그래도 두껍다는 건 변함이 없지만.

무엇보다 가장 압권인 건 포로리다. 나는 눈을 끔뻑거리며 포로리의 ‘옷’을 쳐다봤다.

“…”

“…”

“뭐.”

내가 뚫어져라 쳐다보자 포로리가 한마디 내뱉었다. 참다참다 뱉은 모양이다.

포로리가 옷을 입고 있다. 애완동물이 입을 법한 뜨개질로 손수 짠 옷 말이다.

대형견만한 다람쥐가 옷을 입고 있는 모습. 귀하다 못해 평생 한 번 볼까 말까다.

“내가 직접 짰어. 어때? 귀엽지?”

“…살이 더 쪘어?”

“진짜 살 쪄서 그래.”

이 정도면 다람쥐가 아니라 마멋인데. 그것도 뚱뚱한 마멋.

나중에 두 다리로 서서 아아아악!! 하고 소리칠 것 같다.

‘이러면 제대로 싸울 수나 있나?’

어벤져스의 토르가 살 쪄서 뚱토르가 된 수준인데. 썩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보통 인간이라면 자기 관리를 하겠지만 포로리는 본능이 강한 동물. 식탐에 약할 수 있다.

하지만 나를 죽이겠다고 무려 도토리를 공물로 바쳤던 놈이다. 그냥 습성을 버리지 못한 거라 생각했다.

“아참. 시바르 씨.”

“응?”

“시바르 씨께서 말씀하신 모자. 여기 있어요.”

말없이 포로리와 눈으로만 얘기하고 있을 때였다. 그레이스가 나에게 뭔가를 건네줬다.

그녀가 건네준 건 다름아닌 모자 그것도 챙이 있는 검은색 모자다.

흔히 말하는 페도라 또는 중절모다. 장식 띠는 흰색 천으로 둘렀다.

“이거면 괜찮겠죠?”

“응. 딱 좋아.”

페도라는 보통 남자 그것도 귀족들이 많이 사용하는 모자다.

과거의 남자들은 우산 같은 건 여자들이나 쓰는 거라 생각해서 대부분 모자를 착용했다.

따라서 이 세상에 중절모가 있는 건 이상하지 않다. 또한 앞으로 내가 선보일 공연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다.

‘신나는 노래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거기까지는 사치다. 클래식 음악으로도 충분할 터.

때마침 공연을 선보일 때 극단이 연주까지 해준다고 들었다. 이거면 충분하다.

“아. 그리고 또 하나 준비한 게 있어요.”

“준비한 거?”

“네. 이거요.”

그레이스가 모자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보여줬다. 초록색을 띠고 있는 구슬이다.

순간 무슨 용도인가 싶었지만 그레이스가 웃는 얼굴로 꺼낸 이야기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녹화용 통신구슬이에요. 이걸 구하느라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녹화용?”

“네. 시바르 씨의 공연을 녹화할 계획이거든요.”

나는 그 즉시 손을 뻗어 구슬을 빼앗으려 시도했다. 다른 건 몰라도 흑역사 녹화는 반드시 막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는 나를 너무나도 잘 아는 두 명이 있었다.

“허허허허. 안 되지 안 돼.”

“참으세요. 시바르 씨.”

심지어 나보다 훨씬 강하다. 로드와 리제가 뻗은 내 팔을 강제로 막은 것이다.

둘 다 웃는 얼굴인 것이 이 사태를 미리 예측한 모양이다. 나는 설마하는 표정으로 그들을 번갈아봤다.

“설마 두 사람… 아니죠?”

“…”

“…”

그들은 대답 대신 웃는 얼굴로 반겨줬다.

나는 안면을 꿈틀거리다가 속에 올라온 분노를 그대로 토해냈다.

“나쁜 사람들.”

욕은 할 수 없어서 최대한 순화했다.

“그럼 앞으로 시바르한테 부탁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건가요?”

“루나 씨도 보고 싶어요?”

“따라하고 싶어서요.”

루나 네가 더 미워.

[신앙이 상승합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원래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죠.

님!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댓글 하나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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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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