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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Chapter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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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3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을 오르는 건 매우 고된 일이다.

한 번 실수하는 순간 밑으로 추락할 수도 있으며 그렇다고 중간에 멈출 수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폭풍처럼 몰아치는 눈보라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

‘그래도 기념탑보다는 나아.’

높이로만 따지면 기념탑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기념탑은 마력을 사용할 수 없다.

내 강점 중 하나가 마력량인데 그걸 전부 사용할 수 있으니 지친 기색은 없었다.

단지 한 번 삐끗할까 봐 긴장될 뿐. 기껏 다 올라왔는데 떨어지면 그것대로 정말 슬플 것 같다.

슬픈 걸 넘어서 빡치겠지. 화가 나더라도 끝까지 등반할 계획이다.

-후두둑!

“아오 씨…”

내 머리 위로 눈더미가 떨어졌다. 밀려나지는 않았지만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눈더미가 더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부디 착각이었으면 좋겠다.

‘예티 말로는 강력한 수호자가 있다고 했었지?’

절벽을 끝까지 오른다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저 위에 존재할 수호자와 맞닥뜨려야 할 터.

수호자가 얼마나 강한지 모르겠지만 세혼빙초를 수호한다고 했으니 꽤 강할 것이다.

운이 없다면 남색에 준할지도 모르겠지. 정령도 등급마다 색으로 나뉘어지는 편이다.

‘화산 지대는 몰라도 올림푸스 산맥은 잘 모르는데…’

화산 지대는 스토리상 한 번쯤 가야 하는 지역이다. 거기서 얻어야 할 물품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올림푸스 산맥은 아니다. 프로즌 공국은 몰라도 올림푸스 산맥은 중요도가 낮다.

기껏 해봤자 몬스터 도감 채우는 정도가 끝. 나조차 방금 만난 예티를 못 알아봤지 않았는가.

‘화산 지대랑 비슷할 거야.’

어찌 됐든 간에 남색의 수호자를 만날 경우도 염두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정령들은 최약체에다가 명확한 약점이 있는지라 상대 자체는 쉬울 것이다.

핵 혹은 코어가 박살 나면 완전히 끝나거든. 그래서 공간 관련 기술만 있으면 대부분 한 방이다.

단단한 껍데기가 보호하면 뭐하나. 칼질 한 번 슥삭하면 코어가 잘려나가는데.

‘내가 제일 의식해야 하는 건 무대지.’

나는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봤다.

깎아만든 듯한 절벽은 여전히 정상을 가늠할 수 없었지만 넓이로만 따지면 약간 작은 편이다.

만약 정령이 작심하고 나를 밀치면 그대로 아래로 떨어질 정도.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 이것이다.

기껏 다 올라갔는데 장외로 떨어진다면… 그때는 울 거다. 빈말이 아니라 속이 터져서라도 울 거다.

-드드드드!

“응?”

마음을 다잡고 다시 올라가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웬 지진이 울리기 시작했다.

하마터면 손이 빠져서 떨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안 그래도 상황이 안 좋은데 최악이다.

‘아니. 잠깐만. 지진보다는…’

나는 설마하면서도 위를 올려다 봤다. 아까 전 내 머리 위로 떨어졌던 눈더미 때문이다.

지진보다 더 걱정해야 할 게 있다. 특히 눈은 이러한 진동에 매우 취약한 성질을 갖고 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최악의 자연재해가 펼쳐졌다.

-우르르르르!!

눈더미를 넘어선 눈사태가 절벽 위에서부터 떨어지고 있었다.

절벽이어서 눈사태라 하기에도 애매하지만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눈사태다.

심지어 중간중간 고드름도 껴 있는 것이 방금 전 지진으로 떨어진 모양이다.

“이런 십…”

나는 욕지거리를 미처 내뱉기도 전에 대처에 나섰다. 기껏 올라왔는데 저딴 자연재해에 굴복할 수 없다.

그렇다면 버텨야겠지. 나는 마력 발톱을 더욱 깊히 박아넣었다.

너무 많이 넣으면 밀려나는 힘 때문에 아래로 주르륵- 미끄러질 확률이 높다.

이럴 때 붉은 마력이 여타 마력보다 출력이 강한 게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조절하기 빡세다.

그나마 라그나로크가 있어서 망정이지 이것마저 없었더라면 반쯤 포기했을 것이다.

‘이것만으로 부족해.’

-콱!!

나는 이것도 모자라 치아를 절벽에다 박았다. 돌도 씹어먹을 수 있는 치악력이다.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것뿐. 나는 고목나무 매미마냥 절벽에 착 달라붙었다.

-콰르르르륵!!!

내 머리 위로 거대한 눈더미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아래로 살짝 밀려났지만 끝까지 버텼다.

중간중간 고드름이 정수리에 부딪혀도 팔다리에 강한 무게감이 전해져도 인내했다.

그렇게 얼마나 참고 또 참았을까. 머리 위로 쏟아지던 중압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눈을 깜빡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이제 더 이상 쏟아지는 눈더미는 없다.

‘도대체 뭐지?’

처음 그 지진은 지진이 아니다. 지진이라기에는 너무 짧게 끝났다.

짧고 굵은 진동이라고 해야하나. 절벽에만 생생히 전달된 걸 보면 필히 뭔가 있을 터.

혹시 내가 오는 걸 예측하고 수호자가 미리 깬 건지도 모르겠다. 당장 떠오르는 가설은 이것밖에 없다.

‘설마 누가 미리 왔겠어.’

쓸데없이 춥고 강한 몬스터가 짜증나게 많고 먹을 것도 없는 올림푸스 산맥.

나처럼 전설의 약초를 찾으러 온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깊숙히 오는 사람은 없다.

먼 미래에 프로즌이 광산업 때문이라도 좀 더 깊이 오기야 하겠지. 하지만 그건 미래의 일이다.

“후아.”

나는 심호흡을 하며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조금 밀려나고 끝이다.

슬슬 절벽의 끝도 보이는 것이 희망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없으면 어떡하지?’

동시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엄습했다. 이렇게 개고생을 했는데도 없다면 허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나는 이를 악 깨물며 꿋꿋이 등반했다.

이윽고 절벽 끝에 다다르고 내 기대 또한 최대치로 부풀었다.

팔다리가 쑤시긴 해도 뇌 내의 도파민이 그걸 전부 가린 상태.

이제 남은 건 세혼빙초가 있는지 확인하는…

“으적. 으적. 우움.”

“…?”

…건데.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나는 도통 믿기지 않는 현실에 얼어붙었다.

지금 내 앞에는 수호자로 추측되는 골렘이 쓰러져 있다. 덩치가 커다란 것이 상당히 강해 보이는 개체다.

그러나 제일 신경 쓰이는 건 그 위에서 여유로이 앉아있는 ‘사람’이다.

그래. 사람. 이곳에는 절대 오지 않을 거라 확신했던 사람.

그 사람은 수호자의 파편 위에 당당히 앉아 풀 하나를 맛있게 씹어먹고 있었다.

“쩝쩝. 음?”

“…”

“뭐야. 예티? 예티는 아까 죽였는데? 설마 새끼인가?”

사람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멍하니 사람의 모습을 관찰했다.

웃는 형상의 가면을 쓴 채 춥지도 않은 건지 매우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있는 사람.

옷의 색깔도 전반적으로 보라색을 띠고 있었으며 가면 뒤로 보이는 머리카락은 황금색이었다.

목소리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렸다. 중성적인 건 아니고 약간 흐트러진 듯한 목소리랄까.

‘저 저 사람은…’

저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루나와 깊은 연관이 있는 등장인물이니까.

어째서 저 사람이 여기에 있는 걸까.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하나 있다.

지금 저 사람은 뭘 먹고 있는 것인가. 적어도 짐을 넣고 다니는 가방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말해 수호자를 쓰러뜨린 뒤 이곳에 있었던 뭔가를 먹었다는 거겠지. 가능성이 가장 높다.

나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손을 천천히 들었다. 믿기 싫은 현실에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건 덤이다.

“그 그거…”

“어? 사람 말? 아 사람이구나. 뭔가 했네.”

“지금… 먹는 거…”

“먹는 거?”

가면을 쓴 낯선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나에게 되물었다.

“세혼빙초? 혹시 세혼빙초 말하는 거야?”

“…”

네. 맞아요. 제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나는 확인사살이 떨어지자 들었던 팔을 힘없이 떨구었다. 그리고 털썩! 무릎을 꿇었다.

사람은 원래 분노하면 이성을 잃는다. 특히 믿기 싫은 현실과 대면했을 때 더욱이.

하지만 그보다 심한 절망감이 몰아친다면? 터지기 직전이었던 분노는 금방 수그러 들 것이다.

대신 심해보다 깊디 깊은 절망감이 차지하겠지. 지금 내 심정이 딱 그랬다.

‘할아버지… 살려야… 하는데…’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직 저것만 떠오를 뿐.

내 앞의 존재는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드러냈다.

“할아버지? 아 설마 할아버지 주려고 했어?”

“…”

“미안. 미안. 그런 줄도 몰랐네. 그런데 이걸 어째? 내가 먼저 먹었네.”

놀리듯이 말해도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냥 세상이 너무 미웠다.

원래 호감을 품은 인물이었는데 오늘부로 호감도가 최악으로 치닫았다.

[신앙이 상승합니다!]

“…어? 잠깐만. 너 설마…”

신앙이 상승함과 동시에 무어라 말하려는 가면. 그러나 이미 늦었다.

나는 차오르는 절망감을 이기지 못해 감정을 컨트롤할 수 없었다.

절망감에 어울리는 건 단 한 가지밖에 없다.

슬픔. 혹은 서러움.

“흐극…”

“아니. 잠깐만.”

[신앙이 상승합니다.]

뭔가 느꼈는지 가면이 화들짝 놀라며 수호자 위에서 내려왔다.

“끄으으윽…”

“나 나는 이럴 줄 몰랐지! 그냥 오라고 해서!”

[신앙이 상승합니다!]

눈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는 게 느껴졌다. 가면이 다급히 소리쳤다.

“흐어어엉…”

“우 울지 마! 뚝! 뚝! 뭔지 모르지만…! 사 사탕이라도 줄까?”

[신앙이 상승합니다!!]

나는 상체를 숙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가면이 내 등을 두드리며 위로해줬다.

“크어어어어엉!!”

“미 미안!! 울지 마! 뚜욱!!”

서러움이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신앙이 상승합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시바르: 빼애애애액!!!(진짜 서러워서 우는 중)

카오스: 우우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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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A Wild Man Has Entered the Academy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Usually when you possess a novel, you start in the city, but I fell into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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